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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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적을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작품 수가 워낙 많고 다양해서 여전히 그의 작품은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 읽어도 평균은 한다... 이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가장 최대 장점이 아닐까

그런 이유로 신작도 꾸준히 출간되지만 그와 비슷할 정도로 예전 작품이 새롭게 리뉴얼되어 출간된다.

이 책 몽환화 역시 새 옷을 입고 새롭게 재출간된 경우다.

은퇴한 후 그저 꽃을 키우는 게 유일한 낙인 남자가 살해당했고 그런 할아버지의 집에 들른 손녀에 의해 발견된다.

지갑을 비롯해 금품이 사라진 걸로 봐서 경찰은 강도 살인이라 생각해 수사를 하지만 뚜렷한 용의자가 나타나지 않아 난항을 겪는다.

할아버지의 시신을 맨 먼저 발견한 손녀인 리노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자신에게 보여줬던 화분에 심은 꽃이 문득 떠올라 찾아보지만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경찰은 살인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름 없는 꽃의 행방 따위엔 관심조차 없고 할아버지가 그 꽃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신경을 썼으며 블로그에 올리지 말고 아무에게도 그 꽃의 사진을 보여주지 말라고 했던 게 떠올라 영 찜찜하게 생각된다.

그런 이유로 꽃 이름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노란 꽃인 그 꽃에 대한 걸 블로그에 올려 정보를 구하고자 했고 마침내 누군가가 찾아와 할아버지의 죽음에 관해 꼬치꼬치 캐묻고 돌아간다.

하지만 어딘지 수상쩍은 그의 행동을 보고 경계심이 발동한 리노는 그가 준 명함으로 그를 찾아갔다 그의 동생인 소타를 만나게 되고 서로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조사를 하면서 할아버지가 키웠던 꽃이 지금은 사라진 노란 나팔꽃임을 밝혀낸다.

오래전 에도시대 때는 있었지만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전설의 꽃인 노란 나팔꽃을 둘러싼 살인과 미스터리에 관한 이야기를 수십 년의 세월을 거쳐 이야기하고 있는 몽환화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가독성이 뛰어나다.

첫 장에서 단란했던 한 가족이 누군가에 의해 무차별적인 살인사건에 휘말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누구보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두 젊은 청년들이 한순간에 자신의 자리에서 이탈해 흔들리다 생각지도 못한 살인사건에 휘말려 그 사건을 쫓아간 끝에 자신의 길을 찾게 된다는 것까지... 이렇게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는 것들을 연결해 하나의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 게이고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알 수 있다.

이 책 몽환화에서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데 방점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사라진 전설의 꽃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한때는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노란 나팔꽃은 왜 갑자기 사라진 걸까?

그리고 그 꽃을 누가 그토록 집요하게 찾는 걸까?

원하는 걸 갖고자 하고 자신에게 없는걸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이 한때는 흔했던 꽃이 전설 속으로 사라지게 된 슬픈 사연의 몽환화...

거창한 음모가 숨어 있거나 엄청난 범죄가 아니라는 점에서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 대신 오롯이 내용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독성 좋고 너무 무겁지도 않으며 스토리 자체도 복잡하지 않아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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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장 스토리콜렉터 100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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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도 소개 글에 언급했지만 오래전 본 영화 양들의 침묵은 정말 엄청 무서웠고 소재도 그로테스크해서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었다.

잔인하게 사람의 귀를 물어뜯고 피 칠갑을 해서도 우아하게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그 무서울 정도로 대비되는 모습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미치광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그런 일련의 과정을 너무나 빠르면서도 거칠지 않고 오히려 우아함이 느껴질 정도로 능숙하게 하는 모습이 더 섬뜩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게다가 그런 그를 찾아온 FBI 수사관과의 지적인 대화는 그때까지 알고 있던 살인마들과는 너무나 달라서 더 강렬하게 기억되었던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살인마도 한니발 렉터를 연상케한다.

갇혀있으면서도 뛰어난 두뇌와 그 두뇌를 사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 내는 능력까지...

