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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평점 :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단어가 된 프로 파일링을 사용한 거의 최초의 프로파일러인 존 더글러스
그가 이제껏
경험한 사건들과 그가 맡아 수사했던 사건을 자신의 이야기와 버물러서 마치 하나의 소설처럼 쓴 작품이 바로 이 책 `마인드
헌터`이다.
논픽션임에도 책 속에 나오는 사건들이 그의 직업의 특성상 잔인하기 그지없는 강력범죄들이다 보니 마치
현실의 이야기가 아닌 소설 같은 사건이 많지만 이 모든 건 엄연히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라는 걸 생각하면 인간만큼 잔인한 종족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 사건들을 매일 들여다보고 용의자들의 행동 특성이나 심리를 파악해 범인을 잡도록 용의자의
범위를 축소하고 사건의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그의 직업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임에 분명하다. 도입부의 그가 죽다 살아난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그가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무거운지 새삼 알게 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대부분 비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범인이나 혹은 이상 성격자들을 상대해야만 하고 그들이 저지른 사건 현장을 들여다봐야 한다면 웬만큼 신경이 튼튼하지 않으면 버텨내기
힘들 것 같다.
예전과 달리 범죄자들이 사건을 저지르는 이유가 다양해지고 범죄 수법조차 잔인해졌으며 사방에 넘쳐나는
정보들로 인해 그만큼 범죄자들의 수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는 요즘 특히 범인의 특성을 집어낼 수 있고 범죄자들의 행동 심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프로 파일러의 중요성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책은 존 더글러스가 그동안 맡았던 사건에서 특정 용의자의
범위를 추려낼 수 있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범인의 행동양식이나 범죄 수법을 보고 그가 그린 용의자의 모습과 실제로 범인을 검거한
뒤 진짜 범인과의 공통점을 보면 깜짝 놀랄 만큼 닮아있는데 이는 그가 그만큼 많은 연구와 조사를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는 범죄자부터 어디서부턴가 정신이 조금 이상한 범죄자까지 다양한 강력사건의 범죄자들을
만나 직접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심리를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이기도 하고 그래서 도출된 결과로 더 많은 범죄자들을 검거하는데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그의 수사자료는 프로파일링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수많은 사건 중에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우리에게도 가끔 뉴스로 들었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적 증오범죄였다. 어느샌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사건이 빈발해졌는데 명백한 동기가 없는 이런 사건의 범인은 대부분
분노의 감정에 휘둘리는 자이고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학교나 직장, 이성관계에 서툴고 실패를 거듭하는 자들이란 말이
와닿는다.
실제로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도 그렇고 강남 묻지 마 지하철 사건도 늘 실패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를 엉뚱한
곳에다 화풀이한 경우이자 그 범인들 자신이 사회적으로 실패만 해오던 낙오자이기 때문인데 앞으로도 이런 사건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 생각하면 솔직히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특히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범죄자들이 정신이상이나 심신미약 같은
법적 조항을 들어 슬며시 법의 그물을 피해 가고자 하는 것에 저자와 마찬가지로 강력히 반대한다.
이 책에서도
정신이상을 주장하는 범죄자들로 인해 정신이상에 관한 개념에 논란이 많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가 예를 든 사건들의 재판 과정과 결과도 흥미로웠지만
정신과 의사의 치료로 호전되었다고 할지라도 또다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사람은 사회에 내놓아선 안된다는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수많은 임상실험과 조사, 그리고 많은 범죄자들의 유형을 연구한 결과로 그가 사건의 용의자를 추정하는
과정이 그야말로 흥미진진했고 마치 수사반장을 보는듯한 재미가 있었는데 특히 논픽션이라 더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그만큼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와
깊은 통찰의 결과라고 보면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자신이 맡았던 사건들만 널어놓으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는데 자신의 이야기와 당시의 사람들의 반응들을 적절히 잘 섞어놓았을 뿐 아니라 그가 결과를 도출해온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프로
파일링에 대해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