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덜팅 - 어른인 척하는 깨알 팁 대방출
켈리 브라운 지음, 손영인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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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Adulting : 스스로 책임지는 성인답게 세속적이지만 필수적인 일들을 해내는 것

어덜팅의 사전적 의미였습니다.

10대까지는 부모의 울타리 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살았다면 법적 성인이 인정이 되고 20대가 되면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고 30대가 되면 어느 정도 자신은 성인의 위치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어른'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저 역시도 20대가 되었을 땐 방황이 많았습니다.

10대까지는 어서 빨리 어른이 되어서 부모로부터의 '독립', '자유'를 갈망하였지만 막상 20대가 되고나니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30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또 20대일 땐 30대가 되면 어느 정도 사회에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어른이 되었을 것이라 예상하였지만 3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어른아이'가 되어 겉으로만 어른이 되었고 아직 '아이'의 상태에 머물러있어 내적 갈등이 심해지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과연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질문을 하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덜팅』 

이 책의 경우 책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어른인 척하는 깨알 팁 대방출

과연 어른인 척하는 팁들이 무엇인지 궁금하였습니다.


마치 대학 강의같았습니다.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

하나하나의 chapter를 읽는 재미가 나름 솔솔하였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인 제목들.

chapter 2 어른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맨 얼굴이 어떻든 세상은 나의 겉모습만 본다. 내가 입조심만 하면 말이다. 교양 있는 태도와 말투로 대화를 이어가자.

chapter 10 어른의 사랑

애인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잘 지낸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매정하게 대하지 말자. 섹스 에티켓을 익히고 애인의 친구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티 내지 말자. 헤어진 후에 약간 정신에 이상이 생겨도 이해하자.


이 책은 역시나 어른이 되었지만 막상 사춘기처럼 방황하는 어른들을 위해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끔 해 주었습니다.

또한 책 속엔 체크리스트들이 있었기에 '어른처럼 보이는' 463가지의 질문들에 스스로 체크를 해 보면서 과연 나는 어른이 된 것인지 판단할 수 있게 해 주었기에 지루하지 않게 읽어내려갔습니다.

<일상에서 난장판을 줄이는 일곱 가지 쉬운 방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1. 중요한 정보는 작은 쪽지에 끄적인 상태로 두지 말고 전화를 끊자마자 알맞은 곳에 입력하거나 옮긴다.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저장한다든가 달력에 중요한 날짜를 표시하는 식으로 말이다.

2. 휴대전화는 늘 충전해놓고 항상 휴대하자. 여분의 충전기도 갖고 있자. 당연히 그렇게 해도 된다! 하나는 차 안에, 하나는 직장에, 하나는 집에 둔다.

3. 같은 방법으로 탈취제 역시 여러 군데에 충분히 두자 하나는 집에, 하나는 직장에, 하나는 차 안에, 나머지 하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 즉 헬스장이나 애인의 집에 둔다.

4. 잃어버리면 절대로 안 되는 물건 목록을 주문처럼 외워두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마다 그 주문을 되새긴다. 내 물건 목록은 휴대전화, 열쇠, 지갑이다.

5. 온라인 뱅킹에 가입하고 매주 접속해 혹시 놀랍거나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확인한다.

6. 무엇을 하든 제시간을 지킨다.

7. 답을 해야 할 경우 신속하게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낸다. 6번과 7번은 내가 어른이라는 사실을 의외로 잘 드러낸다.

우리가 당연하게 행동하는 것들이 결국 '어덜팅'의 한 과정들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어른이 되는 팁들, 가족관계에서라든, 스스로에게, 사랑에 대해 한 번쯤 정리를 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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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사랑이 시작되었다
페트라 휠스만 지음, 박정미 옮김 / 레드스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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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임......

요즘 장미도 한창인데 달달한 로맨스는 장미향처럼 매혹적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제목부터 두근두근~♥

『뜬금없이 사랑이 시작되었다』 

책의 뒷표지에 적힌 문구 또한 책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 주었습니다.