얄미울 정도로 철저히 계산된 그 모습을 보면서 그를 상대했던 FBI를 비롯해 로버트 헌터까지 그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수사팀이 심정이 이해가 갔다.

비가 내리던 국도에서 달리던 트럭이 사고를 일으킨다.

그때 그 자리엔 경찰이 식사를 위해 와있었고 교통사고 현장처리를 하던 중 주차된 한 차의 트렁크에서 목이 잘린 두 여성의 시신 일부를 발견하면서 오랜 시간 아무도 그 존재조차 몰랐던 천하의 사이코패스의 존재가 드러난다.

하지만 그는 굳게 입을 닫은 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외부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치 평범한 날처럼 일상을 규칙적으로 보내는 모습을 보여 모두를 질리게 만든다.

그렇게 굳게 입을 닫았던 그가 입을 열고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다.

LA 경찰국 강력 범죄 수사대의 로버트 헌터 형사가 휴가까지 취소하고 급하게 불려온 이유다.

로버트는 그를 보자마자 한눈에 자신과 같은 대학에서 공부했던 친구 루시엔이라는 걸 알아봤고 루시엔은 그에게 자신이 누명을 썼음을 호소한다.

그리고 루시엔의 주장한 대로 그의 무죄를 증명할 장소를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보게 된다.

자신들과 대학 때 같이 어울려 다녔던 또 다른 친구의 문신을 벗겨낸 피부가 마치 기념품처럼 액자에 넣어져 보관된 걸 보고서 이 모든 게 다른 누구도 아닌 루시엔의 짓이며 그는 로버트가 이걸 눈으로 확인하길 원했었다는 걸 깨닫는다.

이제 어린 나이에 대학에 입학해 제대로 섞이지 못했던 자신을 이끌어주고 같이 토론하며 공부했던 친구 루시엔은 없다는 걸... 여러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하면서도 어떤 죄의식조차 가지지 않는 괴물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 로버트는 그가 원하는 대로 게임의 룰을 따라 서로에게 하나씩 질문을 던지며 살해되었지만 누구도 어디에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몰랐던 실종자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루시엔이 원하던 답이자 자신에겐 죽을 만큼 큰 고통과 상실을 준 마음 깊은 곳의 상처와 비밀을 들려준다.

연쇄살인마가 혼자만 알고 있는 사실을 듣기 위해서 서로에게 하나씩 질문을 한다는 형식에서 양들의 침묵이 단박에 연상된다.

게다가 이토록 철저히 자기 억제적이면서도 계획적인 살인마라니...

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어서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거나 하진 않지만 루시엔이라는 인물이 가진 악의와 철저하게 인간성이 말살된 채 도구처럼 사람을 다루는 모습에서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심리 스릴러답게 서서히 조여오는 긴장감을 제대로 살린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작품 역시 영상으로 보면 더 섬뜩하고 무섭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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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무죄
다이몬 다케아키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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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수많은 루머와 용의자만 남긴 채 끝내 밝혀지지 않아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는듯했다.

그러다 2019년 마치 벼락을 친 것처럼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검거라는 속보가 뜨고 진범의 얼굴이 공개됐을 때야 비로소 모든 게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진범이 밝혀진 후 오히려 후폭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당시 10번의 살인 사건 중 유일하게 범인이 잡혔던 8차 살인사건 역시 자신이 한 짓이라는 진범의 진술 때문이었다.

사실 그동안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 의견을 내놨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받아지지 않았고 덕분에 그 사람은 수 십 년의 세월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

그런 그가 얼마 전에 재심을 청구해 마침내 온전하게 누명을 벗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나는데 의외였던 건 그 재심 청구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누가 봐도 그는 억울한 누명을 쓴 게 분명한데 그런 사람이 사법적으로 자신의 누명을 벗는 게 왜 쉽지 않은 걸까?

여기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 당시의 재판 기록이나 증거 같은 걸 찾기 쉽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하겠지만 무엇보다 사법부에서 자신이 내린 판결을 쉽게 번복하려 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는 듯하다.

