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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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래전 사라진 그녀가 나타났다. 러시안 인형과 함께... 그리고 시작된 파국

브레이크 다운이나 비하인드 도어를 통해 잔인한 살인사건이나 연쇄살인마가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에서 늘 주위를 둘러싼 친구나 배우자 혹은 연인처럼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생각해왔던 사람들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공포를 주로 그리고 있는 B.A 팰리스의 신작은 이번에도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고 오롯이 연인과 그 연인의 전 애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다.

결혼을 앞둔 핀과 엘런 커플에게 어느 날부터 시작된 이상한 일들... 그것은 마치 12년 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한 여자 레일라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그녀와 그들만이 아는 흔적만을 남길뿐이다.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져 사라져버린 그때까지 단 한시도 레일라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핀에게 그녀의 행방불명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엘런을 만나 간신히 다시 사랑할 힘을 내었지만 레일라의 등장은 그가 겨우 다시 세울 수 있었던 모든 것을 뿌리째 흔들리게 했다.

오래전의 옛 연인의 등장만으로 이 커플이 뿌리째 흔들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레일라가 사라진 날같이 있었던 사람이 바로 팀이고 그는 잠시나마 그녀의 살해 사건 용의자가 되었던 전적이 있었을 뿐 아니라 옛 연인인 레일라가 바로 지금 현재의 연인인 엘런의 친동생이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한데 두 사람의 결합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도 많지만 무엇보다 엘런 자신이 동생에 대한 부채감을 가지고 있는 데다 연인인 핀 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의 걱정이 지나치지 않은 것은 핀에게 있어 레일라는 절대로 잊지 못하는 사랑일 뿐만 아니라 그녀가 돌아왔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핀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걸 그녀가 알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두 사람을 흔들어대는 레일라는 핀에게 메일로 연락만 취하고 자신이라는 증거로 오래전 자매가 가지고 있었던 러시안 인형을 계속해서 보내기만 할 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레일라의 그런 태도에 진짜 그녀가 맞는 건지 아니면 그들을 잘 아는 누군가의 악의인 건지 계속 의심하게 되는 핀은 자신이 믿고 의지하던 형 래리와 전 연인이자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었던 루비까지... 주변 모두를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보게 되면서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정신적인 빈사상태가 된다.

차라리 레일라가 모습을 드러냈다면 이 두 사람은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었을 텐데 그녀는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고 이 두 사람의 곁을 맴돌면서 계속 사인만 보낼 뿐 아니라 다시 핀과의 재결합을 원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속절없이 흔들리는 핀.... 그리고 그런 그를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는 엘런

이렇게 뭔가 사건이 벌어질 것 같으면서도 아무런 일은 없는 아슬아슬함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즈음 마침내 레일라가 강력한 요구를 해온다.

엘런을 사라지게 하라는...

이성으로는 그녀의 요구가 말이 안 된다고 저항하면서도 그녀를 만나고 싶고 다시 한번 그녀와의 완벽한 재결합을 꿈꾸는 그에게도 엘런은 어느샌가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어있다.

레일라는 진짜 돌아온 걸까? 아니면 범인은 따로 있는 걸까? 핀은 그녀의 요구를 들어줄까?

보면서 느끼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는 게 얼마나 사람의 정신을 피폐해지게 하는 건지... 사람의 평온은 얼마나 쉽게 무너 질 수 있는 건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범인의 정체나 범행의 방법을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추는 독자에게는 다소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지만 저자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서서히 변해가는 사람의 심리와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심리 스릴러라는 걸 생각하면 살인사건이 나오거나 뚜렷한 뭔가 행동을 하지 않고도 서서히 사람을 광기로 몰아가는 과정을 잘 표현한 심리 스릴러 다운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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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죽음 1~2 세트 - 전2권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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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서 새 책에 쓸 첫 문장을 떠올린 가브리엘

`누가 날 죽였지?

