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다운
피터 메이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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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간 전 세계를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사로잡았던 팬데믹 상황

지긋지긋하지만 아직도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또 다른 변이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이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개중에는 발발 시점이나 장소가 불분명하다는 걸 들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나온 바이러스라는 말도 나오고 온갖 음모론이 등장한다.

아마도 이 책 락다운을 쓴 작가 역시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춘듯하다.

알고 보면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받기 전에 이미 소설의 초안을 완성한 듯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허무맹랑하다는 이유로 어떤 출판사에서도 소설로 출간하기를 거절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요 몇 년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냈는지를 생각하면 당시 출판사의 판단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팬데믹의 진원지가 된 런던은 계엄령이 내려진 상황이라 마치 유령도시처럼 폐허 상태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수많은 환자를 임시보호할 병원을 짓는 현장에서 가방에 들어 있는 어린아이 유골이 발견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아들과 함께 할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청 근무를 그만두기로 한 맥닐 형사는 이제 근무 시간이 불과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수사를 맡게 된다.

그리고 맥닐의 연인이자 두개골 전문가인 에이미에 의해 유골 상태인 아이의 복원이 이뤄지고 그 작업으로 인해 죽은 아이가 중국계 여자아이이자 심한 구순구개열을 지닌 채 태어난 상태임이 밝혀진다.

사방에서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엄청난 치명률로 죽어나가는 상황이라 동양 여자아이의 죽음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지만 맥닐은 모든 관심과 역량을 아이에게 쏟는다.

맥닐에게는 그럴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뿐인 아들과 함께할 시간을 얻기 위해 형사를 그만두지만 그 아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손쓸 틈조차 없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런 맥닐의 뒤를 누군가가 은밀하게 쫓는다.

그의 이름은 핑키라 불리는 킬러

그는 누군가의 명령으로 맥닐을 뒤를 쫓으며 그가 접촉하는 사람들 모두를 하나둘씩 처리해나간다.

그가 왜 그 사람들을 죽이는지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핑키에게 명령을 내린 사람은 왜 그토록 죽은 아이의 정체가 드러나는 걸 막으려 했을까?

이야기의 모두 초점은 바로 거기에 달렸다.

그들이 그토록 숨기고자 하는 아이의 정체는 뭔지 왜 그 아이는 그런 죽음을 맞아야만 했는지...

하룻밤의 기한을 남겨두고 작은 단서를 쫓아 하나둘씩 단계를 거쳐 점점 더 실체에 다가가는 맥닐

그리고 그런 맥닐의 뒤를 따르면서 그가 만났고 접촉했던 사람들을 모두 살해하며 쫓는 킬러

단 하나의 살인사건의 진실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면 분명 여자아이의 죽음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비밀이 숨겨져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살인사건의 수사와 별개로 팬데믹이 발생한 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 사람들끼리 서로 접촉을 꺼리고 거리의 많은 상점은 약탈당한 채 폐허처럼 변하고 거리는 군인들에 의해 통제가 된 채 마음대로 왕래할 수 없는 상황 등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장면들은 우리가 요 몇 년 동안 지켜봐온 상황과 비슷해서 흥미롭다.

그래서일까

맥닐이 단서를 쫓아 하나둘씩 진실을 향해 가면서 드러나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상상했던 그 상황과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맥닐이 너무 쉽게 그 실체에 다가가는 모습에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드러난 진실 역시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죽은 여자아이가 중국 출신이라는 점이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팬데믹 상황을 다른 점 때문에 엄청 관심을 두고 읽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느슨한 전개라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필할 만한 점이 부족하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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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 우리들은 자라서
차홍 지음, 키미앤일이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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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비하인드 서평단이라는 걸 뽑는다고 해서 신청했다 받은 책

제목을 얼핏 봤을 땐 무럭무럭 자란다의 그 무럭무럭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모락모락이란다.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봤는데 부제로 우리들은 자라서라는 게 달렸다.

얇은 책에 귀여운 삽화가 있고 들여다보니 아이의 탄생의 순간을 그리고 있는 데 그게 참 별거 아닌 단어로 쓰여있지만 이상하게 귀엽고 이쁘다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시점이 이상하다.

분명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묘사하는 데 내가 가 아닌 네가?

그리고 마치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함께 한듯한 묘사를 보고 그렇다면 쌍둥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배냇머리를 잘라 붓으로 만들려는 엄마의 이야기에서 비로소 나의 정체를 파악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사람이 아닌 머리카락의 시점으로 그리고 있는 모락모락

아!! 그래서 모락모락이구나 싶었다.

