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환자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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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소원했던 형이 칸첸중가를 등반하다 눈사태를 만나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남은 것은 누군가가 미리 잘라둔 듯한 형의 자일뿐...

형의 의심스러운 죽음에 대해 미처 알아보기도 전 형과 같은 산을 등반했다 눈사태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환자가 나타났고 그의 증언으로 인해 한순간에 안타까운 희생자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을 외면한 이기적인 사람들로 전락해버린 형과 등반대

평소 자신이 알고 있던 형의 모습과 많이 다른 처신에 의문을 표하지만 등반대들은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었고 살아남은 사람의 증언을 반박할 수도 없다.

연일 매스컴은 살아돌아온 생환자인 다카세의 말을 인용해 그의 무사귀환에 도움을 준 등반대 중 한 사람인 가가야를 칭송하기 바쁘고 아무도 희생자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고 연일 비난하기 바쁜 즈음 기적처럼 등반대 중 한 사람인 아즈마가 귀환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당연하게도 살아돌아온 또 다른 남자의 출현은 이전까지의 분위기를 180도 전환하는데 살아돌아온 아즈마가 다카세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을 뿐 아니라 그가 영웅처럼 묘사했던 가가야를 대원들이 잠든 틈을 타 혼자서 살아남겠다는 욕심으로 모두의 짐을 훔쳐 간 파렴치한으로 묘사하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지지만 그전까지 적극적으로 방송을 하던 다카세는 아즈마의 생환과 더불어 언론에서 자취를 감추고 더 이상의 발언을 하지 않음으로써 아즈마의 발언에 힘이 실린다.

극명하게 갈리는 진술 과연 둘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분명 목적을 가지고 진실을 숨기려는 것이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 살아 돌아온 자의 과거부터 하나씩 더듬어 찾아가면서 이들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생환자는 두 사람의 상반된 주장과 끊어진 자일이라는 미스터리 요소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여기에다 우리는 잘 몰랐던 등반가의 삶과 그들이 산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암벽등반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 과정마다 곁들여놓아 재미를 더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기후,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듯한 험준한 산을 오르면서 오로지 자신과 자신의 파트너를 믿고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등반가의 모습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상당히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몸이든 장비든 준비 소홀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와 팀을 이룬 파트너의 목숨까지도 위험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산을 쉽게 보고 오르는 행위는 산악인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하기에 그들이 한 결정을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과 달리 그들에게 산을 오른다는 건 신성시되는 일과 마찬가지 행위이므로...

칸첸중가라는 누구나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산에서 벌어지는 그날 밤 사건의 진실을 찾는 과정은 그날 그곳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종의 밀실 사건이기에 그 진실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집요하게 추적해 작은 단서를 쫓아 한 걸음씩 나아가 마침내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의 묘사가 좋았다.

그리고 같은 행위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면서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하고 흔들리기 쉬운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상당히 전문적인 소재에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첨가해 지루함 없이 흥미롭고 가독성 있게 끌고 간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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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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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온 허수아비

당시에도 재밌게 읽었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어도 역시 재밌는 걸 보면 왜 10주년 기념으로 다시 출간된 건지 이해가 간다.

`나는 죽음 담당이다`라는 강렬한 문구로 시작했던 시인에서 자살로 위장한 살인을 일삼던 연쇄 살인마이자 일명 시인이라 불리던 남자의 정체를 밝힌 헤로인인 잭 매커보이 기자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은 `허수아비`는 역시 시인만큼 강력한 범죄자를 내세우고 있다.

일명 `허수아비`라고 불리는 사람은 현대인들이라면 모두가 피해 갈 수 없는 온갖 온라인상을 돌아다니며 그가 가진 정보를 이용해 마치 거미가 길목마다 거미줄을 쳐 거기에 걸린 먹잇감을 꽁꽁 묶어놓듯이 손발을 묶어버린다.

신용카드를 못쓰게 하고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이메일이며 휴대폰을 무력하는 건 일도 아닌 상황... 현대인들에겐 손발이 묶여 꼼짝할 수 없는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은 일이리라

이렇게 되면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의 잭 매커보이는 자랑스럽게 다니던 LA 타임스에서 해고 통보를 받게 되고 새로 온 애송이 여기자 안젤라 쿡을 수습사원으로 데리고 다니다 우연히 그가 쓴 기사를 보고 항의하는 전화를 받으면서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흑인들이 모여사는 곳에 한 백인 댄서가 트렁크에 목 졸린 채 질식사한 사체가 발견되고 우연히 그 차를 훔친 남자아이가 범인으로 몰려 잡혔지만 그 아이의 할머니는 무죄를 주장한다.