그가 떠올린 이 첫 문장이 더할 바 없이 마음에 든 가브리엘은 흡족한 마음이 들지만 이내 꽃향기를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병원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영매를 통해 알게 된 사실. 즉 그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역시 자신의 죽음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집으로 가 쓰려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자신의 죽음을 부정하기 어려워진 가브리엘은 자신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닌 누군가가 독살한 것이라는 걸 깨닫지만 아무도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할 뿐 의문을 가지진 않는다.

그렇다면 그가 눈을 뜨고 맨 먼저 떠올린 문장처럼 과연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직접 찾아보기로 한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할 수도 궁금한 것을 물을 수도 없는 처지라 죽은 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뤼시의 도움을 받아 용의자들을 만나러 다니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를 죽이고 싶어 할 만한 용의자는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그와 잠시 사랑을 나눴다 헤어진 후 그와 다시 재결합하고 싶어 했지만 거절당한 일로 앙심을 품었을지도 모를 전 여자친구와 늘 그의 작품을 쓰레기라 칭하며 강렬한 혐오와 분노를 내뿜었던 비평가 그리고 어렸을 때는 둘 도 없는 사이였지만 커면서 어느샌가 서로 멀어진 걸로 모자라 서로를 못 견뎌하게 된 가브리엘의 동생이자 과학자인 토마

이렇게 세 사람의 용의자가 걸러지지만 좀처럼 범행 동기도 범인의 정체도 밝혀지지 않는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은 그의 작품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고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고찰 그리고 책 속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온갖 잡학 지식을 곁들인 그 유명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등장 등등

사실 그가 죽음 이후의 사후세계나 영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의 팬이라면 다 알 것이다.

이전의 작품에서도 사후 세계를 증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타나토노트나 천사들의 제국 같은 작품 등을 통해서 그의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을 알 수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죽음이나 사후세계 혹은 인간의 죽음이란 뭘까에 대한 깊은 철학적 물음을 이미 오래전 죽은 유명인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그만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죽음이란 모두가 생각하듯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이 아닌 이곳에서 저곳으로의 바뀜 즉 옷을 바꿔 입듯 육체라는 탈을 바꿔 입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면 죽음에의 공포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데 좀 더 즐겁고도 충실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 듯하다.

자신을 죽인 범인을 찾아 헤맨다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범인을 찾는 과정 또한 일반 추리소설과 닮은 듯 다르다.

용의자를 추려내 그들을 직접 만나보고 탐문하듯 수사하는 건 비슷하지만 역시 단순히 범인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단서들을 마치 나무에 가지가 엮이듯 스토리가 펼쳐져가는 작가 특유의 방식을 펼치고 있어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 가브리엘의 죽음의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옅어지게 되고 그가 그러하듯 그의 죽음을 즐기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그의 죽음을 납득하면 그제서야 쓱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의 의외성을 나름대로 납득하게 된다.

추리소설 형식을 쓰고 있지만 추리소설 같은 결말은 보여주지 않는 죽음

베르나르 베르베르 다운 환상과 과학적인 추론 그리고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이 드러나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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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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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 둘이서 작당을 해서 남편을 살해하고는 시체를 감추고 완전범죄를 꿈꾼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는 듯 보였지만 한 사람을 살해하는 일이 그렇게 쉬울까?

당연하게도 남편의 실종을 인정하지 않는 남편의 본가에서 사람을 사서 스스로 조사에 들어가면서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그녀들의 범행이 발각될 처지에 놓인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왜 이렇게 위험한 공모를 한 걸까?

우연히 나오미가 그녀의 친구인 가나코의 몸에서 폭력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모든 일은 시작된다.

