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나란 사람은 원래 모든 장르에서 단편을 그다지 좋아하지않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에서의 단편은 잘하면 겨우 본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단편에 대한 평가가 짠 편에 속한다.왜냐하면 장르의 특성상 반전이나 놀랄만한 트릭이 반드시 필요한데 짧은 글속에 그러한 요소를 담기가 왠만해서 쉽지도 않고 그 요소를 잘 살리는것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열대야`가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에 빛나고 데뷔후 온갖 상을 석권한 소네 케이스케의 작품이란 소리에 굉장히 흥미를 가졌다가 단편집이라는 소릴듣고 그 흥미가 약간 반감되엇던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과 달리 이 책 `열대야는 엄청난 몰입감을 가지게 했다.

쥐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갈수밖에 없게 한 작품이기에 이제껏 호러라는 장르에 별관심이 없어 그저 이 작가의 이름만 들었을뿐 그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읽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적었던 나에게 그의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단박에 올라가게 했다.

짧은 분량의 단 3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열대야...두말이 필요없다.그저 읽어보라고 칭할수밖에...

 

 

찌는듯이 더운 한여름 밤

한적한 산장에서 다섯명의 남녀가 모여있다.

네명의 남자와 한명의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하지만 그들 사이의 분위기는 온화하지않을뿐 아니라 긴장감이 흐른다.

빡빡 깍은 머리의 엄청난 덩치의 남자와 왼손 새끼손가락이 없는 40대의 남자는 돈을 빌린후 갚지못하고 있는 부부를 위협하고 있고 그런 부부와 친구인 남자는 우연찮게 이 소동에 합류한 상태..돈을 구하러 간 남편과 그를 기다리는 여자와 친구 그리고 사채업자간에는 말할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과연 이 날밤 사람을 못견디게 한 열대야는 무사히 지나갔을까?

일본이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미래 어느시점..그 가난의 원인으로 지목된 노인층

그런 노인층을 몰아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사회전반에 노인층을 향한 증오가 커지는 가운데 일자리조차 없는 젊은이들은 하루하루 살아가기조차 힘들고 그런 그들의 불만과 원한은 결국 힘없는 노인들에게로 향하게 된다.

과연 악순환은 끊을 수있을까?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수 없지만 죽었다 살아난 일명 소생자가 하나둘씩 생겨난다.

처음엔 살아있는 사람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던 소생자들...점차 식인에의 유혹이 강해지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울 즈음에 마침내 폭동이 벌어지고 살아있는 시체들의 환락같은 파티가 벌어지고 난 후 보든것이 달라진다.

 

세편의 단편은 각자 특징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열대야에서는 짧은 하룻밤사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맞물려 겉잡을수 없는 방향으로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상황을 블랙유머처럼 그려냈다면...결국에 에서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초고령화사회의 문제점..즉 젊은 몇사람이 노인 한사람을 부양해야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그려내고 있다.

이제는 장수가 더 이상 축복이 아닌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앞으로 닦쳐올 미래사회가 더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단편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불안을 끄집어 내고 극대화해놓았다..

노인층의 증가로 복지비및 의료비의 증가는 곧 젊은 층의 세수부담이 되고 결국엔 서로에게 증오의 칼날을 들이밀수도 있는 상황을 참으로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어 생각할수록 오싹하다.

마지막변명은 그의 장기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한두명씩 살아돌아온 자들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과 그들을 통제하지못하는 정부의 모습..그리고 그런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들을 묘사했는데...흔히 알고 있던 좀비의 모습이 아닌 우리가 친숙하게 생각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우리 이웃의 모습 그대로를 그려내서 인지 무섭다기보다는 흥미로웠다.그리고 뜻밖의 상황까지...

짧은 분량의 글이지만 한번 손에 쥐면 놓을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책이었고 이런 단편이라면 얼마든지 사랑할수 밖에 없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내 개인적인 취향에는 열대야가 가장 맞지만 그렇다고 다른 단편이 부족하냐하면 그렇지도 않다.

