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부터 그들 일행은 해미시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웬만해선 그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겠지만은...

그래서 그들에게 보기만 해도 왠지 우울해지고 어두운 드림 마을을 소개해준 거지만 예상과 달리 그들은 그곳으로 촬영 장소를 정하면서 온 마을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의 마음을 들쑤셔놓기 충분했다.

매일매일 같은 날 매일 보는 사람에 지치지만 이곳을 오는 낯선 사람이라곤 그저 가끔 오는 시끄러운 관광객을 제외하고 없는 곳이기에 다른 사람도 아닌 TV 제작자와 배우들의 출현은 그들을 들뜨게 했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해미시는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팀의 공공의 적은 자신이 잘난 각본가인척하는 남자 제이미 갤러거였다.

그는 원작 소설 속의 귀족 숙녀를 헐벗은 채 남자들과 방탕한 모습을 하는 히피로 바꿔 원작자 퍼트리샤 마틴브로이드를 대경실색하게 만들어 놓는 걸로 모자라 제작자인 피오나의 의견을 묵살하고 여자 스태프인 실라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면서 틈만 나면 그녀의 속살을 노리고 매일 밤 술에 취해 말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여과 없이 사람들에게 말하는 골칫거리였고 모두에게서 미움받는 남자였다.

그런 그가 누군가에 의해 죽고 촬영팀 모두가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아내가 매번 옷을 거의 벗고 출연해 다른 남자들에게 속살을 노출하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던 여배우의 남편이 양손에 피를 묻히고 죽은 채로 발견, 모든 혐의는 그에게로 돌아간 덕분에 모두가 평온을 되찾는다.

그렇게 쉽게 사건이 처리되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해미시지만 그는 그의 소원대로 일개 한 동네의 순경일 뿐이라 더 이상의 권한은 없다.

모두에게 군림해 잔소리를 하던 연출가가 죽고 새로운 연출가로 새롭게 촬영을 시작하지만 이번에 또 다른 내부의 적이 출현해 모두의 분노와 원망을 사게 된다.

그 사람은 바로 여배우 퍼넬러피

그녀의 신경질과 짜증, 잘난 체는 도를 넘었고 자신의 비위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거리낌 없이 해고하겠다는 말을 하는 독불장군이 되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떨어진 그녀, 당연히 사고사라 생각했던 그 일이 살인사건임을 해미시에 의해 밝혀지면서 그녀를 미워했던 많은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고 그전 각본가의 죽음도 새롭게 의심스러워진 상황

이제 조용하던 마을은 온갖 소문과 시기로 들끓고 사건 내부에 있지만 용의선상에는 오르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여기저기 소문을 퍼트리기 바쁜데 하필이면 이번 사건에 새로 온 경감이 해미시를 제외한다.

그도 첫눈에 해미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해미시가 은근히 사람들의 복장을 뒤집거나 비위를 틀어지게 하는 뭔가가 있는 건 확실한 듯...

이제 용의자와 접촉을 금지당한 해미시는 그야말로 손발이 묶인 거나 마찬가지 처지가 되고 구두쇠에 요령이 좀 부족해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지만 언제나 새로운 여자들로부터 호감을 사 그녀들로부터 도움도 받고 짧은 연애도 하는 알고 보면 은근히 바람둥이 기질이 있던 그가 이번 편에선 매력 발휘에 실패해 매번 여기저기서 바람을 맞고 사건 추리도 평소의 실력에 못 미치는 수난을 보인다.

그런 해미시의 부진을 이번 편에선 등장하는 여자들이 메워주는데 늘 남편에게 억압받고 간섭받으면서 어느새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렸던 목사의 아내, 그리고 앞으로 연출할 기회를 준다는 말에 속아 몇 년째 잔심부름이나 하면서 은근한 손길을 뿌리치기 바빴던 실라와 같은 여자들이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변해가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져있다.

