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항설백물어 - 상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8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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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설백물어라고 하니 느낌상 발음상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가만 보면 우리의 전설의 고향류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사람들의 입에서 전해오고  향토 문헌 같은 데에서도 짧게 언급되기도 한 다소 이상하거나 괴이한 사건을 모아놓은 기이한 이야기집이랄까
기담류나 괴담 같은 걸 소재로 현재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과 연결해 그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있을 수 있는 일인지를 요즘 말로 하면 좀 한량 같은 남자들이 서로 정보를 모아서 의견을 나눠보고 문제를 풀어보다 결국엔 좀 더 경험 많고 이런 쪽으로 더 선배인 자칭 잇바쿠 옹이라는 노인에게 자문을 구하면 그가 오래전 자신이 경험했거나 전해 들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식의 전개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야기 속의 이야기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식이어서 더 할아버지로부터 듣는 옛날이야기 같은 느낌이 강하다.
때는 바야흐로 메이지 유신이 있고 일본이 개화한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때라 직업의 변화가 있었고 번이니 가신이니 하는 체제가 사라졌지만 아직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하지 않은 신구가 뒤섞인 시기
그래서일까 신기하거나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맨 먼저 저주나 원한, 지벌이라는 비과학적이면서 토속적인 신앙 같은 것에 많이 기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자신들은 신식이고 이성적이라 생각하는 요지로, 겐노신, 소베, 쇼마 일행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이야기를 흥미 삼아 재미 삼아 모아서 그 기담의 뿌리를 연구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을 뿐 아니라 서로 간에 누가 제대로 그 출처를 찾아서 근거를 제시하는지 경쟁하고 있는 관계다.
여기엔 3편의 기이한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우리에게도 도깨비불이라 불리는 신기한 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하늘 불과 집안의 길흉과 관계있다고 여겨지는 뱀의 상서로운 기운을 담은 상처 입은 뱀 그리고 섬에 모시고 있는 에비스 상의 얼굴이 붉어지면 섬이 멸한다는 무서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붉은 가오리가 있는데 개인적으론 가장 섬뜩하고 기괴하게 느껴진 건 역시 붉은 가오리였다.
하늘 불과 상처 입은 뱀은 우리에게도 다소 익숙한 내용이었고 특히 권선징악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사건의 해결 과정이 다소 과장되고 부풀려져 있어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한 이야기였지만 붉은 가오리에 담긴 내용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섬마을 전체가 한 사람을 모시고 그의 모든 명령에 따를 뿐 아니라 표정조차 없이 온 섬을 다니면서도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불만도 없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없는 그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처음에 그 사람들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잇바쿠 옹 즉 모모스케가 느낀 그들에 대한 연민에 공감하다 결정적인 순간 그들이 보인 행태를 본 후에는 아무런 죄의식이나 어떠한 의문도 없는 집단이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대로 행하는 신념의 행동이 폭력이나 다름없음을 보면서 처음에 느꼈던 연민은 사라지고 그들 위에서 군림하며 호의호식한다 여겼던 섬주인에게 오히려 연민을 느끼게 했다.
섬주인이야말로 그들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사육되고 받들어지는 동물이나 다름없었음을...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있고 그 섬은 지옥에 한없이 가까운 곳임을 깨닫게 되면서 책을 읽고 난 뒤에도 그 여운이 길게 남았다.
두고두고 생각할수록 섬뜩한 이야기여서 뒤에 나온 기담들 속 사건은 오히려 명쾌하게 느껴졌달까
일견 터무니없는 듯 귀신 장난 같은 사건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인간이 사는 도리, 삼라만상에 관한 모든 것들이 섞여지고 아우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마치 옛날이야기 그중에서도 특히 악인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적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져 무서운듯하면서도 어딘지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역시 이런 건 긴 밤 지루함을 달래주기엔 딱인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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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미 위드 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지음, 이은숙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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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아들을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잃어버리고 방황하던 남자가 어린 두 소년과 함께한 한 여행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서로의 인생이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마음에 울림을 전할 뿐 아니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늘 곁에 있을 거라 믿었던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는 남은 사람에게 너무 큰 상흔을 남기는데 그 대상이 자식일 경우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아프고 먹먹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인 오거스트가 그런 불운한 케이스이다.
