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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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새가 되어 잔혹하기 그지없는 살해 현장이나 사람이 죽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그 악몽은 점차 현실 속의 나를 잡아먹어서 잠을 자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에겐 이 악몽을 나름의 방식으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그건 바로 자신이 새가 되어 꿈에서 본 그 잔혹한 현장을 글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진은 그렇게 글을 써 인기 작가가 되었다.

상당히 독특한 소재의 이 소설 지하실의 새는 별다른 기대 없이 읽었던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우선 살해 현장이나 누군가의 죽음의 현장을 꿈에서 그것도 인간이 아닌 새가 되어 지켜보는데 일단 평범한 죽음이 아닌 만큼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피해자는 볼 수 있지만 가해자의 얼굴은 철저하게 가려져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하진이 꿈에서 본 장면이 정말 단순히 악몽일 뿐일까 하는 점이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듯이 꿈에서 새가 되어 본 장면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하진은 당연하지만 경찰과 독자 모두에게서 의심을 받는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정말 모두의 의심대로 그가 사건 당사자인 걸까?

아니면 그는 어떻게 이 모든 일을 알 수 있었던 걸까?

뒤로 갈수록 그가 꾸는 꿈은 점점 더 실제 현실과 혼돈되어 뒤섞이고 뭐가 진실인지 헷갈리게 만들어놓았다.

더군다나 수많은 죽음 중에서 특히 인간의 피부를 벗기고 잔인하게 자르고 토막 내는 수법을 보여주는 그 사람은 분명 연쇄살인의 용의자 일 수밖에 없지만 하진이 수많은 현장을 지켜봤음에도 단 한 번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를 향한 의심이 짙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10살 이전의 기억을 지워버림으로써 그의 과거에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뿐 아니라 지금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이 그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음을 쉽게 짐작하게 만들었지만 과연 하진의 어린 시절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는 또 다른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한 작가는 영리하게도 하진을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지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쉽게 알리바이를 만들어주지 않아 끝까지 그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도록 만들었다.

두껍지 않아 단숨에 읽을 수 있었고 가독성도 좋고 몰입력까지 좋아서 오히려 짧은 게 살짝 아쉬웠을 정도였다.

하진의 과거 부분을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소재도 재밌었고 스토리 전개도 짜임새 있어서 모처럼 즐겁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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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축의 집 - 제3회 바라노마치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 수상작!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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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악마는 엄마였다.

강렬한 이 한 문장이 모든 걸 함축하고 있다.



아빠는 엄마가 죽였고...

언니도 엄마가 죽였고...

오빠는 엄마와 죽었고...

엄마는 나도 죽이려 했다.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 이 가족... 처음부터 심상치 않다.

일단 이 집의 가장이자 의사였던 친우의 자살을 남은 유가족을 위해 병사로 처리한 동료 의사의 인터뷰를 통해 이 집에 어떤 우환이 닥쳤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다음은 이 집안사람과 병원의 직원등의 입을 통해 이 결혼이 어떻게 이뤄졌으며 각 가족의 구성원은 어떤 성격이었는 지 그들이 왜 다른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점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알게 된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집이 왜 귀축의 집이 되었는지는 저주 받은 듯한 집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이자 이 집의 막내딸인 유치나의 의뢰를 받고 사람들을 일일이 수소문한 전직 형사인 탐정 사카키바라와의 대화를 통해 하나둘씩 베일이 벗겨진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 대화 속에서 또 다른 죽음의 전모가 전해지는 형식을 통해 이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에게 닥친 불운이 알려지는 데 그야말로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점점 더 숨을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처음부터 누가 이 집을 귀축의 집으로 이끌고 있는지 모든 일의 중심에 누구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서 과연 이 분명한 사실관계에서 어떤 반전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과정 속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작은 의혹을 숨겨두고 그 의혹의 싹을 키워 마침내 독자에게 강렬한 반전으로 짜릿함을 선사하는 작가는 분명 타고난 이야기꾼임에 분명하다.

집안의 중심이자 경제권을 가졌던 가장의 죽음 이후 이 집안에는 연이어서 죽음이 잇따른다.

그리고 그 죽음은 남은 가족에게 풍요를 선사한다.

