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나는 "진심이에요," 혹은 "저는 이제 제 마음을 다 말했으니 결정하세요" 라는 말 뒤에 비겁하게 숨곤 한다. 나는 어렵게 진심을 말했고, 고백했으니 마치 내 도리는 다 했다는듯이 이제 남은 건 내 결정이 아니라 당신 결정이라고 내 감정의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떠 맡기곤 했다. 허락한 적도 없는 사람을 혼자 짝사랑 해 놓고, 그 뒷모습을 보며 가슴아파하는것도 내 몫이고, 그 사랑에 책임도 내 몫이고, 이루어 지지 않았을 때의 허무함도 내 몫인데, <고백>과 <진심>이라는 단어 뒤에서 나는 내 감정에 대한 대답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채 마치 피해자인냥 굴었던 거다. '나는 용기를 내서 고백했어. 그런데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대'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순식간에 영화의 비련의 여주인공 마냥 나는 내 감정으로 부터 도망가곤 했다.
그런 나에게 이건이란 남자가 소리지른다.
"사랑한다면서 기껏 여기까지에요? 내가 한 번 흔들렸다고 그렇게 쉽게 도망치나? 고백을 하면 그저 사랑이란 게 무난히 찾아 올 줄 았았어요? 파도 하나 없이 평탄 할 줄 알았냐고"
"그렇다면 애초에 날 사랑한다고 애기하지 말았어야지. 당신의 그 정도로는 사랑도 뭣도 아니니까"
"난 정말 당신이 날 사랑하는 줄 알았죠. 이 정도 선에서 상처 받기 싫어서 물러나가겠다고 한다면 사랑했다고 말하는 것도 엉터리야.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감정이 아니에요. 당신 그 마음은"
생각하게 된다. 내가 했던 고백에 두달이 지나서야 수줍은 얼굴로 "알았다고 " 대답했던 G군을. (나는 그때 뭐라고 했더라.. "뭐야.. 아직도 생각하고 있던거야?" 라고 했던가 ... 아니면.. 비웃음으로 응수 했던가.. ) 고백은 내가 한 주제에 받아 들이는 사람에게 있는대로 고민하게 만들고, 결국은 거절의 말을 하면서 마치 죄인인냥 굴게 만들었던 M군을 . 찾아 보면, 생각해보면 그것 뿐이랴. 책임질 생각없는 고백과 진심으로 나는, 비겁하게도 사랑뒤에 숨는짓을 반복 해왔던 거다. 감히, 사랑이라고, 그래서 나는 전부를 거노라고 말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얼마나 되는걸까?
공진솔이라는 여자가 응수한다.
"그래요. 그 정도가 내 폭이에요. 상처받기 싫다고요!"
"그냥, 바람이 날 건드리고 간거라고. 단지 그랬을 뿐이지. 그게 내 심장을 꿰뚫진 않았을 거라고. 내가 그렇게 내버려 두지도 않을거고요."
"좋은 사랑 할거에요. 사랑해서 슬프고,사랑해서 아파 죽을 것 같은 거 말고.. 즐거운 사랑 할 거에요."
하지만,,, 그런거다, 비겁해지더라도, 숨더라도, 도망치더라도 아프고 싶지 않은것. 아프고 싶지 않기에 내 심장을 꿰뚫고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은거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이 아프다.
내 비겁했던 사랑에 대한 직격탄을 이건이라는 남자가 마구 날려 대니까. 그 남자. 이건이 쐐기를 박는다
"댁이야 말로 함부로 고백했고, 경솔했어. 전부를 걸 마음도 없었으면서."
그리고 상처 받기 싫어서 한발 뒤로 물러 서버리는 공진솔이라는 여자가 마치 나 같으니까
"이제 와서 당신하고 평범한 친구로 지낼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결국 두사람은 만난다.
"당신은, 왜 나왔어요?"
".....붙잡으려고요."
누구도 나에게 내 감정이 사랑도 뭣도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내가 내 심장을 꿰뚫고 지나가도록 두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었다. 다만 언제나 사랑이 전부인척 했고, 상대는 그것에 대해 경솔하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만나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해피앤딩은 나의 지나갔던 모든 비겁한 사랑을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