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도둑입니다
비외른 잉발젠 지음, 손화수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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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좌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본인이 저지른 잘못이 아닌 가족 중 누군가가 지은 죄를 그저 가족이라는 이유로 단죄해서는 안 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상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로 되는 경우가 더 허다하다.

우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신적, 물리적 피해에 대해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당연한 거고 그 가족 역시 전혀 죄가 없다 생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만약 그 피해가 금전적인 경우라면 더더욱 그런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책 역시 그런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무런 죄가 없는 피해자 가족에게 가하는 물리적 심리적 폭력을 고스란히 당하는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어 더 참담하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어느 날 자신들의 집 앞으로 경찰차가 오고 사람들은 아빠를 도둑이라고 손가락질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지 않고 집으로 가면 집주변을 맴돌던 이웃집 남자가 심술궂고 잔인한 말로 자신을 괴롭힐 뿐 아니라 나중에는 자신의 지갑이 사라졌다는 이유를 대며 누명까지 뒤집어 씌우고 행패를 부리지만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그저 차갑게 지켜볼 뿐이다.

사실 이들이 사는 곳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공장을 중심으로 모여사는 공동체와도 같은 곳으로 이웃들 대부분이 같은 공장에서 일을 하는 직장 동료이기에 아빠의 도둑질은 더욱 비난의 이유가 될 수밖에 없지만 엄마는 한 번도 아빠가 가져오는 것에 대해 의심을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자동차 정비기술을 가지고 있는 아빠의 월급은 풍족해서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뿐 만 아니라 작지만 엄마가 물려받은 유산도 있어 아빠의 행동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아 엄마조차도 처음엔 이를 믿으려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았다 생각했지만 속속 드러나는 증거 앞에 결국 아빠의 도둑질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의 죄가 드러나면서부터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하는 주변 사람들의 냉대는 모자가 필요한 생필품마저 팔기를 거부하고 눈앞에서 마치 그들이 도둑질을 한 것 마냥 무안을 주고 멸시하는 시선을 보내며 안 그래도 힘든 모자를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틸 수 없게 만든다.

엄마 역시 같은 직장을 다녔지만 동료들이 같이 일하기를 거부한다는 핑계로 해고를 당하고 사람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마치 처단해야 하는 악처럼 모자를 그 마을에서 몰아내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물건을 훔치고 돈을 훔친 게 모자가 아니라는 자각조차 없이 그들의 것을 훔쳐 간 아빠와 같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의 행동은 정당화된다고 생각하는듯하다.

당신들도 내가 느낀 고통과 괴로움을 느껴봐야 한다는 듯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필품마저 팔지 않으려 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웃으로 수십 년을 살았으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만약 우리 주변에 범죄자와 그 가족이 산다고 생각하면 나는 과연 그 죄를 지은 당사자와 그 가족을 따로 생각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장담할 수 없다.

머리로는 그들이 지은 죄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왠지 그 가족이 같은 죄를 지은 것처럼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죄가 중범 죄면 당연하게 꺼려지는 마음 역시 더 커지고...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당하는 온갖 부당한 처사에 가슴이 아프지만 나는 이 사람들과 다르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죄를 지은 당사자와 그 가족은 별개라는 걸 머리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진정 성숙한 사회라 할 것이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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