귀축의 집은 너무나 분명한 악의와 이후 벌어진 일들 사이에 숨은 복선이 어떤 반전으로 이어질지 기대감을 차곡차곡 높여가다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반전 타이밍이 죽여주는 책이었다.

벌어지는 사건 하나하나는 찜찜함을 남겨주고 있지만 전후 관계가 너무나 명확해서 어느 부분에서 반전이 있는지 그렇다면 이 사건들의 진실은 뭔지 눈을 크게 뜨고 찾아 헤매지만 물샐틈없는 전개와 논리는 허점을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분명 너무 뻔히 보이는 것에 숨겨둔 함정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게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몰라 더 궁금했었고 마침내 밝혀진 진실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음을 깨달으면서 다소 허탈함을 느끼게 했다.

잘 짜인 스토리로 가독성도 좋았고 반전을 위한 억지스러운 장치가 없었다는 점 역시 높이 살 만한 부분이었다.

이 작품의 작가의 데뷔작이었다니... 과연 심사위원의 찬사를 받을만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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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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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가 있는 작가인 기욤 뮈소의 책에는 공통된 주재가 있다.

그건 바로 사랑인데... 그래서 그의 작품을 로맨스 소설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지만 로맨스를 바탕으로 하고 거기에 미스터리적인 요소와 판타지적인 요소를 섞은 미스터리 로맨스라고 보는 게 더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그의 작품 대부분이 인기가 있다 보니 이번에 예전 책을 새롭게 리커버 해서 출간되었다.

오래전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 읽어도 역시 재밌었다.

이 책 사랑하기 때문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상처를 받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크는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린 딸아이로 인해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모든 걸 놓아버린 채 거리의 노숙자가 되어버린 불운한 남자다.

억만장자 상속녀 앨리슨은 약물중독과 알코올 중독으로 만신창이가 된 채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다니고 엄마를 죽게 한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지만 자신 한 몸 지키지 못한 채 거리를 방황하는 소녀 에비 역시 이 책의 주인공들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크의 친구이자 엄청나게 성공한 정신과 의사지만 스스로는 매일 밤 잠들지 못한 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커너가 있다.

이렇게 마크와 커너 외엔 서로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각자가 안고 있는 고민과 아픈 상처를 보여주지만 접점이 없는 만큼 뚜렷한 치료법도 해결책도 없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모아놓고 작가는 기가 막히게 서로 연결점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행해진 기적 같은 일은 그들로 하여금 상처를 치유하고 마침내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 과정을 페이지 터너답게 가독성 있으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겉으로 봐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주인공들 내면의 상처와 아픔을 제대로 표현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얻고 그런 그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행한 행동이 다소 무리한 설정임에도 납득하게 만든다.

각자가 가진 사연을 서로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치유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상처를 서로 위로해 주면서 자신 또한 치유되는 과정이 아름다웠다.

작가 특유의 생생한 묘사와 매력 있고 개성 강한 캐릭터... 그리고 복잡하지 않은 구조가 가독성을 높여 책을 들면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한다.

아픈 상처가 있고 숨겨진 과거가 있어 고통받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구원하는 건 역시 사랑이었다는 기욤 뮈소식의 결말...

뻔하고 진부하지만 언제나 통하는 기욤 뮈소식 매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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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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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그믐날... 하얗게 내린 눈 속에 빨간 선혈이 낭자하고 누군가의 목이 베어졌다.

고비키초의 극장 뒤편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버젓이 행해진 이 살상급은 당시 무사에게 허용된 복수극이었고 그렇게 복수는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는 당시 이 살인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2년 후 누군가가 찾아와 다시 한번 그때의 진상을 들려 달라 청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챕터마다 당시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의 진술이 이뤄지는 데 처음 한동안은 목격담에서 어떤 차이도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서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죽이기 위해 에도로 온 어린 소년

그의 이름은 기쿠노스케이며 이노 세이자에몬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그가 죽인 남자는 도박꾼이자 거리의 무뢰배 같은 남자 사쿠베에였고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죽인다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기에 그의 복수는 허락된 행위였다.

