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한국추리문학선 7
한수옥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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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가슴을 잔인하게 도려내고 칼로 빚은 박쥐 인형을 남겨두고 가는 살인마

연이어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행각에도 피해자 간의 공통점도 어떤 흔적도 없어 사건은 장기로 흘러갈 조짐이 보이는데 사건 담당 형사 재용은 손으로 깎은 박쥐 인형을 어디선가 분명 본듯하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본 건지 기억하지 못해 답답하다.

그런 그가 기억을 떠올리게 된 것은 또 다른 살인사건 현장에서 아내의 모습을 본 직후였고 그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 그 물건은 아내와 연관이 있었다.

사건 발생 당시의 아내의 수상한 행적과 누구도 모르게 숨겨 둔 박쥐 인형의 존재는 재용으로 하여금 아내를 범인으로 확신하게 하지만 결혼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에게는 아내만이 유일한 사랑이었고 유일한 가족이었기에 경찰로서 당연히 이 모든 일을 보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제껏 쌓아온 모든 경력,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인 형사질을 버려서라도 아내의 살인 행각을 막고 아내를 지키려 한다.

그런 재용과는 달리 아내 은옥은 결혼해서 이날 이때까지 단 한 번도 남편인 재용을 살갑게 대한 적이 없고 아내로서의 잠자리조차 거부하기 일쑤였으며 아이들을 원하는 재용의 소원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

이렇듯 겉으로 봐선 너무나 차갑고 냉정한 아내의 모습이지만 내면에는 자신에 대해 알면 남편이 자신을 버릴 거라는 두려움에 떠는 불쌍한 여인이기도 하다.

그녀에겐 오로지 정성 들여 키우는 고양이만이 전부라는 듯 재용보다 고양이에게 더 공을 들이고 애정을 쏟지만 재용은 그런 아내여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그녀의 손길 한 번에도 쌓였던 피로가 풀리고 행복해지는 아내 바라기이기에 형사에 앞서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고 남편과의 잠자리조차 거부감을 보이는 은옥의 태도는 보통의 여자들과 분명 다를 뿐 아니라 뭔가 비밀이 있는듯해 재용의 의심을 뒷받침해주는 듯한데 그렇다면 그녀가 진짜 범인일까?

하지만 그녀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재용뿐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태도는 분명 성폭력에 노출된 적이 있는 사람이 보이는 행동을 보이고 있고 은옥은 역시 어릴 적 누구도 자신을 보호해줄 수 없었던 시기 짐승 같은 작자에게 한순간에 꺾여버린 아픈 상처가 있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범인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고 이제까지의 그녀의 모습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부모라는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지붕이 없는 집에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누군가 더러운 마음을 품고 이런 아이들을 노리고 있는 현실을 소설은 끔찍할 정도로 실감 나게 표현하고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가슴이 아팠다.

아이들의 죄가 아님에도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고 냉대하며 마치 그 아이들이 잠재적인 범죄자인 양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 그리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누구에게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그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현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알기에 마음이 무겁다.

누가 범인일까를 찾아가는 과정보다 그가 왜 연쇄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나에 중점을 둔 사회고발적인 요소가 강한 책이어서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분노하고 가슴이 아팠다.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약자가 된 사람들에게 더 이상의 억울함이 없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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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환자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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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소원했던 형이 칸첸중가를 등반하다 눈사태를 만나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남은 것은 누군가가 미리 잘라둔 듯한 형의 자일뿐...

형의 의심스러운 죽음에 대해 미처 알아보기도 전 형과 같은 산을 등반했다 눈사태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환자가 나타났고 그의 증언으로 인해 한순간에 안타까운 희생자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을 외면한 이기적인 사람들로 전락해버린 형과 등반대

평소 자신이 알고 있던 형의 모습과 많이 다른 처신에 의문을 표하지만 등반대들은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었고 살아남은 사람의 증언을 반박할 수도 없다.

