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쉽게들 말하지만 이는 남자들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서로를 못 견뎌하는 건 이성과 이성과의 사이보다 동성과의 관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런 의미에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오래된 갈등의 관계 중 하나가 고부간의 갈등이 아닐까 싶다.
주 활동 영역이 넓은 남자들에 비해 집안이라는 좁은 영역에서 서로 간의 영역 다툼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여자들 간의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는 이유가 아닐까
대를 이어 도자기를 취급하는 노포 도키야 깃페이의 주인 사디히코와 안주인 아카미는 가게도 안정적이라 여유롭고 나름 인지도도 높은 데다 아들이 일찌감치 대를 이을 예정이라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그 아들이 살해당하는 변고가 발생하면서 모든 일상이 무너진다.
더더욱 놀랍고 기가 막히는 건 그 아들을 죽인 게 며느리의 옛 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이 모든 게 평소 어딘지 탐탁지 않게 여겼던 며느리 때문이라는 원망이 있었던 아카미지만 손주를 생각하면 쉽게 내칠 수도 없는 일이고 남편은 일찌감치 손주를 자신의 대를 이을 후계자로 삼을 생각을 해 며느리와의 합가를 환영하며 받아들인다.
만약 아들이 죽은 후 각자의 길로 갔더라면 원망은 해도 더 이상의 갈등은 없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된 일인지 소유코는 시부모와 함께 살고자 한다.마치 자신은 그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그날부터 아카미와 며느리 소요코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이 벌어지지만 그저 자신의 가게의 명맥을 이을 생각뿐인 남편은 두 사람의 갈등을 눈치채지 못할 뿐 아니라 은근히 며느리 편에 서서 아카미를 서운하게 한다.
둔한 남자들은 모르지만 한 집안에서 살림을 맡고 모든 걸 총책임지는 자리에 두 사람의 여자가 있다면 둘 사이에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상대는 내 아들을 억울하게 죽도록 만든 원인 제공자일 뿐 아니라 은근한 색기로 주변의 남자들로부터 호의를 쉽게 얻는다.
여자들이 묘하게 신경을 거슬려 하는 부분을 지닌 여자라는 뜻
하지만 무엇 하나 뚜렷하게 흠을 잡을 수 없어 더 답답해할 즈음 재판을 받던 범인이 형량을 선고받던 날 이 모든 게 며느리 소유코가 원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그날부터 소유코의 모든 행동에 의심스러워지는 아카미...
과연 그 사건에서 소유코는 진짜 무죄인 걸까?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관계는 영원히 평행선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성 간이 아니라 동성이라는 점도 그렇고 아들을 두고 애정을 경쟁하는 관계라는 점 게다가 결정적인 건 여자로서 가장 큰 핸디캡으로 느끼는 나이 차이가 크다는 점 때문에 시어머니 입장에서 며느리는 언제나 거슬리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주변 남자들로부터 언제나 호의적인 시선을 받는다는 점도 그렇고 사소한 점에서 의심스러운 눈으로 지켜봐도 잘못을 지적하거나 태클을 걸어도 언제나 소요코는 그런 아카미에게 덤덤하거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두 사람의 경쟁에서 누가 열세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런 미묘한 심리를 아카미를 통해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는 악어의 눈물은 여기에다 진짜 아들의 죽음에 소요코가 관여를 했는지를 끝까지 알 수 없게 해 놓아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녀는 무죄일까 유죄일까?
결말을 생각하는 바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흥미로운 부분이다.
한토막의 의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밑바탕에 깔린 질투심과 만나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세심하게 그려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