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초콜릿이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
남자는 초콜릿이다 -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
정박미경 지음, 문홍진 그림 / 레드박스 / 2010년 1월
평점 :
아침부터 여자가 택시 잡는다고 재수없다며 달아빼는 중년 남자 택시기사...... 우리 사회의 병든 단면이다. 한 이웃 블로그에 택시 탔다가 겪은 기분 나쁜 경험담이 올라와 있었다. 나이 제법 들어보이는 아가씨가 택시에 오르자마자 이 기사 하는 말이 결혼 했느냐였다는 것. 이렇게 시작된 얘기가 그럼 남자친구 있냐, 결혼 안했으면 빨리 해라, 애 셋만 낳아라, 셋이면 나라에서 다 키워준다 등등 처녀로서는 기분 더러울 몰지각한 인생상담을 무료로 팍팍해주더라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여자가 만만해 보일까. 사실 위에 말한 얘기가 나이든 중년 아줌마나 아저씨 입장에서 그러려니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젊은 여자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례한 말이 되는 게 이해된다. 동네에서 아니 아파트에서 여자가 대표로 설치려면 막강한 여자의 세력( 소위 부녀회라는)을 업어야 한다. 동대표는 남자가 해도 부녀회장은 여자가 하고 이 회에서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걷거나 경비아저씨들에게 명절때 봉투를 돌리는 등의 대표성이 떨어지는 일만 한다.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부딪치는 게 일하기 편하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그게 수치스런 언행이 안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그렇다.
3-40년전 회사라는 현장에서 여성들이 커피시중들던 모습을 탈피한 건 사실이지만 암암리에 여성비하적 사고가 팽배해있는 현실과 싸우는 여전사들은 파괴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연애도 마찬가지렸다. 남자가 못된 짓 하는 만큼 여자라고 못할 바 없다는 생각은 이 책의 주인공들 처럼 수준낮은 연애를 시도하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당당한 연애하기가 글의 목적이라면 저급 실패담을 사례로 열거하지 말고 성공담을, 아니 가상의 A급 연애담을 작성하는게 낫지 않을까.
이 책 내용의 사례가 실제 사례들이라면 연애 세태 읽기에는 도움을 준다. 요즘 소설에 등장하는 연애와 불륜의 형태가 자뭇 상상초월일 경우가 있었는데 그러한 소설 역시 현실의 반영(?)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한다. 예전에 휴지로 버려지기전 잠시 다락방에 머물던 선데이 서울이 떠오른다. 세상의 노골적인 치부를 선데이 서울이 가르쳐 주었다면 이 책은 그 이상의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페미니즘을 호도하는 또하나의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