연일 매스컴은 살아돌아온 생환자인 다카세의 말을 인용해 그의 무사귀환에 도움을 준 등반대 중 한 사람인 가가야를 칭송하기 바쁘고 아무도 희생자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고 연일 비난하기 바쁜 즈음 기적처럼 등반대 중 한 사람인 아즈마가 귀환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당연하게도 살아돌아온 또 다른 남자의 출현은 이전까지의 분위기를 180도 전환하는데 살아돌아온 아즈마가 다카세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을 뿐 아니라 그가 영웅처럼 묘사했던 가가야를 대원들이 잠든 틈을 타 혼자서 살아남겠다는 욕심으로 모두의 짐을 훔쳐 간 파렴치한으로 묘사하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지지만 그전까지 적극적으로 방송을 하던 다카세는 아즈마의 생환과 더불어 언론에서 자취를 감추고 더 이상의 발언을 하지 않음으로써 아즈마의 발언에 힘이 실린다.

극명하게 갈리는 진술 과연 둘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분명 목적을 가지고 진실을 숨기려는 것이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 살아 돌아온 자의 과거부터 하나씩 더듬어 찾아가면서 이들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생환자는 두 사람의 상반된 주장과 끊어진 자일이라는 미스터리 요소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여기에다 우리는 잘 몰랐던 등반가의 삶과 그들이 산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암벽등반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 과정마다 곁들여놓아 재미를 더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기후,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듯한 험준한 산을 오르면서 오로지 자신과 자신의 파트너를 믿고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등반가의 모습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상당히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몸이든 장비든 준비 소홀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와 팀을 이룬 파트너의 목숨까지도 위험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산을 쉽게 보고 오르는 행위는 산악인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하기에 그들이 한 결정을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과 달리 그들에게 산을 오른다는 건 신성시되는 일과 마찬가지 행위이므로...

칸첸중가라는 누구나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산에서 벌어지는 그날 밤 사건의 진실을 찾는 과정은 그날 그곳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종의 밀실 사건이기에 그 진실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집요하게 추적해 작은 단서를 쫓아 한 걸음씩 나아가 마침내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의 묘사가 좋았다.

그리고 같은 행위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면서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하고 흔들리기 쉬운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상당히 전문적인 소재에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첨가해 지루함 없이 흥미롭고 가독성 있게 끌고 간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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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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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온 허수아비

당시에도 재밌게 읽었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어도 역시 재밌는 걸 보면 왜 10주년 기념으로 다시 출간된 건지 이해가 간다.

`나는 죽음 담당이다`라는 강렬한 문구로 시작했던 시인에서 자살로 위장한 살인을 일삼던 연쇄 살인마이자 일명 시인이라 불리던 남자의 정체를 밝힌 헤로인인 잭 매커보이 기자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은 `허수아비`는 역시 시인만큼 강력한 범죄자를 내세우고 있다.

일명 `허수아비`라고 불리는 사람은 현대인들이라면 모두가 피해 갈 수 없는 온갖 온라인상을 돌아다니며 그가 가진 정보를 이용해 마치 거미가 길목마다 거미줄을 쳐 거기에 걸린 먹잇감을 꽁꽁 묶어놓듯이 손발을 묶어버린다.

신용카드를 못쓰게 하고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이메일이며 휴대폰을 무력하는 건 일도 아닌 상황... 현대인들에겐 손발이 묶여 꼼짝할 수 없는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은 일이리라

이렇게 되면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의 잭 매커보이는 자랑스럽게 다니던 LA 타임스에서 해고 통보를 받게 되고 새로 온 애송이 여기자 안젤라 쿡을 수습사원으로 데리고 다니다 우연히 그가 쓴 기사를 보고 항의하는 전화를 받으면서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흑인들이 모여사는 곳에 한 백인 댄서가 트렁크에 목 졸린 채 질식사한 사체가 발견되고 우연히 그 차를 훔친 남자아이가 범인으로 몰려 잡혔지만 그 아이의 할머니는 무죄를 주장한다.

그 사건으로 자신을 해고시킨 신문사에 빅엿을 날리기로 한 매커보이는 사건을 조사하다 진짜 그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단서를 잡게 되지만 그 사건은 자신의 수습기자인 안젤라와 데스크의 배신으로 어쩔 수 없이 연합하게 된다.

안젤라가 조사한 또 다른 트렁크 살인사건 기사를 보고 자신이 조사하는 사건과의 유사점을 발견한 매커보이는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지만 누군가 그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의 모든 행동을 제어하기 시작한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고 통장에는 돈이 다 인출되고 없으며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던 재소자와의 약속은 영문도 모른 채 미뤄지지만 모든 인터넷 기기에 약한 매커보이는 위험성은 깨닫지 못했으나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자신이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FBI 요원이자 전 애인이었던 레이첼에게 전화를 걸면서 위기를 탈출하게 된다.

