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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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무한한것이 아니고 영원한것은 없다는걸 알면서도 늘 사람은 영원을 꿈꾼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죽음의 카운트 다운은 시작된거라고 하지만 어느순간 문득문득 시간의 제한을 깨닫을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서 살아온 나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다시는 되돌아오지못한다는걸 새삼 깨달으며 허무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살아가는 동안 하루하루가 그날의 최후가 될수도 있음을 평소에는 자각하지못하다가 문득 주변사람의 갑작스런 부고를 듣고는 아..우리가 영원히 사는게 아니구나 하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올때면 살아가는게 무섭기도 하고 별일 아닌것에 화를 내거나 사람을 미워하는것만큼 부질없는게 없다는 걸 새삼 깨닫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의 삶이 무한하지 않고 어느날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순간이 올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인 알랭 레몽의 자전적 소설인 이 책에는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만을 이야기하지않고 있다.

어린시절 남들보다 많은 형제자매로 둘러싸여 넉넉하진않지만 아이들끼리 서로를 보살피고 늘 웃음이 있어 행복하게만 느껴지던 그 시절의 작별을 고한건 아빠와 엄마가 서로 사랑하지않는다는걸 깨닫는 순간이었으며 그걸 깨닫는순간 행복했던 어린시절이 끝났으며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성장을 하게 된 알랭은 어느순간부터 집에 돌아오면 늘 엄마와 큰소리로 싸우기만 하던 아버지를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영원한 작별을 고하게 된다.이렇게 아무것도 몰라서 매일매일이 행복하기만 하던 때에서 어느날 내 눈에 씌여진 뭔가가 떨어져나가고 진실이 보이는 순간이 바로 어린시절과 작별하는 순간이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행복하던 어린시절을 잊고 살던 그에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게 바로 그때 그와 가족이 살았던 트랑의 그 집이 헐리게 되었다는 소식이었고 마침내 그 집에서 있었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글로 적고 기억함으로써 스스로의 전쟁을 끝낼수 있었던것 같다.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그린 작품이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이었다면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에서는 저자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구도자의 길을 걷고 싶었던 이유의 태반이 어린시절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꿈꿨던 것이라면 청년이 되어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과 자신이 봤던 것들로 인해 가치관이 달라지고 끊임없이 자신의 길에 대한 의문과 스스로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어린시절의 이야기와 가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은 읽으면서 누구나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쉽게 공감을 할수 있었고 누구라도 비슷한 경험을 통해 어느순간 어린시절과 작별하게 되고 아이에서 청년으로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겪기에 더욱 그가 쓴 덤덤한 문체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았다면 저자본인의 경험과 고민이 주를 이룬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는 비록 고민하고 갈등하는 주제는 다르지만 젊은 시절 누구라도 자신이 걸어온 길 혹은 걸어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고민이나 갈등이 있기에 그의 고민과 갈등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와닿기도 했다.

좀 더 긴 인생을 살아온 저자는 아마도 삶이 무한하지않고 유한하며 매일매일을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도 앞이 보이지않는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덤덤하게 이야기해주는 그에게서 뭔지 모를 가슴 뜨거움과 약간의 위로를 받는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어린시절이 순간순간 떠오르기도 하고 아련한 슬픔같은게 느껴진건...나 역시 나이를 먹은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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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0
도진기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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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확실히 소재의 제한이 많고 작가층이 얇아서인지 걸출한 작품을 만나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사람들이 장르문학을 보는 시선이 명백히 일반 문학에 비해 한층 낮은 편협한 시선으로 보고 있어 저변이 확대되는데 아무래도 많은 제한이 되는것 같아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도 굴하지않고 꾸준히 한국 추리 스릴러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출간하고 새로운 신진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데 앞장서온 밀리언셀러 클럽에서 이번에도 이런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 낸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이 벌써 5번째이다.

갈수록 작품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소재 역시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걸 확인하고서 장르문학을 사랑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는데...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고 많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 바램이다.

