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6 - 터무니없는 거짓말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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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겨울이면 오고 가는 것도 쉽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는 척박한 땅 그린란드

그곳을 기점으로 긴 겨울 동안 사냥을 해서 다음 보급선이 오면 그동안 사냥했던 것들을 넘기고 다시 보급선이 올 때까지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게 바로 북극 사냥꾼들이고 이 책 북극 허풍담 시리즈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젊은 나이에 그린란드에 가서 그곳에서 16년을 보낸 후 그 경험담을 쓴 책이 바로 북극 허풍담이란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 등장하는 사냥꾼들의 캐릭터가 마치 실존하는 인물처럼 생생하기 그지없다.

겨울이 길고 이웃을 방문하고 싶어도 몇 날 며칠 개 썰매를 타고 가야만 하는 척박한 곳이다 보니 웬만한 사람은 이곳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은 서로 오랜 시간을 봐온 사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모든 걸 공유하다시피하면서 서로 모르는 것이 없는 이 사내들은 긴긴밤 술로 몸을 데우거나 함께 할 시간이 오면 술과 이야기로 지새우기 예사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그마한 진실에 온갖 허풍과 과장이 섞이고 자신의 사담까지 섞어서 원래의 이야기는 어디로 가고 없고 그저 긴긴 겨울밤을 재밌게 보낼 수 있기만 하면 뭐든 오케이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오랜 시간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켜온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란 게 있다.

평소에는 서로의 작은 실수를 화제로 짓궂게 놀리고 평생을 웃음거리로 삼지만 동료에게 위험이 닥치거나 외부의 적을 만났을 땐 누구랄 것 없이 공조를 펼친다.

이번 편에서도 그런 점이 두드러졌는데 이를테면 본토에서 건너온 산악회와의 일화가 그렇다.

산악회가 창립된 지 몇백 년이나 되는 전통 산악회인 덴마크 산악회가 이곳 그린란드의 산을 오르기 위해 왔는데 어디든 그렇듯이 그들 모임에 질 좋고 귀한 술이 빠질 수 없다.

엄청난 양의 위스키와 술을 가지고 이곳으로 온 산악회 사람들을 환영하는 만찬회에서 눈뜨고 코 베어 가는 식으로 눈앞에서 그들의 술을 훔쳐 숨겨놓고는 시치미를 떼고서 마치 이 모든 짓을 한 게 곰 그것도 미국 곰이 한 짓이라고 하는 장면을 보면서 실실 웃음이 나왔다.

이런 허술한 거짓말에 속는다고? 하는 마음이 반, 원하는 술을 얻기 위해 서로 단결해 술을 도둑질하는 일련의 과정의 엉뚱한 전략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에피소드 중 하나인 기생충을 잡는 에피소드는 솔직히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징그러웠다.

나날이 여의어 가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백작에게 사냥꾼들이 걱정하며 곁을 지키고 선 가운데 그의 몸속에서 하나씩 기생충이 기어 나오는 장면의 괴기스러움이란...

시리즈의 대부분이 이런 재미난 에피소드와 함께 북극 사냥꾼들의 일상을 흥미롭게 그려놓고 있는 데 들여다보면 마냥 재밌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 속에는 웃음 뒤에 감춰진 사람들의 어둠이나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도 있는 데 어떤 걸로도 숨기거나 감출 수 없고 더 이상 피할 곳도 없는 막다른 장소 바로 북극이라는 장소의 특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칫 서늘하고 냉담할 수도 있는 내용을 무겁지 않게 유머로 잘 포장해놓고 있는 게 바로 이 시리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시리즈를 모아놓고 제대로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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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눈물
하세 세이슈 지음, 허성재 옮김 / 혜지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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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든 소수가 된다는 건 불평등과 불합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우리나라 역시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땅에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거나 혹은 일본의 목적하에 강제로 낯선 땅으로 이주당한 채 살아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설움에 대해 낯설지 않다.

인류 역사상 원주민이 살고 있는 곳에 낯선 민족이 들아와 원래 살던 원주민을 몰아내고선 그 땅의 주인이 된 경우는 하나 둘이 아니다.