트렁크에서 질식사한 사체가 발견되지만 용의자가 금방 밝혀졌던 사건들... 그 사건들은 모두 용의자가 쉽게 밝혀짐으로써 제대로 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용의자를 체포하는 걸로 끝났지만 이 모든 게 다 범인이 주도했다는 걸 밝혀내는 매커보이와 레이철

하지만 그뿐... 그 범인의 얼굴은커녕 정체조차 알 수 없다.

매커보이의 위상과 연봉이 달라진 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화했고 그 변화에 발을 맞추지 못한 매커보이는 결국 조직에서 도태되지만 기자로서의 감은 누구보다 빠를 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 또한 남다른 매커보이가 이번엔 얼굴도 모르는 범인 찾기에 나섰다.

우리가 평소 아무런 생각 없이 올리는 작은 정보나 짧은 글이 나쁜 짓에 어떻게 쓰일 수 있고 내 정보가 그런 것으로 인해 얼마나 쉽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허수아비`는 몰입감이 끝내줄 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정보관리의 허점과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 정보관리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면서도 이렇게 쉽게 뚫릴 것이라곤 생각해보지 않았고 이런 걸 이용해 어떻게 악용할 수 있는지 제대로 몰랐던 게 아닐까 생각하면 그 허점을 집어내 연쇄 살인마의 도구로 쓴다는 설정을 한 마이클 코넬리의 상상력은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언제 읽어도 매력적인 마이클 코넬리! 새로운 책이 나오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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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도둑입니다
비외른 잉발젠 지음, 손화수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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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좌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본인이 저지른 잘못이 아닌 가족 중 누군가가 지은 죄를 그저 가족이라는 이유로 단죄해서는 안 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상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로 되는 경우가 더 허다하다.

우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신적, 물리적 피해에 대해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당연한 거고 그 가족 역시 전혀 죄가 없다 생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만약 그 피해가 금전적인 경우라면 더더욱 그런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책 역시 그런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무런 죄가 없는 피해자 가족에게 가하는 물리적 심리적 폭력을 고스란히 당하는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어 더 참담하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어느 날 자신들의 집 앞으로 경찰차가 오고 사람들은 아빠를 도둑이라고 손가락질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지 않고 집으로 가면 집주변을 맴돌던 이웃집 남자가 심술궂고 잔인한 말로 자신을 괴롭힐 뿐 아니라 나중에는 자신의 지갑이 사라졌다는 이유를 대며 누명까지 뒤집어 씌우고 행패를 부리지만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그저 차갑게 지켜볼 뿐이다.

사실 이들이 사는 곳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공장을 중심으로 모여사는 공동체와도 같은 곳으로 이웃들 대부분이 같은 공장에서 일을 하는 직장 동료이기에 아빠의 도둑질은 더욱 비난의 이유가 될 수밖에 없지만 엄마는 한 번도 아빠가 가져오는 것에 대해 의심을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자동차 정비기술을 가지고 있는 아빠의 월급은 풍족해서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뿐 만 아니라 작지만 엄마가 물려받은 유산도 있어 아빠의 행동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아 엄마조차도 처음엔 이를 믿으려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았다 생각했지만 속속 드러나는 증거 앞에 결국 아빠의 도둑질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의 죄가 드러나면서부터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하는 주변 사람들의 냉대는 모자가 필요한 생필품마저 팔기를 거부하고 눈앞에서 마치 그들이 도둑질을 한 것 마냥 무안을 주고 멸시하는 시선을 보내며 안 그래도 힘든 모자를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틸 수 없게 만든다.

엄마 역시 같은 직장을 다녔지만 동료들이 같이 일하기를 거부한다는 핑계로 해고를 당하고 사람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마치 처단해야 하는 악처럼 모자를 그 마을에서 몰아내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물건을 훔치고 돈을 훔친 게 모자가 아니라는 자각조차 없이 그들의 것을 훔쳐 간 아빠와 같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의 행동은 정당화된다고 생각하는듯하다.

당신들도 내가 느낀 고통과 괴로움을 느껴봐야 한다는 듯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필품마저 팔지 않으려 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웃으로 수십 년을 살았으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만약 우리 주변에 범죄자와 그 가족이 산다고 생각하면 나는 과연 그 죄를 지은 당사자와 그 가족을 따로 생각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장담할 수 없다.

