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하쿠나 마타타 - Timon & Pumbaa Photo Diary
샨링 글.사진 / 알레고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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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강아지보단 고양이를 더 좋아합니다.

새침하면서도 은근히 애교를 부리는 녀석들.

시크함을 간직한 고양이들.

그들의 이야기는 결코 시크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많은 애정을 간직하고 있기에 그들이 에세이는 찾아읽곤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언제나, 하쿠나 마타타』

 제목에서부터 행운이 가득할 것만 같아 읽고나면 저에게도 모든 일이 잘 될 것만 같았습니다.


<Prologue>에서부터 인상깊었습니다.

2015년 어느 추운 겨울 날.

조그맣고 귀여운 고양이 형제와의 만남.

언제나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며 유쾌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 티몬과 품바.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

나는 티몬, 품바와 함께한 그 어느 날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열렬히 사랑하는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기 시작한 순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운 단어들은 그 대상의 이름이 된다. 나는 티몬과 품바를 무수히 많은 이름으로 불렀고,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만큼 이름은 나날이 늘어갔다. 이제는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던 아름다운 단어들도 부족하게만 느껴져, 그 어떤 단어로도 이들을 부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 page 5

이 책을 읽고나니 저 역시도 단순히 '티몬'과 '품바'로 그들을 부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조그맣고 귀여운 고양이 형제를 보며 '사랑법'을 배웠습니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자신의 기준에 맞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 모자란 부분을 조용히 채워준다. 나는 이런 티몬과 품바의 사랑법이 꼭 마음에 든다. - page 13

서로를 그 자체로 인정한다는 것.

우리도 살아가면서 서로의 바꾸려하기보다는 그 자체를 인정하고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채워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집사와 티몬과 품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집사로 산다는 것>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 삶 속에 고양이가 머물게 된 건 커다란 행운이었다. 티몬과 품바는 고양이 과 인간의 상처 받은 야생성을 부활시켜 주었다. 나는 내가 어떠한 사람이라고 드러내는 것을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티몬과 품바가 보내는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나 자신을 많이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 한때 내 자신이 뭔가 하자있는 인간이 아닐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했던 시간과는 완전히 다르게 말이다.

결론은, 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는 나까지 합해서 모두 3마리라는 것이다. - page 85

티몬과 품바로 인해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집사, 그녀의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그래서일까.

책 속에서의 티몬과 품바의 모습은 행복을 머금고 있던 모습뿐이었고 그들을 통해 저 역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저 역시도 '반려동물'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런 반려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 첫 시작이 '구입'이 아닌 '입양'으로, 동물들 역시도 우리와 같이 소중한 생명임을 인지해야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하쿠나 마타타~★

그들과 함께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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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1
정영문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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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색다른 책을 만났습니다.

『하품』 

'하품'이 주는 의미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 왠지모르게 '권태로움', '지루함'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이 소설, 중편소설이라고 하였습니다.

단편소설이나 장편소설은 많이 접해보았는데 사실 중편소설은 조금 낯설기만 하였습니다.

단편이 주는 짧지만 강한 여운에서 벗어나, 장편이 주는 긴 호흡과는 다른 무언가를 선사할 것만 같은 중편소설.

이 책을 빌미로 중편소설로의 매력을 느껴보고자 합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등장한 두 남자.

권태로운 오후, 동물원에서 우연히 만난 그들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나'의 말과 행동.

그리고 그 둘의 서로를 무시하거나 비꼬는 대화 속엔 무료한 일상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빗대어져 있는 것 같아 읽으면서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나 저에게 인상깊었던 문장들.

-나의 삶은 어느 한순간, 작은 충격에도, 아니, 아무런 충격이 없이도 완전히 무너져내릴 수도 있는 허술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처럼 여겨져. 내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그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 다시 말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옳을, 이 삶, 그것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인지도 모르겠어. 그 시작에서부터 무산된 이 삶은 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인지도 모르지. 내게 있어 삶이 의미 있었던 것은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한에서였을 뿐이야, 그가 말했다. - page 60 ~ 61


-나는 삶과의 모든 투쟁에서 패배했어. 그리고 앞으로의 패배 또한 장담할 수 있어, 그가 말했다. 나의 삶에서 가장 성공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 패배지. 하지만 그 패배로는 뭔가가 모자란 듯한 느낌이 들어. 나는 마치 내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기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

-이제 그만하게, 자네에게, 자네의 패배에 졌네, 자네는 자네의 힘이 닿는 한 나를 힘들게 하려는 것 같군, 내가 말했다. 나는 화가 치밀었다. - page 97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적인 그들.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보면 그런 일상에서의 탈출을 하고자 몸부림치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 왠지 그들이 안타깝게 느껴졌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또 만나세, 오늘처럼, 어제처럼, 어제의 어제처럼, 그 까마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 장소에서, 그 시간에, 그래서 그동안 수없이 했던 얘기들을, 아니면 아직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한 얘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얘기들을 하세, 할 얘기가 도무지 없을 것 같지만 또 있겠지, 그가 말했다.

