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퍼드가 감사를 전합니다,마담

노상강도 ㅣ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2월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과학이 참으로 발전했다는걸 느낄때가 많다.

범인이 흘린걸로 추정되는 아주 작은 단서 하나로 범인의 유형이나 윤곽을 퍼즐맞추듯이 맞춰 나가는 프로파일러나 형사들의 모습을 감탄하며 보는것도 추리소설이나 형사소설과 같은 장르 소설을 읽는 또하나의 재미이기도 하거니와 날로 진화되어가는 범인들과 그들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심리게임 역시 이런 책을 읽는 재미중 하나다.

그럼에도 아주 오래전에 나온 범죄소설의 조상과도 같은 에드 맥베인과 같은 작가의 책이 각광받는 이유는 최첨단 기술이나 과학의 도움없이 오로지 탐문과 발로 뛰는 지루한 조사로도 범인을 추적하고 잡는 과정이 단순하고 우직한 맛이 있기 때문이고 또한 왠지 요즘의 수사관들보다 인간적인 느낌이 더 강해서 캐릭터 면면이 애정이 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87분서 시리즈로 우리에게도 유명한 에드맥베인의 작품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것도 반갑고 한사람의 주인공이 아닌 87분서의 형사들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다소 톡특한 설정도 흥미롭기에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만든다.

여자들만 노리는 강도가 출몰했지만 아무도 그의 제대로 된 모습을 그려내지 못하고 있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87분서 형사들..그렇다고 엄청난 돈을 강탈하는것도 아니고 사람을 죽이는것도 아닌 그의 행각은 사못 다른 강도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데다 `클리퍼드가 감사를 전합니다,마담`이라는 말을 하면서 떠나는 그의 유별난 행동은 형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런 와중에 임무중 사고를 당한 순찰경관 버트 클링에게 아주 오래전의 친구인 피터 벨이 병원으로 찾아와 그에게 거절하기 힘든 단순한 부탁을 한다.

같이 살고 있는 처제가 갑자기 변해서 아내가 걱정하고 있으니 한번만 만나달라는 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녀를 만난 버트는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마음을 열지않고 그만 피살되고만다.그것도 노상강도인 클리퍼드로 추정되는 범인에게...

이제 단순한 노상강도였던 클리퍼드를 잡기 위해 총공세를 벌이게 되는 87분서의 형사들..과연 그들이 잡은 범인은 어떤 사람일지...

복잡한 사건,연쇄적인 살인,그리고 더욱 복잡미묘한 범인의 심리,아슬아슬한 추격전...

이런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에드 맥베인의 책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심심하지만..그럼에도 그만의 묘한 매력이 있어 늘 다음 책을 기다리게 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그의 작품에는 남자들의 매력이 물씬 풍기지만 그에 반해 여자 캐릭터는 남자들에 비해 매력이 좀 부족하고 입체감 역시 부족하다.어쩌면 그들을 돋보이게 하는 단순한 들러리거나 혹은 범죄피해자로만 필요한 존재가 아닐지...

그야말로 남자들을 위한 남자들만의 세계를 그리는 데 능숙한 느낌이기에 마치 오래전에 본 프랑스 느와르 영화인 암흑가의 두사람과 같은 분위기지만 그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그리고 단순한 사건들이 그만의 매력으로 다가오고있다.

어쩌면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심리도 복잡해졌지만 그럼에도 사건의 이면뒤에 숨은 진실..즉 인간의 욕망과 공포,광기라는 범죄의 원인은 크게 달라지지않았기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복잡한 트릭과 장치를 치우고 나면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

이 책 87분서 시리즈는 그런 복잡하고 혼란스런 트릭과 장치 없이 오롯이 범죄의 목적과 진실만으로 정면승부하기에 오랜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것이 아닐지...

이 시리즈도 57편이 나와있다는데..

하나둘씩 얼른 나와 시리즈를 갖춰놓고 차례대로 읽어보는 것도 너무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