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으로 데려다줘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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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자신에게 돈 많은 진짜 부모가 나타난다면...?

소녀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자신은 사실 부잣집 딸인데 한순간 무슨 실수로 아이가 뒤바뀌었거나 혹은 부자 부모가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상상

너무 막장이지만 그만큼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어서인지 드라마에 자주 써먹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 책 그 여름으로 데려다줘의 시놉만 보면 자칫 우리에게 익숙한 막장 드라마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책을 읽어보면 가슴 아프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얼굴도 한번 본 적 없었던 친부의 사망 소식과 함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피오나는 이탈리아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친부가 대대로 이어온 와이너리를 소유한 부자였으며 그 와이너리를 당연히 물려받을 거라 기대했던 남매가 아닌 혼외자인 자신에게 상속한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는다.

이런 결정은 당연히 이복남매의 강렬한 반발을 불러오고 그들은 이 결정을 뒤집기 위한 증거로 엄마와 친부 간 오갔을 거라 추정되는 편지를 찾기 위해 온 집안을 뒤집는다.

사실 피오나는 전신마비로 수십 년을 고통받고 있는 아빠의 치료비에 약간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만 있었을 뿐 친부에 대해 어떤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았었지만 이복남매로부터 전해 들은 친부는 너무나 최악이었다.

제멋대로인데다 아무 여자나 만나는 바람둥이...

자신이 알고 있었던 엄마는 아빠에게 너무나 충실하고 두 사람은 사랑으로 충만한 관계라 믿었기에 결혼생활 중에 그런 아빠를 버리고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피오나 역시 진실을 찾기 위해 편지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복남매가 말하던 아빠의 모습과 그곳 와이너리에서 대대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아빠의 모습에는 커다란 갭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는다.

괴팍하고 바람둥이며 자식들이 자신을 보러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정도로 속이 좁고 이기적이라는 의붓 오빠의 평가에 비해 고용인들은 이곳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넉넉하며 유머와 친절이 몸에 밴 사람이라 평한다.

피오나는 과연 진짜 아빠 안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아빠가 사랑했다던 와이너리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현재의 피오나가 점점 더 와이너리를 비롯해 이곳의 자연에 친밀감을 느끼는 과정과 함께 엄마 릴리안과 아빠 안톤이 서로 어떻게 해서는 안 될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시점을 바꿔가며 보여주는 그 여름으로 데려다줘는 작가의 전작 아주 완벽한 실종에서만큼이나 한 번의 결정이 불러온 안타까운 결말을 보여준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여기에 어울리는 달콤하지만 쌉쌀한 러브스토리 그리고 행복한 결말까지...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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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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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단편을 비롯해 시대물 청춘 미스터리에 판타지까지... 그야말로 모든 장르에서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는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일단 그의 작품은 언제 읽어도 중간 이상은 한다는 믿음이 있어서 좋다.

이 책 가연물은 5편의 에피소드로 엮인 단편이고 미스터리의 정석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매 에피소드마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가쓰라 반장이다

그는 얼핏 평범해 보이는 사건 속에서 진실을 꿰뚫어 보는 힘이 날카로워 수사에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사건을 맡으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 워커홀릭이라 부하들로부터 신임은 얻고 있지만 그를 인간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일단 첫 번째 에피소드 낭떠러지 밑은 스키장에서 조난당한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은 사망하고 또 다른 사람은 중상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단순한 실족사처럼 보였던 사건이 살인사건이란 걸 발견하면서 범인은 누구나 쉽게 추정할 수 있지만 어떤 흉기를 사용했는지는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과연 그를 살해한 흉기는 뭘까

두 번째 에피소드인 졸음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재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사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다.가해자는 현재 다른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이 몰래 미행하던 중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사건 현장은 목격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른 새벽의 사건임에도 다수의 목격자가 존재해 사건을 쉽게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자신은 파란불에 진입했다 주장한다.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뭘까

목숨 빚은 에피소드 중 가장 재밌게 읽은 것 중 하나였다.

등산로 주변에서 토막 난 시신의 일부가 발견되고 경찰이 일대를 수색해 나머지를 찾으면서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난다.

게다가 그에게 거액의 보험금이 걸려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모든 관심은 보험금을 수령할 아들에게 쏟아지는 데 과연 아들이 아빠를 죽인 범인일까

목숨 빚은 마지막 에피소드 진짜일까 와 어떤 면에선 비슷하게 느껴진다.

모두의 관심과 시선을 한쪽으로 몰아놓고 다른 쪽에선 또 다른 일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렇달까

어쨌든 가장 재밌게 읽은 에피소드들이었다.

책의 제목으로도 쓰였던 가연물은 어찌 보면 조금 안타까운 스토리였다.

동네 곳곳에서 연쇄적으로 쓰레기가 불타는 방화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아쓰라는 그 방화사건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용의자를 지목한다.

용의자는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단편의 특성만큼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전개와 깔끔하게 떨어지는 추리가 어울려 가독성 있고 흥미 있는 작품이 되었다.

무겁지 않으면서 눈에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않는 숨겨진 진실을 찾는 재미를 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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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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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기암성을 모티브로 한 외딴섬의 별장 기암관

그곳은 겉으로 보기엔 부자의 별장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무대를 마련해놓고 사람들을 모아서 게임처럼 사람들을 죽이고 누가 범인인지를 맞추는 식의 탐정 유희를 벌이는 곳이다.

기존의 서바이벌 게임 같은 느낌을 주지만 살인사건 그 자체보다 과연 누가 범인이고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서인지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마치 게임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할지...

사토가 유일하게 친구라 생각했던 도쿠나가가 갑자기 사라졌다.