얻어걸리는 사랑도 있는 법, 운명처럼!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함께 가슴 설레는 로맨스에 빠져들 준비를 하며 첫 장을 읽어보았습니다.


책 속의 등장인물인 '이자벨라'.

그녀는 독일의 함부르크에 사는 27살 플로리스트입니다.

하지만 습관은 이 막막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내게 안전하고 뭔가 확실한 느낌을 준다. 그냥 되어가는 대로 놔두는 것보다는 무슨 일이든 원래의 계획에 맞게 행하는 쪽이 내 적성에 맞는다. '습성이나 규칙적인 생활이 나이와 무슨 상관이람. 그리고 나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즉흥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정신 나간 짓을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예를 들자면, 음......'

어쨌거나 습관은 내 삶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고, 나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 page 8

이처럼 자신의 계획대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옌스'라는 요리사의 등장으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단골 베트남 식당에서 누들 수프를 먹는데 어느새 새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그녀는 항의 아닌 항의를 하고자 마음을 먹고 새 레스토랑에 가 요리사 옌스와 사소한 말다툼을 합니다.

그러다 티격태격이 어느새 사랑으로...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변화에 혼란을 느끼게 되고 알고보니 그는 이혼남.

마음의 변화로도 혼란스러운데 자신의 꿈꾸던 남자가 아니었고, 연애는 환상이 아닌 현실임을 깨달으며 점점 그녀에게도 이성보다는 감성을 따르며 '뜬금없이'의 삶도 나쁘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저 역시도 저만의 습관이 있기에 조금의 변화엔 두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해 보였습니다.

아마도 저를 바라본 다른 이들이 느끼는 심정을 간접적으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덮고도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난 그럴 수가 없어요. 내겐 고정적인 생활리듬과 하루일과가 필요해요. 안 그러면 모든 게 뒤죽박죽 엉망이 되니까요!"

크누트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면서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럼 자세히 한번 봐봐. 지금 이자가 어떤 상태인지 말이야. 모든 게 엉망이 되고 속수무책이잖아."

"정말 개 같아요." 나는 다리를 세워 두 팔로 감싸 안으면서 내뱉었다.

"그래, 인생이 다 그렇지 뭐 별게 있나." - page 392

"그래서? 첫째, 그가 덧붙인 말은 내가 보기에 솔직하게 현실을 직시한 것처럼 들려. 그리고 둘째, 사랑은 모든 것이 언제나 멋지고 완벽하고 조화로우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그런 게 아니야. 진실을 말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 행복이지!"

그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다. '나는 완벽한 사랑에 대한 환상을 품고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을까?'

...

그는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난 그냥 네가 행복해지길 바랄 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죠?"

"맞아." - page 394

그래도 '사랑'의 현실 모습은 조금 힘들고 가슴 아플지라도 '환상'이라는 콩깍지가 있기에 로맨스를 꿈꾸고 행복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된 운명같은 사랑.

책을 읽으면서 다시 사랑으로 심장이 핑크빛으로 물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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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맨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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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개글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어설픈 정의감과 비열한 폭력이 만연한 세상에서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은 자가 그려내는

순수한 악, 그 참을 수 없는 매혹!

단순히 소설에서만의 세상이 아님을 새삼 느끼기에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설픈 정의감과 비열한 폭력, 정의가 정의인지 불분명한 세상.

그 속에서 '저스티스맨'은 우리에게 어떤 히어로로 등장할지 기대하며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첫 장부터 일어난 사건.

두 개의 탄환.

...

두 개의 검은 콧구멍, 두 개의 검은 눈, 두 개의 검은 탄흔. 사진은 선명했다. - page 7

잔인한 시신 사진.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는 찾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닉네임이 '저스티스맨'이라는 자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진행이 됩니다.

