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가 불야성 시리즈 3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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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불빛아래 꿈틀거리는 인간의 욕망과 어두운 탐욕을 건조한 필체로 하드보일드하게 그려 많은 남성팬들에게 찬사를 받은 불야성 시리즈

돈과 여자 그리고 마약이 있는곳 가부키쵸를 배경으로 그 어둠의 권력을 둘러싼 폭력과 배신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리고 있는게 바로 불야성 시리즈의 매력이었다.

가부키쵸를 둘러싼 각 세력들간에 얽히고 설킨 관계를 꿰뚫어보고선 그들을 마치 자신의 꼭두각시 인형마냥 조정해 원하는 바를 얻어왔던 대만계 대부 양웨이민과 그에게서 모든걸 배웠지만 결국 자신이 살기 위해 그에게 도전했던 대만계 일본인이자 혼혈인 류 켄이치와의 목숨을 건 대결이 1,2편이라면 이번 장한가에선 처음부터 켄이치와의 대결에서 패해 도망갔던 양웨이민의 죽음부터 시작해서 기존의 이야기와 다름을 예고하고 있다.

 

 

 

신주쿠 가부키초의 밤은 예전과 같지만 그 밑바닥에 흐르는 분위기는 양웨이민과 켄이치가 있을때완 확연히 달라 하나의 세력이 지배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원하는 바 대로 뜻을 이뤄 각각의 이익을 취하고 있어 그들만의 룰도 법칙도 사라진 그야말로 야생의 세계와도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

이런때 잔류고아 2세의 신분으로 중국에서 건너온지 15년이 된 타케 모토히로는 그가 몸담고 있는 중국조직의 두목이 일본 야쿠자와의 협상에서 총격으로 죽게 되면서 야쿠자와 중국조직 양쪽으로 부터 협박을 받아 어쩔수 없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게 되고 그러다 아주 오래전에 활약했던 정보상인 류 켄이치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사건 조사를 하다 오래전 중국에서 자신의 소중한 친구였던 여자 샤오원과 재회하면서 그녀만은 이 범죄의 소굴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지만 사방에서 조여오는 음모의 손길을 피할수 없다.

 

시리즈 1,2편에서 양웨이민과 류젠이의 대결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는데다 2편 진혼가에서 크게 패한 양웨이민이 죽지않았기에 당연히 3편에선 그의 설욕전을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그의 죽음으로 시작하는데다 등장인물이 전혀 다르고 이야기가 한참을 흘러 가는동안 류젠이의 존재는 비치지않거나 미미한 역활만 하고 있어 어리둥절함마저 주고 있었다.

읽다보면 새로운 주인공이자 화자인 타케는 중국인임에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고향을 버리고 신분을 세탁해 잔류고아2세인 일본인 행세를 하며 일본으로 스며들었다 결국 다른 중국인들처럼 가부키쵸로 흘러들어 일본인 형사의 정보원 노릇이나 하고 시덥잖은 중국조직의 조직원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그저 겁많고 용기나 패기라곤 없는 비맞은 개 꼴을 하고 있기에 처음 이 시리즈에서의 류젠이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1,2편에서 악당임에도 더 나쁜 악당으로 보이는 양웨이민과 치열한 두뇌싸움끝에 마침내 가부키쵸를 장악했던 류 젠이에게서 매력을 느끼고 그가 한 나쁜짓은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위한 복수라고 생각해 왠지 그의 죄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이 생기면서 그를 응원했던 나에게 장한가에서 주변 사람들이 그를 평하는 악귀라는 호칭은 어리둥절함을 느끼게 했다.

어느새 그렇게 증오하면서도 사랑받고 싶어했던 양웨이민과 닮아있는 그에게 남은건 짙은 허무와 공허함뿐이라는 결말은 정말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나도 모르는 새 류 젠이에게 동화되었었나보다

류젠이나 타케 모두 별볼일 없는 하류인생에다 겁이 많아 항상 두리번거리며 다니고 별다른 의욕이나 욕망이라곤 없이 그저 하루하루 살아남기 바쁜 겁많은 개와 같이 늘 누군가의 싸움에서 희생양이 될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힘세고 권력이 있는 놈들과의 전쟁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고전분투하는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동일시했는지도 모르겠다.