-아니,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다시는 자네를 보고 싶지 않네, 내가 말했다. - page 106

또다시 반복될 무료하고 지루한 일상.

그 속에 그들의 이야기는 '하품'이 되어 우리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저도 그들에게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도 자네들을 보지 않길 바라네.

왠지 우리들의 모습, 나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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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의 물리학 - 사소한 일상이 물리가 되는 즐거움
이기진 글.그림 / 시공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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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 이공계여서인지 소설과 에세이를 좋아하는 저에게도 가끔은 과학분야의 책에 눈을 돌리곤 합니다.

특히나 '물리학'이라고하면 일단 거부반응이......

그저 어렵기만한 학문.

하지만 우리 생활엔 밀접한 학문.

그렇기에 멀리할 수 없는 학문 등......

왠지 이 책은 그런 저에게 쉽게만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문구때문에......

"물리? 생각보다 별거 없다니까!"

정말 별거 없는걸까?

어려운 수식이 난무하기만 한 물리가 과연......

이런 의구심과 함께 이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이 책의 <서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물리학은 세상에서 제일 쉽다. 누군가는 이 말이 재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잘난 척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내가 잘하는 무언가가 하나라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유일한 무엇'으로부터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 page 4 ~ 5

저 역시도 순간 울컥하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쉽다고?

음......괴짜이신가?!

그리고 저자는 우리에게 이런 당부의 말을 전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채린이와 하린이처럼 허물없이, 솔직하게 물리학에 대한 질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질문은 어떤 것이라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독자들의 질문을 받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 '하루하루의 물리학'도 개설했다.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질문을 받을 생각이다. - page 6 ~ 7

음......뭔가 알아야 질문을 하지 않나?!

이 분에게선 왠지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내가 알던 학문과는 다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책 속에 '당신이 물리학과 친해지길 바래 - 4가지 접근법'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물리학에 접근하기!

의외로 간단하였습니다.

자연 현상에 약간의 관심을 갖는 것.

마치 취미처럼 작은 흥미를 갖는 것.

잘하고 못하는 문제를 떠나,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물리를 시작할 것.

잘하면 계속하고, 어렵고 힘들면 쉬었다가 다시 할 것.

절대 겁먹지말 것.

선입견을 갖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

그저 사소한 일상의 일처럼 그의 말대로 마음을 비우고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다음엔 '개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학교다닐 때 그저 외우기만 하였던 개념들.

생활과 접목하여 이야기형식을 읽어보니 내 주변의 일이, 내가 행하던 일들이 다 '물리'와 뗄레야 뗄 수 없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저 '개념'이라는 것은 그 현상들을 일일이 설명하기보다는 간략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3장 우리 주변의 물리 이야기>.

알고 보니 중국집 주방장도 물리학자였고 팬티에도 물리가 존재한다는 점에선 놀라우면서도 재미났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물리'과목을 배울 때 쉬어가는 코너로 존재했더라면 그토록 물리를 포기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책의 뒷 장엔 <부록>으로 용어들을 쉽게 정리를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부록>의 용어들을 찾아 읽지 않더라도 우리의 교과과정에서 익히 들었던 것들이고 저자 역시도 알기 쉽게 접근하여 일러주었기에 읽으면서 부담감은 없었습니다.

책의 뒷표지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물리가 뭐 대수냐?

나도 물리 한다!

그를 먼저 알았더라면 저도 '물리'에 더 흥미를 가지고 관심을 보였을 듯 합니다.

이제라도 이 책을 통해 주변에 일어나는 현상에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저도 '나만의 물리학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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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 박열
손승휘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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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열>이라는 영화가 개봉한다기에 알게 된 그 이름, 박열.

사실 그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또 한 명의 조국을 향한 뜨거운 마음을 가진 이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책 표지를 찬찬히 살펴보니 인상깊은 문구가 있습니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왠지모를 울부짖음을 느꼈습니다.

자신을 '개새끼'로 표현한 그의 처절함......

과연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책은 3부로 나누어져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1부 개새끼

2부 아나키스트

3부 나를 죽여라

영화의 예고 때문인지 소설의 도입부터 영화의 장면과 오버랩되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시 <개새끼>.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것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물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 page 20

그의 겉모습은 구질구질하다 못해 비루해 보이는 차림새,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동거지.

그런 그에게 다가간 여인, 가네코 후미코.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었고 그와 그녀 사이엔 그저 청춘남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의 진정한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가네코 후미코."

...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야. 사회주의 건 무정부주의 건 다 좋은데 어째서 불량한 조센징들 편을 드는 거냐?"

"내선일체라면서 그런 차별을 하나요?"

"그냥 조센징 말고 조센징들 중에서도 불량한 놈들 말이다."