또 원작자인 퍼트리샤의 불만을 잠재우고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실력 발휘를 하는 피오나도 그렇고 이번 편에서는 고지식하고 강압적인 남자들 밑에서 나름대로의 기지를 발휘해 활약하는 여자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져 다소 부진한 해미시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과연 모두가 싫어할 만한 퍼넬러피를 죽일 정도로 미워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번 편에서도 역시 그 사람의 본질을 간파하고 살짝 비트는 유머와 냉소 그리고 고지 마을 사람들의 타인을 향한 심술궂은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먼 인 윈도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문으로 누군가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신고를 하지만 그 집에서 살인은 없었고 오히려 신고자라는 이유로 살인마의 표적이 된다는 설정은 영화로도 그리고 소설로도 자주 봐온 설정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데뷔작임에도 엄청난 대중적 인기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는 선전 문구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시작은 비슷하다.

어떤 이유에선가 집 밖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 감금된 듯한 생활을 하고 있는 애나 폭스

그녀는 극심한 광장공포증에 걸리기 전 정신과 의사였고 건축가인 남편 에디와 사랑스러운 딸 올리비아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병이 발발하면서 이 모든 것이 모래성처럼 스러지고 이제는 넓은 5층 건물에 세입자 한 명을 빼면 거의 혼자 살다시피한다.

그녀의 유일한 일은 그저 집주변을 들여다보고 관찰하며 하루를 보내고 술과 약물을 함께 복용하며 일과를 마감하는 전형적인 약물중독자이자 알코올중독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애나에게 맞은편 집에 새롭게 이사해 온 가족이 포착되고 그 집안의 안주인인 제인과 아들 이선이 애나를 방문하면서 안면을 트게 된다.

그리고 애나가 평소와 같이 술에 잔뜩 취하고 약물에 취해서 눈뜬 한 밤 바로 앞집에서 하얀 옷을 피로 물들이고 죽어가는 제인의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 경찰에 신고하지만 그 집에서는 누구도 죽은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당연한 듯 경찰은 그녀를 향한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애나가 술과 약물에 취해 환각을 본 것이라 여기는 경찰들의 태도에 분노하지만 그녀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그녀가 본 것이 진실이라 증명할 수도 없다.

여기에 더욱 답답한 것은 자신이 제인이라 말하는 여자는 애나가 만났던 제인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그 집의 아들 이선조차 그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

그 낯선 여자가 자신의 엄마가 맞다는...

이제 그녀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뿐 아니라 그녀를 술과 약에 취해 주변의 관심을 받고 싶어 이런 짓을 하는 불쌍한 여자로 바라본다.

그런 시선을 견디기 힘든 애나는 스스로 자기 검열의 시간을 갖지만 처음의 분명했던 확신은 점점 없어지고 자신이 본 것이 진짜가 맞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 말처럼 약물과 술에 의한 환각을 본 것인지 분명치 않다.

그런 그를 붙잡은 건 이선의 `무서웠다`는 겁에 질린 말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본 제인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리고 스스로 그 집 안주인인 제인이라 말하는 여자는 진짜가 맞는 걸까? 모두가 공범이면서 자신을 속이고 경찰을 속이고 있는 걸까?

집 밖을 나갈 수 없다는 지리적 제약, 늘 술에 취하고 약에 취해있는 애나의 정신 상태, 그리고 그녀 외엔 누구도 죽은 제인을 본 사람이 없다는 분명한 한계는 읽는 사람조차 그녀가 본 것을 의심하게 한다.

여기에다 생각지도 못한 애나의 과거는 그녀의 증언의 신빙성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면서 애나가 느끼는 혼란만큼 책을 읽는 사람도 혼란스럽게 하고 점점 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그녀가 본 것은 진짜일까 환각일까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제인은 과연 실제 인물인가

이렇게까지 그녀 애나를 정신없는 사람처럼 늘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묘사하고 끌어내리는 데는 뒤의 강한 반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걸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뒤로 갈수록 강력하게 몰입하고 연이은 사건으로 정신 차릴 틈 없이 휘몰아치며 긴박하게 끌어가면서 독자의 눈과 정신을 사로잡는 것은 분명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었다.