상황상황이 묘하게 맞물려있는데다 반전이 있을수 없을것 같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나타나는 반전...그 반전 또한 억지스럽지않고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결국 그가 쓴 장편은 어떨지..한호흡으로 긴이야기를 끌고 갈땐 어떤지 나로 하여금 그의 장편에 대해 몹시 궁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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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독 소사이어티 - 82명의 살인 사건 전문가
마이클 카프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듣는 소리 `사이코 패쓰`

범죄학을 공부하지않았어도..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을 탐닉하지않은 사람이라도 심지어는 초등학생들도 이제는 너무나 쉽게 올리는 단어가 됐다.

그만큼 변화하는 사회에 따라 진화하는 범죄자들을 정의하는 새로운 단어가 필요했고 거기에 맞춰 나온 단어이긴하지만 이렇게 딱 정의하기에 앞서 이미 이런 유형 즉,이제껏 보지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었던 유형의 범죄자들이 있어왔다.

단지 그 누군가가 그들을 일컫는 말로 사이코 패쓰라는 용어로 지정했을뿐...

이렇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그 변화에 발맞춰..아니 그 변화보다 몇배나 앞서 진화하는 범죄자들의 행동 특성이나 특징 ,범죄를 연구하던 사람들 역시 있어 왔다.

최근에야 그들을 `프로파일러`라는 범죄학 전문가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렇게 범죄 전문가로 인정 받기 아주 오래전부터 범죄자를 연구하고 우리의 명탐정 셜록 홈즈나 세기의 대도인 아르센 뤼팡과 같은 소설속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이 바로 프랑수아 비독이라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형사로서 전도 유망하거나 앞길이 창창하고 사명감에 불탔던 인물이기는 커녕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방탕한 생활을 해왔던 인물이자 탁월한 수사관으로서의 감을 지닌 입지전적인 사람이다.

그런 비독을 기려 82명의 살인사건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팀이 바로 `비독 소사이어티`라고 한다.

이 책은 그런 비독 소사이어티에 속한 전문가들이 그들이 해결한 사건들,그들이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땀을 흘렸는지를 기록한 수사일지와도 같다.

 

그들이 존경하고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일종의 프로파일러 협회인 `비독 소사이어티`의 전문가들은 전부 살인사건 전무가이자 비독이 82살에 죽은것을 기념하여 82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든 미해결 사건이나 난해한 사건을 맡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최소 사건이 2년이상 미해결인 상태고 그 범죄수법이 잔인하여 사이코패쓰의 범죄임이 분명하게 보일때 그 사건을 맡아 몇년이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에선 특히 3명의 전문가들의 활약을 위주로 그려놓았는데...특히 신비한 능력으로 산자와 죽은자의 얼굴을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한 프랭크 팬더의 활약이 눈부시다.

골상학이나 인체학을 전공하지않았음에도 사람의 얼굴을 그리고 입체적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탁월할뿐 아니라 아주 오래전의 모습으로 현재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도 탁월하기에 그가 해결하거나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 사건이 부지기수다.

이 책에선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건이 몇 있는데 영화로도 제작되엇던 스카페이스 일명 흉터가 있는 얼굴을 가진 잔인했던 마피아이자 오랫동안 숨어 살았던 앨리보이 페르시코 사건이 그 한 예다.

또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선한얼굴로 아내를 비롯하여 세명의 자식을 잔인하게 총살하고 자신의 어머니마저 죽인 회계사를 사건현장의 모습부터 그의 습관과 버릇 행동 패텬을 연구하여 사이코패쓰임을 밝히고 숨어있던 교활한 범죄자인 리스트를 잡는데 성공한다.  리스트 사건은 늘 자기보다 기가 쎈 여자를 아내로 골라 그녀의 지휘아래 자신이 책임지지않기를 바라면서 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자기 가족 파괴형의 남자 타입임을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롭다.