그는 인터넷 카페에 사건에 대해 범행 동기부터 시작해 그들의 관계를, 사건의 논리적인 분석까지 그의 사건에 대한 논리는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브리핑, 경찰에서도 파악하지 못했던 각 범행의 근원적인 사건부터 추적해가는 모습에서 점점 그의 추종자들이 늘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전의 결과가 발생했다. 보이지 않는 연쇄살인범이 냉혈 살인마에서 사회적인 영웅으로 둔갑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 page 15


점점 연쇄 살인범은 범죄자가 아닌 킬러로,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의 온갖 논쟁과 설전으로 누군가를 영웅시하거나 다수의 힘의 논리가 보이는 점.

지금의 우리 모습이기에 읽으면서 스스로에대한 자각을 하게도 하였습니다.

과연 나에게 정의는 어떠했는지......


책 속에서 인상깊은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잘난 척하지 마라,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평화주의자나 비폭력주의자가 되는 게 아니다. 이성적인 척하지 마라. 네 엄마나 아버지가 저 동영상들의 피해자이거나 너의 여동생이 강간을 당했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이 사회의 폭력성이 공공연하게 인정받는 것입니다. 분하고 원통하다고 해서 모든 일을 감정적으로 처리하려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이 땅에 존재하는 한, 인류 역사에서 폭력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규칙을 지키고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고 국가에 법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피의 복수는 피의 복수를 낳을 뿐입니다. - page 118 ~ 119


폭력의 역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고, 아마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걸요? 국가가 군대를 필요로 하는 것만큼이나 세력가들도 개인의 군대를 원할 테니까요. 형태와 이름만 다를 뿐 다 똑같은 속성을 지닌 집단들이 아니겠습니까.

...

이처럼 예전 같지 않은 카페와는 다르게 바깥세상에서의 일은 복잡하게 돌아갔다. 일단 경찰청장이 경질되었고 검경 합동 수사 본부의 인원도 모두 물갈이되었다. 전체적인 수사 분위기가 바뀌었고 언론에서도 더는 가만있지 않았다. 일국의 국회의원을 살해한다는 것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범죄라고 논평하면서, 이 희대의 살인마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데 거의 모든 지상매체가 강력한 논조로 동조했다. 일각에서는 킬러 카페의 존재에 관해서도 정신병자들의 모임이라고 규탄했다. 내막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

이제까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자신들의 정의감이, 과연 정당한 감정인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휘몰아치듯이 열번째 피살자가 발생했다. - page 204 ~ 205


이 책에선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곤 하였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란 무엇인지...

악의 의미는 무엇이며 '순수한 악의' 또는 '악의 정통성'을 실현한 그 행위는 범죄일까 킬러일까...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인지...

'저스티스맨'은 우리에게 필요악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끔 하였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정의'에 대한 정의를 내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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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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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수채화 그림 한 폭.

그냥 책을 바라만보아도 가슴 한 켠이 아련해왔습니다.

이 책,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히가시노 게이고'가 강력히 추천을 하였다고하고 '미야베 미유키'의 추천사가 담겨있으니 그저 믿고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아마 누구나 벅찬 감동과 잔잔한 여운으로 쉽사리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6가지의 단편.

이 단편들은 하나의 공통 주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족'.

그들의 가족 이야기는 마냥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16년만에 만난 모친이 치매에 걸려있거나 딸을 잃은 부부, 학대로 인해 가출한 아이들의 이야기등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도 다양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특히나 작가는 그 감성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끔 표현하고 있어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야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몰입을 할 수 있게끔 해 주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 역시도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이 났습니다.

아마 우리 모두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내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공감을 하며 읽어내려가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특히나 저에겐 6편의 단편 중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가 인상깊었습니다.

이발소......

가게 주인이 뜨거운 수건 위로 두피를 꾹꾹 누른다. 뜨겁다. 아 뜨거, 하는 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올 뻔했다. 하지만 불쾌하지는 않다. 그랬지, 모공 하나하나에 파고드는 이 뜨거운 수건의 열기가 이발소의 참맛이었다.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그리운 감촉이다.

