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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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와 은행계의 밀착관계나 유착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이야기들을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 맞게 재밌게 각색하고 풀어나가는 솜씨가 탁월한 이케이도 준

요즘 특히 그의 작품이 많이 눈에 띈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일단 그의 소설은 재밌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묘사가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라 흥미롭고 무엇보다 캐릭터들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명확하게 나눌 수 없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캐릭터들의 모습 즉 어떤 문제를 마주할 때 옳은 선택이지만 자신에게는 불리할 수 있고 잠깐 눈을 감으면 자신의 앞날이 보장될 수 있지만 떳떳하지 않은 문제에서 언제나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는 이런 모습 때문에 그의 소설을 더욱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샤일록의 아이들은 2006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이번에 영화와 드라마가 동시 확정되면서 새롭게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오랜 시간 인기를 끌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배경은 일본 굴지의 은행인 도쿄 제일은행의 나가하라지점이 주 무대가 된다.

고교 출신으로 이 지점의 부지점장까지 올라온 후루카와는 조직에서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든 토를 달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

당연히 그가 이끄는 나가하라지점은 수직적이며 성과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성과 제일주의였고 그런 이유로 조금이라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직원은 칼날 같은 시선과 비난을 매일 감수해야 하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각자의 꿈을 안고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10편의 에피소드에 담아 그들 각자의 사연과 희망 그리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고발하고 있는 샤일록의 아이들은 은행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현실적인 이야기를 비판하며 여기에 양념처럼 하나의 미스터리를 섞어 놓아 사회비판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다.

은행 마감 후 100만 엔이 사라진 일이 발생하고 한 사람의 소지품에서 그 돈을 둘렀던 걸로 추정되는 띠지가 발견되면서 모두가 형편이 넉넉지 않은 그녀를 의심할 때 그녀의 상사인 니시키가 나서서 그녀의 결백을 믿어줬을 뿐 아니라 진범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런 그가 홀연히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과연 그는 자의로 사라진 걸까 아니면 타의에 의해서 사라진 걸까

이걸 밝혀내기 위해선 우선 사라진 100만 엔을 누가 가져간 것인지 그 범인부터 찾아야 하고 그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일이 밝혀진다.

겉으로 봐선 평탄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던 그곳은 이곳저곳 균열이 가고 썩고 있었다는 게 감사를 통해 밝혀지지만 서로의 이해타산을 따져 역시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봉합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진실이 밝혀졌다고 생각했을 즘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역시 흥행의 귀재다운 마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은행을 공적기관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지만 은행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하나의 기업이라는 걸 간과한다.

그래서 은행 직원이 권하는 투신상품이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덜컥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했다 수익률이 떨어져 노후자산의 상당 부분을 날린 사람도 있고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졌을 때 느닷없이 은행에서 대출금 변제를 요구하는 일도 발생한다.

나가하라 지점의 부지점장과 지점장같이 자신의 앞날을 위해 무조건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상사를 보면서 욕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 두 사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출 기준을 바꿔서라도 대출 계약을 따내고 위험이 분명한데도 투신상품을 권유하는 책 속의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까발려져서 오히려 속 시원함마저 느끼게 했다.

작가의 필력의 힘을 느끼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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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백만장자 (골드 리커버 에디션) - 푼돈이 모여 어마어마한 재산이 되는 생생한 비법
토머스 J. 스탠리.윌리엄 D. 댄코 지음, 홍정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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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출간된 후 이번에 출간 20년을 기념하여 새롭게 나온 책 이웃집 백만장자는 왜 그토록 많은 경제서와 재테크 책이 있음에도 오랫동안 베스트셀러가 되고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지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비록 세월은 흘렀지만 부자가 되는 방법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평범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방법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우리가 흔히 억만장자, 백만장자라고 칭하는 세계의 부자들처럼 엄청난 투자금을 가지고 투자를 해서 어마어마한 부를 쌓거나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 세계의 부를 좌지우지하는 타고난 능력으로 해마다 다 쓰지도 못하는 엄청난 이익을 거둬들이는 그런 세기의 천재가 아닌 우리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경제적 부를 이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단순히 희망 회로 만 돌리는 게 아니라 책에서 제시하는 방식으로 부를 이뤄낸 보통의 사람들을 예시로 보여주고 증명해 보이고 있다.