이밖에도 연하의 남자들을 유혹하여 잔인하게 도륙했던 냉정한 여장부 스타일의 레이샤 사건같은건 권력을 지향하는 여자 사이코패스의 존재에 대해서 잘 알려지지않았기에 더 놀라웠고 그 범죄 수법의 잔인함과 대담성에 놀랐다.

 

이렇듯 사건 현장을 발로 뛰고 늘 범죄자들의 심리를 연구하고 행동 패턴을 조사하는데다 필요하다면 터부시되는 점술가의 도움마저도 받아 들이는 그들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40년이 넘는 세월을 바친 형사도 있다는 점에는 그저 놀랍다는 말을 할수밖에 없을듯..

이렇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세월 노력하고 봉사하는 그들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낄수 밖에 없다.그런 그들의 노력은 아무나 할수 있는것이 아니기에...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사건집이기에 다소 딱딱하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작가는 가급적 픽션같은 느낌이 들도록 노력한것 같다.

많은 전문가중 캐릭터로 가장 어울릴만한 사람들을 주축으로 그려놓은점이라든가...혹은시신없는 살인사건이나 마피아와 킬러가 관련된 사건, 여자 사이코패쓰 사건과 같이 많은 잔혹 범죄중 독자의 흥미를 끌만한 사건을 내세워 프로파일러의 세계및 머독 소사이어티의 활약을 그려낸 점을 보면 많은 노력을 한것이 눈에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집의 형태를 띌수 밖에 없기에 다소 딱딱하고 늘어지며 평면적인 구조를 벗어나기 힘들었던것 같다.

프로 파일러의 세계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이들의 활약상을 그려낸 이 책이 도움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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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7일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한동안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면서 나오는 족족 인기에 올랐던 이사카 코타로

나 역시 그의 책은 왠만한건 다 모았을 정도로 그의 책을 좋아했더랬다.

이런 이사카 코타로이지만 일본에서도 그의 작품중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가 바로 이 사신 치바라고 한다.

비를 몰고 나타난 사신 즉 우리말로 치면 저승사자 같은 치바는 참으로 생경한 캐릭터엿다.그의 조사여부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는 것인데...이런 다른사람의 생과 사를 좌우 할수 있는 선택의 순간에도 그는 너무나 성실하고 근면한...마치 일반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주는것이 블랙유머같은 느낌이랄까? 생경한듯 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캐릭터였다.

사람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사람의 눈에 보이지않는 귀신같은 존재도 아니면서 마치 판결자와 같은 모습을 한 채 누가 들어도 가슴아프거나 당연히 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할만한 사연에도 불구하고 당연한듯 감정의 치우침없이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신과 비슷한 존재 치바

이번엔 또 어떤 상대와 7일간 함께 할지 그 사연이 궁금해진다.

 

제법 잘나가던 작가 야마노베의 처지는 요 1 년새 바깥출입을 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지옥이었다.

외동 딸인 나쓰미가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뿐 아니라 그의 이런 처지에도 불구하고 기삿거리가 된다는 이유로 처참하게 그의 사생활이 드러나고 피의자가 잡히기전엔 중요한 용의자 취급마저 받았던 것

그런 그와 그의 처 미키가 죽음과도 같은 삶을 버틸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딸아이 나쓰미를 죽인 자를 자신들 손으로 직접 복수하겠다는 일념 하나였고 이제 겨우 그 유력한 용의자였던 혼조가 증거 불충분으로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난 시점에 그들을 찾아온 이가 있었다.

바로 우리의 사신인 치바

그가 나타났다는 건 이 들 부부의 운명이 기로에 섰다는 것인데..과연 늘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면서도 인간의 삶에 있어 참견이나 동정 같은걸 하지않는 그의 선택은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모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이들 부부에게도 역시` 보류`가 아닌 `가`일지 궁금해지는데...

 

책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죽음이란 말과 관용이란 단어였다.

