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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
코트니 밀러 산토 지음, 정윤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어느새 주변에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모습을 자주 본다.
예전에도 물론 노인들이 계셨지만 지금만큼 많은 빈도의 젊은 사람대비 높은 비율은 아니었던것 같은데..뉴스에서 소란을 떨만하다는 생각이 든 정도다.
그래서일까?
어느새 노인의 성을 다루는 영화나 소설도 더 이상 낯설지않지만 그럼에도 이런 문제에 있어선 확실히 서양보다 고지식하고 유연하지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거나 대하기를 껄끄러워하는것도 사실이다.
마치 노인들은 절대로 성욕이 없고 남녀간의 사랑도 없어진것처럼...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더 색다르게 다가온다.
처음엔 잘못본줄 알았을 정도로 거의 모든 주인공들의 나이가 60을 넘었을 정도..여기에 110세를 훌쩍 넘긴 안나라는 존재는 거의 파격적일 정도다.이제껏 이렇게 초고령자가 등장하는 책은 거의 본 적이 없는데..심지어 이 할머니는 주인공중 한사람이니..
어쩌면 상당히 파격적인 주인공임에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이 할머니들이 왠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대를 이어 장녀들이 장수한다고 믿고 있는 힐하우스의 여자들..
110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할뿐아니라 귀도 눈도 다 멀쩡하고 심지어는 어려보이는 외모를 지녀 모두를 경외심을 가지고 보게 만드는 안나와 그녀의 80이 넘은 딸 베츠..그리고 베츠의 딸이자 60이 넘은 나이에도 불같이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노년의 로맨스를 즐기는 칼리...그런 칼리와 늘 서로 못견뎌하며 앙숙과도 같은 딸이자 너무나 사랑했기에 자신의 사랑을 외면하는 남편을 향해 6발의 총으로 잔인하게 응징하고 오랜세월 감옥에서 지내고 있는 데버러와 그녀의 딸이자 엄마의 사랑을 못받고 할머니들의 품에서 자란 에린..이들은 이곳 힐하우스를 못견디게 답답해 하며 떠났다가도 어쩔수없이 돌아오거나 혹은 평생을 이곳에서만 산 사람들이다.그런 그들이 데버러의 가석방공판을 앞두고 모두 모였다.자신들의 장수유전자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러 온 박사를 만나기 위해..그런 연구와 조사중 뜻하지않게 숨겨둔 비밀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데...
세상에 비밀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일까 책속에 등장하는 다섯명의 여자들중 네명은 다른 사람들보다 오래 살아온 연장자여서인지 삶의 비밀 또한 많은데 그렇게나 숨겨왔던 그리고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란것도 당시에는 엄청나고 큰것처럼 느껴지던 것지만 오랜 삶 앞에선 그저 흘러가는 하나의 작은 사건과도 같을뿐..
더 이상은 그런 진실이 드러남으로써 죽을만큼 힘들거나 견딜수 없는 상처가 되지않는것 같다.
엄마와 딸사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힘들어하고 서로가 불편한 존재로 여기던 칼리와 데버러모녀...
특히 불같은 사랑땜에 남편을 죽이고 다른사람의 손가락질을 받게 만든 딸아이 데버러를 이해하지 못했던 칼리가 자신 역시 60이 넘어 찾아온 사랑에 불같이 젖어들면서 조금은 딸 데버러의 심정을 이해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역시 나이를 먹어서도 그 사람과 같은 입장이 되어보지않고는 절대로 그 사람을 이해할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부분이었다.
얼핏 조금은 별나고 괴팍한 노인들이 모여사는 그저 그런 집처럼 보였던 힐하우스에도 살인이 나오고 불륜이 나오며 우리가 흔하게 봐온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지만 전혀 속물적이거나 진부하지않다.
오히려 그저 나이든 노인이라 치부하던 그들에게도 찬란한 젊음으로 고통받고 사랑땜에 눈물흘렸던 젊은 날이 있었음을..지금의 우리와 전혀 다르지않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는걸 이 책에서 사랑스럽지만 지독히 독설을 내뱉는 할머니들의 일상과 회상을 통해새삼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