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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질리언 매캘리스터 지음, 이경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7월
평점 :
타임워프나 타임슬립을 해서 특정한 시간으로 가는 스토리는 자주 접했지만 대부분 그런 시간 여행을 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거나 사건 사고를 막고자 했던 게 많았다.
그런 만큼 아들의 잘못된 행동 즉 살인을 막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엄마의 이야기는 다소 특이한 경우였다.
어느 날 늦은 귀가를 하던 아들을 지켜보는 엄마의 눈앞에서 아들이 누군가를 잔인하게 칼로 찔러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충격과 두려운 마음을 안고 아들이 연행된 경찰로 찾아갔지만 면회는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아들이 변호사인 자신의 조언조차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었던 아들의 모습과 너무나 다른 모습에 엄마인 젠은 충격을 받았지만 눈을 떠보니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으로 돌아와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이 아들 토드의 살인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은 젠은 아들의 뒤를 쫓지만 왜 아들이 그런 짓을 했는지는 좀체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매일매일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 젠
자신이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는 건 분명 과거에 어떤 계기가 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서만 그 사실을 마음속으로 품고 아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다 문득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과 대화의 시간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들의 꿈을 비웃기까지 했던 과거의 자신을 지켜보기가 점점 힘들어진 젠은 보통의 엄마가 자식이 나쁜 짓을 하면 그렇듯이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에도 과거로의 회귀는 멈추지 않고 이제는 돌아가신 아빠도 살아계시고 심지어 아들 토드가 태어나기 전으로까지 회귀하게 된 걸 보면서 젠은 이 모든 문제가 단순히 토드의 그날 밤의 사건 때문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런 작품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미 지나온 날들을 다시 살면서 당시에는 몰랐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마침내 눈앞에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이 왜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밝혀가는 과정을 시간의 역순으로 보여주는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은 뒤로 갈수록 의문이 풀이기는커녕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의 충격 그리고 그런 이유로 내 전부인 아들이 사건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을 때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혼자만 행복하다는 착각을 했었다는 걸 깨달은 젠의 괴롭고 안타까운 심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젠과 함께 과거로 거슬러가는 시간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간여행 속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만 했는지 과거 곳곳에 흩어진 작은 단서를 찾아 사건의 인과관계를 찾아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만 시간은 다시 흐른다.
스릴러 장르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시간 여행을 소재로 흥미로우면서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으로 탄생시킨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