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영화 공식 원작 소설·오리지널 커버)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강미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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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재밌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바로 작은 아씨들이다.

나중에 성인이 되고서야 그때 읽은 책이 완전판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1부까지 스토리를 편집한 편집본의 일종이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어린 마음에 가난한데도 불구하고 4명의 소녀들이 각자 개성이 있으면서도 착한 마음씨를 가졌고 그 소녀들의 꿈과 희망이야기를 아주 재밌게 읽고 좋아했던 기억은 남아있었다.

요즘 그 작은 아씨들이 영화개봉에 맞춰 다양한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되고 있는듯하다.

그중에서도 RHK에서 나온 작은 아씨들의 책이 영화의 공식 원작 소설이어서인지 번역도 마음에 들었고 책 중간중간 영화 스틸컷이 들어있다는 점도 이 책이 마음에 든 점 중 하나다.

1부는 어릴 적에 봐왔던 그 스토리 그대로 가난하지만 화목하고 행복한 마치 가의 4명의 딸 메그, 조, 베스, 에이미 각자의 인물의 성격에 대해 알 수 있는 에피소드 위주의 이야기와 이 네 명의 소녀들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로런스가의 소년 로리와의 만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2부에서는 성인이 된 아가씨들의 인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메그와 베스에 대한 이야기보다 조와 로리 그리고 막내 에이미가 얽힌 이야기에 더 많은 중점을 둔 듯한 2부는 1부가 이 소녀들의 어릴 적을 다루다 보니 대체적으로 꿈과 희망에 부풀었던 부분을 강조하고 있어 밝고 경쾌하게 느껴진다고 한다면 2부에서는 소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우고 겪게 되는 인생의 좌절이나 아픔, 역경들도 담고 있어 1부처럼 가볍고 경쾌하지만은 않다.

로리와 조가 겪는 첫사랑의 아픔과 고민은 요즘의 사춘기 소년소녀들이 겪는 성장통과 다른 듯 비슷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사랑만이 유일한 사랑이라 믿기에 자신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 견디기 힘들어하고 자신만 이런 아픔을 겪는다 생각해서 주변 사람들의 아픔이나 고민에 눈 돌릴 여유가 없다.

남들과 똑같이 자신의 미래와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사랑 때문에 속앓이도 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도 겪지만 마치가의 소녀들은 믿음이 굳건한 부모의 헌신과 애정 어린 보살핌 아래 묵묵히 아픔을 견뎌내고 이겨내서 또 한 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의 시선으로 본다면 소녀들이 부모를 대하는 맹목적인 태도나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여자가 할 일과 남자의 할 일을 구분 짓고 또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 같은 건 읽기에 불편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사고가 당연했으며 여자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딱히 없었다는 걸 감안하고 본다면 고전을 읽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듯하다.

그런 시대임에도 역시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은 조 가 아닐까 싶다.

메그나 베스 그리고 에이미 같은 캐릭터는 착하고 이쁘긴 하지만 부모에게 순종하고 남편에게 복종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그 시대의 흔한 여성부류인데 반해 조는 어릴 적부터 여자들과 노는 것보다 남자애들과 노는 것이 더 즐겁고 잠시도 가만있지 못할 뿐 아니라 결혼해서 남자에게 종속된다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어하는 특이한 인물이다.

그래서 다른 어른들의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고 고집쟁이에다 반항적인 인물로 비쳐지기 쉽지만 조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헌신할 줄 알고 사랑과 우정을 착각하지 않을 정도로 똑똑하기도 하다.

또, 조는 작가가 꿈꾸던 삶을 대리했던 인물인 만큼 가장 입체적이고 활동적이어서 튀는 인물이기도 한데 거칠 것 없는 성격이나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그녀가 취하는 행동은 요즘을 살아가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진보적인 캐릭터인 것에 반해 작가가 쓴 말처럼 그런 조를 평범한 여성처럼 끌고 간 부분은 살짝 아쉽기는 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의 영향에다 아이들과 가족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빠가 목사라는 특성상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고 교훈적인 분위기가 강한 책이지만 그럼에도 특히 엄마의 말을 통해 아이들에게 하는 이야기 중에는 인생을 살면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다시 읽어보는 작은 아씨들은 어릴 때 읽었던 느낌만큼 감회가 새로워서 좋았고 그래서 영화에는 어떻게 표현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여주고 있다.

