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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초이스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6월
평점 :
한국 판타지 소설의 거장 이영도가 10년 만에 새 책을 들고 귀환했다.
이른바 왕의 귀환이라 일컫을만하다.
판타지 소설 특유의 장편에다 자신이 가진 세계관과 철학적인 사고를 섞어서 매력적인 스토리로 풀어내는 작가는 이번에도 그런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어 그의 신작을 오랫동안 기다렸던 독자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고 있다.
오버 더 초이스랑 오버 더 호라이즌 세트로 되어있지만 따로 읽어도 무난하다고 한다.
물론 오버 더 호라이즌을 먼저 읽게 되면 어느 정도 배경과 사전 지식을 얻게 되어 오버 더 초이스를 좀 더 즐길 수 있겠지만...
한 소녀가 갱도에 갇혀 있다 죽은 시신으로 건져올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치 소녀의 죽음이 어떤 징조인 듯 근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마차 사고로 사람이 죽고 말들이 몰살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사고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소년 덴워드는 이 마을을 보호하는 보안관보 티르의 눈에 어딘가 수상쩍은 냄새가 난다.
무기 허가증도 없이 가지고 있던 칼, 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의 안부보다 칼을 먼저 찾는듯한 시선, 보안관과 다른 사람의 질문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딱 떨어지는 대답은 분명 어딘가 의심스러워 그에게서 칼을 떼어놓게 되지만 기다렸다는 듯 죽은 딸아이의 엄마는 딸의 부활을 이야기하며 지상과 지하를 지배하는 분에게 칼을 돌려주면 죽은 사람이 부활할 수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칼을 찾아다니지만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미리 알았다는 듯 덴워드는 죽은 자가 살아돌아보는 걸 막아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부활을 하고자 하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와의 대결처럼 흘러가면서 서로에게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인다.
단순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부활을 원하는 사람들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 그것이 비록 세상의 지배권을 식물에게 넘겨주는 것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이를 저지하려는 자에겐 부활이 단순히 죽은 자가 살아돌아오고 죽음의 두려움을 없애는 것만이 아닌 삶의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이고 이는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인 먹는 것의 즐거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의 기쁨, 노동의 즐거움 등 삶을 지탱하는 희로애락이 사라지고 그저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죽음에의 공포만 사라지게 할 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를 저지하고자 한다.
이렇게 부활을 위해 뭔가를 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가 대립하는 가운데 식물들의 재생능력으로 죽었던 소녀 서니와 다른 사람들이 살아돌아오지만 그들은 그들이면서 그들이 아니었다.
겉모습은 원래의 그들이지만 그들 속의 내면만큼은 원래의 그들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이라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진정한 본질은 뭘까? 하는 의문을 던지고 있는 오버 더 초이스
식물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실현하고자 티르를 비롯해 자신들을 막으려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장면은 반지의 제왕 편에서 바위와 나무들이 붕기하여 일어서서 막아서던 전투가 생각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판타지 소설 특유의 초반 설명 부분이 다소 복잡했지만 그 부분을 넘어서면 읽어가는 데 어려움이 없어 장편소설에 부담을 느끼는 판타지 소설 입문자들도 즐길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