 

 

 

다양한 소재의 책들로도 유명하지만 특이한 작가의 이력으로도 이미 유명한 도진기 작가의 `시간의 뫼비우스`로 책의 포문을 열고 있다.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 갇혀버린 한 판사가 우연히 옛날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자신은 그 어떤 행동도 자신의 과거를 바꿀수 있는 능력도 없이 그저 옛날의 자신이 한 과오를 똑같이 하는걸 바라만 봐야하는 형벌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인데 인생은 어떻게 해도 되돌릴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달까...뫼비우스에 갖히지않았더라도 어차피 무슨짓을 해도 되돌릴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지만 매번 그때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무섭고 절망적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경민 작가의`네일리스트`와 더블로 유명한 정해연작가의`누군가`는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잘 살린 작품으로 영화로 만들어지면 더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와 `그렇게 밤은 온다``라면 먹고 갈래요`는 스릴러적인 요소를 잘 살린 작품이었다.

쫏고 쫏기는 자들의 긴박감을 잘 그린 라면~과 그렇게 밤~은 실제로 범인과의 추격전을 묘사한 씬들이 실제 추격전같이 긴박감있게 표현해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잘 살린 작품이었고 잃어버린~은 사라진 아이를 찾기위한다는 명목하에 사람들이 벌이는 집단의 이해가 어떻게 폭력으로 변질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잘 표현해놓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해무`와`죽음의 신부`는 어딘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이 강한 스릴러작품이면서도 으스스한 광기를 잘 묘사한 작품이어서 공포영화로 만들어도 좋을듯한 소재며 스토리였다고 생각한다.

 

한권의 책안에 참으로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방법의 범인찾기 혹은 그 범인과의 대결을 그린 이 책은 어설픈 소재와 반전에대한 강박을 벗어던지고 그야말로 참신함과 스토리로만 승부한듯한 느낌이라 더 신선하게 와닿았던것 같다.

가볍게 손에 들어 한순간에 몰입해서 읽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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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수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장수미 옮김 / 단숨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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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죽었다.손에는 뭔지 모를 타이머를 쥔채

그리고 사라진 아이...범인과의 추격전은 시작됐다.그가 제시한 시간 45시간 7분안에 숨겨진 아이를 찾아야만 그 아이를 구할수 있다

독일의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는 이번에도 장기인 시간제한을 두고 범인과의 심리 추격전을 그린 특유의 스릴러로 승부하고 있다.

 

 

사라진 아이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중엔 과거 뛰어난 협상전문가로 활동하다 불의의 사고로 경찰을 그만두고 사건 담당 기자로 활동하는 알렉산더 초르바흐가 있다.

위기일발의 순간 아이를 살리기 위해 납치 피의자를 사살한 일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그가 이번에도 납치된 후 잔혹하게 한쪽 눈마저 잃은 아이들을 위해 눈알수집가로 불리우는 범인을 찾아 동분서주하는데 재밌는것은 그의 곁에서 그에게 많은 부분 조력을 해주고 이끄는 사람이 맹인 여성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아픔을 통해 과거를 볼수 있다는 그녀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인걸까? 그녀의 진술중엔 맞는것도 있지만 틀린것도 있어 헷갈리기 딱 좋을 뿐 아니라 그녀의 진술을 신뢰하기도 쉽지않다는 딜레마를 던져주고 있다.

또한 작가는 범인이 아이를 살려두는 시간을 제한한것에다 챕터마다 남은 시간을 표시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초르바흐와 함게하는 듯한 느낌을 줘서 더욱 더 초조하고 마치 쫏기는듯한 긴박감을 형성하는 영리한 방법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여기에다 영문도 모른 채 갇혀서 숨막히는 공간을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중간중간 싣어놓는 치밀함까지 보여주고 있어 그야말로 숨돌릴틈이 없이 사방에서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을 주고있다.

범인이 단순하게 눈알을 수집하는데 쾌감을 느끼는 단순한 살인마가 아니라는 설정도 그렇지만...끝까지 혹시 초르바흐가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심어놓는데 성공해서 범인을 추리하는게 쉽지도 않고 성공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뜻밖의 결말은 작가가 심리스릴러의 묘미에 대해서 확실히 독자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결말...

마음이 불편한 소재이지만 작가의 탁월한 능력만큼은 인정하지않을수 없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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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의 황비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19
임서림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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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침 밤잠을 설친 비나는 친구와 만나기로 한 지하철역으로 급히 달려가고 지하철이 도착하는 소리에 급한걸음을 내딛다 그만 아득한 어둠으로 빨려가는듯한 느낌을 받고 깨어나보니 어느 깊은 숲

그리고 정신차려보니 이곳은 자신이 살던 곳이 아닌 낯선 이세계였다.얼핏보면 중세 유럽같은...

판타지로맨스인 `이세계의 황비`는 일단 시작은 어느 판타지로맨스와 비슷한 출발을 하고 있다.