좋은 책은 언제 읽어도 좋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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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
스티븐 리콕 지음, 허윤정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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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마리포사라는 작은 도시

서로가 서로를 아는 이곳의 주민은 자신들은 모르지만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다소 특이하다.

큰 도시에서 오가는 열차 안에서도 마리포사주민은 특별한데 남들보다 튀는 복장을 하고 있거나 잘 차려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핀트가 안 맞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여지없이 마리포사주민이라고 보면 된다.

정치적 성향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주민들 모두... 대부분이 아니라 모두 보수당을 지지하면서 자유당을 지지하는 등 둘 다 지지하고 있다.

마리포사 주민들의 이런 성향은 주민들 모두가 주 전체에 있는 모임에 전부 가입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는데 어느 누구도 소외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런 마을에 스미스 씨가 돌아와 호텔을 매입해 자신의 이름을 딴 호텔을 경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스미스라는 이 양반이 다소 이채롭다.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해 호텔의 바를 성공적으로 이끌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영업이 정지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가 해결하는 방법을 보면 그가 얼마나 마리포사주민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일단 비싼 임금을 줘서라도 호텔 바 근처에 후다닥 카페를 만들어 프랑스 요리사를 데려와 주민들에게 엄청난 미식 요리를 선보이는가 하면 굳이 불어를 사용해 좀 더 그럴싸한 분위기를 만든다.

게다가 이들에게 선보이는 요리는 최상의 재료를 써서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값에 팔고 지하에는 호프를 열어 남자들의 아지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곳의 음식과 분위기에 매료된 주민들의 청원이 이어지고 당연하게도 절대적으로 자기중심적인 판사와 위원들 역시 이곳을 좋아하게 되면서 영업정지는 날아가게 되는 데 이후 그가 취한 조치 즉,알지 못하는 이유로 프랑스 요리사가 떠나면서 카페와 호프의 음식들은 호텔에서 원래 팔던 음식으로 슬슬 돌아오지만 주민들은 불만을 느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탁월함이 입증된다.큰 손해없이 원하는 바를 얻은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건 이 스미스가 글을 읽지 못하면서도 순간순간 엄청난 통찰력을 보인다는 것인데 그가 마을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좌초되는 배 안에서 당황하는 순간에 보이는 활약은 그의 이런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런 그가 마을의 총선에 노동당의 대표로 나서서 상대방인 자유당의 오랜 정치 노장 백쇼를 상대로 승리로 이끌어가는 과정도 아주 흥미롭다.

그가 백쇼의 날카로운 정치공세와 질문에 답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논점도 없고 제멋대로인데도 그는 인기를 끌고 투표 당일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통해 승리로 이끄는 장면은 황당해 유쾌하기까지 하다.

주민 개개인들의 개성도 흥미로운데 이발사인 소프가 한순간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틱 한 데 더 극적인 건 그가 순식간에 그 돈을 다 잃어버린 과정이다.

그가 투자한 곳에다 돈을 투자하기 위해 마리포사 주민들 사이에서 일대 광풍이 분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순식간에 거품이 빠져 버린 후에도 사람들은 별다른 원망을 하지도 심정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도 않는다.

마치 원래 그럴 줄 알았던 것처럼...

은행원인 펍킨이 한눈에 사랑에 빠진 제나를 얻기 위해 벌이는 소동도 재밌긴 마찬가지다.

제나의 아버지 페퍼리판사가 이 들 사이를 반대하는데 그 이유가 펍킨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인데 재밌는 것은 펍킨의 집안이 대대로 부유한 집안이라는 것이다.

이 순진하고 다소 꽉 막힌 청년은 집안이 부유하다는 걸 부끄럽게 여겨 한 번도 이런 내색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제나가 말한 걸 그대로 믿은 결과 그녀의 이상형에 맞추기 위해서 이런 결과를 맞았다는 걸 끝까지 혼자만 모른다.