이 책 완전 무죄에서도 원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변호사로서 입지가 아직 단단하지 않은 마쓰오카는 누가 봐도 쓰레기 같은 인성을 가졌고 충분히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목격자 증언의 신빙성과 그를 범인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걸 들어 유력한 용의자를 무죄 변론해 단숨에 모두의 주목을 받는다.

그런 때 로펌의 시니어 변호사로부터 재심사건을 맡아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는다.

그 사건은 21년 전 한 아동을 납치 후 살해 한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히라야마가 당시의 재판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음을 주장하며 재심 청구를 요청했지만 당시 용의자였던 히라야마가 자백을 했고 그의 범죄를 증언할 목격자도 있었던... 누가 봐도 명백한 사건이었다.

게다가 마쓰오카는 사실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죽은 아이 외에도 두 명의 아동 납치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었고 그녀 역시 납치된 사건의 피해자면서 유일하게 탈출에 성공해 살아남은 생존자였던 것

어린 시절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 눈을 떴을 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결박당한 채였고 운 좋게 자신을 묶은 줄을 풀고 그곳을 빠져나온 이후로 그녀는 21년이 지났음에도 매일 밤 누군가에게 쫓기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녀는 히라야마를 대면하면서 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상처를 위해서 재심을 하겠다고 결심하지만 그를 대면한 후 생각이 달라진다.

어쩌면 그의 주장대로 그가 진범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심은 이내 확신이 되고 히라야마는 억울한 희생자에 불과했음이 드러나지만 당시 그를 조사하고 심문했던 경찰들을 비롯해 그에게 유죄 선고를 내리도록 했던 검사까지 당시 자신들이 그를 심문하면서 저지른 온갖 불법적인 일이 드러날까 두려워 단단한 방어막을 치고 결사적으로 방어한다.

그들 중 일부의 사람에겐 히라야마가 진짜로 범인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았고 자신을 위해서 그가 반드시 진범이어야 했다.

각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히라야마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는커녕 어떤 단서도 없어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당시 그를 심문하고 조사했던 두 명의 경찰 중 한 명이 느닷없이 자신이 그를 대상으로 폭행이 있었을 뿐 아니라 결정적 증거인 죽은 아이의 머리카락 역시 자신이 그의 차에다 몰래 둔 것이었다는 모든 걸 뒤집을 증언을 한다.

이후 모두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분위기가 급변한다.

어린아이를 납치하고 살해한 범인을 잡은 우수한 경찰들이 이제는 폭력과 거짓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파탄 낸 무능하고 나쁜 경찰이 된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모두가 당연하다 생각했던 진실이 단숨에 뒤집어지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당시 납치의 피해자였다 이제는 범인이었던 사람을 위해 변호사로서 그의 무죄를 증명하는 처지가 된 마쓰오카와 당시 사건 담당 경찰로서 어린아이를 상대로 몹쓸 짓을 벌인 희대의 나쁜 놈을 잡았고 자신은 옳은 일을 한 거라 굳게 믿는 아리모리의 시선으로 두 사람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의심 그리고 마음의 변화를 담고 있는 완전 무죄는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스토리가 탄탄하고 짜임새 있어 몰입감이 좋았다.

그리고 끝까지 히라야마가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든 작가의 의도는 적중해서 좀처럼 그에 대한 의심이 걷어지지 않는다.

사건 당시의 뚜렷한 알리바이도 없고 평소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평가 역시 좋지 않았던 점은 아리모리를 비롯한 경찰들이 왜 그를 쉽게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에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불법적인 일까지 서슴없이 저질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그런 일을 하면서도 자신들은 정의를 행사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거침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이 밝혀진 후 보면 그들이 믿었던 정의를 구현한다는 신념이 얼마나 알량한 건지... 그런 신념이 오히려 자신들을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스토리로서도 재밌지만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이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전 무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소설답게 가독성 좋고 의외의 반전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길지 않은 이야기라 한 호흡으로 단숨에 읽을 수 있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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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걸스
M.M. 쉬나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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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무료한 유부녀들만을 노린 범인은 무슨 목적으로 그녀들을 살해했을지...그리고 왜 그렇게 춤추는 듯한 모습같이 이상한 자세를 연출했을지가 너무 궁금하네요.흔하지않은 여형사가 세간의 편견을 깨고 연쇄살인마를 어떻게 잡을 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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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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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아내를 죽였다...

