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해피엔딩 - 우리, 어떻게 가족이 된 걸까? 블랙홀 청소년 문고 10
수진 닐슨 지음, 김선희 옮김 / 블랙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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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날 부모의 재혼으로 느닷없이 가족으로 엮인 아이들 스튜어트와 애슐리

스튜어트는 엄마가 암으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시고 이제 갓 1년이 지났지만 아빠의 재혼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아빠가 더 이상 엄마의 부재로 고통받는 것보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슐리는 재혼을 받아들이는 스튜어트와 달리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부모의 이혼이 원망스럽기만 한데 자신이 자랑스러워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아빠의 느닷없는 커밍아웃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새로운 사랑을 찾은 엄마 역시 용서할 수 없다.

자신의 혼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떠난 자신들의 집으로 들어온 스튜어트와 레너드 부자와의 동거는 애슐리 입장에선 완전 짜증 나는 일인데 자신이 볼 땐 머리는 뛰어난지 모르겠지만 발육상태며 외모, 행동까지 모든 것이 그저 찌질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스튜어트가 자신이랑 같은 학교에 전학 오는 것만큼은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각자의 자식을 데리고 새로운 가족이 되어 재출발하려는 재혼가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내일은 해피엔딩은 재혼가족이 어떤 것들을 고려하고 감수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창 민감한 시기의 십 대인 스튜어트와 애슐리는 각자의 성향대로 부모의 재혼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다르고 새로운 가족을 대하는 태도로 극명하게 차이 난다.

새로운 가족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스튜어트는 나이는 애슐리보다 어리지만 좀 더 성숙한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런 스튜어트도 새로운 학교에서 당하는 학교 폭력을 죽도록 두려워하면서도 걱정을 끼치는 것이 싫어 평소대로 모든 걸 속으로 참고 견디려고만 하는 그저 소심한 어린아이일 뿐이다.

반면 애슐리는 이 상황이 너무나 싫고 엄마의 재혼을 반대한다는 걸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했던 사춘기 소녀의 입장에선 느닷없는 아빠의 선언은 배신이나 다름없게 느껴졌으리란 걸 생각하면 애슐리의 분노와 원망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조금 더 시간을 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완 달리 부부 중심으로 돌아가는 서구사회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애슐리 엄마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이렇게 새로운 가족에 낯설어하고 조금은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어 의견 충돌도 있지만 조금씩 익숙해져갈 즈음 스튜어트를 괴롭히던 학교의 남학생 자레드의 등장은 이 들 가족을 진짜 가족으로 만드는 데 일조를 한다.

작은 의견 충돌이나 조금은 억울한 상황에서도 아빠와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며 잘 참아내는 스튜어트에 비해 조금은 제멋대로인 애슐리의 태도가 많이 버릇없이 보이고 상대적으로 더 나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한창 친구들의 시선을 늘 의식하는 사춘기 소녀에게 부모의 이혼 더군다나 아직까지 주변에서뿐 아니라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아빠의 게이 선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으리란 걸 생각하면 조금은 애슐리가 안쓰럽게도 느껴진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아이들이 결국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여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내일은 해피엔딩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혼가정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제는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만이 아닌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늘어나는 요즘 어디에선가 볼 수도 있을 가족의 모습이기도 하다.

조금은 애어른 같은 스튜어트도 말썽쟁이이자 허점 투성이인 어린 숙녀 애슐리도 모두 그 시기의 아이들답게 제대로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럽게 잘 표현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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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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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시체를 묻기 위해 땅을 파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쉽게 땅을 파는 것이 구라라고 투덜대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그녀가 묻으려고 하는 사람의 정체는 이내 밝혀진다.

요즘 부부 중 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죽으면 범인은 대부분 남은 배우자라는 공식에 맞게 그녀가 묻으려고 하는 시체는 역시 남편이다.