잠들지않는 도시의 밤은 언제나 계속되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의 치열한 싸움은 끝나지않을 숙제같은 것...그래서 다 읽고 난 후 제목처럼 긴 한숨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짙은 허무와 같은 결말로 인해 더더욱 기억에 남는 시리즈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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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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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이란게 있다.

10대의 사랑은 왠지 풋풋할것 같고 20대의 사랑은 열정이 넘칠것 같고 30대의 사랑은 어딘가 성숙된 사랑일것 같다는....

가만 생각해보면 10대에 했던 사랑이나 20대에 했던 사랑과 30대에 한 사랑은 다르지않은데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사랑에도 좀 더 숙련되고 뭔가 철없을때 한 사랑이랑 다를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 혼자서 애태울때나 그 사람이 나를 보는 눈빛 하나에 울고 웃는건 마찬가지일뿐 아니라 오히려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절박감은 더해가고 실패하고 싶지않다는 마음에 소극적이 되어 더욱 사랑앞에 움추르들기 마련이기에 늦은 사랑은 더 애절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 `1파운드의 슬픔`은 그런 30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에 아파보기도 했고 그만큼 더 절실하기도 하며 알건 어느 정도 안다고 할수 있는 성인들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의 그 가슴떨림같은 이야기

 

 

 

이 책에는 10커플의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다.

공통점은 이들이 대부분 어느 정도의 사랑을 해봤고 상처도 받아봤으며 심지어는 돌아온 싱글도 있고 지금 결혼생활중이지만 다른 사람을 보며 가슴 떨려 하는 위기의 커플 이야기도 있는 만큼 사랑에는 익숙한 사람들이다.

세상에서 30대가 갖는 위치란 직장생활에선 어느 정도 자신의 위치를 찾았고 결혼을 한 사람도 있으며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어도 독신주의가 아니라면 결혼에 무심할수 없는 나이이지만 오히려 20대의 무모함은 사라져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나도 이것저것 따질게 많아 오히려 마음에 맞는 사람을 보더라도 여차하며 놓치기 쉬운 위태로운 나이이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탐색하고 견주는 시간이 많아지는 시기에 `누군가의 결혼식`에서는 떠들썩하고 혼잡스럽기만 한 결혼식에서 다른 사람의 결혼을 돕는 여자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 조심스럽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맡은 일에 별다른 의욕없이 그저 묵묵히 해내고만 있지만 앞으로의 비젼도 없고 사랑하는 애인도 없던 한 여자가 어느날 갑자기 목소리가 안나오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속에 평소에는 눈여겨 보지않았던 직원의 또다른 면모를 발견하고 사랑을 예감하는

`목소리를 찾아서`는 늘 같은 자리에 있고 매일 보던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 어떤 계기에 의해 그 사람의 또다른 모습을 발견하면서 자신이 보던게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옛 남자 친구`와`두 사람의 이름`은 어느 순간 서로에게 익숙해져버려 가슴떨림도 두근거림도 사라진 연인들의 이야기이다.모든것이 익숙해져버려 서로에게 무심해진 나머지 이별을 하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고 또 다른 사랑을 해도 결국은 그 사랑도 유통기한이 있어 익숙해진 옛사랑을 다시 찾아온 커플과 같이 살아도 언젠가 헤어질때를 대비해서 모든것에 자신의 이름을 마킹했던 커플이 작은 고양이를 입양하면서 서로를 다시보는 계기가 된 커플이야기인데 제목의 `1파운드의 슬픔`보다 더 와닿는 이야기였다.

`가을 끄트머리의 이주일`에 나오는 부부의 사랑은 익숙한것에 대한 편안함과 서로 나이를 먹어가는 상대방에 대한 측은함이 공존해있어 멋지게 나이드는것에 대한 표본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끝까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왠지 애틋하기도 하고 어딘가 에로틱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모든것은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처음의 가슴떨림과 두근거림은 사라져도 그건 그것 나름대로의 편안함이 있기 마련이며 사랑에는 책임감도 따른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기전의 가슴떨린 순간과 서로를 알아보게 된 연인들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그려져 공감이 많이 갔을뿐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가을밤에 읽으면 좋을것 같은...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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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코 보코 데이즈
야마모토 유키히사 지음, 권남희 옮김 / 홍익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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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아...이런 류의 일본 소설을 참으로 좋아했었다.

