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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린우드 바클레이 지음, 신상일 옮김 / 해문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한때 우리나라에도 주부들 사이에서 `타파** `홈파티가 유행처럼 번진일이 있었습니다.
친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곳에서 나온 그릇으로 홈파티를 하면서 서로 장단점도 비교하고 추천하고 신제품을 써보면서 요리도 실연하고 등등...
어찌됐던 결과는 그 그릇의 판매를 위한 파티였는데요..장소를 제공한 사람이 그녀가 모아온 친구나 이웃이 그릇을 많이 사갈수록 주체한 사람의 이윤도 커지는 뭐 그런 방식이엇습니다.
그래서 그다지 안친하다고 생각한 이웃에게서 이런 파티에 초대를 받게 되면 참 곤란했던 기억이 있는데요..미국에는 이런 파티 외에도 `핸드백 파티`라는것도 있나봅니다.
이 책 속의 주인공의 아내인 실라와 그녀의 친한 친구들은 이렇게 명품이랑 아주 비슷하지만 가격은 훨신 저렴한 일명 짝퉁핸드백을 위한 파티를 하는데요..여기서 많은 짝퉁 핸드백이 판매되고 그 판매이익이 허물어져가는 그들의 가정형편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더군다는 그녀들은 이런 방식의 판매가 저작권법에 엄청 위배될뿐 아니라 여차하면 소송이 걸릴 위험도 있다는 걸 간과하거나 혹은 모른 척 묵인한 채 이런 일들을 벌입니다.
자신들의 가정을 지키고자말입니다.
그러다 드디어 사고가 납니다.
가장 친한 세명의 친구중 주인공의 아내 실라가 납득하기 어려운 교통사고로 그만 죽고 말지요.
더 큰문제는 그녀가 상당한 양의 보드카를 마신채 운전하는 바람에 다른 집안의 가장과 그 아들마저 죽음을 당하게된것인데 그 집안에서 주인공인 글렌을 상대로 엄청난 금액을 합의금으로 하는 소송까지 진행되면서 글렌은 아내의 사고로 인한 상처를 위로받기도 전에 사방에서 조여오는 압박감에 힘겨워합니다.
그러다 실라의 친한 친구이자 딸아이 친구의 엄마인 앤마저도 연이은 사고로 죽고맙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갑작스런 죽음과 사고가 줄을 이으면서 그는 의문에 휩싸이게 됩니다...
책 제목처럼 사고란 건 참으로 갑작스럽고 급작스럽게 찾아와 사고당사자를 혹은 그 가족을 망연자실하게도 혹은 비탄에 빠지게도 합니다.
이 작가 `린우드 바클레이`는 일견 평범하고 화목하게 보이던 가정의 내부가 남들은 모르는 미세한 균열로 인해 마침내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을 참으로 잘 표현하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이 책속에서 갑작스럽게 자신도 모른채 위험에 노출된 여자들은 남들과 다른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거나 일탈을 꿈꾸는 여자들이라기보다는 대체로 평범한 가정주부에 불과하던 여자였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갑작스런 경제위기로 자신이 살던 집에서 쫏겨나거나 혹은 남편이나 자신의 실직이나 이직과 같은 일로 급격하게 경제적 위기를 겪는 여느 평범한 가족이기에 그들이 그들의 가정을 지키고자 한 행동은 십분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그것이 비록 저작권법에 위배되고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볼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책속의 사립탐정이 말한것처럼 엄청나게 큰 범죄라는 생각은 솔직히 안듭니다.
거대 기업들은 마치 그런일이 없고 오로지 중국이나 아시아의 악덕기업만이 어린 소년 소녀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또다른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이렇게 거대 짝퉁 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엔 그래서 이견이 있습니다.
오늘날 작고 힘없는 나라에서 공정하지 않은 무역으로 큰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악덕기업이나 거대 글러벌 기업이나 별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단지 글로벌 기업들은 홍보와 포장을 좀 더 잘 해서 그런모습을 잘 가릴뿐...
어쨋든...오래 알았다고 생각한 사람도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도 결국엔 자신의 위기앞에선 그들의 본성을 드러내고야 마는 부분에서 역시 입맛이 쓰군요.
결국 사람이란 이타적인 동물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우선인 이기적인 동물일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작은 문제로 시작된 균열이 마침내 큰 소리와 함께 깨어지고 그들이 공유했던 비밀이 밝혀져가는 과정을 참으로 스피디하고 깔끔하게 풀어낸 린우드 바클레이...
역시 작가의 명성이 과장이 아님을 알게 해 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