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 사라진 그녀가 나타났다. 러시안 인형과 함께... 그리고 시작된 파국

브레이크 다운이나 비하인드 도어를 통해 잔인한 살인사건이나 연쇄살인마가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에서 늘 주위를 둘러싼 친구나 배우자 혹은 연인처럼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생각해왔던 사람들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공포를 주로 그리고 있는 B.A 팰리스의 신작은 이번에도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고 오롯이 연인과 그 연인의 전 애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다.

결혼을 앞둔 핀과 엘런 커플에게 어느 날부터 시작된 이상한 일들... 그것은 마치 12년 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한 여자 레일라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그녀와 그들만이 아는 흔적만을 남길뿐이다.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져 사라져버린 그때까지 단 한시도 레일라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핀에게 그녀의 행방불명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엘런을 만나 간신히 다시 사랑할 힘을 내었지만 레일라의 등장은 그가 겨우 다시 세울 수 있었던 모든 것을 뿌리째 흔들리게 했다.

오래전의 옛 연인의 등장만으로 이 커플이 뿌리째 흔들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레일라가 사라진 날같이 있었던 사람이 바로 팀이고 그는 잠시나마 그녀의 살해 사건 용의자가 되었던 전적이 있었을 뿐 아니라 옛 연인인 레일라가 바로 지금 현재의 연인인 엘런의 친동생이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한데 두 사람의 결합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도 많지만 무엇보다 엘런 자신이 동생에 대한 부채감을 가지고 있는 데다 연인인 핀 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의 걱정이 지나치지 않은 것은 핀에게 있어 레일라는 절대로 잊지 못하는 사랑일 뿐만 아니라 그녀가 돌아왔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핀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걸 그녀가 알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두 사람을 흔들어대는 레일라는 핀에게 메일로 연락만 취하고 자신이라는 증거로 오래전 자매가 가지고 있었던 러시안 인형을 계속해서 보내기만 할 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레일라의 그런 태도에 진짜 그녀가 맞는 건지 아니면 그들을 잘 아는 누군가의 악의인 건지 계속 의심하게 되는 핀은 자신이 믿고 의지하던 형 래리와 전 연인이자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었던 루비까지... 주변 모두를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보게 되면서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정신적인 빈사상태가 된다.

차라리 레일라가 모습을 드러냈다면 이 두 사람은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었을 텐데 그녀는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고 이 두 사람의 곁을 맴돌면서 계속 사인만 보낼 뿐 아니라 다시 핀과의 재결합을 원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속절없이 흔들리는 핀.... 그리고 그런 그를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는 엘런

이렇게 뭔가 사건이 벌어질 것 같으면서도 아무런 일은 없는 아슬아슬함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즈음 마침내 레일라가 강력한 요구를 해온다.

엘런을 사라지게 하라는...

이성으로는 그녀의 요구가 말이 안 된다고 저항하면서도 그녀를 만나고 싶고 다시 한번 그녀와의 완벽한 재결합을 꿈꾸는 그에게도 엘런은 어느샌가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어있다.

레일라는 진짜 돌아온 걸까? 아니면 범인은 따로 있는 걸까? 핀은 그녀의 요구를 들어줄까?

보면서 느끼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는 게 얼마나 사람의 정신을 피폐해지게 하는 건지... 사람의 평온은 얼마나 쉽게 무너 질 수 있는 건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범인의 정체나 범행의 방법을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추는 독자에게는 다소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지만 저자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서서히 변해가는 사람의 심리와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심리 스릴러라는 걸 생각하면 살인사건이 나오거나 뚜렷한 뭔가 행동을 하지 않고도 서서히 사람을 광기로 몰아가는 과정을 잘 표현한 심리 스릴러 다운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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