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종족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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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이스 캐럴 오츠가 그려내는 작품 속의 여자들은 어딘가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특히 이 단편집 속에 그려진 여자들은 거기에다 더욱 특별한 요소까지 갖춰져있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하고 있는데 그건 범죄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의 여자들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여자들이 아니라 남편으로부터 폭력에 시달리고  스토커에 노출되어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이 사랑에 빠진 애인과의 삶을 위해 살인을 계획하기도 한다.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여자들의 불안과 공포를 작가 특유의 표현들로 그려내고 있는데 내면의 이야기와 마치 주절거리듯 혼잣말로 하는 대사를 따로 표현하는 방식이 아닌 일반 지문에다 다른 필체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어 처음 읽는 사람에겐 약간 혼란스러웠다.
아마도 이런 표현 방식조차 작가의 의도였으리라 짐작된다.
마치 그녀들이 겪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독자들도 책을 읽으면서 그 혼란스러움을 느껴보라는 듯이...
책 속에 나오는 여자들은 남자들로 인해 불안에 시달리고 위태로움 속에 살고 있을 뿐 아니라 범죄에 노출된 최악의 상황이고 그런 상황에서 여지없이 흔들리며 그 불안감을 극대로 표출하고 있는데 뭔가 피가 튀거나 잔혹하고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당장이라도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아슬아슬한 불안감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어린 소녀가 자신의 갓난 동생을 안고 별장의 탑 위로 올라가는 장면들은 아슬아슬함을 넘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도의 불안을 느끼게 했다.
웃기는 건 무슨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심지어 탑에서 떨어진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6살짜리 꼬마 숙녀가 자신이 안기엔 버거운 어린 동생을 안고 위태위태하게 탑 위로 올라가는 장면과 그녀가 마음속으로 내뱉는 말들이 마치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건지 독자로 하여금 미리 짐작할 여지를 줘서 두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당장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당장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서 독자로 하여금 상상의 여지를 두고 그 상상은 실제 일어난 것보다 더한 공포를 주고 있는 조이스 캐럴 오츠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두려워하는지 그 공포를 자극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책 속에 나오는 여자들은 대부분 아름답지만 약하고 보호본능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렇게 연약하고 보호본능을 일으키며 위태로운 여자들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뿐 아니라 결단을 내리는데 있어서는 신속하고 망설임이 없어 오히려 남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치명적이고 종잡을 수 없으며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사악하기도 한 여자라는 종의 속성을 작가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어쩌면 작가 자신도 여자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길지 않은 단편 단편이 쉽게 읽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어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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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고양이
샘 칼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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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류가 고양이와 함게 해온 지도 오래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고양이와 남자 혹은 신사의 조합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남자와 어울리는 건 고양이가 아니라 개라고 생각했고... 물론 이것도 편견이란 걸 안다.
이 아트북은 이런 나의 편견을 여지없이 더할 나위 없이 깨준다.
생각보다 많은 남자들이 그들의 주변에 고양이를 두고 있었으며 그들의 면면은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하다는걸...
책 속에는 이런저런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진 남자들과 고양이와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하루키나 화가 후지타 쓰고하루같이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는 일본인들 같이 납득이 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마초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윈스턴 처질, 레이먼드 챈들러 같은 경우는 정말 생각도 못한 의외의 경우이다.
책 속에 소개되는 캣 맨들은 자신들의 예술 활동에 고양이들을 동반자처럼 여기거나 예술의 영감 같은 뮤즈로 취급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양이의 가격을 최초로 정하고 고양이를 위한 법령을 마련했던 10세기의 웨일스 왕 하웰 아프 카델 같은 사람도 있고 자신의 고양이가 마음껏 드나들 수 있도록 문에다 작은 캣문을 만든 사람은 자그마치 뉴턴이라는 사실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자신이 죽은 후 전 재산을 고양이를 위한 자선기금에 남긴 사람도 있는가 하면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샴고양이는 딱 두 번 활동에 엄청난 거금을 받고 모델을 한 적도 있다고 하니

 

웬만한 사람보다 나은 대접을 받은 고양이의 일화는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더욱 놀라운 건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고양이를 숭배하다시피 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고양이가 죽으면 애도의 뜻으로 눈썹을 밀기도 했다는 사실은 재밌기도 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19마리의 고양이를 키운 마크 트웨인 같은 경우는 가출한 고양이를 찾기 위해 신문에 광고까지 내고 그 광고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안고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놀라움을 넘어 경탄스럽기까지 했다.