뻔할 수 있는 소재에 진부할 수 있는 캐릭터를 생생하게 만들어 낸 작가의 작품이 올해 연달아 출간될 예정이라니 다음은 어떤 이야기를 들고 나올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N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나이토 료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새로운 시리즈가 탄생했다.

이번엔 여느 남자 형사나 남자 사립탐정이 아닌 여형사 그것도 형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 형사가 오로시 주인공인데 그러고 보면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서구권에서도 여자 주인공을 단독으로 내세워 시리즈로 되어 나온 작품이 그다지 많지 않은 걸 감안하면 새로운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단 범죄 소재의 독특함 면에서 눈길을 끄는데 성공한 것 같다.

도내에 잔혹한 살인사건이 발생... 경찰 신입인 도도는 잔인하게 훼손된 시신을 보면서 인간이 가진 악마성과 잔혹성에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감정도 잠시 죽은 피해자가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고 그가 체포되지 않은 건 단지 증거가 없을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냉철해질 즈음 또 다른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번에도 역시 피해자는 잔혹하게 사람을 죽이고도 조금의 반성도 없이 감옥에 갇힌 채 사형집행 일을 기다리고 있던 사형수 즉, 피해자의 모습 이전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걸 인과응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지만 문제는 그가 죽은 현장이 일종의 밀실이었고 혼자 있는 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로 보면 살인사건이라기보다 자살로 보는 게 타당한데 문제는 CCTV 상에 스스로에게 자해를 하면서도 마치 누군가에게 말을 하듯 괴로워하고 살려달라 애원을 하는 모습이 자살을 하려는 사람의 모습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살려달라고 누군가에게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거침없이 상처를 입히고 자해를 가하는 모습은 이를 본 도도에게 깊은 의혹을 남기게 된다.

이런 의혹은 곧 혹시 그는 자신의 의지에 반해서 자살을 시도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되고 가능한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의지를 조종당해 스스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자해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확장하게 되면서 이쪽의 전문분야를 파고들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누군가가 이와 비슷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뜻에 따라 스스로에게 목숨을 잃을 정도의 자해를 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과 함께 지금의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사람들이나 혐의는 분명하지만 증거가 부족해 처벌할 수 없는 사람들을 골라 이런 방식으로 그들의 죄를 벌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과연 그들에게 죄를 묻을 수 있을까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들의 연구는 너무나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약간의 뉘우침은커녕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는 이상 성격자들 중에 어릴 적 폭력에 노출되었거나 방치된 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뇌에 거짓 정보를 넣어줌으로써 인격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인데 이른바 가짜 추억을 주입해 사랑받은 기억이 이들의 방어기제로 작동하게 한다는 게 연구의 요지... 하지만 스스로의 생각이 아닌 누군가가 주입한 의도된 기억을 가진 사람이 온전한 그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인간은 과연 타의에 의해 개조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사람의 뇌를 원하는 대로 조정한다는 조금은 특이한 소재를 잔혹한 살인사건과 버물려서 아주 흥미롭게 풀어나간 책... 다음 편은 또 어떤 내용일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아름다운 외모를 이용해 남자들을 매혹시키고서는 원하는 바 즉 돈을 손에 넣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 이야기는 사실 요즘은 워낙 흔한 소재지만 그래도 이런 유의 소재는 늘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인데 공포의 천사 역시 빠른 전개와 장면전환으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그녀 진 브리거랜드는 사촌쯤 되는 순진한 남자 제임스 메레디스를 유혹해 그가 상속받을 거금을 곧 손에 넣을 수 있을 즈음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브리거랜드 부녀의 계획대로 메레디스는 억울한 살인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이제 곧 거액의 유산이 그들 손에 떨어질려는 즈음 메레디스와 그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잭 글로버가 선수를 쳐 새로운 상속인을 등장시킨다.