멀리 호주나 미국을 비롯하여 가까운 곳으로는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홋카이도의 토착 주민인 아이누족의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일본 사람과 외견상의 차이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다른 문화 차이로 인해 많은 갈등이 있었고 편견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 신의 눈물에서는 그런 아이누족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온갖 자연재해가 결국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훼손한 결과이며 그 대가는 우리의 후손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 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홋카이도 작은 동네에서 아이누족 목조 작가로 활동하는 히라노 게이조에게 본토에서 낯선 사람이 찾아와 제자로 받아들여달라고 요청한다.

그의 이름은 오자키 마사히코

모두가 떠나는 곳에 찾아 온 본토사람...누가 봐도 수상한 상황이지만 웬일인지 절대로 낯선 사람을 자신의 영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이조가 그를 받아들이고 손녀인 유우는 이 상황이 이상하기 그지없다.

부모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어버리고 할아버지인 게이조와 살기 전까진 자신의 피에 아이누족의 피가 섞여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유우는 학교에서 그걸 이유로 이유 모를 왕따와 괴롬힘을 당하면서 이곳이 너무나 싫어 하루빨리 이곳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우의 경계와 게이조의 냉대에도 자연스럽게 이 집에 스며들어가는 오자키는 사실 도쿄에서 이곳까지 온 데에는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한 오자키와 그런 오자키를 귀찮아하면서도 결국 곁에서 자신의 작업을 지켜보는 걸 허락하는 게이조...

그리고 평소 무뚝뚝하고 말이 없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인 게이조에게서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던 자신에게 이곳의 곳곳을 구경시켜주고 곁에서 친절하게 보살펴주는 오자키로 인해 유우는 그저 싫기만 했던 이곳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작가의 유명한 불야성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전혀 다른 느낌의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진 솔직히 괜찮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인데 책 속에 자연스럽게 소수민족과 본토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불평등, 억압 문제를 다루고 주인공인 오자키를 통해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자의 시선에서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려하지 않는 모습에 그들이 느끼는 분노와 억울함을... 그리고 이 모든 걸 넘어 결국은 모두가 자연 앞에 있어서 가해자임을 드러내는 이 모든 과정을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롭게 그려져있어 내 의심을 불식시키고 있다.

캐릭터들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을 제대로 잘 살렸고 그 속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 역시 우격다짐처럼 우겨넣는 방식이 아닌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수긍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드보일드 장르만 잘 쓰는 줄 알았는데 자연 속에서 생활하면서 감사함을 느끼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보존하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누족의 이야기나 그곳에 살고 있는 온갖 동물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을 보면 시튼 동물기가 연상되기도 한다.

여기에다 살인사건이라는 갈등 요소를 넣어 긴장감을 불어넣고 독자로 하여금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걸 보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장르 불문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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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다운
피터 메이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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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간 전 세계를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사로잡았던 팬데믹 상황

지긋지긋하지만 아직도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또 다른 변이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이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개중에는 발발 시점이나 장소가 불분명하다는 걸 들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나온 바이러스라는 말도 나오고 온갖 음모론이 등장한다.

아마도 이 책 락다운을 쓴 작가 역시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춘듯하다.

알고 보면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받기 전에 이미 소설의 초안을 완성한 듯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허무맹랑하다는 이유로 어떤 출판사에서도 소설로 출간하기를 거절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요 몇 년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냈는지를 생각하면 당시 출판사의 판단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팬데믹의 진원지가 된 런던은 계엄령이 내려진 상황이라 마치 유령도시처럼 폐허 상태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수많은 환자를 임시보호할 병원을 짓는 현장에서 가방에 들어 있는 어린아이 유골이 발견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아들과 함께 할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청 근무를 그만두기로 한 맥닐 형사는 이제 근무 시간이 불과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수사를 맡게 된다.

그리고 맥닐의 연인이자 두개골 전문가인 에이미에 의해 유골 상태인 아이의 복원이 이뤄지고 그 작업으로 인해 죽은 아이가 중국계 여자아이이자 심한 구순구개열을 지닌 채 태어난 상태임이 밝혀진다.

사방에서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엄청난 치명률로 죽어나가는 상황이라 동양 여자아이의 죽음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지만 맥닐은 모든 관심과 역량을 아이에게 쏟는다.