이쯤 되면 부부간에 애정이 식었거나 둘 중 누군가가 부정을 저질렀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살다 보니 더 이상 참기 싫어 끝장을 낸 권태기의 부부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부부는 결혼한 지 갓 석 달이 된 따끈따끈한 신혼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도대체 이 부부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궁금해하면서 그녀의 회상으로 이야기는 넘어간다.

에린이 보자마자 첫눈에 빠진 남자 마크는 잘 나가는 투자자문가였고 그녀 역시 촉망받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젊고 매력적인 둘은 이내 사랑에 빠져 교제를 시작한 후 1년이 지난 즈음 마침내 결혼 계획을 짜고 있었다.

청첩장을 돌리고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둘은 마냥 핑크빛으로 행복이 가득했는데 석 달 후남편은 차디찬 시체가 되고 아내는 그런 그를 몰래 묻기 위해 땅을 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그들이 이런 결말을 맞게 된 원인은 과연 뭐였을까?

마크의 느닷없는 실직이 원인이었을까 아니면 고대하던 허니문 장소인 보라보라에서 아무도 모르게 습득한 거액의 돈과 다이아몬드 때문이었을까

마크의 예상 못 한 실직으로 불안감을 안고 도착한 보라보라는 황홀할 만큼 멋진 장소였고 그곳에서만큼은 걱정을 잊고 스쿠버다이빙을 마음껏 즐기기로 결심한 두 사람을 기다리는 건 바다 한복판에서 마치 잡아달라는 듯 떠다니던 가방 하나와 그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돈과 다이아몬드였다.

주인이 없는 가방을 처음 습득했을 당시 이 두 사람은 당연하게 그 가방의 임자를 찾아 주려고 리조트 측에 전달했지만 운명이었는지 그 가방은 부부의 손에 다시 돌아왔고 당연한 궁금증에 둘은 가방을 열어보면서 이 모든 혼돈은 시작된듯하다.

그래도 마크가 예전처럼 잘 나가는 투자자문가로 근무하고 있었다면 부부는 가방을 열어보고도 양심과 도덕에 따라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에게 닥친 불행에 남편 마크의 탓도 크다.

돈이 궁하고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부부에게 주인 없는 돈은 분명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으리라

급하게 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부부...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대부분이 예상한 그대로의 패턴을 밟는다.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누군가가 그들의 집에 몰래 침입해 뒤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마크는 겁에 질려 팔기 힘든 다이아몬드를 버리고 싶어 하지만 에린은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 그리고 두 사람의 장래를 위해서 다이아몬드를 팔고 싶어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만났던 범죄자에게까지 도움을 청하기 시작하면서 마크와 갈등을 겪는다.

이렇게 주운 다이아몬드를 처분하는 일을 놓고 서로 간의 의견 격차를 보이기 시작하는 부부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어떤 괴물이 숨어있는지 스스로도 모를 때가 있다는 걸 위기에 처하고서야 알게 되는 에린은 주운 가방 속에 있던 휴대폰을 켜서 자신들을 쫓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려고 할 만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사태를 직시하지만 마크는 에린의 적극적인 태도에 겁을 먹고 돈만으로도 만족하고 싶어 할 만큼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이런 갈등의 와중에도 에린은 남편 마크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그에게 조금 실망했을지언정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 왜 그녀가 소설 처음에 남편의 시체를 묻기 위해 땅을 파야 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녀는 왜 땅을 파야 했을까?

작가 스스로가 배우여서인지 소설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하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휴양지 보라보라의 풍경이 태풍을 만나 한순간에 위험천만하게 변한 것처럼 부부에게도 돈이 든 가방을 만나기전과 후로 극적인 차이를 보인다.

그 가방에 든 거액은 두 사람에게 행운이라기보다 재앙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느닷없이 큰돈을 거머쥐게 된 사람치고 끝이 행복한 결말이 없었던 걸 보면 돈이란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야지 땀 흘리지 않은 일확천금은 오히려 독이 되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인가 보다

가독성도 좋고 적당한 스릴과 긴장감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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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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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8주 된 아기가 사라졌다.

그것도 집안에서 아이 돌보미가 잠시 눈을 돌린 사이에...