책 속의 글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조금씩 자라서 학교에 입학하고 아이들과 트러블을 겪으면서 사춘기가 되고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결혼을 해 부모가 되는 등...

사람이 태어나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만 그 시선을 사람이 아니라 머리카락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고 글 중간중간에 헤어 관리법이나 헤어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삶을 바라보는 철학과 빗대어 이야기하는 부분 등이 여느 에세이와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사람의 일생을 예쁘고 바르게 그린 에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일까 덤덤하게 써 내려간 글들이 처음에는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자라 성장하면서 이상하게 가슴을 때리고 지나는 게 많다.

그러고 보면 글쓴이의 나이가 청춘이 아니라 조금씩 나이 들어 부모가 되고 어른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져서인지도 모르겠다.

글쓴이가 누구인지 모르고 읽었는데 헤어 디자이너인 차홍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그제야 글들이 좀 더 이해가 되었다.

작지만 소중한 일상에 대한 감상이 이쁘다고 느끼면서도 왠지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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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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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집의 평면도를 보고 엄청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는 설명이 너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우리가 편안히 쉬면서 안식을 취하는 집에서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그 충격적 진실을 알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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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합
다지마 도시유키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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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글자도 놓치지 마라

모든 것이 복선이며 단서다!

라는 소개 글을 보자마자 아... 이건 바로 서술 트릭을 이용한 작품이구나 생각해서 나는 속지 않으리라 하는 마음으로 글을 곱씹듯이 읽어내려갔다.

어딘가 작은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반드시 범인이 누군지 찾겠다 생각했지만 역시!!!

끝내 범인을 찾지 못한 건 물론이고 속을 확률 100%의 반전 미스터리라 장담한 출판사의 의도대로 완벽히 속아 넘어갔다.

그리고 범인의 정체가 드러난 순간 나도 모르게 앞으로 다시 돌아가 문제의 지점을 다시 읽도록 만들었다.

어쩌면 누군가는 진짜 범인을 찾아낸 사람도 있겠지만은... 마지막에 가서 범인이 드러난 순간에 느꼈던 허탈감과 당혹감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범인의 정체에 무릎을 치게 된다.

사실 이야기의 전체를 아우르는 건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살인사건 혹은 사건이 중심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방심한 탓도 있겠지만은 소설 속 대부분은 전쟁이 끝난 후의 일본의 분위기를 갓 중학생이 된 남녀 학생 세 사람의 평온한 일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마치 우리의 문학작품 소나기의 일본 버전이랄지..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 소녀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풋풋한 감정을 서정적으로 묘사하는 가운데 슬쩍슬쩍 비치는 어른들 세계의 잔인함이나 비정함이 서로 대비되어 별다른 잔인한 묘사가 없으매도 그 냉정한 기운이 느껴진다.

세상은 전쟁이 갓 끝난 후 무너진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선 방탕하고 방종한 생활을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바로 실존 인물이 자 소설 속에서 자신의 회사를 좀 더 능률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유럽이나 소련까지 건너가 새로운 문물을 배우고 익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고시바 이치도 회장이라면 세상을 흥청망청하며 마음대로 낭비하듯 살아가는 사람이 주인공 세 사람 중 하나인 가오루의 삼촌이라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 중 이치조 회장과 연이 닿은 여성인 아이다 미치코는 뚜렷하게 뭔가를 하지않지만 그 존재감이 분명해서 그녀의 이후 횡보가 궁금증을 불러오게 하는 데 소설 속에는 베를린에서의 일화 이후엔 홀연히 사라졌다.

작가는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결정적인 뭔가를 쥐고 있는 히든 키라는 걸 모두가 눈치챌 수 있도록 했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모습을 드러낼지 좀처럼 꼬리를 잡을 수 없도록 했을 뿐 아니라 쉽게 착각하도록 곳곳에 엉뚱한 단서를 던져 놓았다.

이렇게 여기저기에 작은 단서를 놓고 사람들을 유인해 단서를 눈앞에 두고서도 단서인 지 모르도록 하는 것...

그래서 마지막에 가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앞으로 가 다시 확인하게 하는 게 바로 서술 트릭이 가진 매력이자 힘이고 그런 트릭을 멋지게 활용한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게 한다.