이 책에선 그들이 고양이와 처음 사랑에 빠지게 된 사연을 비롯하여 그들의 삶과 예술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야말로 그들의 삶에 고양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진정한 캣 맨들의 이야기인데 책을 낸 저자인 샘 칼더의 이력이 일러스트레이터여서인지 글보다 그림으로 그들과 고양이의 관계를 표현했고 강렬한 색감과 단순한 일러스트가 멋지게 어우러져 멋진 아트북으로 탄생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종의 고양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듯하다.
무엇이 이 대단한 남자들로 하여금 이토록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캣맨을 자처하게 했을까?
누군가는 예술적 영감을 얻었고 누군가는 마음의 안정을 얻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삶의 기쁨을 얻었던 것 같다.
각자 고양이와 얽힌 일화를 보는 재미도 좋고 그들이 얼마나 고양이에 빠져있었는지를 가늠해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고양이와 캣맨의 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일러스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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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면 뭐니뭐니해도 개미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처음 읽었을때의 그 파격과 충격은 잊을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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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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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밝히고 자신이 돈을 밝힌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미키 할러의 직업은 변호사다
그것도 언제든지  의뢰인을 만날 수 있고 남들에게 보여주기에 폼 나는 타운카를 몰고 다니며 대를 이어 변호사질을 하는 미키 할러
이렇게 속물적이게 돈을 밝힐 수 있는 것도 자신이 최고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에게 의뢰인의 유무 죄는 중요치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그저 그가 자신에게 수임료를 지불할 능력이 되는지 안되는지와 자신이 맡은 이 변호로 얼마나 많은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지만 중요할 뿐이었다.
어느 날 그에게 떨어진 일견 평범한 듯 보이는 강간, 폭행 사건을 만나기 전까진...
내가 좋아하는 해리 보슈 시리즈를 쓴 마이클 코넬리의 또 다른 헤로인인 미키 할러는 스스로를 법의 심판자라 여기며 묵묵히 악당들을 잡아들이는 해리 보슈와는 정반대되는 캐릭터이자 실제 현실에서 만난다면 분명 재수 없다 여길 것이 분명한 캐릭터이다.
좋은 머리로 변호사일을 하면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양심 따윈 거리낌 없이 버릴 정도의 도덕성을 가진 채 뺀질거리고 죽여주는 말빨로 범죄자임이 분명한 사람도 빼내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키는 이런 여러 가지 단점을 가졌음에도 소설 속의 캐릭터로는 분명 매력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미키 할러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이 3권 나온 걸로 아는데 1편인 이 책을 읽기 전 2편 격인 탄환의 심판을 먼저 읽었고 그 책에선 일련의 사건들로 변호사일에서 잠시 손을 뗐다 다시 시작하면서 일련의 사건들을 겪는 걸 다뤘다면 이 책에선 당연하게 그가 변호사일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밤에 자신의 집을 방문해 느닷없이 칼을 들이대고 폭력을 가하면서 강간한 채 죽여버리겠다는 남자로부터 간신히 벗어나 역습을 가한 뒤 이웃사람들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를 한 여자와 그 여자에게 폭행을 가했던 남자의 사건은 명확한 듯 보였지만 미키에게 그 사건이 돌아오면서 사건의 본질은 달라지기 시작한다.미키가 그 남자 루이스에게서 돈냄새를 맡았던 것
부유한 집안의 잘 자란듯한 미혼의 남성이 여자의 집을 찾아가 한밤에 집안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은 그녀가 매춘부 임이 밝혀지고 그와 만나기로 하는 약속이 CCTV에 잡히면서 전세가 뒤집히기 시작하지만 착한 모범생같이 생겼던 의뢰인 루이스가 미키에게 사소한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그의 진술에 의심을 가질 즈음 미키에게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진다.
