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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에게 내일은 없다
가키네 료스케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명예퇴직 ,희망퇴직이란 말은 권고사직의 다른말과 같다.
회사는 불황이란 이유로 혹은 성장률이 둔화되었다는 등등의 갖가지 이유룰 붙여 직원을 잘라 고용비를 절감하려하지만 직원들 역시 순순히
물러나지않는다.
그들에겐 생계가 달려있기때문이기도 하고 재취업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때문이다
이렇게 서로의 입장이 극명하게 반대될때 회사 내부에서 그들을 조정하기 쉽지않을뿐 아니라 껄끄러운 그 일을 선뜻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생긴게 바로 해고전문회사인 `일본 휴먼리액트`
이름은 번듯하지만 실상은 겨우 15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구멍가게 비슷한 수준의 해고대리업
무라카미 신스케는 반질반질하고 가볍게 생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의외로 사람의 아픈곳을 찌르고 그 사람의 자존심을 긁어 스스로 그만두게 하는
스킬이 남다른 32세의 남자다.
그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버블경제때 어느정도까지 지위에 올랐지만 이제는 회사에서 많은 급여를 줘야하는 월급먹는 하마같은
존재들...스스로 나가주길 원하지만 이른바 회사형인간인 그들은 회사가 자신들을 버린다는것에 배신감을 느끼고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무라카미는
회사내부의 사람이 아니기에 그들의 사정따윈 봐줄리 없고 그들이 저지른 작은 실수까지 들춰내고 자존심을 건드려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여력도
없게 만든다
참으로 치졸하지만 무라카미 역시 월급을 받는 입장이기에 자신의 일을 할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그가 이런 저런 회사의 구조조정을 하면서 내부에서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뽑은 인간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마치 단편처럼 그려내고 있다.
언뜻 가벼워보이는 외모의 무라카미지만 의외로 회사의 본질이나 사람의 감정같은걸 잘 찝어내는 분석형 유형의 이 남자 역시 한때 라이더로
이름을 날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올인하지만 실패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그의 취향인 10살 연상의 여자 요코가 있다.그녀는 남자들위주의 업계에서 꿋꿋하고 외골수적인 기질을 가진
적극적인 타입으로 구조조정후보인 그녀에게 은근슬쩍 대쉬하는 무라카미의 수작이 흥미롭기도 하고 결국 원하는 바를 쟁취하는 그녀의 모습이나 40대
싱글인 여자로서의 고민같은것도 잘 그려내고 있다.
또한 그가 만난 사람중에는 한때 그와 고교동창이자 그가 라이더에 빠져 있는 모습을 한심하게 생각했던 우등생도 있는데 잘나가던 자신이 우습고
한심하게 생각했던 무라카미로부터 구조조정면담을 받으면서 스스로 느끼는 자괴감이나 조직에서 밀려난다는 절망감을 보며 이 책이 더 이상 가볍게
느껴지지않게 했다.
이 책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은 그저 별볼일없이 회사가 원하는 일을 찍어내듯 하는 인간이 아닌 스스로 생각을 하고 그들의 결정에 반기를
들어 원하는 걸 쟁취할줄 알며 사람은 일하는 기계나 그 무엇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통해 꿈을 성취하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는 존재라는 걸 알게 해준다
결국 지금 하는 일이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인지도 되돌아보게 하고...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가볍지않은 주제를 무겁지않고 그 핵심을 잘 찌른 멋진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