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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김유철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상당히 정성스럽고 치밀하게 잘 쓰여진 스릴러였다고 생각한다.
한국소설에 유독 까탈을 부리는 나 이지만 그럼에도 만족스러움을 느낀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연쇄살인마 얘기가 낯설지 않을만큼 범죄선진화(?)의 길을 걷고 있기에 책속에 나오는 잔혹하고 끔직한 사건이 흡인력있고 설득력을 가지고 다가온다.
충분히 있을수 있을듯한 현실감을 가진 사건으로...
여대생이 등산로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것도 목이 잘린 상태에서 심장마저도 없이...
그리고 마치 보란듯이 버려진 칼 두 자루와 조금도 자신의 흔적을 숨길려는 시도조차 않는 범인의 행각은 오히려 수사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도대체가 그녀에게 살해의도를 가질 만한 용의자가 없다.
이때 그녀와 마지막 통화를 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 하나.
하지만 그는 3년전 소리소문도 없고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상태
이렇게 답보상태에 빠진 수사에 또다시 한 여학생이 대범하게도 모든 사람이 웃고 즐기는 락카페 화장실에서 난자된 채 발견되면서 점점 꼬여만 가는데...
사건은 살인사건만이 아닌 또다른 사건과 연결되어 나타나는 구조를 띄고 있지만 실종사건과 살해사건과는 충분히 교착점을 가진듯이 보인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이며 살인사건의 모방이 된 소설을 쓴 민성이 왜 살인자가 자신의 소설속 살인을 모방했는지 궁금증을 가지며 풀어나가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소설속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고대 주술적 의미와 신앙적 의미로서의 인신공회..그리고 우리에겐 익숙하지않은 테노치티틀란이라는 도시와 책속에서 수없이 언급되던 황금가지라는 책의 이야기...우리에게 익숙한 사람인 쟌다르크나 푸른수염을 쓴 샤를 페로와 같은 이야기등 참으로 다양하고 폭넓은 소재와 이야기로 우리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야기가 중반으로 가면서 모든것의 시작점으로 새롭게 부각되는 그곳...
용호농장이라 칭하는 그곳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추악한 진실을 보고 싶어하지않는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마치 도시속의 쓰레기 배출구처럼 버려졌던 곳으로 등장하고 있다.
잔혹한 진실따윈 보기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세상을 자신들이 믿고 싶어하는 모습으로만 보고 싶어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한 용호농장은 그래서 그곳을 지배하는 사람에겐 왕국이었고 그곳의 피지배자에겐 벗어날수 없는 지옥같은 곳이었다.우리 모두의 묵인과 외면이라는 비호아래...
사실 지금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걸로 알고 있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혹은 관리하기 편하다는 이유로..혹은 다른 목적을 위해 그런 사람들을 모아놓고 있는 사설기관들..과연 그곳에서 자행되는 비윤리적 행위는 언제까지 모른척 외면해야하는건지...
책을 읽어나가면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이 보인다고 생각할 즈음에 또다른 진실을 드러내보이면서 독자와의 두뇌게임을 펼치는 작가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길지않은 분량을 스피디하고 흡인력있게 끌고간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