자신이 몇 해 전 맡았던 살인사건에서 죽은 피해자의 모습과 현재 자신이 맡은 이 사건의 피해자의 모습과 상황이 묘하게 일치하는 것...
변호사로 일하면서 알게 된 진실은 어디에서도 밝힐 수 없다는 변호사법 때문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가 된 미키와 범인의 두뇌싸움 초읽기는 시작됐다. 
잘 난 머리와 뛰어난 언변으로 무서울 것 없었던 미키와 역시 영리한 머리와 대담한 범죄 실행 능력을 가지고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받는 사이코패스와의 대결이 빛났던 작품
스피디한 진행은 물론이요 캐릭터의 매력도 빛나고 역시 마이클 코넬리답게 책을 쥐면 단숨에 읽게 하는 매력을 가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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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증명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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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 작가로 유명한 도진기 작가가 여러 곳의 출판사에 낸 단편을 모으고 한 번도 출간된 적 없었던 미출간작을 넣어 비채에서 새롭게 출판한 소설집인 악마의 증명
읽다 보니 다른 곳에서 이미 읽었던 적이 있었던 단편이었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읽히는 맛이 있었다.
표제작인 악마의 증명 같은 경우는 쌍둥이를 이용해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범죄를 증명한다는... 워낙 특이한 소재이기에 더욱 그 내용이 유명할뿐더러 모 드라마에서 비슷한 소재를 이용했었던 기억때문에 더욱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렇게 전형적인 범죄를 증명하고 그 범죄 이면을 들여다보는 글이 있는가 하면 전혀 의외의 소재를 이용한 글도 있다.
시간의 뫼비우스 같은 글은 작가 스스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밝혔지만 환상과 미스터리가 공존하는 글이다.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 갇힌 한 판사가 우연히 옛날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자신이 그 과거를 바꿀 수도 없고 그저 끝없이 옛날의 자신이 저지르는 과오를 바라만 봐야 하는 형벌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인데 마치 인간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뿐만 아니라 그걸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와도 결국 같은 선택을 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든 작품이었다.
가장 섬뜩하고 그로테스크한 작품은 역시 오컬트적인 요소를 섞어만든 죽음이 갈라놓을 때이다.
일단 밀실에서 피비린내가 난무하는 잔혹한 살인이 벌어지고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남자는 살인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만 누가 봐도 명백한듯한 이 사건의 전말은 섬뜩하기 그지없는데 또 다른 잔혹한 살인사건을 이야기하는 외딴 집에서의 섬뜩함과는 다른 재미가 있었다.
선택은 죽음의 갈림길에서 아이가 있는 엄마의 모성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다소 작위적인 설정이라 당위성은 떨어지지만 소재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으로 본다면 긍정적이라고 하고 싶다.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어디선가 본듯한 설정이라고 하면 구석의 노인을 꼽을 수 있겠다.
남편을 살해한 범인에게 칼을 휘둘러 살해한 여자가 왜 스스로 정당방위를 주장하지 않을까 하는 당연한 의심으로 시작해 사건 자체만을 바라본 변호사와 비록 법을 공부하진 않았지만 오랜 연륜으로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본 노인의 한 수는 멋졌을 뿐 아니라 명백한 증거가 있는 사건이라도 사건보다 사람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아마도 작가 자신이 현장에서 수많은 사건을 간접적이나마 겪으면서 깨달은 걸 노인의 입을 통해서 전하고자 한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한호흡으로 길게 읽어야 하는 장편이 아니라 읽기에 부담 없었고 복잡하고 미묘한 사건이나 트릭이 숨어 있는 게 아니라서 가독성도 좋아 장편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나 장르소설 입문자라도 쉽게 읽을수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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