가나코가 남편과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나오미는 그녀를 설득해 결혼생활을 종지부 찍고자 하나 어느새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고 무기력에 빠진 가나코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친정 부모에게까지 해를 끼칠 것을 두려워하는 가나코를 보면서 나오미는 친구의 남편을 살해하기로 결정한다. 폭행의 피해 당사자가 아닌 그 친구로부터의 살해 결정이라니...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나오미가 아무리 가나코의 친한 친구라 해도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나오미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명분을 주는데 그녀 역시 어렸을 때부터 집안의 독불장군이자 폭군으로 가족들을 폭력으로 다스린 아버지를 두고 있어 어린 시절 늘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었다는 공통점을 준다.

나오미에게 가나코의 남편을 제거하는 것은 단순히 가나코를 폭력으로부터 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린 시절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징벌 행위와도 같았고 평생을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면서도 스스로 자립할 능력이 없다는 구차한 핑계로 안주해버린 엄마를 향한 경멸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계획을 짜고 직접 행동을 지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일견 완벽하게 계획대로 되는 듯하지만 당연하게도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이들의 계획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은행원인 남편이 고객의 돈을 횡령한 후 외국으로 달아난다는 계획은 언뜻 보면 괜찮은듯하지만 고객의 돈을 횡령하려는 은행원이 가족의 계좌로 돈을 보낸다는 것부터 해서 요즘 웬만한 곳에는 다 cctv가 있다는 걸 간과한 두 사람의 행보는 허술함을 넘어 헛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들의 계획에서 가장 쓸만한 것은 남편의 대역을 찾았다는 것과 남편의 시신을 제대로 처리했다는 것 정도뿐...

하지만 이 허술한 계획도 완전범죄가 될 뻔했다는 사실.

남편의 행방불명을 단순 가출로 처리해 관심조차 안 가지는 경찰과 횡령한 돈의 액수가 적은 것만 다행이라 여기고 얼른 덮어버리려는 은행 측에만 맡겼다면 대부분의 성인의 행방불명을 단순 가출로 처리하는 것처럼 이 사건 역시 그저 그런 은행원의 일탈로 덮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은 약간의 미심쩍은 점과 수상한 점을 그냥 넘겨보지 않는다. 그들이 납득할 때까지 사건 종결이란 있을 수 없는 법!

두 사람의 행보도 이런 가족의 힘 앞에 결국 무너져 내린다.

올가미가 조여오듯 서서히 그들을 향해 오는 듯한 긴박감과 스릴을 원한다면 이 책은 기대에 못 미친다.

결정적으로 죽은 남편이 꼭 그렇게 살해당해야만 할 정도일까? 왜 이혼이라는 걸 고려하지않았을까? 하는 부분에서 가나코의 변명이 있지만 그게 그렇게 와닿지않아 설득에 실패하지않았나싶다.

당연하지만 살인의 이유가 공감받지 못해 그녀들의 일탈에 몰입하기 쉽지않았고 그래서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즉 여자라는 이유로 가장 강력한 용의자임에도 가볍게 여기는 경찰이나 공권력의 추적을 따돌리면서 작가가 독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한 장치에서 크게 와닿지도 속시원함도 느낄수 없었다.

그저 두 여자의 일탈을 보고 오쿠다 히데오식의 비틀린 유머를 가볍게 즐기기엔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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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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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이 존재하는 미국 남부에서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경멸과 멸시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늪지에서 숨은 듯이 살아가는 사람들로 법을 피해 숨어 사는 도망자 거나 범죄자 혹은 각종 중독자들이 대부분이라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일컬어 늪지 쓰레기라 칭하고 상종하길 꺼린다.

그런 늪지에서 마을 유지의 아들이자 자신 역시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체이스 앤드루스가 망루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늪지에 사는 한 여자가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다.