도발적인 문구가 인상적인 미치오 슈스케의 신작 용서받지 못한 밤은 읽는 내내 몰입하게 하고 숨죽이게 하는 작품이었고 작가의 역량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좋아하던 작가의 신작이어서 기대가 컸는데 역시 명불허전!!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작품이었다.

일단 시작은 평범한 부부와 네 살배기 딸이 있는 가정이 느닷없는 사고로 한순간에 달라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딸아이가 아빠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한 일이 결과적으로 아내를 죽게 한 것인데 아빠 유키히토는 이런 사실을 어린 딸이 알면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모든 것을 덮어두기로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딸아이도 어느새 20살이 되었지만 평온한 것도 잠시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와 그때의 사건을 들먹이면서 돈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가게까지 찾아오는 바람에 극심한 압박과 스트레스로 유키히토는 혼절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고 딸아이 유미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에 여행을 결심하지만 유미로부터 아빠의 고향에 가보고 싶다는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되고 이야기는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초반부가 이렇게 딸을 지키기 위해 비밀을 숨기고 있던 아빠와 그런 부녀의 비밀을 누군가가 알고서 돈을 요구하며 협박을 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라면 본격적인 내용은 이 부녀가 여행의 장소로 택한 유키히토의 고향으로 가면서이다.

유키히토의 가족은 누구도 고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누나와 돌아가신 아버지와는 끝내 화해하지 못한...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었고 그 배경에는 30년 전 유키히토 가족이 쫓기듯 고향을 떠난 이유가 깔려 있었다.

이들 가족에게 고향은 사랑하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의문사가 있었고 엄마의 죽음에 뭔가 관계가 있는 듯하지만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었던 그 마을의 실세이자 유지인 4명에게 누군가가 독버섯으로 살해를 기도해 그중 두 명을 죽게 한 사건과 그 사건의 범인으로 아버지가 지목된 과거가 있었다.

더불어 그날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친 벼락을 맞아 누나는 한쪽 귀의 청력을 잃고 몸에 큰 화상 자국을 남겼으며 유키히토는 당시의 충격으로 그때의 대부분의 기억을 잃은 날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좋은 추억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고향...

하지만 유키히토는 어릴 적의 시선이 아닌 나이 들어 그때 당시의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믿어왔던 진실에 의문이 생긴다.

모두가 살인자라고 믿는 자신의 아버지가 정말로 복수를 위해 냉혹하게 사람들이 먹을 음식에 서슴없이 독을 탔을까?

그렇게 믿기엔 여기저기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고 당시에는 별 의미가 없었던 아버지의 혼잣말에서 유키히토는뭔가 다른 게 있는 것 같다는 예감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사건 당시에 있었던 일을 재구성하면서 사건의 본질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하나의 사건이 숨기고 있었던 비밀과 거짓말은 모두를 상처 입히고 숨겨지는 듯했지만 끝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만천하에 드러나는 데 그 비밀이란 게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슬프고 가슴 아프다

그토록 숨기고자 했던 진실에는 자식을 지키고자 하는 절절한 父情이 있었고 그런 점에서 보면 父子는 다른 모습 다른 상황이지만 행동은 서로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이런 부분은 언제나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

사소한 실수나 잘못으로 자식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죄를 덮어야 할까 아니면 자식으로 하여금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맞는 걸까?

이 책에 나오는 아버지들은 그 딜레마에 대해 자식의 죄를 덮고 자신이 안고 가는 걸로 자신의 부정을 표현한다.

책을 읽는 순간부터 단숨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재밌었고 스토리도 탄탄해서 빈틈이 없었다.

역시 언제 봐도 기대를 빗나가지 않는 미치오 슈스케 다운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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