새로운 상속인의 정체는 아버지가 남긴 거액의 빚으로 고통받던 리디아였고 그녀는 그들의 계획에 망설임 없이 동참.. 정략결혼에 성공함과 동시에 잭과 메리디스가 브리거랜드 부녀에게 뒤통수를 날린 쾌감도 잠시, 그들이 브리거랜드 부녀의 눈을 피해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메레디스는 누군가가 자살처럼 위장한 살인사건에 휘말려 세상을 떠나고 이제 거액의 유산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갓 결혼한 리디아에게로 가게 된다.

이런 과정이 소설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도입 부분에서 전개될 정도로 굉장히 빠른 전개는 이 책의 장점이고 더불어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든듯 드라마틱 해 지루할 틈이 없도록 하고 있다.

한편, 부유한 미망인이 된 리디아는 일가친척이 없는 처지라 그녀가 죽으면 그들이 그토록 원하지 않는 브리거랜드에게 거액의 유산이 돌아가는 건 마찬가지... 이제 리디아의 목숨이 위험해졌지만 그녀에게 진과 그 아비의 위험성에 대해 아무리 말을 해도 세상 물정 모르는 리디아는 잭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아니 귀담아듣지 않는 정도를 넘어 아름다운 외모의 가녀린 진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친구로 곁에 둔다.

그 부녀를 곁에 두면서 리디아의 주변에는 이상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사고를 빙자해 누군가가 리디아의 목숨을 노리지만 이 태평스럽고 긍정적인 여자는 그저 우연일 뿐이라 큰 신경을 안 쓰는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진에 대해 계속 부정적인 말을 하는 잭을 꺼리기까지 하는 답답한 모습을 보인다.

반면 아름답지만 속은 냉정하고 잔인한 계략가가 숨어있는 진은 리디아가 잭의 간섭을 싫어하면서도 그에게 은근히 끌리고 있음을 본인보다 먼저 간파 그녀 앞에서는 절대로 잭을 직접적으로 욕하거나 험담하지 않으면서도 돌려까는 신공을 발휘해 어느새 리디아로 하여금 잭에게 거부감을 가지도록 만드는 데 성공할 정도로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도 잘 알고 눈치도 빠른 전형적인 악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녀가 리디아에게 잭이 자신을 이토록 싫어하는 이유라고 내세운 핑계를 보면 교묘하고 영리하기 그지없는데 그런 진에 비해 감정적일 뿐 아니라 우직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잭이 이 싸움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두 여자의 캐릭터는 상당히 대조적인데 어느 날 별다른 노력 없이 한 번의 결정만으로 거액의 돈을 손에 쥐고 그저 돈 쓰는 재미에 홀랑 빠져버린 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딘 리디아보다 악녀지만 자신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남자들을 유혹하고 원하는 바를 취할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진이 훨씬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다.

결말을 보면 작가 역시 그런 마음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거액의 유산을 둘러싼 살인사건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질투 그리고 음모를 참으로 맛깔나게 섞어서 마치 한편의 아침 드라마를 보는듯한 재미를 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호의 죄 - 범죄적 예술과 살인의 동기들
리처드 바인 지음, 박지선 옮김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에게 소호라 하면 예술가들이 모인 예술가들의 거리라는 인식이 강한데 그런 곳이었던 소호도 어느샌가 자본이 흘러들어 임대료는 폭등하고 명품이 조금씩 늘어가는... 여느 도시의 힙한 곳과 다를 바가 없어지고 있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하기야 요즘은 어디든 색다른 곳으로 유명세를 타다 보면 자본이 흘러들고 그 자본의 논리에 따라 모든 것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원래 있던 주민들은 하나둘 내몰리고 온갖 프랜차이즈나 명품점이 자리를 차지해 처음 그곳이 유명세를 떨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라지고 그저 그렇고 그런 곳으로 전락해버리는 일이 악순환되고 있는듯하다.