책 전체가 이렇게 유쾌하면서 그 속에 풍자가 들어있다.

에피소드들만다 마리포사에서 벌어진 웃기는 하나의 촌극같은데 들여다보면 나쁜 놈은 없지만 전체를 보지 못해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고 정치에 관심은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정치공약은 들여다보기를 귀찮아하고 자신의 생각은 없이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무작정 따라 하면서도 욕심은 많은...한없이 가벼운 사고를 가진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부담없이 유쾌하게 읽다보면 재치와 풍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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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부의 불변의 법칙 - 세상이 변해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부의 진실
데이브 램지 지음, 고영훈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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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수선하고 불안하면 할수록 월급이 아닌 뭔가 다른 돈주머니를 찾기 마련이고 정보며 종잣돈이 취약한 나 같은 사람은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재테크 책을 찾아 읽는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이 많은 탓인지 세상에는 수많은 재테크 책이며 돈을 벌수 있다는 책이 있다.

한때 이런 책을 적극적으로 찾아 읽었던 깜냥으로 보면 재테크 책에도 유행이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는 중국 주식이며 비트코인이 광풍이더니 이제는 이런 것도 좀 시들한듯해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책을 찾다 보니 눈에 띈 이 책

저자 본인이 20대 때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다가 한순간에 몰락하고 다시 일어서서 전보다 더한 부자가 된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부자가 되기 위해선 꼭 지켜야 하는 7가지 부의 법칙을 만들었다.

당연하게도 그의 이런 조언을 바탕으로 빚에서 벗어나 스스로 돈을 관리하게 된 사람이 많았고 그런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어 좀 더 신뢰가 가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들여다보면 부자가 되기 위해선 별 특별한 방법은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지키기가 어려웠던 것들을 차례로 설득력 있게 조언하고 있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대로 한다면 저자와 같이 엄청난 부자는 되기 힘들어도 적어도 빚에 쪼들리고 왜 매일매일 돈에 쫓기듯이 살야 야 하는지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듯하다.

주변을 둘러봐도 의외로 돈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항상 남들처럼 소비하는데 큰 주저함이 없고 카드를 쓰는데 거리낌이 없다.

여기에 좀 더 심한 경우는 마이너스 대출이며 각종 대출을 받는데 주저하지 않으면서 남들보다 아주 적은 차이라도 대출 금리를 낮게 받았다면 그걸 은근 자신의 능력이라 여겨 으쓱해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러고는 월급날만 되면 돈에 쪼들려 절절매고 왜 자신은 돈을 모을 수 없는지 한탄하다.

이 책은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우선은 당장 매달매달 카드값이며 온갖 대출로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우선 권하고 싶다.

저자 역시 우선 자신의 맨얼굴을 보고 그걸 인정하는 걸 권하고 있다.

지금 자신이 어떤 처지이며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을 우선한 다음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소비습관에 대해 진단하고 뭐가 잘못된 건지 알야야 한다.

그런 이후 그가 권하는 풍족한 삶을 만드는 7가지 부의 법칙에 따른다면 적어도 돈 때문에 매달 힘든 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7가지 부의 법칙에는 우선순위가 있는데 일단 비상자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우선순위다.

다소 의외지만 그가 제시한 법칙을 들여다보면 그의 주장이 납득이 간다.

그런 이후로 눈덩이 같은 빚을 갚아나가기를 권하는데 빚 갚는데도 순위가 있어 가장 액수가 적은 빚부터 갚아 나가 스스로 성취감을 얻게 한다는 게 눈에 띈다.

역시 가장 큰 빚이자 가장 오래 갚아야 할 빚은 주택자금 대출인데 주택을 살 때 다른 것을 살 때와 마찬가지로 가급적 대출을 끼지 않는 것이 좋고 대출을 받더라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받아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실정과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외에 자동차는 현금으로 사야 하고 자신의 형편에 맞는 차를 사야 하는데 중고차를 제대로 활용하기를 권하고 있다.

