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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대하여 ㅣ 사이언스 클래식 23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생물학계의 새로운 조짐을 엿보기 시작한게 몇년되었다. 이타적 유전자를 필두로 해서 도킨스의 책들, 그리고 진화생물학쪽의 책들까지 획기적인 시각을 제시해준 서적들이 조금씩 쌓여갔다. 모두 우연한 기회에 구매하거나 선물받거나하여 읽게된 것들인데 세상보기의 폭을 훨씬 넓혀준 계기가 되었다. 윌슨의 책은 통섭에서 처음 접했고 그의 초기 저작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사회생물학이 75년에 이 책이 78년에 쓰여졌으니 무려 30여년 전 책이다. 그런데 그간에 읽었던 책들이 다루고 있던 내용이 여기에 오롯이 원전으로 들어가 있을 줄 미처 몰랐다. 그가 분석한 인간행동의 기본 네가지 범주(공격성,성, 이타주의, 종교)는 그 후의 많은 저작들이 다루는 주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인간본성이란 윤리, 철학의 문제이지 어찌하여 생물학의 연구대상일 수 있나 의심할 수 있다. 자연과학자인 저자가 어떻게 철학자나 사회학자들이 언급할만한 주제로 책을 낼 수 있을까 궁금해질 수 있다. 개미연구의 대학자로서 윌슨은 사회적 곤충의 연구를 통해 생물학과 사회과학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인간에 대한 보다 참딘 정의는 생물학적 진화라는 창을 통해 가능하고 또한 그런 정의에 바탕을 둔 윤리를 탐구하여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무한한 반감과 반대의견을 낳을 수 있었기에 그는 이런 기준하의 인간본성연구가 지닌 딜레마를 언급한다. 우선 인간을 포함한 어떤 종도 자신의 유전적 역사가 부과한 의무를 초월하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심미적 판단과 종교신앙의 선택도 인간조상들이 진화를 거치면서 당시 환경에 적응한 산물이란 것이다. 뇌는 유전자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존재하며 인간의 정신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장치이며 이성은 그 다양한 기능을 가진 장치의 하나라는 주장은 기존의 학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초의 인간연구는 더이상 철학의 업무만이 아니게 되었고 우리는 생물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의 전 영역을 토대로 하지 않고서는 우리 자신을 온전히 헤아려낼 수 없음을 잘 알게 되었다.
이어서 저자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내재하는 윤리적 전제들을 선택해야하는 딜렘마를 이야기한다. 우리의 뇌에는 우리의 윤리적 전제들에 심층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는 타고난 센서와 모티베이터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근원에서 본능으로 진화해 윤리의 모습을 갖추어갔다는 것이다. 기존의 철학자들은 이 윤리체계를 결과된 모습만으로 다루었으나 이제 기원의 관점에서 연구되어야 한다. 즉 윤리적 실천행위들은 수천세대동안 자연선택을 거치면서 상당 수준까지 프로그램되었고 과학의 과제는 정신의 진화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 프로그램속에 짜여진 속박의 치밀함을 측정하여 뇌에서 그 것의 원시 프로그램을 찾아내고 그 속박의 중요성을 해석하는 것이다. "
말하자면 인간본성을 이루는 지침들은 생물학적 본성에 대한 탄탄한 경험적 지식을 통해서 시작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개인은 문화적 환경과,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유전적으로 결정된 사회적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윌슨은 그 설명 대상이 되는 행동은 인간의 행동 중 가장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덜 합리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라는 껍질로 위장하기 가장 어려운 타고나 생물학적 현상들을 함축하는 것들이다. 근친상간 금기, 상승혼, 여아살해등이 그 예들이다. 문화적, 비문화적 지체자에 대한 연구, 유전적 다양성과 그 변이에 대한 연구등은 인간행동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여기서 그가 제시하는 행동의 인종적 차이라는 질문은 미묘한 감정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는 단일 교배체제내의 한 종임을 상기시킴으로써 생물학적 통일성을 강조한다. 유머러스하게도 그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현존 또는 가상의 호모 슈퍼부스라는 우월 종의 출현등을 언급하면서 그 갭에 대한 탁월한 설명을 이루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