뜨거운 수건에서 희미하게 토닉 향이 났다. 이 냄새도 정말 오랜만이다. 어른의 냄새다. 어린 시절에는 이발소에 갈때마다 자신이 모르는 낯선 세계의 실마리라도 되는 것처럼 맡았던 냄새다. 어른이 된 남자의 냄새. - page 101

우리에게서도 향수로 남아있는 이발소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노주인이 손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나중엔 그 이야기로인해 제 마음이 뭉클하였습니다.

자신이 이발사가 될 수 밖에 없음이......

그리고 아내와의 이혼과 재혼......

그의 혼잣말같은 이야기 중 이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갖가지 다양한 얘기를 들으면서 인격을 갈고닦은 것처럼 말씀드렸지만, 사실은 조금도 갈고닦지 못했어요. 이용 의자가 아니라, 자신이 앉을 의자가 필요해서 예술가인 척했던 철부지 시절에서 조금도 변한 게 없었던 것이죠.

아마 제가 모든 것을 거울 너머로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똑바로 마주하면 괴로우니까 말이죠. - page 33

모든 게 끝나고나서 주인의 등 뒤에서 날아온 목소리.

저, 얼굴을 다시 한 번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앞머리가 깔끔하게 정리되었는지 신경이 쓰여서. - page 143


'가족'이라 엮인 이들의 이야기.

아프지만 그래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어준 이 책.

이 책의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여운이 남아있었기에 더없는 감동과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정의 달이라는 5월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한편으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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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로소의 분홍 벽
에쿠니 가오리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김난주 옮김 / 예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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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의 한 명,'에쿠니 가오리'.

그녀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가지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기에 기쁜 마음에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몬테로소의 분홍 벽』

조금은 낯선 느낌입니다.

왜 분홍 벽이지?

그리고 책 표지에 그려진 고양이 한 마리.

행복을 찾기 위해 몬테로소로 떠난 고양이 하스카프의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여행 이야기!

아직 책을 읽기 전이지만 왠지 이 느낌은 알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도 항상 찾아헤매이는 '행복'.

과연 고양이 '하스카프'는 '행복'을 만났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얇다면 얇은 책.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엔 오랫동안 진한 여운이 있었고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책'이기 때문일까.

항상 아이를 위해 사 주던 '그림책'이었는데 이번엔 '나'를 위한 '그림책'이었고 그림책이 주는 감동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어서 다 읽고나서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어내려갔었습니다.

이래서 '그림책'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것임을, 가끔은 나를 위해 '그림책'을 사야겠다는 마음마저 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고양이, 하스카프.

늘 잠만 자기 때문에 나태한 고양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는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예쁜 실을 길게 당긴 것처럼 꼭 감은 눈, 사려 깊은 이마.

하스카프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꿈이 그가 '행복'을 찾아 떠나는, 분홍 벽이 등장하는 몬테로소입니다.

그 곳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

자기가 하고자 하면 기필코 하겠다는 그의 모습에서 항상 주저만 하는 제 모습이 처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도착한 그 곳에서 하스카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아, 역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였어. 하스카프는 분홍색 꿈속에서 - 분홍색 현실 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 - 그렇게 확신했다. 그즈음, 하스카프는 분홍 벽에 스민 고양이 모양의 연한 갈색 얼룩이 되고 말았지만, 물론 본인은 전혀 몰랐다. 거울이 없었으니까.


흔치는 않지만, 세상에는 몬테로소의 분홍 벽을 꼭 찾아가야 하는 고양이가 있다.


역시나 '에쿠니 가오리'였기에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담백한 문체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상냥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림 역시도 화려하지 않았기에 그 감동이 잔잔히 오랫도록 남게끔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과연 나는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저 현실에 안주하고만 있지 않았나,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지금의 것을 포기할 용기는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그리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습니다.

몬테로소.

저에겐 어떤 벽의 초대가 있을지......

오늘 밤 꿈을 청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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