이 밖에 다소 의외였던 부분은 자동차 리스에 대한 부분인데 요즘 자동차보험이며 할부를 생각하면 더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리스가 가장 나쁜 선택이라는 부분과 안전 투자로 알려진 금 투자가 큰 실익이 없어 권하지 않는다는 부분이었다.

우리에게는 경제가 불안하면 금에 투자하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졌었는데 의외로 역대 수익률을 보면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 여기에서도 누군가는 저가에 샀다가 금값이 폭등할 시기에 파는 아주 운 좋은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물가 상승률과 금 값의 평균을 보면 의외로 금으로 재테크하는 건 별 실익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우리도 정확히 모르는 사이 마케팅에 의해 잘못된 정보가 마치 상식처럼 굳어졌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했고 뭐든 내가 가진 범위 내에서의 지출을 생활화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부분은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뮤추얼 펀드가 미국에서는 제대로 된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까지 평균 수익률을 보면 11~12%를 보장하고 있다는 글을 보면서 왜 우리에게는 이런 제대로 된 재테크 수단이 없을까 화가 났었다.

전반적으로 재테크의 기본에 충실하고 제대로 된 예시를 보여줌으로 써 설득력 있게 쓰인 책이었다.

주변에도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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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율리 체 지음, 이기숙 옮김 / 그러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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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둔 아빠 헤닝은 부자는 아니지만 직장이 있고 안락한 집도 있으며 1년에 한두 번 가족이 함께 휴가를 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아이 때문에 시간차 재택근무를 선택하게 되면서 급료가 줄었지만 이것 또한 아내와의 협의를 통한 결과이기에 부부간의 갈등은 없다.

이렇게 남들이 봐도 평범한 헤닝 부부이지만 최근 헤닝에게 생긴 변화는 그들의 평온을 깼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그것

언제 올지 어떨 때 올지도 모른 채 늘 불안에 떠는 헤닝에게 그것은 공포 그 이상이지만 언제부턴가 헤닝은 자신의 이런 상태를 모두에게 숨기고 평온을 가장한다. 심지어는 아내에게 조차도...

책을 읽으면서 정체가 뭔지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헤닝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그것이 뭔지 궁금할 즈음 드디어 생각지도 못한 그것의 정체가 밝혀진다.

헤닝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거나 압박감을 느낄 때 현대인들이 많이 앓고 있는 바로 그 병 스트레스성 압박감 혹은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었고 언제부턴가 그런 자신의 상태를 모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절대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않으려 거부한 채 곧 나을 거라고 자기 암시를 걸고 있다.

언제 또 공황발작이 올지 몰라 두려워하면서도 병이라고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헤닝의 태도는 자신의 병을 인정하면 그 순간 남자로서 가장으로서의 힘을 잃어버리고 경쟁에서 밀려날 거라는 걱정 때문인듯하다.

그의 이런 불안은 아내인 테레자의 사소한 거부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심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연히 알게 된 란사로테섬에서의 휴식으로 새해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던 헤닝이 스스로의 상태를 이겨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페매스로 가는 언덕을 오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언덕으로 오르던 헤닝은 생각지도 못한 경사로 고생하며 갈증으로 괴로워하다 그 언덕 외딴곳에 있는 집을 발견하고 집주인의 배려로 집안에 들어서면서 순간적으로 기시감을 느낀다.

자신이 이곳 페매스에 온 적이 있었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속도로 빨라지기 시작한다.

언덕에 오르기 전의 헤닝은 자신의 일과 그것 때문으로 인한 고민을 하면서 여유롭게 올라온 것처럼 이야기 자체도 여유롭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다면 의외로 험한 길로 인해 갈증과 근육의 떨림으로 고통받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아내의 이별 통보를 받으면서 서서히 긴장감이 높아지기 시작하고 마침내 그 집에서의 과거가 번개처럼 내리치듯 깨달으면서 이야기는 장르가 변한 것처럼 긴박감이 넘친다.

헤닝은 왜 그렇게 이곳 페매스에서의 기억을 깜쪽같이 잊고 있었던 걸까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분노할 만큼 엄청난 일이었고 헤닝의 마음속 깊은 곳의 암연이 드러나면서 그가 왜 그토록 불안 증세와 공황발작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지 그 트라우마의 근원이 밝혀진다.

