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비밀
신혜선 지음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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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죽이러 6년 만에 나타난 동생
그리고 그 동생이 숨기는 비밀
일단 시작은 이렇게 흥미롭게 시작된다. 게다가 평이한 필체와 복잡하지 않은 전개는 가독성을 높여주지만 장르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랄까 아님 특징이라고 할 뜻밖의 결말 혹은 반전 같은 뒷통수를 치는 맛은 없고 그저 이야기의 뒤가 너무 뻔히 보인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무겁지 않다는 점에선 처음 장르소설을 접하는 초보자에게 어필할 만한 장점일 수 있지만 이런 유의 책을 많이 읽은 사람에겐 식상한 전개,너무 뻔한 결말로 흥미를 돋우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너무 평범하고 평이한 전개를 보인다.
일단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은 병학으로 35살이나 되었음에도 제 자릴 찾지 못하고 교수의 운전기사 노릇이나 하며 다음 교수직을 꿈꾸고 있다.
남보기에는 대학교 강단에 서는 교수지만 실제는 100만 원도 채 안 되는 돈을 받고 강의를 하는 시간강사일 뿐
그런 그에겐 남보다는 가깝지만 오랫동안 왕래하지 않는 동생이 있다.
그 동생 병윤이 오랫동안 찾지 않던 집으로 와 느닷없이 선물이라며 안동소주를 건넸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여기는 병학
동생이 꽁꽁 숨겨둔 아이스박스를 열고 그 비밀을 엿보고야 만다.
누군가를 죽일 거라는 동생의 편지 그리고 그 편지의 말미에 적힌 다음 타깃은 형이라는 말은 병학을 섬뜩하게 만들고 동생의 꿍꿍이를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동생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생이 편지에 쓴 대로 누군가가 급사했다는 걸 알게 된 병학
도대체 동생은 무슨 방법으로 이런 대담한 죽음을 계획한 걸까?
동생의 행적이 수상쩍은 병윤은 이제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온 걸 느끼고 두려움에 사로잡히지만 도대체 왜 동생이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동생이 어떤 방법으로 아무도 모르게 살인을 실행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왜 동생이 형을 그토록 죽이고 싶어 하는가인데... 결과가 너무 싱겁다.
8년간이나 쫓던 조폭의 가정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형사는 직무 태만이고 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그저 가족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한 엄마는 가정 붕괴에 한몫을 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더운 여름 가벼운 읽을거리를 원한다면 읽어봐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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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보이스 키싱
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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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 키스를 한다.
그것도 많은 지켜보는 사람들 앞에서뿐만 아니라 카메라도 이들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키스 오래 하기 기네스 신기록 경신 즉 빅 키스에 도전하는 커플이다.
이렇게만 보면 좀 색다른 이벤트 중인가 싶은데 이들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들은 남자 대 남자 이른바 게이 커플이다.
게다가 이 두 사람 중 적어도 한 사람은 이미 마음이 예전과는 조금 변화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은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이 두 사람 해리와 크레이그를 지켜보는 사람들 중에는 호의적인 시선도 있고 응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비난하고 야유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많다.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 이 두 사람이 빅 키스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게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폭행당한 타리크가 있고 이 둘을 촬영하는 사람 중에 타리크가 있다.
단순히 키스를 하면서 서로 입술을 떼지 않고 오래 참는 게 뭐 힘들까 싶은데 이 두 사람이 참아야 하는 시간은 72시간이다. 그동안 잠도 잘 수 없고 숨쉬기도 불편한데다 물을 마시지 못하는 괴로움까지 견뎌내야 하는 알고 보면 고되고 힘든 일이다. 게다가 악의적인 욕설과 폭행도 견뎌내야 한다.
빅 키스를 하는 도중에 이 둘만이 아닌 다른 게이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는 투 보이스 키싱은 사실 진입장벽이 좀 있다.
남자 대 남자라는 소재도 쉽지 않은데 여기에다 나오는 사람들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혼란에 자신이 먼저 지나오며 느꼈던 감정을 풀어놓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는 누군가의 시선이 있고 이 시선이 이야기 중간중간에 튀어나오는 형식이라 다소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해리와 크레이그 커플은 조금씩 관계가 달라지는 커플이지만 에이버리와 라이언은 서로를 발견한 후 막 시작하는 연인들의 풋풋함과 설렘이 가득하다.
그들이 서로를 처음 본 순간의 모습은 여느 커플들과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첫눈에 알아보고 서로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모습은 보통의 커플들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책 속에서는 여러 커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단지 남녀가 아니라는 것만 다를 뿐...
피터와 닐은 부모들도 조금씩 서로를 인정하고 그들이 커플이며 게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 커플인데 그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인상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가장 와닿는 아이는 쿠퍼인데 어느새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를 인정하기 싫어하고 부끄럽게 생각하며 주변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해 벽을 만들어 외톨이가 되지만 특히 부모와의 관계는 악화일로일 뿐 아니라 가장 먼저 보듬어 줘야 할 부모로부터 외면당하는 아픔을 겪고 있어 안타깝게 한다.
