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여자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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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 모여사는 조용한 동네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여자들의 실종사건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단 가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우선되고 그게 아니라면 배우자의 알리바이를 조사한다.

누군가가 살해되거나 실종되었다면 연인이나 배우자를 조사한다는 이런 공식은 슬프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통용되는 법칙과도 같다.

이 책 사라진 여자들에서도 그런 순서로 사건 수사가 진행되지만 아무런 증거 하나 없이 홀연히 사라진 세 명의 여자들 중 성인인 두 사람은 안타깝지만 죽은 채로 발견된다.

두 사건 중 첫 번째 사건은 출산을 한 아내를 두고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고 또 다른 결정적 증거가 나와 아내 살인범으로 검거되어 실형을 받는 것으로 또 한 번 세간의 속설을 입증했다.

하지만 두 번째 사건 같은 경우는 조금 달랐다.

우선 겉으로 보기엔 부부간의 관계도 좋고 메러디스는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사랑해 한 명을 남겨두고 다른 한 명만 데리고 가출한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사건 수사가 진행될수록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최근 그녀에게는 말 못 할 고민거리가 있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그녀의 죽음은 자살로 종결한다.

문제는 메러디스가 사라졌을 때 함께 사라진 아이 딜라일라의 흔적을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서에 쓰인 글... 안전하지만 절대로 딸을 찾을 수 없을 거라 장담한 듯 쓴 글처럼 깜쪽같이 사라져 버린 어린 여자아이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죽은 것도 아니고 생사조차 모른 채 사라진 아이를 찾으며 기다리는 일만큼 사람의 피를 마르게 하는 일이 있을까

평범하지만 화목했던 조시의 가정은 한순간에 모든 것이 풍비박산 난 채 시간이 흘렀고 조시 역시 하루하루 무너져내리고 있을 즈음 그토록 기다리고 바라마지않던 딸이 돌아왔다.

어둠을 뚫고 자신을 가둬둔 채 짐승처럼 양육했던 사람들의 손길을 피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를 구한 딜라일라...

그녀의 귀환은 단순한 귀환이 아니었다.

폭우가 쏟아져 마을의 전기마저 끊긴 집이 발생할 만큼 어수선했던 그때 평범한 주부이자 출산도우미로 일하던 조시의 아내 메러디스가 딸 딜라일라를 데리고 사라지게 되기까지의 순서와 11년이 지난 후 다시 나타났지만 오랫동안의 학대로 인해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딜라일라를 발견한 이후 사람들이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그 날밤 사건의 진상이 뒤집어지는 과정을 세심하면서도 치밀하게 그려놓은 사라진 여자들은 작가의 전작인 디 아더 미세스를 뛰어넘는 작품이었고 전작에 비해 훨씬 더 긴장감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일견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생활하던 사람이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을 맞으면서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의 모습을 서늘하면서도 공포스럽게 그려낸 사라진 여자들은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의 시선이 아닌 사건 당사자 혹은 사건 당사자의 곁에서 지켜본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다소 혼란스럽고 어수선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훨씬 더 드라마틱한 연출은 물론, 각자가 보는 시선 속에서 스쳐가듯 나오는 증언 중에 수많은 복선이 깔려있다.

그래서 많은 것을 계산하고 세심하게 안배하지 않으면 자칫 지루할 수 있거나 아니면 어수선한 전개를 보일 수 있지만 작가는 과감하게도 이런 실험적 모험을 했고 그 의도는 성공했다.

하나의 사건을 여러 관점으로 그려서 훨씬 더 입체감 있었고 진상이 드러났을 때 느끼는 반전의 묘미가 더 강력하게 느껴졌다.

복잡하고 다중적인 인간의 심리와 내면의 묘사 역시 탁월해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잘 짜인 스토리 몰입도 높은 전개 그리고 마지막의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고 작가의 다음 작품을 얼른 만나보고 싶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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