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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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잘 나가는 추리작가이고 아름다운 아내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남들이 보기엔 걱정 따윈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한 번의 투자 실패로 큰 손해를 입은 걸로 모자라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이후부터 그를 기다리는 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뿐
정신 차려보니 그는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을 총으로 살해하고 말았고 감옥에 갇혀 15년형을 선고받은 죄수가 되지만 그의 친구이자 유능한 런던 경시청의 경찰국장 티엑스는 그의 말을 믿는다.
그리고 그의 수사로 친구 존 렉스맨의 무죄가 증명되어 사면이 결정된 날 어이없게도 렉스맨이 감옥을 탈옥하여 종적을 감춰버리는 일이 벌어진다.
한마디로 하룻밤만 지나면 자신의 발로 걸어 나올 수 있는 걸 불운한 선택으로 숨어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된 그야말로 억세게 운 나쁜 남자가 아닐까 싶다.
이 모든 정황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용의자는 바로 렉스맨의 또 다른 친구인 카라라는 남자
카라는 잘생긴 미남에다 엄청난 부자인 남자로 늘 웃음을 띠고 상대를 대하는 매력적인 신사중의 신사지만 그런 그를 늘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렉스맨의 아내인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그를 늘 질색하며 맞이할 뿐 아니라 남편인 렉스맨이 그와 가깝게 지내는 걸 싫어하며 그에게선 늘 섬뜩하고 오싹한 기운이 든다는 말로 그를 평하곤 했는데 참으로 예리한 감을 가진 사람인 게 분명하다.
모두의 예상대로 카라 그가 렉스맨에게 불어닥친 모든 불행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카라라는 인물도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이다.
눈에 띄는 미남인데다 돈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물인데 그의 집착과 소유욕, 그리고 끝없는 욕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아마도 그의 이런 성격이 엄청난 부를 얻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갖기 위한 거침없는 행보와 잔인한 성정은 주변에 많은 적을 만들게 되고 남에게는 그렇게나 잔인하고 잔혹하게 굴면서도 자신의 신상에 무슨 해를 입을지 몰라 두려움에 떨며 아무도 믿지 않고 자신의 침실을 요새처럼 만들어놓고 숨은 듯이 자는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보인다.
이런 카라에 속절없이 당하는 렉스만은 각종 트릭을 쓰고 암호를 이용하는 추리소설은 잘 쓰지만 현실에서는 남을 너무 쉽게 믿는 순진하기만 한 남자였기에 악행으로 다져진 카라를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서 영문도 모르는 한 순진한 남자를 단숨에 낚아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카라의 솜씨를 보면 웬만한 사람은 누구라도 그 마수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정도일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쓰인 지가 오래되어 요즘에 나오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에 비해 이야기 플루트 자체가 복잡하거나 여러 가지 트릭을 장치로 하지 않은 다소 심플한 전개이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흥미 있게 읽혔다.
범인이 누구이고 또 다른 사건의 범인의 정체도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마치 오래된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읽혔을 뿐 아니라 지금은 흔한 개념인 사이코패스를 다른 사람의 행복을 망가뜨리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악마적 인물로 등장시킨 것도 흥미로웠다.
작가가 그 유명한 킹콩의 원작자라는 것도 그렇지만 다른 작품인 4명의 의인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 이 책 역시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한 궁금증도 불러오고 있다.
복잡한 범죄가 나오는 것도 과학적인 범죄 기술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오롯이 사건과 그 주변을 둘러싼 정황 전개만으로도 독자의 흥미를 붙잡아 둘 수 있는 건 분명 작가의 탁월한 필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출간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다음 작품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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