하지만 그날 밤의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쿠베에라는 남자의 이미지는 조금씩 달라지고 그날 밤 비장하게 아버지의 원수에게 칼을 겨눴던 기쿠노스케는 마치 그 복수를 원치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왜 원치 않았던 복수극을 행해야만 했을까?

평범한 진술 속에 숨긴 진실 찾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조각조각 나눠진 듯한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진실을 찾게 되면 처음의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시대극인 만큼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관습 같은 걸 이해하고 보면 훨씬 더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쇼군 아래 영주와 번에서의 명령체계나 무사의 도리 같은 건 물론이고 당시 무사의 위치와 가문의 대를 잇는 장남 외 다른 아들들의 처우 같은 걸 알고 보면 기쿠노스케의 처신과 결정적 순간에 그가 한 고민에 대해 훨씬 더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 같은 모습을 글로 재연하고 있는 고비키초의 복수는 어딘지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웠고 목격자의 진술로만 사건을 재연하는 부분에서는 잘 짜인 연극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겉으로 봐선 그저 단순한 복수극처럼 보였던 그날의 진실이 목격자의 진술이 더해갈수록 훨씬 더 정치적이고 복잡한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된다.

더불어 각각의 목격자들이 사건에 대해 진술하는 것 외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에 대해서 듣다 보면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복수극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어딘지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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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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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몰래 다가와 단숨에 먹이를 낚아채는 사냥꾼

야생의 왕 호랑이는 그렇게 사냥을 한다.

이 책 TIGER는 그런 호랑이의 사냥처럼 주변의 경계를 뚫고 목표물인 어린 소녀들에게 소리 없이 접근해 사냥에 성공한 소아성애자이자 변태 성욕자인 한 범죄자의 체포기를 다루고 있다.

뉴스에는 30년 전 어린 소녀들을 납치해 능욕한 걸로 모자라 잔혹하게 살해했던 죄목으로 수감된 두 명의 사형수 중 한 사람이 병사한 소식이 들려온다.

그 뉴스를 본 은퇴한 경찰 호시노 세이지는 사건 발생 당시 특별 수사대에서 서류작성을 담당했었을 뿐만 아니라 사건 수사 당시에도 범인으로 특정된 두 사람이 범인상에 맞지 않는다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런저런 의혹에도 당시 시행된 DNA검사에서 일치했다는 이유로 모든 의혹을 불식시키고 그렇게 사건이 종결되었던 그 사건을 다시 한번 조사해 보고 싶은 세이지는 손자를 끌어들여 함께 재수사에 착수한다.

이런 재수사를 통해 하나둘씩 밝혀지는 진실은 사형수 두 사람이 진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리고 함께 수사를 돕던 손자와 손자의 친구를 통해 인터넷으로 이 모든 과정을 업로드하면서 언론을 포함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이 책은 그런 세이지와 손자 및 그를 돕는 주변 사람들이 사형수가 아닌 진짜 범인이면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은밀하게 음지에서 살아남은 범인 찾기 과정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명의 소녀들이 납치되어 폭행당한 채 사망한 사건이 어떻게 범인을 특정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수나 선입견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는지 모든 과정을 다시 한번 재조사하는 과정을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놓아서 책에서 손을 놓기 힘들었다.

이런 과정에서 당연히 공권력의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이미 끝난 사건이라는 이유로 다른 혐의점이 드러나도 재수사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세이지와 팀이 하는 일에 색안경을 끼고 방해하기 일쑤였다.

어쩌면 이들의 조사를 통해 그들이 잡아들인 범인이 진범이 아니라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는 게 밝혀질 경우의 파장을 고려하고 그게 자신들의 안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종종 범인이 아님에도 억울하게 누명을 써 옥살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이 아무리 자신은 죄가 없다 억울하다고 하소연해도 애당초 경찰들이 그들을 주목한 이유가 전과 기록이 있거나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만한 능력이 안되는 사람일 때가 대부분인 걸 보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오래된 사건에서 당시에는 무시했던 작은 단서를 쫓아 범인에게 한 발짝씩 다가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면서도 늘어짐 없이 그리고 설득력 있게 그려낸 TIGER

가독성도 좋았고 스토리 흡인력도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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