하지만 쿠퍼의 부모가 느끼는 혼란과 분노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역시 이해하기에 그들을 욕할 수도 없다.
남의 일일 땐 그들을 이해할 수도 인정하기도 쉽지만 막상 내 자식이 이렇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쉽게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면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누가 욕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렇게 단순히 한 게이 커플의 기네스 기록 경신 도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또 다른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들이 느끼는 혼란과 좌절 그리고 그들 가족이 느끼는 감정을 커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주는 투 보이스 키싱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 역시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사랑할 뿐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조금씩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조금씩 변화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고 경직되어 있는데 요즘 들어 부쩍 이 들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이 자주 등장하고 있고 그런 것들을 통해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단숨에 무슨 변화가 있지는 않겠지만 그들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차츰차츰 조금씩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역시 한 번쯤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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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그레이스 페일리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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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순문학을 읽고 느끼는 감정이 무뎌짐을 느낀다.
확실히 중고등학교 때 수업 중 몰래 읽었거나 밤에 혼자 읽으면서 책 속에 몰입되어 읽었던 그런 감정은 이제 없고 그저 단순히 조금만 글이 어려워도 혹은 지문이 길어지면 읽는데 지루함을 느끼거나 읽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이런 고전이나 문학은 감수성이 예민할 때인 중고교 때 많이 읽는 것이 좋다는 말을 확실히 실감하는 요즘이다.
이 책은 전혀 정보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지만 일단 좋아하는 작가인 하루키가 스스로 번역을 해 출간한 적이 있다는 것과 좋아하는 작가라는 평에 호감을 주고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담이 적었던 건 장편이 아닌 단편집이라는 점도 이 책을 쉽게 손에 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책을 읽는 순간 그런 생각이 나의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해준다..
역시 작가나 비평가들이 극찬하는 책은 뭔가 쉽지 않다는 걸 새삼 확인해준 책이랄까
글이 어렵거나 문장이 복잡한 건 아니다.
마치 우리 엄마 세대들이 살아온 세월을 보는듯한 친근감이 느껴지는가 하면 시대의 굴곡을 그대로 살아온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여유랄까 아니면 이미 그 시절을 겪고 지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느긋함 같은 게 느껴진다.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엄마가 취하는 극단적인 조치라든가 결혼 후남편의 외도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딸이 그런 상황에 처해도 헤어지기는커녕 남자들은 다 그런 거라고 순응하도록 종용한다든가 하는 부분은 우리의 60~70년대 모습과 큰 차이가 없어 오히려 친근감마저 들 정도였다.
이웃의 누구누구가 어떻게 살고 그 딸이 어떻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며 다른 사람의 일상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고 누군가의 비극에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그들의 삶에 비해 자신의 부족한 삶을 감내하는 모습 등 덤덤한 필체로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는데 글 속에는 크게 행복한 사람이 없다.
어쩌면 긴 인생을 봤을 때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불행하지도 않은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불행하고 대부분이 살기 위해 힘들게 노력하는 모습을 그렸지만 그게 또 글 자체론 경쾌하기도 하고 가벼운 듯 그려내고 있어 무겁게 느껴지거나 그 사람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가볍게 자각하는 정도라 읽는 사람 입장에서 부담이 없다.
그래서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가 대부분이기에 읽고 난 감상을 이야기하기가 참 모호하기도 하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마음도 든다.
도대체 작가는 이 글을 통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기도 하고 우리네 일상과 큰 차이가 없는 듯 보이는 데서 오는 친밀감은 느껴지지만 하루키가 느낀 중독적인 씹는 맛을 알기엔 내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만 깨달았다.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들을 마치 대화하듯이 잔잔하게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그려놓은 문장들을 보면서 문득 원어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무겁지는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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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혼
미셸 리치먼드 지음, 김예진 옮김 / 시공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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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는가?
이 책은 선의로 이뤄진 목적을 위해서는 적당히 위법과 탈법을 저질러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누구나 결혼을 막 했을 땐 그 사람과 백년해로하기를 바라지만 세상일이 늘 그렇듯 결혼생활 역시도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게다가 예전보다 많은 여자들이 일을 하고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부터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부당한 취급을 참지 않으면서 더욱 이혼율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갈수록 늘어나는 비혼족 혹은 이혼율을 두고만 봐야 하는가?
처음부터 결혼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은 차지하고라도 결혼을 한 사람은 배우자와 오랫동안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선 두 사람의 노력뿐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비밀모임 `협정`의 시작은 그렇게 선의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그런 모임에 우연히 가입하게 된 제이크와 앨리스 부부
그들은 이 협정이 조건으로 내건 여러 가지 제약들이 결혼생활을 돈독하게 해주는 순기능이 있다는 걸 긍정적으로 보고 별다른 고민 없이 가입을 했지만 처음 참석한 모임에서 제이크의 오랜 동창인 조앤과 조우하면서 그 결심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조앤은 제이크로 하여금 협정에 대해 뭔가 의심을 할 만한 여지를 줬을 뿐 아니라 뭔가 두려운듯한 모습에서 제이크는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때부터 협정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발견된 것들은 누군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협정에서  내 건 조건을 약간이라도 어길 경우 마치 죄를 지은 범죄자처럼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는 걸 앨리스가 직접 체험하면서 제이크의 협정에 대한 반감은 걷잡을 수없이 커져간다.