늘 죽음이 두려워서 자식과 가정을 돌보지않고 자신의 일에만 매진했던 야마노베의 아버지와 다른 사람에게서 잊혀지는것과 지는것을 못견뎌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아무런 죄책감이나 죄의식 없이 빼앗으면서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혼조는 그래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런  혼조로부터 자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자식을 잃어버린 야마노베 부부는 과연 관용을 베풀어야만 할까?

아님 그 누군가의 말마따나 관용은 불관용에 불관용해야만 할까?

`복수하지마라 복수는 신의 것`이란 말이 있지만 야마노베부부는 자신들의 삶이 무너진 그날 이후로 두 사람사이에 마치 약속처럼 복수를 결심하고 모든것을 계획하지만 그들 역시 보통의 사람들이라 계획대로 되지않고 이 부분에서 우리의 치바가 중요한 역활을 하고 있다.

연이은 실수와 판단착오를 하는 이들 부부보다 훨씬 더 냉철하고 냉혹하며 단 한점의 감정없이 그들을 처절한 고통과 괴로움 속으로

몰고 가는 혼조의 모습은 확실히 보통의 사람이라면 용서하기 힘들 정도지만 그래서 더욱 사신이자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치바가 그들 부부의 편이길 나도 모르게 기대하게 한다.

또,늘 죽음을 두려워했던 야마노베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걸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우리모두 그 죽음을 인정하기 힘들어한다는걸 새삼 깨닫는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걸 인정한다면...그 깨달음으로 오늘을 잡았다는 야마노베 아버지처럼 자기가 원하는 일 을 즐기며 오늘을 살지 않을까?

자신의 죽음보다 더 무서운건 자신의 아이의 죽음이라는 던 야마노베 아버지의 깨달음은 확실히 부모라면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자신의 아이를 누군가가 죽인다면..인간적으로 그들에게 용서라는 관용을 베풀수 있을까?

잠깐 잠깐 마치 이야기처럼 언급되었던 사연과도 교묘하게 연결되며 하나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사카 코타로의 스토리텔러로서의 힘은 여전하다는 걸 새삼 알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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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빛나거나 미치거나 - 전2권
현고운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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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역사라고 하는건 대부분이 조선시대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500년에 버금가는 왕조를 유지한 나라가 고려인데 우리는 그러한 고려에 대해서 그다지 많은 사실을 알고 있지않다.

그저 고려를 세운 사람이 태조 왕건이고 그런 그가 지방 호족의 도움을 받기 위해 많은 결혼을 했다는것 정도만 알고 있을뿐...

그런 고려에서도 나름 오랫동안 왕권을 유지하고 갓 건국한 나라의 혼란을 이겨내고 나라의 기틀을 세운 사람이 광종이라는것 정도만 약간의 역사상식으로 알 뿐....나에게 있어 고려의 4대왕인 광종은 저 넒은 대륙을 휩쓸엇던 광개토대왕이나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과 같이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고 기억에 남을 만한 왕은 아니었다.

이런 광종이 그 시대에 당연시되던 족내혼...이른바 같은 씨족, 종족과의 결혼을 2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세월 자식이 없었다는 점..또한 첫번째 부인이 자신과 정치적으로 상극관계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는 어쩌면 그에겐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력을 키워 이렇게 매력적인 작품을 완성시켰다.

 

발해의 마지막 공주라는... 태어나면서부터 숙명적으로 죽음을 가까이 둔 여인 신율

황자로 태어났지만 수많은 황자중 어중간한 4째 황자이자 너무나 많은 이복형제들로 인해 늘 목숨을 위협받는...누구도 믿어서도 믿을수도 없는 왕가의 저주받은 황자 왕소

이런 두 사람이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장난같은 가짜결혼으로 만나게 되고 그렇게 헤어진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자신의 동복 형제가 황제임에도 늘 목숨에 위협을 받고 항상 주변을 경계해야하는 고단한 신세인 왕소는 개경 최고의 상단인 청해상단의 실질적인 주인인 신율을 만나게 되지만 그녀가 자신의 장난같던 첫결혼 상대임을 몰라볼뿐 아니라 그녀가 여자라는것도 모른채 그녀에게 인간적으로 호감을 느낀다.