엄청나게 탐독하고 닥치는 대로 족족 읽어대던 시절...이 책도 읽고보니 당연히 그때 이미 읽었던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새로 읽는것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수 있는걸 보면 역시 난 젊은 청춘들의 꿈과 사랑 좌절과 방황 뭐 이런걸 쓰는청춘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출판년도를 보니 자그마치 2007년...아마도 한창 일본 소설출간붐이었을때 출간된 책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는데도 지금 읽어도 유치하거나 문장이 어색하지않고 그때 처음 읽었을때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30대의 배나온 남자 2명과 23살의 꽃다운 아가씨..이렇게 3명이서 꾸려가며 돈도 안되는 일을 하는 작디작은 광고회사 보코구미

유원지의 캐릭터 공모전에 출품하지만 다른 회사와 합작을 해야 하고 그곳 사무실에 나미가 파견나가는 형태가 된다.

게다가 그 회사가 공교롭게도 보코구미의 창립멤버였던 고미야가 이곳을 나가 새로 만든 광고회사이기에 처음부터 신경을 쓰인 나미는 의외로 그곳 사장이자 모두가 마녀라고 하는 고미야에게 인간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되고 그녀가 보코구미에서의 일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늘 운이 없고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미는 자신감이 넘치고 늘 자신만만하며 자신이 원하는 뜻대로 밀고나가는 그녀 나미야를 어느 정도 동경하게 되지만 그들이 같이 추진했던 유원지의 일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다시 보코구미로 돌아가는데...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 나와 의기투합해서 만든 보코구미의 삼총사와 10년후 그곳 보코구미로 들어온 나미의 이야기지만 화자는 20대 시절의 오타키와 지금의 나미 두 사람이 지금과 10년전의 이야기를 번갈아 오가며 그려내고 있는데 10년이라는 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은 다른듯 어딘가 닮아 있는걸보면 20대의 고민이란건 어찌보면 다 비슷한지도 모르겠다.사랑이라든가 앞으로의 진로라든가...

뭐든 손만 대면 탁월한 실력을 보이는 천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구로카와와 그런 친구를 보면서 갈수록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그런 자신이 더 실은 오타키의 고민과 디자인실력은 별로지만 사람을 대하는것에 소질이 있어 다른 두 사람을 대신해서 작은 보코구미를 이끌어가던 고미야는 처음 뜻을 같이 해서 사무실을 열때와 달리 결국은 헤어지게 되고 마는데 세 사람의 성향을 보면 당연한 결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더 큰곳을 동경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자신들의 이름을 떨치고 싶어하는 마음이 큰 고미야에게 능력은 충분한데도 더 이상 크게 성공하고 싶어하지않고 많은걸 욕심내지않는 다른 두사람과의 동거는 언제가 되었든 결국은 헤어짐이 당연한 수순인데 이 책에서는 그곳을 떨치고 나와 나름 성공을 이룬 고미야지만 늘 그곳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마치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 20대를 그리워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기에 그녀의 실패와 그런 그녀가 결국 그곳으로 돌아가는 결말은 소설이기에 가능한 결말일지라도 흐믓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언제든 원하다면 다시 새롭게 시작할수 있다는 꿈같은 희망을 준달까

부딪치고 깨지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않는 고미야가 그래서 더 멋지게 느껴지기도 한다.

재미도 있고 가독성도 좋고 뭔가 의미도 있는...역시 이런 책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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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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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 공허같은 상실된 마음과 청춘의 방황을 날카롭게 표현해서 내 20대의 불안감을 위로해주던 하루키의 작품들은 이제는 예전같은 날카로움이 아닌 어딘지 여유로움이 묻어나오는 작품으로 또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에세이집을 비롯하여 꾸준하게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하루키에게 이 작품 `애프터 다크`는 특히 그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소설이기에 더 의미가 있지않나 생각한다.