사랑하던 아들이 아내가 운전하던 차에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고는 오거스트에게서 단순히 아들만 빼앗아 간 게 아니었다. 그때까지 평온했던 그의 인생이 무너지고 가정이 붕괴되어 버리고도 슬픔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생활을 연명하며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그의 유일한 낙은 여름휴가 때 아들과 함께 하려던 계획을 혼자서라도 지키는 것이었는데 휴가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운송수단인 캠핑 카가 고장 난 것인데 이 차를 고치는 남자의 부탁으로 그의 두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되면서 처음의 어쩔 수 없어 맡았던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오거스트는 조금씩 변해가고 마침내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게 된다.
오거스트는 자신은 몰랐지만 아들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어 더 괴로웠고 술을 마신 채 운전한 아내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인정하게 되면서 조금씩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들의 여행은 오거스트뿐만이 아니라 두 아이 세스와 헨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릴 때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 곁을 떠났지만 누구도 그 이유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빠 역시 낮에는 아이들을 잘 돌보지만 밤이 되면 술을 마시기 위해 집을 비우곤 했고 그럴 때마다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아이들은 아빠 역시 자신들 곁을 떠날 것이 두려워 늘 아빠의 눈치를 살펴야 했는데 아이들은 부모에게 보호를 받아야 하고 누구보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가장 우선할 권리가 있음을 오거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되면서 아이들도 변하게 된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았던 것은 형편 때문에 혹은 늘 일이 끝나면 술을 마셔야 하는 아빠 때문에 어디로도 갈 수 없고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자신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큰 대자연을 보면서 어른다운 어른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오거스트가 영웅처럼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서로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은 걸 보면서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위안과 위로를 얻게 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데 이 들의 관계는 누가 누구에게라는 일방적인 방향이 아니라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더욱 멋진 파트너였다.
밤이 되면 늘 집을 비우는 아빠를 대신해 어린 동생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 역시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임에도 많은 것을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던 세스는 조금은 아이다워졌고 자신의 생각과 요구를 아빠에게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아빠의 반복된 거짓말에 상처를 받아 입을 닫아버린 어린 헨리 역시 마음을 열고 조금씩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아이들에겐 거창한 그 무엇보다도 이 단 한 번의 우연한 기회에 얻은 여행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이 어른다워지는 건 아니라는걸...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라는 걸 알게 되는 두 소년은  여행을 통해서 훌쩍 성장하게 된다.
서로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고 영향을 받으면서 그들이 하는 여행은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로망을 품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고 책에서 묘사하는 미국 서부의 계곡들과 국립공원의 장면 장면들은 그곳에 꼭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거스트와 두 소년이 서로에게 가지는 애정을 통해 꼭 피를 나눈 사람만이 가족이 아님을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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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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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잘 나가는 추리작가이고 아름다운 아내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남들이 보기엔 걱정 따윈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한 번의 투자 실패로 큰 손해를 입은 걸로 모자라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이후부터 그를 기다리는 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뿐
정신 차려보니 그는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을 총으로 살해하고 말았고 감옥에 갇혀 15년형을 선고받은 죄수가 되지만 그의 친구이자 유능한 런던 경시청의 경찰국장 티엑스는 그의 말을 믿는다.
그리고 그의 수사로 친구 존 렉스맨의 무죄가 증명되어 사면이 결정된 날 어이없게도 렉스맨이 감옥을 탈옥하여 종적을 감춰버리는 일이 벌어진다.
한마디로 하룻밤만 지나면 자신의 발로 걸어 나올 수 있는 걸 불운한 선택으로 숨어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된 그야말로 억세게 운 나쁜 남자가 아닐까 싶다.
이 모든 정황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용의자는 바로 렉스맨의 또 다른 친구인 카라라는 남자
카라는 잘생긴 미남에다 엄청난 부자인 남자로 늘 웃음을 띠고 상대를 대하는 매력적인 신사중의 신사지만 그런 그를 늘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렉스맨의 아내인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그를 늘 질색하며 맞이할 뿐 아니라 남편인 렉스맨이 그와 가깝게 지내는 걸 싫어하며 그에게선 늘 섬뜩하고 오싹한 기운이 든다는 말로 그를 평하곤 했는데 참으로 예리한 감을 가진 사람인 게 분명하다.
모두의 예상대로 카라 그가 렉스맨에게 불어닥친 모든 불행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카라라는 인물도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이다.