이 책 소호의 죄는 그들이 어떻게 타락해가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소호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미술 중개인으로 살아가던 잭슨의 오랜 친구 부부가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시작되는 소호의 죄는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그곳과 예술가라 칭하는 사람들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름난 미술작품 컬렉터인 어맨다 올리버가 자신의 집에서 총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남편이자 억만장자인 필립이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고 경찰서에 가서 자백하면서 이 비극적인 사건은 쉽게 풀리는듯했지만 필립의 변호사가 개입해 그가 사건 발생 당시 다른 곳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제시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경찰이 범행을 자백한 범죄자를 쉽게 놓아줄 리 없고 필립의 회사에서는 사립탐정을 고용해 그의 무죄를 증명하고자 하는데 그 사립탐정은 이 들 부부의 오랜 절친이자 필립의 딸 멜리사의 대부이기도 한 잭슨의 또 다른 친구인 호건이었고 필립의 무죄를 믿고 싶은 만큼 어맨다를 죽인 범인을 꼭 찾고 싶은 마음에 호건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움을 준다.

잭슨의 소개로 어맨다에게 앙심을 가질만한 용의자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그들의 알리바이를 추적하는 호건은 지금은 사립탐정이지만 경찰 출신이 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 충실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보통의 평범한 남자였고 그런 그의 눈에 소호에 사는 자칭 예술가라는 사람들의 행태는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특히 필립은 아내를 두고서도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곁눈질하고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걸로 유명한데 그 문제가 두 사람의 다툼의 원인이었기에 어맨다의 죽음에서 책임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두 번째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필립의 전처인 앤젤라

그녀는 필립의 아이를 낳은 후 그의 바람 상대였던 어맨다 때문에 버림받았고 이혼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필립에 대한 미련과 원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용의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세 사람의 처음과 끝 그리고 애증관계를 모두 알고 있는 잭슨은 그래서 그들이 사건 당시 내세운 그들의 알리바이가 분명함에도 그들을 완전하게 믿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혹은 호건을 내세워 그들을 조사하고 그들의 행적을 뒤쫓는 과정에서 어맨다와 필립의 어린 딸인 멜리사 주변을 맴돌고 있던 젊은 예술가 폴의 수상함을 눈여겨보게 된다.

소호 주변을 맴돌면서 자칭 예술가라 칭하며 그가 하는 예술 활동이란 게 유명한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는 그렇고 그런 행위이지만 그가 소호의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 이유 중 하나가 잘생긴 그의 외모 덕분이란 걸 간파한 호건과 잭슨은 그에게서 비밀스러운 냄새를 맡고 집요하게 그의 뒤를 쫓다 그의 비밀스러운 작업에 대해 알게 된다.

평범한 호건의 눈에 그들 소호 사람들은 예술을 핑계로 난잡하게 놀아나고 끊임없이 배우자 몰래 바람이나 피우면서도 외부의 사람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그들만의 특권의식에 사로잡혀있는 쓰레기 집단이나 다름없었고 그림이나 조각 혹은 사진 한 장에 거래되는 가격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고 부풀려져 부자들의 배를 채우는지 그 과정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기야 평범한 사람 누군들 그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평범한 예술가들이 모여살던 소호가 넘쳐나는 자본에 의해 예술에 가치가 메겨지고 또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갤러리에 전시를 해서 서로 사고파는 과정을 통해 또다시 가격이 올라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드는 데 이용되는 것 그 이상이 아닌 오로지 그들만의 리그나 다름없었다는 씁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현대 미술이 어떻게 어린 예술가들로부터 쉽게 작품을 손에 넣고 그 작품을 홍보를 통해 가격 형성을 해 부를 창출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예술이라 하는 것과 외설의 그 모호한 경계를 어떤 식으로 이용하는지 그 이중성과 그들만의 논리를 꼬집고 있는 소호의 죄는 범인을 찾아가는 스릴러와 예술세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고발이 적절하게 잘 섞여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