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몬태나 특급열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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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현대문학에 큰 발자취를 남긴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집 도쿄 몬태나 특급 열차는 작가의 말년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는데 이 작품을 쓴 후 4년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는 그래서인지 이 작품 안에서도 죽음이나 묘지에 대한 글이나 나이 듦의 허무함 같은 글들이 종종 보인다.

작가가 제목에서도 썼듯이 몬태나와 일본에서 살았을 때의 이야기가 제법 많은데 특히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서구의 문화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인식하에 동양의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며 리처드 브라우티건 역시 그래서 동경하던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는 적극성을 보였다.

당시의 일본은 지금과 달리 남성 중심의 사회였고 서구에서 건너간 작가에게 비치는 그런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은근한 부러움이 깔려있는 듯한데 일본의 눈에서 특히 그런 마음이 드러난다.

식사 준비를 한 아내는 남편과 손님의 자리에 같이 합석하지 못한 채 멀리 떨어져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은커녕 행복한 눈을 하고 있다는... 서구에서는 그런 일이 있다면 남자의 시중을 드는 대신 강력한 한방을 날릴 거라고 하는 대목에서 여자의 순종적인 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본 문화에 대한 은근한 부러움이 담겨있다고 느껴졌다.

또 판타지 소유권에서는 좀 더 나아가 스스로 레스토랑을 소유해 다양하고 상냥한 일본의 웨이트리스를 매일 볼 수 있다면 하는 자신만의 판타지를 풀어놨는데 이런 걸 보면 그의 눈에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비친듯하다.

이에 비해 서구의 모습은 조금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이 많은데 특히 390장의 크리스마스 사진 찍기에서는 그런 마음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모두가 즐기고 환호했던 크리스마스트리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면서 무용지물처럼 여기고 여기저기 집 앞을 비롯해 아무 데나 버리는 걸로 모자라 길거리에까지 버려둔 채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버려진 크리스마스트리의 사진을 찍어 사람들의 경박함을 고발하고 있다.

죄를 짓고 쫓기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엄마가 택한 방법이 경찰이 잡아갈 수 없도록 아들을 깔고 앉는 것이란 글에서는 그의 시니컬한 유머감각이 느껴지고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지나면서 우연히 한 남자가 자살하려는 걸 목격하고서도 차를 세워 그를 저지하지 않고 단지 그가 자살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한 어떤 수고도 하지 않으면서 그 청년이 폭풍 속에서 길을 잃은 인간성의 외로운 수로 표지 같다는 글을 보면서는 삶에 대한 짙은 허무가 느껴진다. 어쩌면 그 청년의 모습에서 자신을 오버로크 시킨 건 아닐지...

세계 평화를 위해 만난 지미 카터와 이집트 대통령 두 사람을 태운 열차를 보면서 그것이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 모두는 역사에서 각자가 맡고 있는 역할이 있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삶을 살아가는 그의 철학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시니컬하고 조금은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세상은 온갖 부조리함과 모순으로 가득한듯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들은 쉽게 읽히는 게 있는가 하면 왜 이런 걸 썼을지 짐작하기 어려운 글도 있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무슨 말인지 난해한 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이 많은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그의 글에는 매력이 있고 힘이 있다.

미사여구 없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을 보면서 그가 왜 포스트모더니즘의 거장으로 대우받는지 이해가 갔지만 역시 쉬운 글에 익숙한 나에게는 함축되고 생략된 그의 글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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