눈에 띄는 미남인데다 돈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물인데 그의 집착과 소유욕, 그리고 끝없는 욕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아마도 그의 이런 성격이 엄청난 부를 얻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갖기 위한 거침없는 행보와 잔인한 성정은 주변에 많은 적을 만들게 되고 남에게는 그렇게나 잔인하고 잔혹하게 굴면서도 자신의 신상에 무슨 해를 입을지 몰라 두려움에 떨며 아무도 믿지 않고 자신의 침실을 요새처럼 만들어놓고 숨은 듯이 자는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보인다.
이런 카라에 속절없이 당하는 렉스만은 각종 트릭을 쓰고 암호를 이용하는 추리소설은 잘 쓰지만 현실에서는 남을 너무 쉽게 믿는 순진하기만 한 남자였기에 악행으로 다져진 카라를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서 영문도 모르는 한 순진한 남자를 단숨에 낚아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카라의 솜씨를 보면 웬만한 사람은 누구라도 그 마수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정도일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쓰인 지가 오래되어 요즘에 나오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에 비해 이야기 플루트 자체가 복잡하거나 여러 가지 트릭을 장치로 하지 않은 다소 심플한 전개이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흥미 있게 읽혔다.
범인이 누구이고 또 다른 사건의 범인의 정체도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마치 오래된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읽혔을 뿐 아니라 지금은 흔한 개념인 사이코패스를 다른 사람의 행복을 망가뜨리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악마적 인물로 등장시킨 것도 흥미로웠다.
작가가 그 유명한 킹콩의 원작자라는 것도 그렇지만 다른 작품인 4명의 의인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 이 책 역시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한 궁금증도 불러오고 있다.
복잡한 범죄가 나오는 것도 과학적인 범죄 기술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오롯이 사건과 그 주변을 둘러싼 정황 전개만으로도 독자의 흥미를 붙잡아 둘 수 있는 건 분명 작가의 탁월한 필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출간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다음 작품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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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하는 운명 카드
윤현승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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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부터 느닷없이 물려받은 빚 때문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종민
빚을 갚겠다는 마음으로 카드대출을 받지만 빚은 더 늘었고 직장 동료의 꾐에 빠져 대출받아 투자하다 동료의 배신으로 투자금을 날리고 이래저래 빚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된 종민이 갈 곳이라곤 뻔했다.
제대로 된 직장도 갖지 못한 채 다른 이들의 멸시를 받으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뿌리치기 힘든 제안이 들어온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한순간에 빚을 갚고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그 제안이란 일주일간 저택 안에 머물며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생활하고 자신이 선택한 카드에 제시된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
너무 쉬워 보이는 이 제안을 제대로 수행하면 최소 20억에서 많게는 100억이란 거금을 단숨에 쥘 수 있다는 그 제안은 분명히 유혹적이었다.
종민과 비슷한 처지임이 분명한 다른 4명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카드를 선택해 그 카드의 이름, 즉 조커, 퀸, 킹, 에이스, 그리고 종민이 선택한 잭으로 서로를 부르고 서로에게 절대로 자기자신에 대해 알려주면 안 된다는 규칙은 분명히 게임을 좀 더 은밀하고 개인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를 했다.
일주일간같이 있으면서 서로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사람들이 규칙을 이행하지 못해 탈락하면 그 사람의 상금도 내가 가질 몫이 되는 이른바 서바이벌 게임은 서로를 동료가 아닌 적으로 간주하게 하면서 그들 사이에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가 된다.
갇힌 공간에 일정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서 살인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이른바 밀실 사건에서 흔히 봐온 설정이기도 하다.
게다가 모인 사람들 역시 돈 때문에 위기를 겪는 절박한 상태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거절할 힘도 없는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를 의심하다 서로에게 증오의 감정을 내뿜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인간성을 상실하고 끝내는 인간 밑바닥을 보여주게 하는... 이런 게임이 가진 악마적 속성이기도 하다.
그냥 서로 협조해서 일주일간만 버티면 100억은 아니어도 20억은 손에 쥘 수 있는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걸 견디지 못하고 끝내는 다 무너진다.
물론 여기에는 주최 측의 농간이 작용한다.
이런 게임을 제안한 측에선 당연히 그들 팀원이 협조하는 걸 원치 않고 그래서 이런저런 핸디캡을 둬서 서로를 반목하고 의심하게 한다. 그래야 게임이 더 흥미로워지고 보는 입장에서 재미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인 사람들 중에 처음부터 게임을 방해하기 위해서 이곳에 투입된 것처럼 계속해서 다른 참가자들에게 시비를 걸고 싸움을 유발해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존재가 있다.