단서는 그가 사라지기 전 어떤 수상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는 것만 알뿐이었지만 사토는 모든 단서를 쫓아 그가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사토

어떤 곳에서 그저 가만히 머물러있기만 하면 거액을 준다는 아르바이트는 누가 봐도 수상하지만 도쿠나가를 찾기 위해서 가토는 위험을 무릅쓰기로 한다.

마침내 밝혀지는 아르바이트는 외딴섬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머물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에 참여해 탐정이 그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면 종료되는 이른바 부자들의 탐정 유희 같은 것이었다.

그 역할에서 사토는 장기짝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자신 역시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들의 지시대로 따르되 탐정이 하루빨리 범인을 찾아내서 사건을 종료시키는 방법뿐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도대체 누가 탐정인지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지만 아무도 탐정 일을 하며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제 남은 사람 모두가 자신들이 무대 위의 연기자임을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누구도 사건 해결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 없이 서로 눈치 보기를 하는 상황

사토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판 승부에 나서야 한다.

유명 미스터리 소설의 작품을 단 곳에서 유명 작가의 작품 속 설정과 같은 방법으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살인의 트릭을 이해하려면 먼저 원전을 알고 있는 것이 유리하지만 원전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 트릭을 사용했다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게다가 이 모든 어수선함을 뚫고 마지막 결말을 정면돌파로 마무리 지은 점 역시 과연 이걸 어떻게 수습할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결과였다.

소재도 흥미롭고 나오는 트릭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본격 미스터리를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은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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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데이비드 켑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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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서 발생한 강력한 전자기 폭풍으로 지구 전체에 전기가 끊어지는 재난이 발생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오로라는 알고 보니 작가가 이미 할리우드에서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였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션 임파서블 비롯해 쥐라기 공원 등을 집필한 이력을 소유한 작가답게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이를테면 거대한 전자기 폭발이라든가 시간차를 두고 마치 불을 끄듯 암흑으로 바뀌는 도시의 모습 같은 건 영상으로 보면 더 멋지면서도 섬뜩함을 불러오는 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소재 역시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가정해 봤음직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대중의 관심에 민감한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모든 가전제품이나 기기는 반드시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구 전체에 전기가 끊기는 상황은 어떤 재난보다 더 강력한 대미지를 줄 것이라는 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작가 역시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인류가 어찌해볼 수 없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지를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책에서는 일단 세 가지 부류의 인간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엄청난 돈의 힘으로 누구보다 먼저 이 사태에 대해 파악한 후 자신과 가족을 비롯해 필요한 사람들만 모아서 자신들만의 도시를 만들어 재난을 피하려고 한 억만장자의 대표 톰

두 번째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재난을 대비하기엔 이미 늦어 그저 견디고 버텨낼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의 대표 오브리

마지막은 재난이 닥쳤을 때 자신만 살겠다고 누군가로부터 필요한 뭔가를 뺏거나 이걸 기회로 다른 사람의 재산을 약탈하고자 하는 침략자 러스티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재난 상황이 길어지자 생각했던 대로 일은 풀리지 않고 톰의 거대하고 안전한 성에서도 이탈자가 속출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계산했던 톰의 계획은 쓸모를 잃어버린다.

오브리 역시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먹잇감을 노리는 듯한 러스티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일에 휘말리기도 하는 등..

인간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거대한 재앙 앞에 선 돈도 권력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약탈자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실감 나게 그려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난 앞에서도 결국은 서로를 구원하는 건 사랑과 희생 그리고 협력이라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었나 보다.

전체적으로 볼 때 다소 어려운 과학 용어와 전문용어가 많이 나와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중간까지 좀처럼 스피디하게 읽히지 않아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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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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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유명한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여자가 있다.

또다른 여자는 자신의 답답하고 억울한 운명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했다.

서로 어떤 접점도 없어보이는 두 여자가 한날 한시 같은 공항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운명을 바꾸면서 자신을 살리고자 한다.

그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바로 이 책 라스트 플라이트다.

이 책에 나오는 두 여자 클레어와 이바는 사는 세계가 다르지만 각자가 곤경에 처해있다.

상원의원이었던 모친과 함께 그 자신도 자선단체를 운영할만큼 유명하고 부유한 남편을 둔 클레어는 남들의 생각과 달리 모든 행동을 억압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편으로부터 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그녀의 편에 서서 그녀의 탈출을 적극적으로 돕던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남편으로부터 탈출할려는 순간...이제까지 노력했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탈출계획을 눈치 챈 남편으로부터 목숨을 위헙받는 처지가 된다.

한편 또다른 여자 이바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결과 모두가 부러워 하는 버클리대학에 들어갔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그 실수에 발목이 잡혀 매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하다 이제는 자신의 목숨마저 위협받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 두 여자가 공항에서 만나 서로의 신분을 바꾸는 위험한 선택을 한다.

클레어는 남편이 없는 세상에서 자유로운 삶을...이바는 자신의 실수에 더 이상 발목이 잡히는 않는 삶을 살게 되기를 기도하며 위험천만한 도박을 하는 두 여자

이야기는 이렇게 각자가 처한 긴박한 상황에다 그들을 쫓는 범상치 않은 인물들의 위협을 더해 페이지 페이지마다 긴박감이 넘처흐른다.

이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긴장감이 넘치지만 작가는 여기에다 서로 바꾼 신분으로 탄 비행기가 추락한다는 설정을 더해 긴박감을 증가시킨다.

자신의 남은 인생을 걸고 목숨을 건 도박에 도전한 용감한 두 여자의 이야기로 지루할 틈이 없었던 이야기였다.

흥미롭고 스릴감 넘치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멋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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