그 사건으로 자신을 해고시킨 신문사에 빅엿을 날리기로 한 매커보이는 사건을 조사하다 진짜 그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단서를 잡게 되지만 그 사건은 자신의 수습기자인 안젤라와 데스크의 배신으로 어쩔 수 없이 연합하게 된다.

안젤라가 조사한 또 다른 트렁크 살인사건 기사를 보고 자신이 조사하는 사건과의 유사점을 발견한 매커보이는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지만 누군가 그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의 모든 행동을 제어하기 시작한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고 통장에는 돈이 다 인출되고 없으며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던 재소자와의 약속은 영문도 모른 채 미뤄지지만 모든 인터넷 기기에 약한 매커보이는 위험성은 깨닫지 못했으나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자신이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FBI 요원이자 전 애인이었던 레이첼에게 전화를 걸면서 위기를 탈출하게 된다.

트렁크에서 질식사한 사체가 발견되지만 용의자가 금방 밝혀졌던 사건들... 그 사건들은 모두 용의자가 쉽게 밝혀짐으로써 제대로 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용의자를 체포하는 걸로 끝났지만 이 모든 게 다 범인이 주도했다는 걸 밝혀내는 매커보이와 레이철

하지만 그뿐... 그 범인의 얼굴은커녕 정체조차 알 수 없다.

매커보이의 위상과 연봉이 달라진 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화했고 그 변화에 발을 맞추지 못한 매커보이는 결국 조직에서 도태되지만 기자로서의 감은 누구보다 빠를 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 또한 남다른 매커보이가 이번엔 얼굴도 모르는 범인 찾기에 나섰다.

우리가 평소 아무런 생각 없이 올리는 작은 정보나 짧은 글이 나쁜 짓에 어떻게 쓰일 수 있고 내 정보가 그런 것으로 인해 얼마나 쉽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허수아비`는 몰입감이 끝내줄 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정보관리의 허점과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 정보관리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면서도 이렇게 쉽게 뚫릴 것이라곤 생각해보지 않았고 이런 걸 이용해 어떻게 악용할 수 있는지 제대로 몰랐던 게 아닐까 생각하면 그 허점을 집어내 연쇄 살인마의 도구로 쓴다는 설정을 한 마이클 코넬리의 상상력은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언제 읽어도 매력적인 마이클 코넬리! 새로운 책이 나오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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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도둑입니다
비외른 잉발젠 지음, 손화수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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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좌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본인이 저지른 잘못이 아닌 가족 중 누군가가 지은 죄를 그저 가족이라는 이유로 단죄해서는 안 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상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로 되는 경우가 더 허다하다.

우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신적, 물리적 피해에 대해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당연한 거고 그 가족 역시 전혀 죄가 없다 생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만약 그 피해가 금전적인 경우라면 더더욱 그런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책 역시 그런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무런 죄가 없는 피해자 가족에게 가하는 물리적 심리적 폭력을 고스란히 당하는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어 더 참담하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어느 날 자신들의 집 앞으로 경찰차가 오고 사람들은 아빠를 도둑이라고 손가락질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지 않고 집으로 가면 집주변을 맴돌던 이웃집 남자가 심술궂고 잔인한 말로 자신을 괴롭힐 뿐 아니라 나중에는 자신의 지갑이 사라졌다는 이유를 대며 누명까지 뒤집어 씌우고 행패를 부리지만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그저 차갑게 지켜볼 뿐이다.

사실 이들이 사는 곳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공장을 중심으로 모여사는 공동체와도 같은 곳으로 이웃들 대부분이 같은 공장에서 일을 하는 직장 동료이기에 아빠의 도둑질은 더욱 비난의 이유가 될 수밖에 없지만 엄마는 한 번도 아빠가 가져오는 것에 대해 의심을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자동차 정비기술을 가지고 있는 아빠의 월급은 풍족해서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뿐 만 아니라 작지만 엄마가 물려받은 유산도 있어 아빠의 행동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아 엄마조차도 처음엔 이를 믿으려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았다 생각했지만 속속 드러나는 증거 앞에 결국 아빠의 도둑질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의 죄가 드러나면서부터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하는 주변 사람들의 냉대는 모자가 필요한 생필품마저 팔기를 거부하고 눈앞에서 마치 그들이 도둑질을 한 것 마냥 무안을 주고 멸시하는 시선을 보내며 안 그래도 힘든 모자를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틸 수 없게 만든다.

엄마 역시 같은 직장을 다녔지만 동료들이 같이 일하기를 거부한다는 핑계로 해고를 당하고 사람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마치 처단해야 하는 악처럼 모자를 그 마을에서 몰아내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물건을 훔치고 돈을 훔친 게 모자가 아니라는 자각조차 없이 그들의 것을 훔쳐 간 아빠와 같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의 행동은 정당화된다고 생각하는듯하다.

