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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로소의 분홍 벽
에쿠니 가오리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김난주 옮김 / 예담 / 2017년 5월
평점 :
제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의 한 명,'에쿠니 가오리'.
그녀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가지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기에 기쁜 마음에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몬테로소의 분홍 벽』
조금은 낯선 느낌입니다.
왜 분홍 벽이지?
그리고 책 표지에 그려진 고양이 한 마리.
행복을 찾기 위해 몬테로소로 떠난 고양이 하스카프의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여행 이야기!
아직 책을 읽기 전이지만 왠지 이 느낌은 알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도 항상 찾아헤매이는 '행복'.
과연 고양이 '하스카프'는 '행복'을 만났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얇다면 얇은 책.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엔 오랫동안 진한 여운이 있었고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책'이기 때문일까.
항상 아이를 위해 사 주던 '그림책'이었는데 이번엔 '나'를 위한 '그림책'이었고 그림책이 주는 감동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어서 다 읽고나서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어내려갔었습니다.
이래서 '그림책'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것임을, 가끔은 나를 위해 '그림책'을 사야겠다는 마음마저 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고양이, 하스카프.
늘 잠만 자기 때문에 나태한 고양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는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예쁜 실을 길게 당긴 것처럼 꼭 감은 눈, 사려 깊은 이마.
하스카프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꿈이 그가 '행복'을 찾아 떠나는, 분홍 벽이 등장하는 몬테로소입니다.
그 곳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
자기가 하고자 하면 기필코 하겠다는 그의 모습에서 항상 주저만 하는 제 모습이 처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도착한 그 곳에서 하스카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아, 역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였어. 하스카프는 분홍색 꿈속에서 - 분홍색 현실 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 - 그렇게 확신했다. 그즈음, 하스카프는 분홍 벽에 스민 고양이 모양의 연한 갈색 얼룩이 되고 말았지만, 물론 본인은 전혀 몰랐다. 거울이 없었으니까.
흔치는 않지만, 세상에는 몬테로소의 분홍 벽을 꼭 찾아가야 하는 고양이가 있다.
역시나 '에쿠니 가오리'였기에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담백한 문체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상냥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림 역시도 화려하지 않았기에 그 감동이 잔잔히 오랫도록 남게끔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과연 나는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저 현실에 안주하고만 있지 않았나,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지금의 것을 포기할 용기는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그리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습니다.
몬테로소.
저에겐 어떤 벽의 초대가 있을지......
오늘 밤 꿈을 청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