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죽음 1~2 세트 - 전2권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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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서 새 책에 쓸 첫 문장을 떠올린 가브리엘

`누가 날 죽였지?

그가 떠올린 이 첫 문장이 더할 바 없이 마음에 든 가브리엘은 흡족한 마음이 들지만 이내 꽃향기를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병원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영매를 통해 알게 된 사실. 즉 그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역시 자신의 죽음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집으로 가 쓰려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자신의 죽음을 부정하기 어려워진 가브리엘은 자신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닌 누군가가 독살한 것이라는 걸 깨닫지만 아무도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할 뿐 의문을 가지진 않는다.

그렇다면 그가 눈을 뜨고 맨 먼저 떠올린 문장처럼 과연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직접 찾아보기로 한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할 수도 궁금한 것을 물을 수도 없는 처지라 죽은 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뤼시의 도움을 받아 용의자들을 만나러 다니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를 죽이고 싶어 할 만한 용의자는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그와 잠시 사랑을 나눴다 헤어진 후 그와 다시 재결합하고 싶어 했지만 거절당한 일로 앙심을 품었을지도 모를 전 여자친구와 늘 그의 작품을 쓰레기라 칭하며 강렬한 혐오와 분노를 내뿜었던 비평가 그리고 어렸을 때는 둘 도 없는 사이였지만 커면서 어느샌가 서로 멀어진 걸로 모자라 서로를 못 견뎌하게 된 가브리엘의 동생이자 과학자인 토마

이렇게 세 사람의 용의자가 걸러지지만 좀처럼 범행 동기도 범인의 정체도 밝혀지지 않는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은 그의 작품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고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고찰 그리고 책 속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온갖 잡학 지식을 곁들인 그 유명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등장 등등

사실 그가 죽음 이후의 사후세계나 영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의 팬이라면 다 알 것이다.

이전의 작품에서도 사후 세계를 증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타나토노트나 천사들의 제국 같은 작품 등을 통해서 그의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을 알 수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죽음이나 사후세계 혹은 인간의 죽음이란 뭘까에 대한 깊은 철학적 물음을 이미 오래전 죽은 유명인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그만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죽음이란 모두가 생각하듯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이 아닌 이곳에서 저곳으로의 바뀜 즉 옷을 바꿔 입듯 육체라는 탈을 바꿔 입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면 죽음에의 공포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데 좀 더 즐겁고도 충실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 듯하다.

자신을 죽인 범인을 찾아 헤맨다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범인을 찾는 과정 또한 일반 추리소설과 닮은 듯 다르다.

용의자를 추려내 그들을 직접 만나보고 탐문하듯 수사하는 건 비슷하지만 역시 단순히 범인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단서들을 마치 나무에 가지가 엮이듯 스토리가 펼쳐져가는 작가 특유의 방식을 펼치고 있어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 가브리엘의 죽음의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옅어지게 되고 그가 그러하듯 그의 죽음을 즐기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그의 죽음을 납득하면 그제서야 쓱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의 의외성을 나름대로 납득하게 된다.

추리소설 형식을 쓰고 있지만 추리소설 같은 결말은 보여주지 않는 죽음

베르나르 베르베르 다운 환상과 과학적인 추론 그리고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이 드러나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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