처음엔 단순히 실족사나 사고사로 생각했던 마을 보안관은 그가 올라갔던 망루의 울타리 문이 열려있었고 망루로 들어가는 문에서조차 어떤 지문도 안 나왔을 뿐 아니라 죽은 이의 발자국을 비롯해 어떤 흔적도 습지에 남아있지 않은 점을 들어 누군가에 의한 살인일 수도 있다 생각하면서 사건은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에 의해 단박에 용의자로 떠오른 인물은 일명 마시 걸이라 불리는 늪에서 홀로 사는 여자 카야

그녀는 어느 날 아침 가방을 들고 떠난 엄마를 시작으로 몇 년 새 어린 그녀만 남겨두고 모두가 떠난 후 빈 집에서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뎌내고 살아남았지만 그런 그녀를 마을 사람 그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에게 카야는 굶주리고 어느 누구 하나 도와줄 사람 없는 가여운 어린 소녀가 아니라 그냥 보고 싶지 않고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습지에 사는 쓰레기일 뿐... 그런 카야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낸 사람은 백인들이 인간 취급도 하지 않았던 흑인 점핑의 가족뿐이었다.

그들이 카야를 꺼리고 멀리하는 만큼 카야 역시 마을사람들이 자신에게 어떤 해를 끼치거나 놀리는 걸 피해 사람들과 어떤 교류도 원치않았으나 그런 카야의 방어막을 뚫고 그녀에게 다가온 사람은 한때 오빠의 친구였던 테이트였다.

글도 모르는 그녀에게 다가온 유일한 소년 테이트에게 글을 배우고 점점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습지에 대해 배우는 즐거움도 잠시... 사랑한다 고백하던 테이트 역시 자신의 길을 걷기 위해 그녀 곁을 떠나고 또다시 홀로 남게 된 카야는 다시는 자신의 마음 한편을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겠다 결심한다.

테이트가 사라진 이후 유일하게 그녀와 가까이 지냈던 체이스의 죽음은 당연하게도 마시 걸이라 칭하던 카야에게 의혹이 쏠리게 하고 연이어 그녀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나오면서 그녀는 법정에 살인죄로 서게 되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지 못하면 사형에 처할 일측 즉발의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카야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변호조차 거부한다.

카야가 진짜 범인인 걸까? 아니면 사람들의 선입견이 그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걸까?

사건의 단서를 쫓는 것과 더불어 그녀가 늪에서 가족 모두가 떠난 후 홀로 살아남아 마침내 자신이 쓴 책으로 습지생태전문가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한 소녀의 성장기이자 자연 문학이기도 하고 범죄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우리는 잘 몰랐던 습지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살아가는 생명체의 생생한 생동감 그리고 누구도 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생활하면서도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 비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속 깊이 느끼는 카야가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하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곳인 습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똑똑한 카야지만 너무 어렸을 때부터 혼자여서 당연히 알아야 하는 사람들 간의 기본적인 정서와 교류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게 그녀에겐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당연하게도 그녀의 이런 어리숙하고 순진한 면을 노리며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혼자인 시간이 너무 길어 외로움에 지쳐 덫일 줄 알면서도 스스로를 속이고 그 덫으로 걸어들어가는 카야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앞으로 벌어질 일이 예상되면서 언제 사건이 터질지 몰라 긴장감을 놓을수가 없다.

이렇게 카야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그녀가 살아남는 방법을 깨우치고 첫사랑의 안타까움을 배우며 자라는 과정이 잔잔하면서도 역동적으로 그려지는 것과 동시에 현재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시점이 교차되게 편집해서 어느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고 있다.

또한 재판이 벌어지면서 드러나는 증거와 상관없이 그녀의 겉모습과 사는 환경만으로 그녀의 유죄를 자신하며 단죄하려는 사람들을 상대로 치열하게 법정 싸움을 하는 장면도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어 이 책을 어떤 장르에 넣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스토리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웠고 카야라는 캐릭터 역시 상당히 매력적이며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어 더욱 이 책이 빛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왜 이 책이 입소문을 타고 계속 계속 순위가 뛰어올랐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테이트를 사랑하면서도 다시 버려질 것이 두려워 그를 외면하는 마음도... 아닌 줄 알면서도 혹시 하는 마음으로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넘어가 주는 그 마음속 내면의 갈등도 너무나 세심하게 표현해내고 있어 러브스토리로도 매력적이지만 사건 당일의 증언들을 바탕으로 한 그날 밤 사건을 재구성하는 장면 역시 마치 사건 현장을 보는 듯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미스터리 소설로의 재미도 만족시켜주고 있다.