당신들도 내가 느낀 고통과 괴로움을 느껴봐야 한다는 듯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필품마저 팔지 않으려 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웃으로 수십 년을 살았으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만약 우리 주변에 범죄자와 그 가족이 산다고 생각하면 나는 과연 그 죄를 지은 당사자와 그 가족을 따로 생각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장담할 수 없다.

머리로는 그들이 지은 죄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왠지 그 가족이 같은 죄를 지은 것처럼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죄가 중범 죄면 당연하게 꺼려지는 마음 역시 더 커지고...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당하는 온갖 부당한 처사에 가슴이 아프지만 나는 이 사람들과 다르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죄를 지은 당사자와 그 가족은 별개라는 걸 머리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진정 성숙한 사회라 할 것이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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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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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여자를 스토킹하지만 평범한 여느 스토커와 조금 다른 스토커와 스토킹을 당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피해자라는 다소 이색적인 시놉이 끌린 책 퍼펙트 데이즈는 확실히 여느 스토킹과는 조금 다르다.

모든 시점은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인 테우의 시선으로 그 광기를 표현하고 있는데 광기가 뜨겁거나 미칠듯한 스피드가 아닌 서늘하고 느린 속도로 표현하고 있어 기존의 작품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광기인 건 분명한데 붉고 뜨거움이 아닌 푸르거나 하얀 빛의 서늘한 광기라니...

미치광이 중에는 상당히 머리가 영리한 사람이 있는데 그들의 영리함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궤도를 보이는 점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 웬만한 사람은 그들의 행적을 종잡기도 예측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스릴러에 이런 미치광이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은데 이 책의 주인공 테우 역시 범상치 않은 두뇌회전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스토킹을 하게 된 남자 테우는 의대생이면서 그가 유일하게 좋아한 사람이 게르트루드라 이름 붙인 해부용 시신이라는 점에서 여느 정상적인 남자와 다른 즉,미치광이 스토커로서의 자질이 보인다.

그가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첫눈에 마음에 든 여자 클라리시에게 접근하고 싶어 하지만 이성과의 교재가 전무했던 테우에겐 그게 쉽지가 않아 애를 써서 한 행동이 오히려 비웃음을 당하는데 하필 상대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는 점이 테우에겐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녀는 테우와 달리 연애 경험도 풍부하고 거기다 머리까지 좋아 남자들이 하는 허튼수작 따윈 통달한지 오래여서 서툰 테우의 행동 중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건 없다.

하지만 그녀가 술에 취해 그에게 한 행동은 그로 하여금 없던 용기를 내게 했고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된다.

클라리시는 테우의 약간은 음침한 접근 방식을 용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단호하게 거절하는데 그녀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애원하고 매달리는 테우는 더 이상 행동에도 제동이 걸리지 않게 된다.

스스로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것이 그녀를 사랑하고 지켜주기 위함이라는 자기 기만은 자신의 행동에 면죄부를 줘 끝내는 그녀를 납치하면서도 모든 것이 그녀를 위하는 일이라 말하는 테우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사람이란 참으로 이상해서 자신의 행동이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닌 그 사람을 위한 행동이라는 명분이 서면 그다음부터는 어떤 짓을 해도 거침이 없다. 그게 불법이던 아니던 이미 안중에는 없다.

모든 게 그 사람을 위해서라는 명분은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일종의 면죄부를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보통 사람이 아닌 테우 역시 그녀를 납치하고 감금하면서 스스로에게 명분을 준다.

그의 이런 뜻과 달리 하루아침에 자유롭던 삶에서 손발이 묶이고 원하지 않는 약물에 취해야 하는 클라리시는 그를 구슬려도 보고 애원도 해보지만 당연하게도 테우는 그녀의 말을 듣는 듯 마는 듯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뿐 아니라 그녀의 행동마저도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그러면서도 그녀를 사랑한다 말하는 그를 그녀가 받아들일 거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살짝 맛이 가버린 테우만 모를 뿐...

그녀가 마치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 여행을 떠난 것처럼 교묘하게 모두를 속여 넘겼던 테우지만 이런 잔머리도 결국은 꼬리를 밟히고 모두가 그들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이 광기의 끝은 어딜까 나름대로 짐작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 책은 결말조차 시원하고 개운하지 않다.

조금씩 미쳐가는 테우의 정신 상태를 보는 것도 그런 그에게 잡혀 마치 나비처럼 구속당한 클라리시가 서서히 체념하고 희망을 버리는 모습도 마치 서서히 미쳐가며 뒤죽박죽 뒤엉켜버린 테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이 유쾌하지 않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진짜 미치광이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듯 병적이고 침울하지만 뻔하지 않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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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 - 현실 자매 리얼 여행기
한다솜 지음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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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세계여행이 아닐까 싶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불만족스럽거나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다는 열망 혹은 지금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 모두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숨어있는 소망이지만 경제적 혹은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선뜻할 수 없는 일이기에 누군가 모든 걸 놓고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이 부러움을 떠나 존경심까지 품게 하는 것... 이게 바로 세계여행에 대한 나의 감상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낯선 곳에서 한두 어달 살아보기가 유행처럼 번지더니 이제는 나이가 좀 들고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크루즈로 세계여행을 하며 여생을 즐기기보다 한창 일 할 나이의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나를 찾아서 혹은 뭔가 목표를 가지고 세계를 찾아 이곳저곳을 누비며 떠나는 여행자들이 종종 눈에 띈다.