저자들은 수많은 부자와 부자동네에 사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을 조사하고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부를 이뤄낼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방법은 사실 특별하지 않다.

아니 특별하지 않은 정도를 넘어 우리도 다 아는 방법이다.

소비를 통제해서 절약하고 절제하는 것...

자신이 버는 돈보다 더 많이 쓰지 말 것

사실 그래도 뭔가 그들만의 숨은 비법이나 특별한 방법이 없을까 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다.

책 내용에는 이제까지 우리가 아는 것 그 이상의 방법이나 특별한 뭔가가 있지 않다.

오로지 자신이 버는 수입 내에서 지출하고 나머지는 투자하는 것 그리고 이걸 오랫동안 유지한다면 어느새 자신 역시 평범하지만 여유로운 부자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부자의 삶이라고 하는 것의 예시를 보면 크고 좋은 집에서 비싼 차를 타고 명품으로 도배하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과 포도주를 마시며 여유롭게 사는 것

뭐 대충 이런 그림이 나오지만 진짜 부자들은 남 눈을 의식해서 소비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지적은 날카롭다.

오히려 부자들로부터 돈을 끌어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 혹은 자신의 부를 주변 사람들에게 과시해야 한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만이 남의 눈을 의식해서 자신을 포장하고 소득보다 과한 지출을 한다는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치에 와닿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시간과 돈,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해서 사용하고 소비는 가급적 적게 하며 나머지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

그리고 가급적이면 직장인이 아닌 자영업을 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할 것

사실 너무 뻔하고 흔한 조언이라 오히려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자녀들에게 하는 경제 수업이랄지 조언은 현실적으로 와닿아서 다시 한번 되새김질해서 읽게 했다.

자녀들의 경제적 자립을 시키기 위해서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강요하거나 강하게 권유하지 말라는 부분은 특히 우리나라 부모라면 깊이 새겨둬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의 미래의 직업이나 전공을 우리 마음대로 선택해 강요하는 것만큼 아이들의 독립을 방해하고 자립을 막는 게 없다는 대목에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언젠가부터 아이의 미래는 부모의 정보력과 조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된다는 말이 있는데 힘들 때마다 손을 내밀며 스스로 자립하는 방법을 제대로 못 배운 아이들의 미래는 절대로 밝을 수 없다는 게 책 속에 나오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결국 부자가 되기 위해선 절약하고 절제하며 투자하는 습관을 들이고 아이들을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만드는 것

우리도 익히 아는 것들이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았던 이 방법들이 우리를 경제적 자유로 이끄는 가장 기본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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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자
마이클 코리타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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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너무 대단하다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

공익을 위한 내부 고발자들...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내부의 비리와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이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진실이 영영 덮이거나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밝혀졌을 내용들을 용기와 사명감만으로 그야말로 자신을 희생해서 진실을 밝히지만 그 대가는 참혹하다.

배신자로 낙인찍혀 자신의 조직에서도 밀려나기 일쑤거나 왕따를 당하고 심지어는 동종업계에 영원히 발 디딜 수 없는 지경에 처해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궁지에 몰리는 사람이 많다.

분명 옳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시달리거나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급기야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는 듯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착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만약 내가 그 사람과 같은 처지에 처한다면 용감하게 나서서 내가 있는 곳의 부정을 고발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할 수 없다.

이 책 죽어 마땅한 자의 주인공인 리아가 그런 케이스이다.

휴대폰 신호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메인 주의 깊은 산속에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리아에게 어느 날 여자아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 전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리아는 남은 두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오지만 그런 그녀를 기다린 건 냉혹하기 그지없는 두 킬러의 탈옥 소식이었다.