어느날 정신차려보니 차원이동을 했거나 낯선곳으로 타임슬립을 한 상태...아무도 내가 다른곳에서 온 걸 모르고 믿어주지도 않지만 어쨋든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기전까진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그러기위한 주인공들의 고군분투가 판타지로맨스의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주인공 사비나 역시 그런 상태에 놓여있지만 자신이 처음 발견된 곳이 제국의 작은 크렌시아공국이었고 그곳의 주인인 공작의 호의로 이곳의 생활과 언어및 여러가지 교양을 배우게 되지만 알고보니 그들에게는 늙은 황제의 후궁으로 가야할 자신의 딸인 공녀 대신 그녀 사비나를 늙은 황제의 첩으로 보낼 계획으로 그녀를 돌봤던것

다른 로맨스와 달리 이런 과정을 단 몇페이지의 빠른 진행을 보여 지루할틈이 없이 만든 다음 이 책은 또다른 선택을 한다.

결국 늙은 황제와 동침을 하게 된 그녀의 첫날밤 누군가가 침실로 들어와 그녀의 눈앞에서 황제를 암살하고 그 암살자가 놀랍게도 제국 유일한 황태자이자 적통 왕위계승자이며 엄청난 미모의 이 남자와 그녀 사이엔 남들과 다른 불꽃이 튀기 시작하는데 보통의 로맨스에서의 전개처럼 이성에 관한 호감이거나 첫눈에 누군가 한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견제하기 위한 치열한 눈치의 불꽃이라는 점이고 여기에서 주인공 비나는 승부수를 띄우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녀가 대담하고 빠른 판단의 소유자이자 기존의 여주인공상과 다른 적극적인 현대여자라는 것을 어필한다.

그리고 곧이어 벌어지는 왕위를 둘러싼 치열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정치적 게임과 승부수에서 둘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로의 손을 들어주는 관계가 되는데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도 서로 원하는걸 얻기 위해 손을 잡은 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다툼이나 언쟁을 보는 재미가 이 책의 가장 큰매력중 하나이다.

처음부터 누군가 사랑에 빠지지도 않고 서로를 믿지않으면서도 목적이 같아 손을 잡은 두 사람이 협력해서 정적들을 몰아내는 과정도 흥미롭고 제거하고 싶은 당사자가 아닌 그 수족을 건드리거나 주변인들을 이용해서 원하는 바를 얻는 치열한 두뇌싸움같은 정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주인공인 비나의 캐릭터가 상당히 어필할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녀린 몸매에 여린 심성을 가지고 걸핏하면 눈물로 호소하거나 탁월한 미모 혹은 연약함을 내세워 원하는 바를 취하는 전형적인 로맨스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라 동반자 협정을 맺은 황제인 루크레티우스를 도와 정적인 태후를 치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전술을 짜며 누군가 그녀에게 왼쪽뺨을 치면 맞서서 상대의 뺨을 칠 뿐 아니라 반드시 되갚아주고야 마는 당찬 성격의 주인공이라는 점에다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는 황제의 구애에도 단박에 흔들리지않는 지조를 보여줘 강인하고 자주적인 현대여성상을 원하는 독자에겐 만족감을 준다

루크레티우스와 비나의 관계가 곧 죽여도 상관없는 살벌한 관계에서 같은 목적을 가진 동반자로.. 다시 썸을 타다 연인관계로 가는 발전하는 과정이 험난하면서도 달콤 살벌한 재미가 있다면 왕위를 둘러싼 태후와 주인공들간의 치열하고 목숨을 건 전쟁같은 싸움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

궁중암투와 권력투쟁에만 치우치지않고 남녀 주인공 둘 사이의 로맨스도 적절히 섞여 있어 읽는 재미도 좋았고 남녀 둘 사이의 파워에서도 대부분의 로맨스처럼 남자의 강력한 어필에 무조건 끌려가는 형태가 아닌 둘 사이 어느정도 파워의 균형을 맞춰 놓은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다만...이 치열한 싸움에 장기말로 쓸려고 한 황녀와 황녀의 약혼자, 자신을 대신할 황후의 후보로 간택한 시녀는 뭔가를 보여줄것 같은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등장이나 계획과 달리 별다른 활약이 없이 그저 지나친점은 아쉬웠다.