오랫만에 만난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아름다운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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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몬태나 특급열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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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현대문학에 큰 발자취를 남긴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집 도쿄 몬태나 특급 열차는 작가의 말년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는데 이 작품을 쓴 후 4년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는 그래서인지 이 작품 안에서도 죽음이나 묘지에 대한 글이나 나이 듦의 허무함 같은 글들이 종종 보인다.

작가가 제목에서도 썼듯이 몬태나와 일본에서 살았을 때의 이야기가 제법 많은데 특히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서구의 문화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인식하에 동양의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며 리처드 브라우티건 역시 그래서 동경하던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는 적극성을 보였다.

당시의 일본은 지금과 달리 남성 중심의 사회였고 서구에서 건너간 작가에게 비치는 그런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은근한 부러움이 깔려있는 듯한데 일본의 눈에서 특히 그런 마음이 드러난다.

식사 준비를 한 아내는 남편과 손님의 자리에 같이 합석하지 못한 채 멀리 떨어져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은커녕 행복한 눈을 하고 있다는... 서구에서는 그런 일이 있다면 남자의 시중을 드는 대신 강력한 한방을 날릴 거라고 하는 대목에서 여자의 순종적인 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본 문화에 대한 은근한 부러움이 담겨있다고 느껴졌다.

또 판타지 소유권에서는 좀 더 나아가 스스로 레스토랑을 소유해 다양하고 상냥한 일본의 웨이트리스를 매일 볼 수 있다면 하는 자신만의 판타지를 풀어놨는데 이런 걸 보면 그의 눈에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비친듯하다.

이에 비해 서구의 모습은 조금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이 많은데 특히 390장의 크리스마스 사진 찍기에서는 그런 마음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모두가 즐기고 환호했던 크리스마스트리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면서 무용지물처럼 여기고 여기저기 집 앞을 비롯해 아무 데나 버리는 걸로 모자라 길거리에까지 버려둔 채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버려진 크리스마스트리의 사진을 찍어 사람들의 경박함을 고발하고 있다.

죄를 짓고 쫓기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엄마가 택한 방법이 경찰이 잡아갈 수 없도록 아들을 깔고 앉는 것이란 글에서는 그의 시니컬한 유머감각이 느껴지고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지나면서 우연히 한 남자가 자살하려는 걸 목격하고서도 차를 세워 그를 저지하지 않고 단지 그가 자살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한 어떤 수고도 하지 않으면서 그 청년이 폭풍 속에서 길을 잃은 인간성의 외로운 수로 표지 같다는 글을 보면서는 삶에 대한 짙은 허무가 느껴진다. 어쩌면 그 청년의 모습에서 자신을 오버로크 시킨 건 아닐지...

세계 평화를 위해 만난 지미 카터와 이집트 대통령 두 사람을 태운 열차를 보면서 그것이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 모두는 역사에서 각자가 맡고 있는 역할이 있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삶을 살아가는 그의 철학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시니컬하고 조금은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세상은 온갖 부조리함과 모순으로 가득한듯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들은 쉽게 읽히는 게 있는가 하면 왜 이런 걸 썼을지 짐작하기 어려운 글도 있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무슨 말인지 난해한 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이 많은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그의 글에는 매력이 있고 힘이 있다.

미사여구 없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을 보면서 그가 왜 포스트모더니즘의 거장으로 대우받는지 이해가 갔지만 역시 쉬운 글에 익숙한 나에게는 함축되고 생략된 그의 글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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