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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인간 - 부와 권력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의 보이지 않는 공포가 온다
해나 프라이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관한 책이라는 소개 글을 보고 솔직히 어렵고 딱딱하며 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을 거라 예상한 내 생각은 여지없이 깨어졌다.
일단 너무나 쉽게 설명한 것에 우선 놀랐고 다음에는 우리도 모르는 새 언제 이렇게까지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사용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면서 깜짝 놀랐다.
어느새 알게 모르게 생활 전반 깊숙이 알고리즘이 관여하고 있다는 걸 왜 그렇게 몰랐던 건지...
그러고 보면 인터넷으로 쇼핑을 즐기는 나에게 편리하다고만 생각되던 기능이 있다.
예전 구매 기록이 화면에 뜨고 나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을 그저 편리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는 새 나의 쇼핑 패턴이며 쇼핑 습관 같은 것이 차곡차곡 데이터로 모여 알고리즘화되고 있었다 생각하면 그 편리하다 생각되던 기능에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사고파는 데이터와 뭔가를 찾은 데이터 같은 게 하나씩 하나씩 모여 그 사람도 모르는 새 알고리즘화되고 있었다니... 생각만 해도 섬뜩하지 않은가?
이 책에서는 어느새 우리 생활 전반 깊숙이 관여하게 된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기능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거부감을 보인다고 해서 해결된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고리즘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곳은 쇼핑 같은 걸 빼면 아마도 의료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
암 진단을 할 때 병리학자가 그 많은 세포를 들여다보면서 보통 세포 속에 숨은 암세포를 찾아내야 하는데 한 사람의 병리학자가 하루에 몇 건만 본다면 암세포를 찾지 못할 확률은 현저히 줄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이 봐야 할 게 수백 건에 이른다면 당연하게도 못 보고 지나칠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분명 암 검진을 했음에도 안타깝게 암 진단을 놓쳐 병을 완치할 시기를 놓치기도 하는데 만약 사람이 하는 이 일을 기계가 맡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 기계는 지치지도 않고 쉬지도 않으면서 객관화된 데이터로만 환자를 평가함으로 쓸데없는 진료가 줄어들 뿐 아니라 오진이 줄고 보다 빠르게 그 사람의 병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수많은 환자의 질병 기록이나 의무 기록이 노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기 때문인데 같은 질병을 앓는 사람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 부분에서 개인 정보의 노출이라는 민감한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자동주행장치의 발달로 사람이 더 이상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고 범인을 찾는 데에도 데이터화된 알고리즘은 많은 활약을 하고 있는 등 책을 읽으면서 언제 이렇게 우리 주변에 많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었던 건지 새삼 놀라게 된다.
무엇보다 객관화된 인식과 평가가 우선되어야 하는 곳은 법정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만약 사람이 지은 죄를 알고리즘이 평가한다면 우선은 동일 범죄에 동일 형량이 지켜지는 건 물론이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은 어느 정도 깨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판타지에 가까운 희망사항이 될 것 같다.
이는 같은 범죄를 저질렀어도 상황에 따른 변수가 존재하고 수많은 예외가 존재할 수 있는데 이런 걸 무시하고 객관화된 수치로만 그 사람을 재판한다면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음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느새 알고리즘이며 데이터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일을 하고 있고 또 빠르게 처리하고 있다 보니 전통적인 일자리가 기계에게 빼앗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어느새 사람을 대신하고 있는 기계를 증오하거나 두려워하는 것도 사실인데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일을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 묻는다면 그럴 일은 아마도 힘들지 않을까 하고 저자는 예상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인공지능이며 데이터, 알고리즘 역시 완벽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하면 도출된 결과 역시 오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현실 앞으로 다가온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을 거부하거나 맹목적으로 믿을 것이 아니라 공존해야 할 때다.
기계에도 오류와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결점과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용한다면 앞으로도 더 편리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알고리즘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도 그렇다고 그 편리함에만 빠져들어서도 안된다는 걸 깨달았고 오늘도 쇼핑을 하면서 누군가가 나에 대해 많은 걸 알 수도 있다는 것에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주변에도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