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케빈 마이클 코널리 지음, 황경신 옮김 / 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지선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알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지선아사랑해라는 에세이집을 내서 작가로 알려진 그녀. 신문광고에서 요란하게 떠들어서 대충 사연은 알고 있었지만 얼마전 아침 티비프로에서 그녀를 직접 보고 목소리를 들었다. 아, 그런데 고달픈 역경의 과정을 겪은 사람으로 정말 맑은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일을 다시 얘기하는 과정에서도 침착한 말씨와 안정된 목소리가 신뢰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가 한 말중에 자신을 돌아보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태도에 대한 것이 있었는데 유학생활을 하고있는 미국에선 유달스럽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번화한 거리에서 지나가는 아주머니들이 혀를 끌끌 차며 안됐다는 표정을 지을때는 참으로 당혹스럽다는 얘기다. 타인의 험난한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이 나라마다, 민족마다, 사람마다 좀씩 다를테지만 정작 당사자입장에선 신경 좀 꺼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어질때가 많다는 건데... 거지행색을 하고 앵벌이를 하는 지하도 벌이꾼들과는 다른 사람들도 많다는 얘기다. 자신감가지고 떳떳하게 잘 살아가는 그들을 그저 평범하게 봐주는 것으로도 예의를 다 차릴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을 처음 손에 들고 각 장 앞에 끼워진 사진들이 한결같이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맡았다. 어쩐지 불편한 기분도 들었다. 알고보니 전부 위로 보고 찍은 사진들이었다. 이 책 내용에 대해 약간의 소개를 받은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진들이 위로 보고 찍혔는지 금방 알아채지 못했다. 어린아이들조차도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찍힌 사진들은 답답한 그 무엇이 들어있었다. 보통 사진을 찍을 때 사진을 찍는 사람의 위치가 중심이 되고 사진의 피사체는 대상으로 이미 권력을 상실한 상태다. 내가 사진을 찍는다면 나는 사진 앵글에 담긴 피사체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집어넣고 그것을 지배한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뭔가 호기심어린 양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저자는 그저 태어날때 다리가 없었을 뿐 가족에 의해서도 스스로도 장애인이란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온 청년이다. 맥가이버프로를 보면서 아들에게 필요한 장치들을 고안해낼줄 아는 아버지와 사진을 찍으며 90일동안 세계를 돌아보겠다는 계획을 무조건 찬성해준 어머니를 가진 그는 스스로도 슬로우 댄싱을 출 여자친구를 사귀는 건강한 청년이었다. 그가 지금껏 겪었던 외부로부터의 시선이 따갑지 않았을리 없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는 미국에서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라는 걱정과 의아함과 호기심어린 눈길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 곳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들만큼 적극적이고 활달한 삶을 살았다. 보드를 타고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일본 등등을 누비며 그는 33000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사진찍기는 어느 날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악한 시선에 대한 자신만의 또다른 대처법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신에게 무수히 질문했던, 다른 사람이 던진 말에 대해 답하기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계속 그 타당성과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자신을 보는 시선들 속에는 다르지만 공통된 어떤 것이 있었고 그것은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그 사진들이 시선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 아니길 그 스스로 원하진 않았을까. 이 지점이 바로 우리가 장애를 보는 새로운 차원이고 장애인 자신이 세상을 보는 진정 새로운 차원이란 생각을 한다.
10살때 가족여행중 일본인들이 차례로 자신을 향해 셔터를 눌러대던 모습을 그는 잊지 못했다. 하지만 이 청년은 그 어떤 다리있는 정상인보다도 정상인 사람이었다. 불편한 신체를 앞세워 철저히 도움을 바라는 사람도 있을지모른다. 그러나 자립심으로 똘똘 뭉친 이 청년의 삶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겠다. 책에는 그의 전신모습 사진은 스키를 탄 모습 한컷만 나올 뿐이다. 대부분 장애극복 스토리에서 보아온 사진들은 이 책에는 없다. 오히려 그가 찍은 사진들만 나올뿐이다. 이 책이 그 부류의 다른 책과 차이가 있다면 나를 봐달라고 외치는 책이 아니라 내가 세상를 보았다고 증거하는 책이라는 점이다. 그 힘찬 자부심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