거기다 이런 다른 차원이나 공간으로 타임 슬립하는 판타지로맨스를 보면서 늘 드는 의문이 있는데..왜 타임슬립해서 다른곳으로 가는 주인공의 성별은 꼭 여자인걸까?

멋진 남자가 그곳으로 떨어져 그곳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거나 할수는 없는지? 아님 그곳의 남자가 현대의 서울에 떨어지는것도 재미나긴 할텐데....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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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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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당히 의미심장하고 저자 또한 그 이름도 유명한 우타노 쇼고인지라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을뿐 아니라 단순히 제목에서 풍기는 의미완 다른 뭔가가 더 있을것만 같다는 예감이 드는 작품이었는데 읽으면서 느낀점은 작가인 우타노 쇼고는 상당히 장난꾸러기가 아닐까 혼자 짐작해본다

그의 작품 전체를 다 읽어본 건 아니지만 그의 작품에는 어딘지 웃음코드가 있고 유머와 해학적인 면이 많을뿐 아니라 심지어는 살인사건을 다루는 것에서도 엄청 비장하거나 잔인함 혹은 무거움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에서 익살스러움이나 어린아이의 장난같은 쾌활함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다.그의 작품중 `밀실 살인게임`같은거나 어린아이를 탐정으로 내세운 마이다 히토미 시리즈나 방랑탐정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수 있다.

또한 미스터리 작가중 하나의 트릭을 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우타노쇼고는 다양한 트릭을 내세워 독자들과 한판 대결을 하는 경우인데 소재의 다양성면이나 매너지즘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그런 점이 개인적으론 높히 사줄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 `시체를 사는 남자`는 소설속 살인사건과 현실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액자형 구성이라고 할수 있다.

 

 

 

오래전 절필을 선언한 추리소설 작가인 호소미는 잡지에 실린  `백골귀`란 작품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이 작품을 쓴 작가와의 만남을 요청하고 그 만남에서 호소미는 단숨에 그 작품이 작가의 작품이 아님을 간파한다.

작가는 사실 이 작품이 자신이 쓴 작품이 아니라 오래전 경찰관이었던 외할아버지의 사건일지를 거의 그대로 옮겨적은 것임을 밝히고 이 소설속 사건이 실화임을 밝히게 된다.

달을 사랑하는 병인 월애병에 걸린 여장남자가 어느날 나무에 목을 메고 자살을 하게 되고 경찰관을 비롯하여 모두가 그 남자의 자살을 인정하는 가운데 우연히 그 전날 같은 장소에서 충동적으로 자살을 할려다 자살한 그 남자에 의해 목숨을 구한 유명한 탐정소설의 대가인 에도가와 란포... 그는 그의 죽음에 뭔가가 더 있음을 직감하면서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게 되는데...

 

절필을 선언한 유명작가가 우연히 접하게 된 추리소설속 주인공이 그 유명한 에도가와 란포였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그 주인공의 성격이나 여러가지 기행같은게 실제 에도가와 란포와 상당히 근접하다는 걸 보면 작가 우타노 쇼고가 란포를 상당히 좋아하고 존경하지않았나 미뤄 짐작할수 있다.게다가 란포가 자신을 밝히지않기 위해 사용한 가명조차 실제 란포의 이름철자를 자리바꿈한 이름인걸 보면 작가의 장난끼에 웃음이 나온다.

일견 단순 자살로 보이는 사건을  자살자의 행동과 비교해서 자살이 아닐수도 있음을 파악하고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자살했을지 혹은 자살원인은 무엇일지 근원적인 질문을 찾아 하나하나 사건의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게 그려져있을뿐 아니라 수십년의 시대를 뛰어 넘어 소설속 실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소설 작가의 이야기와 현재 더 이상의 작품을 쓸수 없어 고민하는 작가의 고뇌와 갈등...그리고 그 고민의 비밀이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차지하고 있다.

들어보지도 못했던 월애병이라는 병이 나오고 어딘지 귀기가 흐르는 듯한 기모노를 입은 미모의 남자 이야기에다 상당히 비밀스런 가족이야기...여러가지 복합장치를 한 이 작품은 초반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되어 엄청난 몰입감을 주었지만 그 비밀을 쫏는 과정에서 초반의 신선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소 평범하게 바뀐듯해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론 많은 인기를 끌었던 `밀실살인게임`보다는 이 작품 쪽이 더 취향에 맞는듯...

그나저나 역자의 말마따나 왜 제목이 `시체를 사는 남자`인지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긴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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