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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마틴 에이미스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1월
평점 :
상당히 독특하고 인상적인 제목의 이 책은 일단 영국식 블랙유머를 보여주기에 읽기엔 녹록치 않은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었던건 아니었지만 우리의 정서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고 그들이 흔히 유머코드로 등장시키는 섹스와 폭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편하지않았다.
더군다나 말로 하기도 그런 근친상간까지..
하지만 이 책의 부제가 `영국의 현상태`라고 한다.
해설에는 지금 영국이 처해있는 정치적,사회적 상황을 그려놓았고 통렬한 풍자가 가미되었다는데..영국의 현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나 그들의 유머코드를 모르고 읽으면 확 와닿지는 않는 부분이었다.
세 살적부터 벌써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힘든 문제를 일으킨 공식적인 문제적 삼촌인 라이오넬과 도저히 같은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고지식하고 학구적인 인간인 조카 데스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라이오넬의 많은 형제중 유일하게 같은 아빠를 나눠 가진 데스의 엄마가 일찍 죽은 탓에 조카를 책임지고 맡았다지만 라이오넬은 누구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사람이 아니기에 이만큼 아이에게 적절하지않은 교육환경도 없을터..
그럼에도 데스는 엄청난 학구열에 불타는 소심한 아이다.
허구한날 사고를 치고 범죄를 저지르는데 천부적인 머리를 사용하던 라이오넬이 이번에도 사고를 쳐 감옥에 가고 그곳에서 그가 우연히 엄청난 당첨금이 걸린 로또에 당첨되면서 인생이 한방에 뒤집히기 시작한다.
엄청난 돈을 손에 넣은 라이오넬은 처음엔 그 많은 돈을 가졌음에도 처음과 같은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점차로 많은 돈은 그에게 이상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고 그의 주변에도 별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반사회적이고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에게 그렇게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는 것만큼 아니러니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인지 처음엔 라이오넬도 그 돈을 어찌 써야할지 몰라 여기저기서 흥청망청 그야말로 전형적으로 어찌 돈을 써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할 만한 멍청한 짓은 다 하고 다니지만 이윽고 그의 이미지를 개선할 이미지먼트 회사와 계약을 하고 그의 이미지를 개선하기위해 노력하는데..하는짓도 기괴하고 우스꽝스럽지만 더 웃기는 건 별다른 재주와 하는일이 없어도 그가 단박에 유명인사가 되어 그를 따라다니는 일명 파파라치 같은 사람도 붙고 그의 자비에 기대고자 빌붙는 사람도 등장하면서 단박에 그의 위상도 달라진다는것이다.
그런 그의 속은 여전히 로또를 맞기전과 다름없이 인색하고 쪼잔하기 그지없다는 점인데 같은 사람을 놓고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달라지는 사회적 평가도 우습지만 그런 그의 주위에 몰려들어 그를 떠받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런 그가 집착하는것이 두가지인데..하나가 그의 엄마의 성생활에 대한 참견이고 또하나가 핏볼테리어와 같은 개를 기르고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 두가지가 그의 조카인 데스와의 갈등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이야기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엄청나게 거대한 저택을 소유하게 됐으면서도 작은 아파트..그것도 누나소유의 아파트임에도 소유를 포기하지않는 모습은 라이오넬의 짠돌이 근성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가 왜 그렇게 개에 집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어쩌면 핏볼테리어 라는 개의 품종이 그가 엄청난 부자가 되어 사회에 조금 적응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깊이 포기하지못하는 그의 반사회적 야성성을 의미하는건 아닐지 미뤄 짐작해본다.
로또를 맞은 사람을 둘러싸고 벌이는 일대 광풍과 그런 그를 따라다니면서 그의 돈을 바라는 사람들의 정신없는 행동이 씁슬하게 그져져있다.
모두가 제정신이 아닌듯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