살인사건이 없다면 순수문학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서정적인 묘사와 사춘기 소년소녀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풋풋한 감정을 세심하게 그리고 있는 흑백합은 그 대비의 차이가 큰 만큼 밝혀지는 진실이 크게 다가온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본다면 확실히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내용은 파격적이고 충격적이지만 그런 내용을 오히려 서정적인 필체와 묘사로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사건을 중심으로 본다면 다소 밋밋하고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가 품고 있는 내용만큼은 절대로 심심하지않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잔잔하게 흘러가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강하게 뒤통수를 맞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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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자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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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 모여사는 조용한 동네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여자들의 실종사건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단 가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우선되고 그게 아니라면 배우자의 알리바이를 조사한다.

누군가가 살해되거나 실종되었다면 연인이나 배우자를 조사한다는 이런 공식은 슬프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통용되는 법칙과도 같다.

이 책 사라진 여자들에서도 그런 순서로 사건 수사가 진행되지만 아무런 증거 하나 없이 홀연히 사라진 세 명의 여자들 중 성인인 두 사람은 안타깝지만 죽은 채로 발견된다.

두 사건 중 첫 번째 사건은 출산을 한 아내를 두고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고 또 다른 결정적 증거가 나와 아내 살인범으로 검거되어 실형을 받는 것으로 또 한 번 세간의 속설을 입증했다.

하지만 두 번째 사건 같은 경우는 조금 달랐다.

우선 겉으로 보기엔 부부간의 관계도 좋고 메러디스는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사랑해 한 명을 남겨두고 다른 한 명만 데리고 가출한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사건 수사가 진행될수록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최근 그녀에게는 말 못 할 고민거리가 있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그녀의 죽음은 자살로 종결한다.

문제는 메러디스가 사라졌을 때 함께 사라진 아이 딜라일라의 흔적을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서에 쓰인 글... 안전하지만 절대로 딸을 찾을 수 없을 거라 장담한 듯 쓴 글처럼 깜쪽같이 사라져 버린 어린 여자아이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죽은 것도 아니고 생사조차 모른 채 사라진 아이를 찾으며 기다리는 일만큼 사람의 피를 마르게 하는 일이 있을까

평범하지만 화목했던 조시의 가정은 한순간에 모든 것이 풍비박산 난 채 시간이 흘렀고 조시 역시 하루하루 무너져내리고 있을 즈음 그토록 기다리고 바라마지않던 딸이 돌아왔다.

어둠을 뚫고 자신을 가둬둔 채 짐승처럼 양육했던 사람들의 손길을 피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를 구한 딜라일라...

그녀의 귀환은 단순한 귀환이 아니었다.

폭우가 쏟아져 마을의 전기마저 끊긴 집이 발생할 만큼 어수선했던 그때 평범한 주부이자 출산도우미로 일하던 조시의 아내 메러디스가 딸 딜라일라를 데리고 사라지게 되기까지의 순서와 11년이 지난 후 다시 나타났지만 오랫동안의 학대로 인해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딜라일라를 발견한 이후 사람들이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그 날밤 사건의 진상이 뒤집어지는 과정을 세심하면서도 치밀하게 그려놓은 사라진 여자들은 작가의 전작인 디 아더 미세스를 뛰어넘는 작품이었고 전작에 비해 훨씬 더 긴장감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일견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생활하던 사람이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을 맞으면서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의 모습을 서늘하면서도 공포스럽게 그려낸 사라진 여자들은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의 시선이 아닌 사건 당사자 혹은 사건 당사자의 곁에서 지켜본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다소 혼란스럽고 어수선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훨씬 더 드라마틱한 연출은 물론, 각자가 보는 시선 속에서 스쳐가듯 나오는 증언 중에 수많은 복선이 깔려있다.

그래서 많은 것을 계산하고 세심하게 안배하지 않으면 자칫 지루할 수 있거나 아니면 어수선한 전개를 보일 수 있지만 작가는 과감하게도 이런 실험적 모험을 했고 그 의도는 성공했다.

하나의 사건을 여러 관점으로 그려서 훨씬 더 입체감 있었고 진상이 드러났을 때 느끼는 반전의 묘미가 더 강력하게 느껴졌다.

복잡하고 다중적인 인간의 심리와 내면의 묘사 역시 탁월해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잘 짜인 스토리 몰입도 높은 전개 그리고 마지막의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고 작가의 다음 작품을 얼른 만나보고 싶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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