사실 리아는 오래전 자신이 일하던 라워리 그룹이 저지른 온갖 범죄와 살인을 법정에서 증언하기로 했지만 라워리의 유일한 아들이 자살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오히려 킬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었고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죽은 척 사라졌던 것이다.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도 참아가며 살았던 세월이 무색하게 그녀가 살아있는 걸 알게 된 라워리는 두 킬러를 보내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기로 한 것

문제는 그때도 그랬지만 리아는 평범한 여자였기에 전문적인 킬러와의 대결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풀어놨는지가 이 책의 가장 핵심 포인트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그녀가 죽음을 위장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눈길을 제대로 사로잡았고 엄마이면서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모로 다가가는 주인공의 심정과 유일한 부모였던 아빠를 잃고 하루아침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모라는 사람을 따라 살던 곳을 떠나는 현실도 싫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어 갈등하는 아이들과의 갈등 묘사가 섬세하게 그려졌다.

특히 누군가가 자신들의 뒤를 쫓는 절체절명의 순간인 걸 모르는 리아와 첫째 헤일리와의 갈등이 중간까지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서서히 높이다 드디어 그들의 뒤를 추적하는 킬러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면서부터 이야기는 휘몰아치듯이 전개되어 아슬아슬한 스릴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전처럼 자신이 숨거나 도망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리아가 그런 방법으로는 더 이상 어찌해 볼 수 없다는 걸 자각하면서부터 분위기는 급변한다.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전사로 거듭나 목숨을 건 대결을 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산속 깊은 곳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최후의 항전을 위해 준비하는 리아

작가의 전작인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서도 비슷한 추적 씬이 등장한다.

그때는 사건을 목격한 어린 소년이었지만 이번엔 자신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는 엄마라는 차이가 있을 뿐... 냉혹한 전문적인 킬러가 둘의 목숨을 노리고 뒤를 쫓는다는 설정은 같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작은 단서를 가지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서두르지도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전문 킬러들의 섬뜩하리만큼 냉혹한 모습과 이에 맞서는 보통의 사람들의 대결은 누가 봐도 결과가 뻔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산불이나 거친 산, 태풍 혹은 휘몰아치는 강물 같은 자연적인 힘이 더해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를 그려내었고 그 결과가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억지스럽지 않아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균형 있게 느껴진다.

읽으면서 영상으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었단다.

가독성 있게 읽었고 머릿속으로 상상을 더해가며 흥미롭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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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
이언 랜킨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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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작품으로만 책을 엮어 단편집을 내는 것도 좋지만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아 한데 엮어서 책을 내면 독자들 입장에선 한 권의 책으로 여러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소재 자체를 공통된 하나로 한다면 나름의 일관성도 있어 좀 더 흥미로운 작업이 아닐까 싶다.

이 책 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에는 6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모두가 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초판본이라는 키워드는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것도 우연히 발견한 헌 책 더미에서 마치 숨겨왔던 보물처럼 짠 하고 등장했는데 그 책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면...?

에피소드 여섯 편 중 첫 번째 에피소드 크리스티 컬렉션 미스터리와 세 번째 에피소드 왕비에게 헌정한 초판본이 그런 이야기다.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헌 책 더미에서 우연하게 발견한 게 그 유명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터리 작품 중 초판본이라니... 하지만 이 책을 발견한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행운이 찾아왔다는 걸 만끽하기도 전에 불운이 닥쳐온다.

헌책 서점의 주인은 무더기로 사들인 책 중에서 발견한 크리스티의 초판본을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정리하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또 다른 사람은 손에 들어온 행운을 손님들에게 자랑했다 도난당하는 불운을 겪는다.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작가의 스타일만큼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는 데 크리스티 컬렉션 미스터리에서는 초판본이 그저 주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영향을 미치는 도구로 작용할 뿐 이후에 서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일들은 무관하다.

단지 초판본 자체로서의 가치에 크게 중점을 두기보다 사건이 벌어지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로서 쓰였다면 세 번째 에피소드 왕비에게 헌정한 초판본은 가게에 몰래 들어와 책을 훔쳐 간 범인을 찾는... 그야말로 온전하게 초판본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표제작인 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관한 소고는 그 책을 집필한 작가가 느끼는 환각과 이상 증세 그리고 작품과의 연관관계가 밝혀지는... 미스터리라 하기엔 다소 모호한 환상문학 같은 작품이었다.

작품을 쓰면서 작가들이 느끼는 압박과 스트레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새 주인 공과 동일화되는 감수성 같은 게 바탕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여섯 편의 에피소드 중 가장 기발하다고 생각했던 작품은 사자의 책이었다.