데뷔작인`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나 그의 대표작인 `노르웨이의 숲`에서도 젊은 청년이 주인공이었고 이번 작품에서도 젊은 청춘들이 주인공이긴하지만 역시 작가 자신이 주인공과 같이 젊었을때 같은 세대를 대표하는 화자로서의 글과 달리 이번엔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서인지 직접적인 화법이 아닌 카메라를 들여다보는듯한 관찰자적 입장에서 그들의 일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일단 눈에 띈다.

 

 

 

도시는 낮과 밤이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야누스와 같은데 낮의 밝음과 달리 어둠을 내포한 밤엔 뭔가 은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것 같다.

그런 남과밤의 극명한 대립이 여기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잠들어버린 에리와 그런 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리로 비교되고 있다.

잠든듯 잠들지 않은 에리의 정적인 모습과 모범적인 삶을 살면서 언니에게 외모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마리의 활동적이지 않은듯하면서도 활력이 있는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 둘의 하루밤의 모습을 에리에게는 카메라로 관찰하는듯 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표현을 하고 있고 마리는 이와 달리 직접적 화법을 통한 표현을 해서 둘의 모습을 대비하고 있다.

하루와 또다른 하루가 연결되는 가장 근접한 시간인 PM 12시를 전후로 자신의 일때문에 혹은 또다른 이유로 잠 못 이루고 거리를 방황하는 사람들 중엔 어느날 갑자기 잠들어버린 언니 에리를 둔 마리가 있다.

그런 그녀에게 알은체 해 온 남자인 다카하시를 통해 갑작스럽게 중국어 통역이 필요한 러브호텔의 매니저인 가오루와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를 조금씩 전개되고 있는데 책속에서 가오루가 근무하고 있는 러브호텔의 이름이 `알파빌`이란 것이 도시의 밤의 모습을 제일 잘 표현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애정과 아이러니를 필요로 하지않는 섹스만을 위한 공간인 알파빌과 그런곳을 들락거리며 겉으로는 완벽한 직장인의 모습을 한 채 가족과도 소통하지 못하고 돈으로 섹스를 사는 또다른 남자 시라카와는 밤의 어둠을 닮아있으면서도 그날 그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무언가로부터 쫏기는듯 늘 바쁜듯이 살아가면서 가족과도 소통하지 못하는...마치 모두가 각각 섬과 같이 감정적 정서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 모두를 통해 하루키가 말하고자 한 건 뭘까?

아무리 어둡고 긴 밤이라도 결국 또 다른 날이 오면서 어둠을 물러가고 밝음이 온다는 것처럼 누구나 각자 고통스럽고 어렵더라도 참고 견디면 결국 어둠을 이겨 낼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아님 모두가 각각 떨어진 섬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옆으로 손을 뻗쳐 각자가 체온과 온기를 나누면 어려움을 헤쳐나가기가 조금 더 수월하다고 말하고 싶은걸까?

밤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독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애프터 다크`는 에리와 마리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라카와와는 다른 결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밤의 어둠과 완벽하게 녹아든 무기질적 인간인 시라카와는 더 이상의 변화가 없을거지만 아직은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에리와 마리의 모습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지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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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 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3
미우라 시온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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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 이상 장수하는게 신기하지않은 세상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흔하게 보이는게 노인들의 모습이고 메스컴이나 재테크관련 강좌에서도 끊임없이 강조하는게 100세 시대 어떻게 잘 살것인가를 화두로 내세우는걸 보면 장수는 이젠 필연이고 운명이다.

평소 가슴 따뜻한 이야기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써온 미우라 시온이 이번엔 70대의 두 노인콤비를 내세웠는데 생각했던것만큼 칙칙하거나 무겁고 부담스러운 게 아닌...노인이라는 설정을 겆어내고 보면 그저 한동네에서 나고 자란 너무 다른 두 남자의 이야기와 별다를바 없음을 알수 있다.

젊은 사람만이 주인공으로 내세워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쏟아져나올것 같다.