이에 둘은 서로 의형제를 맺기에 이르고 왕소는 그녀 신율을 볼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림을 느끼면서 마침내 그녀가 여자임을 깨닫게 되지만 그런 그녀를 마음에 품은 이가 또 있으니 자신의 최대정적이자 다음 왕위를 노리고 현재 고려에서 황제보다 더 많은 권력과 군권을 가진 숙부 왕숙겸이 밀고 있는 여섯째 황자 왕유

게다가 그녀가 가진 상단의 많은 재산과 재물은 왕숙겸이 갖고 싶어하던 것이자 황제가 되고자하는 황자들에게 도움이 될것이기에 그녀 신율과 왕소의 사랑은 견제받기에 이르고 자칫하면 두사람의 목숨조차 장담하기 힘든데...

 

역사적으로 알려진 작은 사실을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그 빈틈을 메운 작품이기에 자치하면 사실의 평면적인 나열로 끝날수도 있엇지만...오랫세월 결혼생활을 유지했음에도 10여년이 지나서야 자식을 볼수 있었고 황후라는 사람과 정치적으로 상반된 사람이었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는 가정을 하고 그 가정을 토대로 그들의 로맨스를 정치적인 상황과 역사적인 사실사이에서 멋들어지게 그려냈다.

또한 그가 사랑한 여인의 신분도 재미난것이 그녀 신율은 멸망한 나라인 발해의 마지막 공주이자 태어나면서부터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물속에 던져져 다른 이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그 덕분에 살아가는 동안 늘 죽음을 가까이 두고 있었던 여인이기에 욕심에 눈이 어두워지지도 권력에 눈을 번뜩이지도 않는...어찌보면 속세의 사람같지않은 여인이라는 설정은 황제가 되고자 주변에 피를 뿌리고 자신의 혈족조차 믿을수 없는 다른 사람들과 극단적인 대조를 보일뿐 아니라 그런 그녀가 결국엔 그들 정치게임에 뛰어들수 밖에 없는 상황설정은 재미있다.

그렇게 늘 죽음을 곁에 두고 살던 두사람의 만남 또한 재미나게 그려냈고 처음부터 그를 알아본 그녀에 반해 자신이 혼인했던 여자라는 것도 못알아보고 남자로 알면서도 스스로 끌리는 자신에게 당황하고 고민하던 왕소의 모습 또한 역사 로맨스소설에서는 흔하게 사용됨에도 길게 끌지않아서인지 지루하지않게 느껴진다.

여기에 황제가 되고자하는 많은 황자들과 그런 황자를 움직여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고자 한 호족들간의 세력다툼까지...

로맨스와 정치적인 파워게임 둘 중 어느한쪽도 치우치지않고 균형있게 그려놓아서 지루하지않고 재미있게 읽을수 있었다.

사랑함에도 황자라는 자신의 신분때문에 맘껏 사랑할수 없어 애끓는 왕소의 마음과 사랑하는 정인임에도 그와 고려를 위해 다른 여인인 황후에게 보내야하는 신율의 애닮픔이 슬프거나 질척거림이 없이 산뜻해서 더 맘에 들었다.

역사로맨스임에도 지루하지않고 흥미있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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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창래 지음, 나동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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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가장 핫하게 주목되고 있는 작가가 아마도 이 사람 이창래가 아닌가 한다

한국계미국인작가이면서도 강력한 노벨문학상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설명은 이제껏 선진국들의 잔치가 되다시피한 노벨상에의 갈증을 이번에는 씻을수 있나 하는 희망을 가지게 할뿐 아니라 나도 모르게 은근히 자존심이 높아지게도 한다.

그래서일까?

내 수준은 생각지 못하고 책읽기에 도전했다.