당연하게도 이 아기 유괴사건은 언론을 장식하고 모두가 사라진 아이의 행방을 찾는 동안 언론은 사라진 아이 마이더스의 엄마가 한때 유명한 배우였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이제 관심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아기가 사라질 동안 엄마는 뭘 하고 있었나 하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는 이윽고 아기 엄마와 엄마 모임의 일탈에 초점이 맞춰지고 이제는 본질은 사라진 채 갓 태어난 아기를 둔 엄마들의 방임과 방탕함에 모든 포커스를 맞춰 그날 밤의 모임에 참석한 엄마들을 비난하기 바빠졌다.

덕분에 아이가 태어나고 힘든 시기를 보내다 단 하루 여유를 즐겼던 엄마들은 모두의 비난을 받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날 참석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사라진 아이의 엄마 즉 위니에게 참석을 강요하다시피해서 아이까지 잃어버리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태가 된다.

이들은 모두 첫아이를 5월에 출산한 이른바 5월 맘이라는 모임의 회원으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교환은 물론이고 육아에 따른 고충을 위로해주는 그야말로 육아맘을 위한 모임이지만 그곳에 모임을 갖게 되면서 엄마들은 알게 모르게 부담을 가지고 자신은 엄마로서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도 한다.

자신은 아이를 돌보는 게 힘들고 서툴기만 한데 다른 엄마들은 완벽하게 아기를 제대로 케어하고 아이에게 모든 걸 쏟아붓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난 부족한 엄마라는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육아책이나 엄마들이 전하는 정보와 실제 내 아이를 키우는 데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던 초보맘들은 자신이 부족한 엄마라는 스트레스마저 가지게 된다.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할 수 없어 힘든 데다 이제 육아 휴직이 끝나고 일자리로 복귀해야 하는데 아이랑 떨어지기도 힘들고 직장에 와서도 아이 걱정에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어 힘들어하는 워킹맘들의 고충을 5월 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퍼펙트 마더는 이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어떤 책임을 지우고 어떤 부담감을 주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죽도록 힘들게 아이를 돌보고 일을 해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온갖 비난은 엄마에게 돌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직장에서는 맡은 일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기를 바라고 요구한다.

그야말로 육아와 일 모두에서 완벽한 엄마를 요구하는 이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퍼펙트 마더는 그래서 사라진 아이를 찾는 것보다 여자들이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에 눌려 허덕이고 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날 밤의 일에서 자유롭지 못한 5월 맘 프랜시,넬,그리고 콜레트는 각자가 위니의 잃어버린 아이 마이더스를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 그날 밤을 재구성하고 의심스러운 사람을 찾으려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론 사라진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데서 오는 깊은 안도감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는 등 피해자 주변인들의 행동 양상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지만 언론은 그들조차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고 그들이 숨기고자 하는 모습까지 파헤쳐 모두에게 드러내 보인다.온 사방이 그들 모두를 뒤쫓기 바쁘다.

단지 그날 밤 잠시 잠깐 아이 엄마라는 사실을 지우고 한 잔의 술을 즐겼다는 대가치고는 너무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는 세 여자가 점점 더 스트레스와 죄책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일상생활이 흔들리고 무너지는 모습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혹시라도 이 여자들 중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지 하는 마음과 함께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뻔히 보이는 그 사람이 진짜 범인인 건지 궁금증을 더해가며 막판에 완전히 몰입하게 한다.

초반부터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이다 조금씩 조금씩 빨라지는 호흡 그리고 의외의 결말은 누군가 죽이지 않아도 충분히 스릴을 만끽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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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7-3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민이네요.

리뷰를 보니 궁금하기도 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무래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몽쁘띠 2019-07-3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독성이 좋아서 순식간에 읽게 되더라구요
 
안녕, 인간 - 부와 권력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의 보이지 않는 공포가 온다
해나 프라이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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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관한 책이라는 소개 글을 보고 솔직히 어렵고 딱딱하며 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을 거라 예상한 내 생각은 여지없이 깨어졌다.