작가 초서의 전문가인 남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와 초서의 남겨진 유작 중 하나인 사자의 책을 언급한다.

하지만 사자의 책은 누구도 실제 쓰인 작품이라 믿지 않았던 작품으로 그 사람의 말이 진짜라면 학계에 어마어마한 발견이자 사건이었고 이를 의심하는 남자에게 그 사람은 작품의 일부를 메일로 보내온다.

초서의 작품 특유의 문체와 문장임을 알아본 남자는 자신의 지인을 통해 급하게 큰돈을 마련해 전화를 기다리지만 그 남자는 작품의 구매의사를 물어보는 게 아니었다.

그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 즉 세상에 유일한 책을 두고 협박을 해온 것이다.

여섯 편 모두 각자 다른 느낌 다른 재미를 주는 작품들이어서 읽는 재미를 준 작품이었다.

초판본, 희귀본 등 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세상에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걸 소유함으로써 얻는 충족감과 자기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 중에는 그걸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는 위험한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했다.

길지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작가들 개인의 필체에 따라 다른 분위기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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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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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성공하기 어려운 범죄 중 하나가 유괴고 범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던 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대부분 검거되지만 안타깝게도 유괴되었던 피해자들은 죽음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유괴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진 때가 있었는데 그 대상은 안타깝게도 어린아이일 때가 대부분이었고 결과 역시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은 게 대부분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아이의 귀가가 늦거나 행방이 불분명할 때 즉각적으로 전국에 경보가 내려지기도 하고 CCTV가 사방에 깔려 있어 이런 범죄가 줄어들었지만 우리에게 아직도 범인이 검거되지 않은 채 피해자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던 유괴범의 목소리만 남은 사건이 기억에 남아있다.

이 책 살아남은 아이는 유괴사건의 피해자면서 살아남은 후 혼자만 살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목격자면서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믿지 못해 끝없이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범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희는 오늘도 한 사람의 몽타주를 그리고 있다.

자신이 돌보던 동생 같은 아이 미성이랑 함께 유괴된 후 혼자서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자신이 봤다고 생각하는 유괴범의 얼굴을 매일매일 자신도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범인의 얼굴은 유괴당한 미성의 아빠 얼굴이었고 당시 지희의 증언으로 그는 상당히 고초를 겪은 후 풀려났었다.

그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고 당시의 충격과 범인의 협박이 트라우마로 작용해 당시의 기억 일부가 지워졌고 특히 범인의 얼굴은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억나지 않아 미성이의 구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매번 바뀌는 증언에다 엉뚱하게도 미성의 아빠 이동형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바람에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져 나중에는 그녀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게다가 미성이가 결국 죽어 돌아오면서 미성이를 구출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그녀 역시 피해자라는 걸 간과한 사람들의 독촉과 차가운 시선에 상처받고 마음을 다친 채 오늘에 이르렀다.

17년이 흘러 마침내 당시의 범인이 죽음으로서 밝혀졌지만 이상하게도 지희는 그가 범인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모든 증거가 그가 범인임을 밝히지만 이도형에 대한 의심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던 지희는 더 이상 현실을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마침내 행동에 나선다.

여기서 지희는 피해자이면서도 생존자이고 유일한 목격자이기도 하다.

그녀 역시 엄청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아직 유괴범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미성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두가 그녀에게 범인에 대해 질문을 하고 또 질문을 하면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실망한다.

그리고 그 실망은 이내 어린 지희를 향한 비난으로 쏟아지고 어느새 그녀는 보호받아야 할 범죄 피해자의 신분에서 목격자로서만 존재한다. 그것도 제대로 제 몫을 해내지 못한 실패한 목격자로...

범죄 피해자로 살아가면서 그 사람이 겪는 죄의식과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을 느끼는 생존자의 심리와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살아남은 아이는 이제껏 죽은 희생자나 범인에 대해서만 모든 포커스를 맞춘 여느 작품과는 조금 다른 살아남은 피해자의 심리에 맞췄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여기에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의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해 대중성도 갖추고 있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다소 가볍게 한데다 과연 누가 진범인지 진실을 찾는 과정의 흥미로움을 더해 가독성 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섬세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려진 점도 그렇고 소재의 색다른 접근이라는 점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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