역시 생각만큼 만만치가 않은 내용이다.

일단 배경이 가까운 미래인듯하면서도 특별히 그 시대를 가늠할만한 배경설명은 없고 단지 계급으로 나눠진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계급사회라는것이 마치 지금현대의 모습과도 닮아있어 읽는 내내 이것이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는 자각을 잊어버리게 한다.

그만큼 더욱 현실적으로 그려진 미래사회는 어쩌면 지금의 연장선상으로 보여지기에...어둡고 참혹한 내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참담하게 느껴지게 하는데..그게 더욱 무섭다.마치 현실같아서...

 

 

B-모어에 살면서 수족관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잠수부일을 하고 있는 판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너무나 만족스럽고 그 일을 사랑한다.더군다나 그녀에게는 그녀를 사랑해주고 보살펴주는 자상한 남자친구 레그가 있기때문에 큰 걱정이 없는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고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영문도 모른채 레그가 사라지기전까진...

갑자기 자신이 살던곳에서 사라지는 일이 아주 없는건 아니었지만 대부분은 그들이 사라지게 되는 이유가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납득할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거나 공고하는것과 달리 레그의 일은 아무도 모르고 돌아올 기약조차 없다는 것에 실망한 판은 마침내 스스로 자신이 살던 안정된 곳이 B-모어를 스스로의 선택으로 걸어나오게 되고 그녀 자신은 몰랐지만 그녀와 레그의 일은 평온하고 별다른 불만이 없이 안정되었단 B-모어를 흔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판은 레그를 찾아 낯선곳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람들인 자치구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도움으로 쉽게 접근할수 없는 또다른 구역인 차터로 진입하게 되고 마침내 그녀가 알고 싶어하던 진실에 가까이 가게 되는데...

 

시대적 배경이 미래사회임에도 책을 읽다보면 배경만 미래사회라 설정했을뿐 현대사회의 병폐와 문제점이 그대로인걸 알수있다.

지금 우리모두가 가지고 있는 빈부격차의 문제와 가난의 대물림 여기에 거대글로벌 기업들의 횡포와 거기에 맞서기에는 너무나 힘없는 우리의 모습들...너무나 쉽게 가난한 나라의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기업들,이 모든것에는 어느새 교환가치로서보다는 절대적 생존가치로 등장한 돈이라는 것이 있는데 작가가 그린 미래사회의 모습조차 여기에서 한발짝도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하지않고 오히려 그런 모습에 반항이나 저항은 커녕 순응하고 동조하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 읽으면서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인간을 애완동물처럼 거래하고 수집하는가 하면 서로에게서 체온을 나누기도 힘든 사람들..또한 아무리 상위그룹인 차터에 속했다하더라도 한사람이라도 어려운 질병에 걸리거나 하면 별다르게 손쓸 방법도 없이 한순간에 제일 하층민인 자치구의 주민으로 나락하게 만드는 금융시스템은 빚더미에 올라있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오버랩되고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작가는 그냥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하지않고 미래라고 정했을까?

여기에서 별다른 특별한 기술도 없고 여전사도 아니며 남들을 선동하는 사람도 아닌 판이라는 소녀의 의미가 있다.

오로지 자신의 사랑하는 남자 레그를 찾아 힘든 여행을 떠난 판과 그런 그녀의 순수함에 자신도 모르게 도아주고 그녀에게 이끌리는 사람들을 그리면서 어둡고 가망이 없어 보이는 미래사회에 한줄기 가능성의 존재로 등장하는게 판이 아닐까 생각한다.

순수하고 남을 오해할지도 모르며 그저 그 사람 자체를 바라보는 소녀 판이 가진 사랑...이 어둡고 답답한 미래를 그나마 숨쉬게 하는 것 역시 순수한 시랑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게 아닐지...

모든 관점을 제3자의 눈으로 냉정하게 관찰자적 입장에서 글을 쓰고 있어 더욱 그 현실이 차갑게 느껴지고 읽기가 편하지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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