깊고 맑은 바다와 그곳을 내려다볼 수 있는 조용하고 그림 같은 집에서 벌어진 폭력은 보는 내내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로 그 대비가 극적이었고 비극적이었다.

가족이라는 게 서로에게 얼마나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단단해 보이는 가족이란 형태가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를 새삼 느꼈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헤닝 남매를 통해 새삼 알게 되었다.

조용하게 시작했단 벼락처럼 뒷통수를 치는...결말조차 의외여서 신선하게 다가 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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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아저씨 개조계획
가키야 미우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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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석유회사에서 정년퇴직한 쇼지의 계획은 이제까지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마누라와 호화롭지는 않지만 유럽이든 어디든 여행을 가고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것

딸은 비록 33세의 나이로 미혼이지만 아들은 이미 가정을 이뤄 자식을 낳고 열심히 살고 있다.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이다 싶은 쇼지에게 인생 최대의 난관이 생겼다.

아들이 손주들을 봐달라고 SOS를 보낸 것인데 어찌 된 일인지 자신이 퇴직한 이후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마음의 병인 후겐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아내는 이런 아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자신의 아이를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고 자신들에게 맡기려는 아들 내외의 양육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그중에서도 여자는 남자가 바깥일을 하면 집안일은 다 알아서 해야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쇼지에게 정직원의 일도 아닌 파트타임의 일을 그것도 아이들이 아직 3살이고 1살이라 가장 엄마의 손이 필요할 때 굳이 직장을 나가겠다는 며느리가 마음에 안 들지만 아들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어 망설이는 사이 떠맡게 되어 버린다.

언제부턴가 자신과 같이 방을 쓰지도 않고 식사 역시 쇼지의 몫만 차려주고 늘 그 자릴 피해버리는 아내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끼지만 무엇이 잘못된 건지도 모른 채 그저 매일매일을 지루하게만 보내던 쇼지는 손주들을 잠깐 돌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늘 그저 한가하게 아이들과 놀면서 남편이 힘들게 벌어온 월급으로 편하게 놀고먹는다고만 생각했던 여자들의 일상은 손주들과의 1~2시간으로 여지없이 깨지기 시작하고 젊은 엄마들과의 대화를 통해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고 있다 생각했던 모성이 그저 신화에 지나지 않은 공염불이란 걸 깨닫게 되면서 일대 반전을 맞게 된다.

그가 이런 모성의 신화를 굳게 믿는 이유에는 몇 명의 자식을 낳고도 군소리 하나 없이 논밭의 일과 집안일을 하고 시부모까지 공양하면서 자신을 대학까지 보내주셨던 어머니에 대한 잔상이 굳게 남아있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때에 비하면 온갖 가전제품의 도움을 받을 뿐 아니라 아이들 역시 적게 낳고 그저 집안일만 하면 될 뿐인 요즘의 주부들 생활을 너무나 편해 그저 배부른 투정으로 들린 것인데 고향집에서 모처럼 모인 형제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이런 모친에 대한 잔상은 그야말로 혼자만의 망상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그러면서 단 한 번도 집안일을 해본 적이 없었던 쇼지는 조금씩 며느리의 일손을 도와주는데 그렇다고 사람이 한 번에 변한 듯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해주면서도 투덜거리고 작은 일에 혼자 삐치기도 하는 등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 아주 재밌게 그려져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게 되는 쇼지

아내가 왜 후겐병을 앓게 되었는지도 똑똑한 딸이 왜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지도 알게 되고 알게 모르게 자신의 태도를 닮은 아들이 여차하면 가정을 잃을 위기에 있다는 것도 이제는 알게 된다.

조금씩 남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해가며 퇴직으로 기운을 잃어가던 소지가 활기를 되찾고 멀어지기만 하던 가족이 가까워지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진 정년 아저씨 개조 계획은 가볍게 그려졌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소재다.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진지하면서도 날카롭게 문제제기를 한...일본소설의 장점을 제대로 살린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도 모르는 새 남녀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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