맥닐에게는 그럴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뿐인 아들과 함께할 시간을 얻기 위해 형사를 그만두지만 그 아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손쓸 틈조차 없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런 맥닐의 뒤를 누군가가 은밀하게 쫓는다.

그의 이름은 핑키라 불리는 킬러

그는 누군가의 명령으로 맥닐을 뒤를 쫓으며 그가 접촉하는 사람들 모두를 하나둘씩 처리해나간다.

그가 왜 그 사람들을 죽이는지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핑키에게 명령을 내린 사람은 왜 그토록 죽은 아이의 정체가 드러나는 걸 막으려 했을까?

이야기의 모두 초점은 바로 거기에 달렸다.

그들이 그토록 숨기고자 하는 아이의 정체는 뭔지 왜 그 아이는 그런 죽음을 맞아야만 했는지...

하룻밤의 기한을 남겨두고 작은 단서를 쫓아 하나둘씩 단계를 거쳐 점점 더 실체에 다가가는 맥닐

그리고 그런 맥닐의 뒤를 따르면서 그가 만났고 접촉했던 사람들을 모두 살해하며 쫓는 킬러

단 하나의 살인사건의 진실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면 분명 여자아이의 죽음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비밀이 숨겨져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살인사건의 수사와 별개로 팬데믹이 발생한 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 사람들끼리 서로 접촉을 꺼리고 거리의 많은 상점은 약탈당한 채 폐허처럼 변하고 거리는 군인들에 의해 통제가 된 채 마음대로 왕래할 수 없는 상황 등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장면들은 우리가 요 몇 년 동안 지켜봐온 상황과 비슷해서 흥미롭다.

그래서일까

맥닐이 단서를 쫓아 하나둘씩 진실을 향해 가면서 드러나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상상했던 그 상황과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맥닐이 너무 쉽게 그 실체에 다가가는 모습에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드러난 진실 역시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죽은 여자아이가 중국 출신이라는 점이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팬데믹 상황을 다른 점 때문에 엄청 관심을 두고 읽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느슨한 전개라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필할 만한 점이 부족하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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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 우리들은 자라서
차홍 지음, 키미앤일이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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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비하인드 서평단이라는 걸 뽑는다고 해서 신청했다 받은 책

제목을 얼핏 봤을 땐 무럭무럭 자란다의 그 무럭무럭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모락모락이란다.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봤는데 부제로 우리들은 자라서라는 게 달렸다.

얇은 책에 귀여운 삽화가 있고 들여다보니 아이의 탄생의 순간을 그리고 있는 데 그게 참 별거 아닌 단어로 쓰여있지만 이상하게 귀엽고 이쁘다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시점이 이상하다.

분명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묘사하는 데 내가 가 아닌 네가?

그리고 마치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함께 한듯한 묘사를 보고 그렇다면 쌍둥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배냇머리를 잘라 붓으로 만들려는 엄마의 이야기에서 비로소 나의 정체를 파악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사람이 아닌 머리카락의 시점으로 그리고 있는 모락모락

아!! 그래서 모락모락이구나 싶었다.

책 속의 글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조금씩 자라서 학교에 입학하고 아이들과 트러블을 겪으면서 사춘기가 되고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결혼을 해 부모가 되는 등...

사람이 태어나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만 그 시선을 사람이 아니라 머리카락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고 글 중간중간에 헤어 관리법이나 헤어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삶을 바라보는 철학과 빗대어 이야기하는 부분 등이 여느 에세이와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사람의 일생을 예쁘고 바르게 그린 에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일까 덤덤하게 써 내려간 글들이 처음에는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자라 성장하면서 이상하게 가슴을 때리고 지나는 게 많다.

그러고 보면 글쓴이의 나이가 청춘이 아니라 조금씩 나이 들어 부모가 되고 어른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져서인지도 모르겠다.

글쓴이가 누구인지 모르고 읽었는데 헤어 디자이너인 차홍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그제야 글들이 좀 더 이해가 되었다.

작지만 소중한 일상에 대한 감상이 이쁘다고 느끼면서도 왠지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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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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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집의 평면도를 보고 엄청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는 설명이 너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우리가 편안히 쉬면서 안식을 취하는 집에서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그 충격적 진실을 알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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