이 사람이 하는 짓이 너무 뻔해서 아... 이 사람은 이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사람들 간에 협력하는 걸 막기 위한 장치로 넣었구나 하고 생각하도록 유도한 뒤 예상대로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나둘씩 죽어나간다는 설정은 누구나 예상 가능하지만 작가는 여기에다 하나의 다른 장치를 심어 차별을 둔다.
그건 각자가 뽑은 카드에서 제시하는 운명을 거슬러야 한다는 것
종민은 사람들에게 쉽게 속는 이른바 세상 물정에 어두우며 소심한 캐릭터인데 그런 그에게 선택된 카드의 운명은 누군가를 살해하는 운명이라는 카드
자신과 가장 어울리지 않은 카드를 쥐게 된 종민은 그 카드의 운명을 거스르는 게 너무 쉽다고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고초를 겪는다.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변해가며 서로를 향해 의심과 증오의 감정을 가지게 되고 종민 역시 평소의 자신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을 하고 그런 자신에게 스스로 정당하다 자기 합리화를 한다.
이제 집안에 갇힌 5명의 운명은 독안에 든 쥐 꼴이나 다름없다.
과연 종민은 끝까지 운명을 거슬러 살아남아 거금을 손에 쥘 수 있을까?
큰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가독성도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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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죠, 마흔입니다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마음철학 수업
키어런 세티야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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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고 흔하게 듣는 말 중 하나가 중년의 위기라는 말이다.
이미 젊지 않고 직장에서나 사회에서의 위치도 중간쯤 되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딱히 이뤄놓은 게 없는 것 같은... 그래서 갑자기 쫓기는 기분이 들고 우울감이 느껴지는 나이, 중년
나 역시 한창 어릴 때는 40대의 아저씨 아줌마를 보면서 저 나이 땐 무슨 재미로 살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건 아마도 내가 해보지 못해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기에 가질 수 있는 부정적인 의견이었던 것 같다.
내가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이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걸 보면 신기하고 즐겁기도 하고 이쁜 걸 보면 이쁘다고 느껴지는... 청춘일 때 느꼈던 기분이나 감성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이건 누가 뭐라 해도 본인이 그 나이가 되어 스스로 느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감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년이 되기도 전에 이 나이가 되는 걸 두려워하고 우울해하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이제 이 나이가 된 나는 안다.
실제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중년의 위기라는 걸 연구해본 결과에도 중년이라서 위기라고 느껴지거나 혹은 심각한 우울증을 느끼거나 하는 부정적인 정서는 낮다는 게 연구결과로 나타났다고 한다.
오히려 부부관계도 좋아지고 삶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람도 많은 걸 보면 중년의 위기라는 말은 과장된 게 아닐지... 그럼에도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난관에 부딪치거나 좌절을 겪으면서 심리적 정서적으로 위축되고 위태로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어찌 보면 꼭 중년일 때가 아니라도 살면서 위기라고 느껴질 때 그럴 때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면 좋을지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일단 너무 자기중심적이어서는 안되고 자기만의 행복이 아닌 타인의 행복 혹은 뭔가를 행할 때 그 과정을 즐기는 게 좋다고 한다.
또한 살면서 사람들은 많은 상실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럴 때는 작은 것이라도 대안을 찾아야 하고 과거에 실수나 후회가 되는 것에 너무 몰두해서 현재의 삶을 놓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실수를 인정하고 실수를 한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과 화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스스로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새로운 시작 또한 가능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돌아보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것 같은 공허감이 아닐까 싶다.
나이는 들었고 아이는 다 커서 내 손을 떠났는데 남은 시간을 뭘로 보낼까 하는 두려움은 젊었을 땐 못 느꼈던 감정이다.
이런 공허감이 커지면 방황하게 되고 의욕이 없으며 삶이 우울해지는 데 이런 게 중년의 위기라고 말한다면 작게나마 나 역시 이런 감정을 가진 때가 있었다.
이럴 때의 해결책 역시 제시하고 있는데 그 방법이란 게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산책하기, 취미를 만들기, 여행하기 등등인데 일상에서 큰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닌 우리가 보는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만족도 역시 달라진다.
물론 그 관점을 일과 과제의 성공에 맞추든 혹은 진행하는 과정에 맞추든 정답은 없다.
삶에 완전한 정답은 없다. 그저 조금은 더 즐겁게 조금 더 행복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우울감과 공허함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거창한 표현을 쓰거나 마음 울리는 표현은 없지만 오히려 작가의 덤덤한 문체가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조금 못해도 꼭 성공하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작가의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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