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그레이스 페일리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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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순문학을 읽고 느끼는 감정이 무뎌짐을 느낀다.
확실히 중고등학교 때 수업 중 몰래 읽었거나 밤에 혼자 읽으면서 책 속에 몰입되어 읽었던 그런 감정은 이제 없고 그저 단순히 조금만 글이 어려워도 혹은 지문이 길어지면 읽는데 지루함을 느끼거나 읽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이런 고전이나 문학은 감수성이 예민할 때인 중고교 때 많이 읽는 것이 좋다는 말을 확실히 실감하는 요즘이다.
이 책은 전혀 정보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지만 일단 좋아하는 작가인 하루키가 스스로 번역을 해 출간한 적이 있다는 것과 좋아하는 작가라는 평에 호감을 주고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담이 적었던 건 장편이 아닌 단편집이라는 점도 이 책을 쉽게 손에 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책을 읽는 순간 그런 생각이 나의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해준다..
역시 작가나 비평가들이 극찬하는 책은 뭔가 쉽지 않다는 걸 새삼 확인해준 책이랄까
글이 어렵거나 문장이 복잡한 건 아니다.
마치 우리 엄마 세대들이 살아온 세월을 보는듯한 친근감이 느껴지는가 하면 시대의 굴곡을 그대로 살아온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여유랄까 아니면 이미 그 시절을 겪고 지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느긋함 같은 게 느껴진다.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엄마가 취하는 극단적인 조치라든가 결혼 후남편의 외도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딸이 그런 상황에 처해도 헤어지기는커녕 남자들은 다 그런 거라고 순응하도록 종용한다든가 하는 부분은 우리의 60~70년대 모습과 큰 차이가 없어 오히려 친근감마저 들 정도였다.
이웃의 누구누구가 어떻게 살고 그 딸이 어떻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며 다른 사람의 일상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고 누군가의 비극에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그들의 삶에 비해 자신의 부족한 삶을 감내하는 모습 등 덤덤한 필체로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는데 글 속에는 크게 행복한 사람이 없다.
어쩌면 긴 인생을 봤을 때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불행하지도 않은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불행하고 대부분이 살기 위해 힘들게 노력하는 모습을 그렸지만 그게 또 글 자체론 경쾌하기도 하고 가벼운 듯 그려내고 있어 무겁게 느껴지거나 그 사람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가볍게 자각하는 정도라 읽는 사람 입장에서 부담이 없다.
그래서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가 대부분이기에 읽고 난 감상을 이야기하기가 참 모호하기도 하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마음도 든다.
도대체 작가는 이 글을 통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기도 하고 우리네 일상과 큰 차이가 없는 듯 보이는 데서 오는 친밀감은 느껴지지만 하루키가 느낀 중독적인 씹는 맛을 알기엔 내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만 깨달았다.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들을 마치 대화하듯이 잔잔하게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그려놓은 문장들을 보면서 문득 원어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무겁지는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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