그리고 마치 그런 그의 마음속 변화를 들여다보듯 협정에서도 이 들 부부에게 깊은 우려와 관심을 가지고 마치 현미경 속 벌레를 지켜보듯 이들을 관찰한다는 걸 알면서 제이크는 두려움에 몸서리를 치지만 의외로 앨리스는 처벌을 받은 후 오히려 부부간의 밀집도가 커지고 뭘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줬다는 의미에서 협정에 대해 우호적으로 변한다.
한번 이 협정에 발을 들여놓으면 절대로 탈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점점 더 구속으로 느껴지는 제이크
그리고 그가 직접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한 감옥에서의 처벌은 그들 말대로 단순하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아서 협정에 대한 공포감만 키울 뿐이다.
이제 제이크는 사랑하는 앨리스를 이 미친것 같은 집단에서 빼내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처음의 선한 의도와 달리 점점 더 편집적이고 공포감을 주는 집단의 광기를 보여주는 협정의 모습은 마치 광신도 집단의 모습과도 닮아있어 더욱 공포감을 자아낸다.
마치 사이비 종교집단처럼 변해버린 협정의 모습도, 그곳에서 탈출구 없이 고문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른 채 자신들의 신념만 강요하는 모습도 섬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잔인한 살인이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두려움과 공포감을 자극했달까...
그래서 결론은...역시 뭐든지 너무 완벽해진다는 건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것 같다.
뭐든 적당히 유연하고 적당한게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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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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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억만장자 아버지를 두고 있는 소년 데이비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의 관심을 두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접근한다.
이 모든 게 다 아버지에게 걸린 현상금 때문이란 걸 아는 소년에게 어릴 적부터 안면이 있던 소녀 에이자와 친구가 찾아온다.
데이비스는 에이자가 왜 찾아온 건지 궁금한 반면 역시 이 아이도 다른 사람들처럼 현상금을 갖기 위해 아버지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필요해 접근한 건 아닌지 의심한다.
그리고 그 의심은... 맞다.
에이자는 사방 모든 게 겁이 나는 강박증 환자다.
사람들의 모든 게 세포로 이뤄져 있고 그 세포 안에 온갖 바이러스와 균이 침입해와 자신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망상에 가까운 두려움에 한 번씩 빠질 때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중증 강박증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친구이자 소꿉친구인 데이지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중요하다.
그런 데이지가 데이비스와의 인연을 핑계로 현상금을 간절히 원하고 에이자는 그런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은 서로가 가족 중 누군가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고 그 상실감에 대해 안다는 것만으로도 의기투합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행방불명된 데이비스의 아버지란 존재는 두 사람을 연결해준 끈이면서 동시에 서로에게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도록 만드는 벽이 된다.
사람의 존재가 사람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므로 모든 게 세포나 세균에 의해 조정되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내가 한 결정이 스스로는 스스로가 한 걸로 알지만 사실은 바이러스나 다른 그 밖의 것의 필요에 의한 선택이 아닌지... 이렇게 에이자의 문제는 강박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한없이 엄격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씩 이런 생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로지 자신이 바이러스에 의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사방을 조여오는 듯한 숨 막힘에 허덕일 뿐이다.
이런 자신의 불안과 공포는 아무리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엄마도... 어릴 적부터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하는 데이지도 할 수 없는... 혼자서 오롯이 견뎌내고 버텨야 한다는 게 그녀를 더욱 두렵게 하지만 어쩔 수 없다.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걸 스스로도 알만큼 에이자는 영리하고 똑똑한 소녀다.
하지만 데이비스가 사라진 아버지를 원망하고 왜 이런 선택을 한 건지 궁금해도...에이자가 머리론 아닌 걸 알면서도 자신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충동에 시달리며 자신을 가해하는 것도... 자신들의 힘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문제임을 안다.
이렇게 자신들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문제로 고민하는 두 아이
결국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데이비스는 아버지가 진짜로 떠났음을...에 이자는 소용돌이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음을...
한창 예민할 사춘기 아이들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것도 많고 고민도 많은데 어려운 짐까지 짊어져야 했던 두 아이가 안쓰럽지만 어른스러운 결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작도 그렇지만 감수성 강한 글로 아이들의 가지고 있는 고민과 갈등, 여러 가지 생각들을 잘 풀어놓았는데 역시 작가의 이력이 남다르다.
강박증에 걸린 에이자의 마음속을 너무 잘 표현해서 책을 읽으면서 어떤 심정인지 십분 이해가 되었는데 작가가 그런 강박증을 앓아본 경험이 있어서였다는 소개글에 절로 납득하게 되었다.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로 감성을 건드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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