일단 너무나 쉽게 설명한 것에 우선 놀랐고 다음에는 우리도 모르는 새 언제 이렇게까지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사용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면서 깜짝 놀랐다.

어느새 알게 모르게 생활 전반 깊숙이 알고리즘이 관여하고 있다는 걸 왜 그렇게 몰랐던 건지...

그러고 보면 인터넷으로 쇼핑을 즐기는 나에게 편리하다고만 생각되던 기능이 있다.

예전 구매 기록이 화면에 뜨고 나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을 그저 편리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는 새 나의 쇼핑 패턴이며 쇼핑 습관 같은 것이 차곡차곡 데이터로 모여 알고리즘화되고 있었다 생각하면 그 편리하다 생각되던 기능에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사고파는 데이터와 뭔가를 찾은 데이터 같은 게 하나씩 하나씩 모여 그 사람도 모르는 새 알고리즘화되고 있었다니... 생각만 해도 섬뜩하지 않은가?

이 책에서는 어느새 우리 생활 전반 깊숙이 관여하게 된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기능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거부감을 보인다고 해서 해결된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고리즘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곳은 쇼핑 같은 걸 빼면 아마도 의료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

암 진단을 할 때 병리학자가 그 많은 세포를 들여다보면서 보통 세포 속에 숨은 암세포를 찾아내야 하는데 한 사람의 병리학자가 하루에 몇 건만 본다면 암세포를 찾지 못할 확률은 현저히 줄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이 봐야 할 게 수백 건에 이른다면 당연하게도 못 보고 지나칠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분명 암 검진을 했음에도 안타깝게 암 진단을 놓쳐 병을 완치할 시기를 놓치기도 하는데 만약 사람이 하는 이 일을 기계가 맡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 기계는 지치지도 않고 쉬지도 않으면서 객관화된 데이터로만 환자를 평가함으로 쓸데없는 진료가 줄어들 뿐 아니라 오진이 줄고 보다 빠르게 그 사람의 병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수많은 환자의 질병 기록이나 의무 기록이 노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기 때문인데 같은 질병을 앓는 사람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 부분에서 개인 정보의 노출이라는 민감한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자동주행장치의 발달로 사람이 더 이상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고 범인을 찾는 데에도 데이터화된 알고리즘은 많은 활약을 하고 있는 등 책을 읽으면서 언제 이렇게 우리 주변에 많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었던 건지 새삼 놀라게 된다.

무엇보다 객관화된 인식과 평가가 우선되어야 하는 곳은 법정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만약 사람이 지은 죄를 알고리즘이 평가한다면 우선은 동일 범죄에 동일 형량이 지켜지는 건 물론이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은 어느 정도 깨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판타지에 가까운 희망사항이 될 것 같다.

이는 같은 범죄를 저질렀어도 상황에 따른 변수가 존재하고 수많은 예외가 존재할 수 있는데 이런 걸 무시하고 객관화된 수치로만 그 사람을 재판한다면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음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느새 알고리즘이며 데이터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일을 하고 있고 또 빠르게 처리하고 있다 보니 전통적인 일자리가 기계에게 빼앗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어느새 사람을 대신하고 있는 기계를 증오하거나 두려워하는 것도 사실인데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일을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 묻는다면 그럴 일은 아마도 힘들지 않을까 하고 저자는 예상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인공지능이며 데이터, 알고리즘 역시 완벽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하면 도출된 결과 역시 오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현실 앞으로 다가온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을 거부하거나 맹목적으로 믿을 것이 아니라 공존해야 할 때다.

기계에도 오류와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결점과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용한다면 앞으로도 더 편리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알고리즘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도 그렇다고 그 편리함에만 빠져들어서도 안된다는 걸 깨달았고 오늘도 쇼핑을 하면서 누군가가 나에 대해 많은 걸 알 수도 있다는 것에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주변에도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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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변주곡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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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손님이라는 전작을 통해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저자가 이번에는 서로 다른 듯 연결되어 있는 다섯 편의 단편을 묶은 책을 들고 왔다.