머리로는 그들이 지은 죄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왠지 그 가족이 같은 죄를 지은 것처럼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죄가 중범 죄면 당연하게 꺼려지는 마음 역시 더 커지고...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당하는 온갖 부당한 처사에 가슴이 아프지만 나는 이 사람들과 다르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죄를 지은 당사자와 그 가족은 별개라는 걸 머리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진정 성숙한 사회라 할 것이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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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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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스토킹하지만 평범한 여느 스토커와 조금 다른 스토커와 스토킹을 당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피해자라는 다소 이색적인 시놉이 끌린 책 퍼펙트 데이즈는 확실히 여느 스토킹과는 조금 다르다.

모든 시점은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인 테우의 시선으로 그 광기를 표현하고 있는데 광기가 뜨겁거나 미칠듯한 스피드가 아닌 서늘하고 느린 속도로 표현하고 있어 기존의 작품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광기인 건 분명한데 붉고 뜨거움이 아닌 푸르거나 하얀 빛의 서늘한 광기라니...

미치광이 중에는 상당히 머리가 영리한 사람이 있는데 그들의 영리함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궤도를 보이는 점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 웬만한 사람은 그들의 행적을 종잡기도 예측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스릴러에 이런 미치광이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은데 이 책의 주인공 테우 역시 범상치 않은 두뇌회전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스토킹을 하게 된 남자 테우는 의대생이면서 그가 유일하게 좋아한 사람이 게르트루드라 이름 붙인 해부용 시신이라는 점에서 여느 정상적인 남자와 다른 즉,미치광이 스토커로서의 자질이 보인다.

그가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첫눈에 마음에 든 여자 클라리시에게 접근하고 싶어 하지만 이성과의 교재가 전무했던 테우에겐 그게 쉽지가 않아 애를 써서 한 행동이 오히려 비웃음을 당하는데 하필 상대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는 점이 테우에겐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녀는 테우와 달리 연애 경험도 풍부하고 거기다 머리까지 좋아 남자들이 하는 허튼수작 따윈 통달한지 오래여서 서툰 테우의 행동 중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건 없다.

하지만 그녀가 술에 취해 그에게 한 행동은 그로 하여금 없던 용기를 내게 했고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된다.

클라리시는 테우의 약간은 음침한 접근 방식을 용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단호하게 거절하는데 그녀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애원하고 매달리는 테우는 더 이상 행동에도 제동이 걸리지 않게 된다.

스스로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것이 그녀를 사랑하고 지켜주기 위함이라는 자기 기만은 자신의 행동에 면죄부를 줘 끝내는 그녀를 납치하면서도 모든 것이 그녀를 위하는 일이라 말하는 테우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사람이란 참으로 이상해서 자신의 행동이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닌 그 사람을 위한 행동이라는 명분이 서면 그다음부터는 어떤 짓을 해도 거침이 없다. 그게 불법이던 아니던 이미 안중에는 없다.

모든 게 그 사람을 위해서라는 명분은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일종의 면죄부를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보통 사람이 아닌 테우 역시 그녀를 납치하고 감금하면서 스스로에게 명분을 준다.

그의 이런 뜻과 달리 하루아침에 자유롭던 삶에서 손발이 묶이고 원하지 않는 약물에 취해야 하는 클라리시는 그를 구슬려도 보고 애원도 해보지만 당연하게도 테우는 그녀의 말을 듣는 듯 마는 듯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뿐 아니라 그녀의 행동마저도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그러면서도 그녀를 사랑한다 말하는 그를 그녀가 받아들일 거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살짝 맛이 가버린 테우만 모를 뿐...

그녀가 마치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 여행을 떠난 것처럼 교묘하게 모두를 속여 넘겼던 테우지만 이런 잔머리도 결국은 꼬리를 밟히고 모두가 그들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이 광기의 끝은 어딜까 나름대로 짐작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 책은 결말조차 시원하고 개운하지 않다.

조금씩 미쳐가는 테우의 정신 상태를 보는 것도 그런 그에게 잡혀 마치 나비처럼 구속당한 클라리시가 서서히 체념하고 희망을 버리는 모습도 마치 서서히 미쳐가며 뒤죽박죽 뒤엉켜버린 테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이 유쾌하지 않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진짜 미치광이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듯 병적이고 침울하지만 뻔하지 않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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