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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작가 - The Ghost Writ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상한 뉴스의 중심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하게 했던 감독이 로만 폴란스키다. 대표작 피아니스트로 오스카를 거머쥔 이력때문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이 감독 이름은 입에 익숙하게도 잘 기억되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감독 때문에 호기심이 인 것은 아니다. 유명인들의 대필 자서전 작가의 세상이 궁금했고 화려한 출연진이 호기심을 부추겼고 특히 예고편에서 이완 맥그리거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피어스 브로스넌을 보고 '난 네 유령이다'라고 한 말의 배경이 궁금했다. 고스트작가가 진짜 사후세계를 왔다갔다하는 유령일지도 모른다는 우스운 기대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줍잖은 예상은 역시 빗나갔고 그 편이 오히려 나았다. 이야기는 절대 음모에 관한 것이다. 권력과 그 권력형성의 배경이 되는 조종자 또는 그 그룹, 절대적 권력을 휘두르는 단체 또는 나라의 보이지 않는 배후설에 관한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전직 수상의 자서전출판을 둘러싼 대필 작가의 주변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지만 자서전의 당사자인 전직 수상은 골수 반테러주의자로 낙인 찍혀 스캔들에 휘말리고 이를 배경으로 직전까지 대필을 맡았던 다른 작가의 사망에 얽힌 미스터리와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미국의 첩보세계를 들춰내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블레어 총리를 겨냥한 듯한 이야기속의 영국의 전직 수상이 맹비난의 화살을 받지만 그역시 희생양이었다.
유령작가역의 이완 맥그리거의 침착하고 집중력있으면서 일부분 싸구려같지만 은근한 매력을 발산하는 연기가 전편을 압도하고, 음모와 비밀의 열쇠를 쥔 정치가들의 등장에 이어지는 수색과 경호가 어두운 이미지로 덮히고, 때로는 뉴스의 핵이 된 정치가를 타도하는 시위군중의 혼란스런 모습이 오버랩되며, 전임 대필작가 맥카라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가 묻히기 직전에 드디어 주인공은 음모의 토대를 발견한다. 그러나 음모의 버팀돌은 너무나 단단하고 산더미같아 힘없는 유령작가로서는......
씨너스 센트럴 7관의 의자가 너무나 불편한 바람에 보는 내내 허리와 엉덩이 통증을 참기 어려웠지만 영화는 결코 영화관의 싸구려 의자와는 달랐다. 정신이 나갔는지 영화상영중에 걸려온 전화를 소리내어 받고 전화기를 들고 나가면서 또 상영관 문밖에서 큰소리로 전화를 받아댄 어느 아줌마의 광란의 음성 방해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반짝 빛을 발했다. 음악은 페인티드 베일의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였다. 그리고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다웠다. 그가 미국에 진저리를 치는 이유는 개인적인 사유에서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