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가 되어 잔혹하기 그지없는 살해 현장이나 사람이 죽는 모습을 지켜본다.그리고 그 악몽은 점차 현실 속의 나를 잡아먹어서 잠을 자는 것도 쉽지 않다.하지만 그에겐 이 악몽을 나름의 방식으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그건 바로 자신이 새가 되어 꿈에서 본 그 잔혹한 현장을 글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하진은 그렇게 글을 써 인기 작가가 되었다.상당히 독특한 소재의 이 소설 지하실의 새는 별다른 기대 없이 읽었던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우선 살해 현장이나 누군가의 죽음의 현장을 꿈에서 그것도 인간이 아닌 새가 되어 지켜보는데 일단 평범한 죽음이 아닌 만큼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피해자는 볼 수 있지만 가해자의 얼굴은 철저하게 가려져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하진이 꿈에서 본 장면이 정말 단순히 악몽일 뿐일까 하는 점이다.누가 봐도 알 수 있듯이 꿈에서 새가 되어 본 장면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하진은 당연하지만 경찰과 독자 모두에게서 의심을 받는다.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정말 모두의 의심대로 그가 사건 당사자인 걸까?아니면 그는 어떻게 이 모든 일을 알 수 있었던 걸까?뒤로 갈수록 그가 꾸는 꿈은 점점 더 실제 현실과 혼돈되어 뒤섞이고 뭐가 진실인지 헷갈리게 만들어놓았다.더군다나 수많은 죽음 중에서 특히 인간의 피부를 벗기고 잔인하게 자르고 토막 내는 수법을 보여주는 그 사람은 분명 연쇄살인의 용의자 일 수밖에 없지만 하진이 수많은 현장을 지켜봤음에도 단 한 번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를 향한 의심이 짙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10살 이전의 기억을 지워버림으로써 그의 과거에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뿐 아니라 지금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이 그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음을 쉽게 짐작하게 만들었지만 과연 하진의 어린 시절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는 또 다른 궁금증을 자아낸다.또한 작가는 영리하게도 하진을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지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쉽게 알리바이를 만들어주지 않아 끝까지 그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도록 만들었다.두껍지 않아 단숨에 읽을 수 있었고 가독성도 좋고 몰입력까지 좋아서 오히려 짧은 게 살짝 아쉬웠을 정도였다.하진의 과거 부분을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소재도 재밌었고 스토리 전개도 짜임새 있어서 모처럼 즐겁게 읽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