그리고 이제껏 노인을 상대로 한 이야기는 기껏해야 주인공의 윗대를 설명할때의 양념같은 존재이거나 혹은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의 비참한 말로 같은걸 설명할때의 모습이 전부였는데 이 책의 주인공 마사와 겐처럼 젊은 사람과 생각하는 거나 행동하는 게 별다른 차이가 없이 그저 나이를 먹었을뿐인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낼 책이 앞으로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이먹었지만 그것 나름대로 귀여운 두 남자 마사와 겐 이야기

 

 

두 강이 만나 삼각지를 이룬 오래된 마을 Y동네에서 나고 자라 거의 한평생을 같이 살아온 마사와 겐

전후 어려운 나라경제에 톡톡히 한몫을 했다는 긍지를 가진 구니마사는 대학을 나와 은행에서 퇴직할때까지 한눈을 판 적도 없이 성실하게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렸지만 아내는 딸아이집으로 간 지 1년이 넘고 늙으막에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럽고 왠지 억울하다 생각하고 있다.

반면 초등학교도 못나왔지만 쓰마미 세공으로 평생을 설렁설렁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겐지로

얼핏보기에도 상반되는 성격과 배경을 가진 두사람이지만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과 아끼는 마음엔 차이가 없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걸핏하면 서로 싸우고 삐치는 귀여운 두 남자와 철없이 막나가던 시기를 지나 개과천선해서 겐으로부터 쓰마미 간자시세공을 전수받으려는 뎃페의 좌충우돌 귀여운 일화들

 

귀엽기까지한 두 늙은 남자와 새파랗게 젊어 실수 연발인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마사와 겐

연작형태의 소설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그저 두 사람의 나이가 많다는 걸 빼면 젊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책과 차이점이 그다지 없다.

이 두사람을 보면 나이들어서 반드시 필요한게 돈과 즐길수 있을 취미나 기술뿐 아니라 마음을 알아줄 친구라는 존재도 필요함을 알수 있다.

마음속으로 자신이 겐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고 생각해왔던 마사가 홀로 남은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 기술을 전수받으려는 제자가 있고 그 제자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아직도 현역으로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겐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모습이 줄 곳 잘 그려져있다.젊었을때부터 순탄한 삶을 걸어왔던 자신이 말년에 자신보다 못하다 생각했던 겐으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늘 즐겁게 살고 있는듯 보이는 겐을 부러워하는 자신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면 우정이란 것이 오래 유지될려면 조금이라도 자신의 처지가 상대방보다 낫다고 생각해야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사의 고민과 우울함이 겐과의 우정과는 별개로 십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 3자의 눈으로 봐도 성실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던 마사와 장인으로서는 훌륭하지만 그 밖의 문제에선 설렁설렁하며 아내도 자식도 없이 홀로 남은 겐 두사람을 비교하면 마사가 훨씬 모범답안 같은 삶을 살았다고 손들어 줄수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름을 알수 있다.

아내와 자식을 먹여살리긴했지만 그들을 보듬어주고 가족간의 유대를 쌓는데는 실패해 소통에 문제를 가지게 된 마사와 가족간의 균열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어 더 와닿는 부분이고 우리시대의 아버지상과 비슷한 마사의 억울함도 일견 이해가 간다.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 데 도대체 왜? 라는 마사의 고민은 그래서 우리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모든일에 설렁설렁한듯한 겐은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철저하고 실수를 용납하지않는 장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겐이라는 인물이 마사가 보는 모습과 비슷하지만 다름을 알수 있다.그런면을 마사 역시 인정하고 있고...

이렇게 서로 정반대의 성격과 기질을 가진 두 사람이라 늘상 의견 대립이 있고 다투며 삐치기도 하지만 내면 깊은 곳엔 서로를 향한 이해와 애정이 있기에 두 사람의 다툼은 날을 세운듯한 모습이 아니고 그런 그들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70대의 노인들도 우리와 별다를게 없는 사람들이란걸 새삼 깨닫는다.

싸우고 화내고 삐치고 그리고 화해하기도 하고...

노인이란 별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은 우리들의 자화상이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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