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눈물
하세 세이슈 지음, 허성재 옮김 / 혜지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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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든 소수가 된다는 건 불평등과 불합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우리나라 역시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땅에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거나 혹은 일본의 목적하에 강제로 낯선 땅으로 이주당한 채 살아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설움에 대해 낯설지 않다.

인류 역사상 원주민이 살고 있는 곳에 낯선 민족이 들아와 원래 살던 원주민을 몰아내고선 그 땅의 주인이 된 경우는 하나 둘이 아니다.

멀리 호주나 미국을 비롯하여 가까운 곳으로는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홋카이도의 토착 주민인 아이누족의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일본 사람과 외견상의 차이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다른 문화 차이로 인해 많은 갈등이 있었고 편견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 신의 눈물에서는 그런 아이누족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온갖 자연재해가 결국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훼손한 결과이며 그 대가는 우리의 후손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 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홋카이도 작은 동네에서 아이누족 목조 작가로 활동하는 히라노 게이조에게 본토에서 낯선 사람이 찾아와 제자로 받아들여달라고 요청한다.

그의 이름은 오자키 마사히코

모두가 떠나는 곳에 찾아 온 본토사람...누가 봐도 수상한 상황이지만 웬일인지 절대로 낯선 사람을 자신의 영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이조가 그를 받아들이고 손녀인 유우는 이 상황이 이상하기 그지없다.

부모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어버리고 할아버지인 게이조와 살기 전까진 자신의 피에 아이누족의 피가 섞여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유우는 학교에서 그걸 이유로 이유 모를 왕따와 괴롬힘을 당하면서 이곳이 너무나 싫어 하루빨리 이곳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우의 경계와 게이조의 냉대에도 자연스럽게 이 집에 스며들어가는 오자키는 사실 도쿄에서 이곳까지 온 데에는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한 오자키와 그런 오자키를 귀찮아하면서도 결국 곁에서 자신의 작업을 지켜보는 걸 허락하는 게이조...

그리고 평소 무뚝뚝하고 말이 없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인 게이조에게서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던 자신에게 이곳의 곳곳을 구경시켜주고 곁에서 친절하게 보살펴주는 오자키로 인해 유우는 그저 싫기만 했던 이곳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작가의 유명한 불야성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전혀 다른 느낌의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진 솔직히 괜찮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인데 책 속에 자연스럽게 소수민족과 본토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불평등, 억압 문제를 다루고 주인공인 오자키를 통해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자의 시선에서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려하지 않는 모습에 그들이 느끼는 분노와 억울함을... 그리고 이 모든 걸 넘어 결국은 모두가 자연 앞에 있어서 가해자임을 드러내는 이 모든 과정을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롭게 그려져있어 내 의심을 불식시키고 있다.

캐릭터들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을 제대로 잘 살렸고 그 속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 역시 우격다짐처럼 우겨넣는 방식이 아닌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수긍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드보일드 장르만 잘 쓰는 줄 알았는데 자연 속에서 생활하면서 감사함을 느끼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보존하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누족의 이야기나 그곳에 살고 있는 온갖 동물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을 보면 시튼 동물기가 연상되기도 한다.

여기에다 살인사건이라는 갈등 요소를 넣어 긴장감을 불어넣고 독자로 하여금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걸 보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장르 불문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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