예전 같으면 그저 마음속으로만 언젠가 여유가 되면 꼭 세계를 누비리라 하는 마음으로 현재의 팍팍한 일상을 버티던 사람들이 더 이상 미래를 위해서 참기만은 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을 보람차고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그 노력의 일환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듯한데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즐거움도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불안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고 견디는 것보다 조금은 더 여유롭고 행복한 듯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한 씨 자매 또한 늘 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더 이상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아 선택한 것이 오랫동안 버킷리스트로 남아있던 세계 여행이다.

요즘은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어디서나 쉽게 접속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자매는 참으로 운이 좋은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부러웠다.

같이 여행을 다니며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것을 먹으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느낀 점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매의 여행이 더욱 부러운 점이다.

현실 자매의 리얼 여행기라는 표제답게 같이 여행 계획을 짜고 부모님을 설득 시킨 과정이며 어떤 곳을 얼마만큼 묵을지 등등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짜고 실천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려져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라는 꿈의 열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 자매들이 처음부터 실수 연발하며 배를 곪아가며 기차를 타고 유럽으로 가는 모습에서는 여행을 시작하는 흥분과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화려한 유럽에서의 일정... 그중에서도 자매들이 꼭 가보고 싶었다던 스위스는 멋들어진 자연 풍경에 감탄하고 비싼 물가에 놀라게 한다.

너무나 멋진 풍경들과 건축물들은 사진으로 표현된 것만 봐도 셀러임을 느낄 정도로 멋졌는데 특히 언니 쪽의 취미인 카페 탐방하기 같은 건 여행을 떠날 때 나름의 목적이나 테마를 정해놓고 떠나면 훨씬 더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다.

유럽은 워낙 여행하는 사람이 많아 한국관광객이 없는 곳이 없는 것 같은데 이에 반해 아메리카 대륙의 여행은 좀 더 흥미로웠다.

특히 자매들이 간 날이 한창 월드컵 예선전이 벌여졌던 때여서 우리나라가 독일을 이긴 너무나 인상적이고 감개무량했던 경기 덕분에 어부지리로 올라간 멕시코 사람들의 반응은 그녀들이 느꼈던 만큼 재밌었다.

축구 하나로 울고 웃으며 기분 좋게 한국인에게 가격을 깎아주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어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다른 곳도 아닌 페루의 쿠스코에서 한 달 살기를 실천한 자매의 이야기는 그녀들이 그때 느꼈던 만큼의 여유가 느껴져 좋았다.

우리처럼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지 않아도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도 삶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한편으론 몹시도 부러웠고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 그런 곳에서 모든 부담과 욕심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살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있었던 일이며 간 곳에 대한 감상과 사진을 찍은 것은 당연하지만 자매들 간의 사소한 의견 다툼도 동생에게 느낀 언니의 불만도 마치 일기처럼 써놓아 진짜 현실 자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좋았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갔다 아메리카로 와놓고 다시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는 일정이 이상하다 느꼈지만 남자친구와의 일정을 고려한 스케줄이었다는 걸 보면 좋은 곳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기쁨이 느껴져 부러웠다.

아...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을 계획하고 서로가 원하는 곳에서 짜잔 하고 만나는 모습이란... 얼마나 멋지고 로맨틱한지 모르겠다.

확실히 요즘 세대는 여행을 자주 다니고 계획을 짜 본 경험이 많아서인지 이런 플랜을 세우는 것이 참으로 능숙하고 여유롭기까지 하다.

어디를 가려면 어떤 걸 미리 준비하고 어떤 걸 미리미리 갖춰놓아야 하는지부터 어디에서 해야 좀 더 실속 있고 경제적인 루트를 짤 수 있는지 많은 것을 서로 공유하고 교환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나도 꼭 이렇게 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했다.

자신들이 지나온 곳의 모든 루트며 경비에 대한 세세한 표기까지 따로 적어 놓아서 여행에 얼마의 경비가 들고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거창한 꿈과 계획이 있어서라기보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 한결 여유로워지고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여 너무나 멋있게 보였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며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 그게 여행의 의미가 아닐까?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떠나 세계를 누비며 많은 것을 보고 겪으며 좀 더 성숙해지고 자유로워지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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