이번에도 사랑을 소재로 삼았는데 다섯 편에서 각각의 사랑의 순간을 담고 있다.

첫사랑인 줄도 모르고 불현듯 다가온 사람으로 인해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던 열두 살의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첫사랑은 그야말로 첫사랑의 그 서투름과 떨림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 들킬세라 몰래몰래 그 사람 주변을 맴돌고 그 사람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도 그가 자신을 만져줬으면 하는 소년의 심정을 참으로 세심하게 묘사해 마치 그 소년의 감정을 들여다보는듯하다.

대부분의 첫사랑이 그렇듯 이런 설렘도 느닷없이 어떤 예고도 없이 끝을 맞게 되고 십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진실은 참으로 의외인데도 화가 나거나 허탈해지지 않고 납득을 한 파올로의 고백이 이해가 된다.

첫사랑 이외의 이야기들은 사춘기의 열병을 앓는 아이의 이야기가 아닌 성인들의 사랑 이야기인데 이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한참 읽고서야 이해가 갈 정도로 말하는 화자의 이름도 상황도 모든 것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은유와 두리뭉실한 표현으로 에둘러놔서 쉽게 술술 읽어내려가기는 조금 힘들었다.

낮에 들른 레스토랑에서 아내와 함께 하고 있는 낯선 남자를 보고 남편은 오히려 그들을 못 본 척 외면하고 돌아 나와 깊은 생각과 고민에 빠진다는 설정을 한 봄날의 열병

아내는 그 남자와 언제부터 그런 관계였는지 친밀한 스킨십을 보면 이미 어느 선을 넘은 게 분명한데 왜 자신은 분명한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자책하는 남편의 모습은 배우자의 부정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목격하고 당황한 사람의 모습인 듯 보이지만 가만 보면 의외로 그의 감정에는 질투가 없다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되면서 이 부부가 평범한 보통의 부부가 아님을 독자들이 스스로 깨닫게 된다.

아내의 변심에 고민하면서도 테니스를 칠 파트너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은 분명 일반적이지 않은데 이 부부의 비밀은 확실히 의외였고 그녀의 비밀조차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다른 단편에서도 종종 그 이름을 불리는 만프레드

만프레드는 테니스를 치러 다니면서 누군가를 마음에 품게 되고 그의 주변을 맴돌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와 대화조차 하지 못한다.

자신의 이런 마음을 혹시라도 그가 눈치채고 거부감을 표현하는 걸 두려워하면서도 그의 테니스 시간을 외우고 그가 타는 열차 시간표를 외우고 그의 뒤를 몰래 밟기도 하면서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심정을 마치 고백처럼 독백처럼 읊조리듯 써 내려간 만프레드에서는 확실히 동성애적 코드를 드러내고 있다.

별의 사랑에서는 몇 해에 한 번씩 만나 불같이 뜨거워졌다 이내 헤어짐을 반복하는 연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서로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함께 할 수 없는 건 결국 서로를 사랑했다기보다 욕망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등장하는 사람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이 모든 게 한 사람을 중심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 들려주기도 하는데 이 모두의 중심은 파올로 즉 첫사랑의 설렘을 허무하게 빼앗기고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던 소년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름이 파올로인 소년과 폴 혹은 폴리와의 연관성을 깨닫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서 폴은 낯선 남자와도 그리고 오래된 여자친구와 몇 해에 한 번씩 만나 사랑을 나누기도 하는 등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동일 인물이라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데 사랑이란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성인지가 중요하다기 보다 오로지 그 사람이어서 사랑에 빠진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제목처럼 수수께끼 같은 사랑을 하고 상대를 가리지 않는 열정은 복잡하면서도 정석대로가 아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주곡과 닮아 있는 듯하다.

글에서조차 이해가 쉽지 않게 많은 은유와 생략된 감정의 표현은 안 그래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주인공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해서 몰입을 방해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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