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
스티븐 리콕 지음, 허윤정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이곳은 마리포사라는 작은 도시
서로가 서로를 아는 이곳의 주민은 자신들은 모르지만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다소 특이하다.
큰 도시에서 오가는 열차 안에서도 마리포사주민은 특별한데 남들보다 튀는 복장을 하고 있거나 잘 차려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핀트가 안 맞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여지없이 마리포사주민이라고 보면 된다.
정치적 성향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주민들 모두... 대부분이 아니라 모두 보수당을 지지하면서 자유당을 지지하는 등 둘 다 지지하고 있다.
마리포사 주민들의 이런 성향은 주민들 모두가 주 전체에 있는 모임에 전부 가입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는데 어느 누구도 소외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런 마을에 스미스 씨가 돌아와 호텔을 매입해 자신의 이름을 딴 호텔을 경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스미스라는 이 양반이 다소 이채롭다.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해 호텔의 바를 성공적으로 이끌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영업이 정지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가 해결하는 방법을 보면 그가 얼마나 마리포사주민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일단 비싼 임금을 줘서라도 호텔 바 근처에 후다닥 카페를 만들어 프랑스 요리사를 데려와 주민들에게 엄청난 미식 요리를 선보이는가 하면 굳이 불어를 사용해 좀 더 그럴싸한 분위기를 만든다.
게다가 이들에게 선보이는 요리는 최상의 재료를 써서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값에 팔고 지하에는 호프를 열어 남자들의 아지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곳의 음식과 분위기에 매료된 주민들의 청원이 이어지고 당연하게도 절대적으로 자기중심적인 판사와 위원들 역시 이곳을 좋아하게 되면서 영업정지는 날아가게 되는 데 이후 그가 취한 조치 즉,알지 못하는 이유로 프랑스 요리사가 떠나면서 카페와 호프의 음식들은 호텔에서 원래 팔던 음식으로 슬슬 돌아오지만 주민들은 불만을 느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탁월함이 입증된다.큰 손해없이 원하는 바를 얻은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건 이 스미스가 글을 읽지 못하면서도 순간순간 엄청난 통찰력을 보인다는 것인데 그가 마을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좌초되는 배 안에서 당황하는 순간에 보이는 활약은 그의 이런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런 그가 마을의 총선에 노동당의 대표로 나서서 상대방인 자유당의 오랜 정치 노장 백쇼를 상대로 승리로 이끌어가는 과정도 아주 흥미롭다.
그가 백쇼의 날카로운 정치공세와 질문에 답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논점도 없고 제멋대로인데도 그는 인기를 끌고 투표 당일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통해 승리로 이끄는 장면은 황당해 유쾌하기까지 하다.
주민 개개인들의 개성도 흥미로운데 이발사인 소프가 한순간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틱 한 데 더 극적인 건 그가 순식간에 그 돈을 다 잃어버린 과정이다.
그가 투자한 곳에다 돈을 투자하기 위해 마리포사 주민들 사이에서 일대 광풍이 분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순식간에 거품이 빠져 버린 후에도 사람들은 별다른 원망을 하지도 심정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도 않는다.
마치 원래 그럴 줄 알았던 것처럼...
은행원인 펍킨이 한눈에 사랑에 빠진 제나를 얻기 위해 벌이는 소동도 재밌긴 마찬가지다.
제나의 아버지 페퍼리판사가 이 들 사이를 반대하는데 그 이유가 펍킨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인데 재밌는 것은 펍킨의 집안이 대대로 부유한 집안이라는 것이다.
이 순진하고 다소 꽉 막힌 청년은 집안이 부유하다는 걸 부끄럽게 여겨 한 번도 이런 내색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제나가 말한 걸 그대로 믿은 결과 그녀의 이상형에 맞추기 위해서 이런 결과를 맞았다는 걸 끝까지 혼자만 모른다.
책 전체가 이렇게 유쾌하면서 그 속에 풍자가 들어있다.
에피소드들만다 마리포사에서 벌어진 웃기는 하나의 촌극같은데 들여다보면 나쁜 놈은 없지만 전체를 보지 못해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고 정치에 관심은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정치공약은 들여다보기를 귀찮아하고 자신의 생각은 없이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무작정 따라 하면서도 욕심은 많은...한없이 가벼운 사고를 가진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부담없이 유쾌하게 읽다보면 재치와 풍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