"나에게는 그런 구분이 없습니다."

"선량하고 불량한 구분이 없다는 말이냐?"

"일본인과 조선인의 구분이 없다는 말입니다."

"너희 같은 족속들이 바로 나라를 좀먹는 반역자 놈들이다."

"천황이 아니고요?" - page 72


1부에선 이야기의 흐름을 가네코가 끌고 가고 있었고 2부는 박열이, 3부에선 일본인 변호사 '후세 다쓰지' 변호사였습니다.

그래서 책이 3부로 나뉘어져 있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아무래도 영화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더 실감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보다 박열이라는 인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일본천황을 폭탄테러하기 위해 준비만 하다가 검거된 그들.

하지만 박열은 자신이 그 짐을 짊어지고 가려고 합니다.

거짓인 걸 알지만, 아무리 진실을 외쳐보지만 되돌아오는 공허한 메아리.

그렇기에 더 안쓰러웠던 박열을 바라본 후세 변호사.

그의 뒤를 묵묵히 바라보며 응원했던 가네코.

그랬기에 그는 자신의 죽음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목숨을 버릴 만한 일이 어디 있나? 이 세상에 목숨보다 소중한게 어디 있어? 자네는 변호사를 앞에 놓고 도대체 무슨 궤변을 늘어놓는 것인가?"

"목숨보다 소중한 걸 지켜주십시오.

...

"선생님은 그냥 변호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내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내 명예를 지켜주십시오."

"반역이 자네 명예이던가?"

"반역이 아닙니다. 싸움입니다. 나는 조선인으로서, 자유를 원하는 아나키스트로서 거대한 권력의 상징인 천황과 싸우는 겁니다."

...

"그리고 천황과 싸워서 지면 당연히 죽는 겁니다. 살아남기를 바라는 혁명가가 어디 있습니까?"

...

"나는 죽어야 합니다." - page 216 ~ 217


책을 읽고나서는 왜 그동안 그를 알지 못했을까라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그동안의 독립운동가들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그만의 열정으로 애국하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그래서 '애국'이라는 것을 다시금 가슴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가네코의 자살 전 편지의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래 이 세상은 뭐든 밖을 보는 것보다는 안을 보는 게 훨씬 위험하잖아요.

그리고 이제야 깨달았어요. 이 세상을 구원하려면 자기 밖보다 자기 안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고요. 그게 인간이든 신이든 공통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를 아는 것이 곧 세상을 구하는 길 아닐까요? 자꾸만 생각하게 됩니다. - page 252

내 안엔 무엇이 남아있을지 한 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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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학 기행 -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도시 서울
방민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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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울'에 살지만 막상 서울의 매력을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를 가야할지 매번 고민을 하고......

거듭되는 발전으로, 높아만 가는 건물들 사이에 우리의 옛 것이 존재할까라는 생각도 가끔 들기도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 문학 기행』

'서울'에 문학을 기행할만한 곳이 있었던가?

책을 읽기 전까진 몰랐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 너무나 문외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책의 표지에 책의 매력을 물씬 품기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이상, 윤동주, 박인환, 김수영, 박완서... 불멸의 문인들이 사랑한 도시, 서울.

익히 알고 있었던 문인들.

그들이 사랑했던 도시가 '서울'이었다니!

조금은 놀라웠습니다.

과연 '서울'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에 그들에게 매력적이었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책을 시작하며>에서부터 '서울'에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 이라고 불러 말할 때 우리는 가장 화려하고 기쁘면서도, 슬픔과 고통을 함께 느끼게 하는 이야기를 떠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서울이 조선 왕조 500년, 그 오랜 전통과 자긍심의 요체일 뿐만 아니라, 정지용의 시구에 나오듯 '털빛깔'이 다른 어미한테 우리 새끼들을 내맡겨야 했던 아픈 경험을 안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서울은 해방 이후에도 전쟁을 겪고, 가난과 부자유와 갈등 속에서 저마다의 삶을 끌어안고 몸부림쳐야 했던 처절한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해방의 빛, 자유의 빛에 더해 새로운 '삶의 혁명'의 빛을 쏘이는 시대에 다다라 있습니다. 다름 아닌 우리의 서울과 함께, 광화문과, 북한산과, 한강과 함께...... - page 5 ~ 6

그러고보니 우리의 서울.

많은 사연이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피와 땀이 담겨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담아 지금에 이르기까지......

순간 잊고 지냈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서울'의 이야기를 계기로 보다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책 속엔 10명의 문인이 등장합니다.

이상, 윤동주, 이광수, 박태원, 임회, 박인환, 김수영, 손창섭, 이호철, 박완서.

그들의 서울.

삶의 터전이었고 그 시대의 생활이었고 그들의 추억이었습니다.

이것이 고스란히 문학에 담겨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문학'이라는 장르를 통해 전한 삶의 이야기.


 

 


저에게 인상깊었던 <2장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윤동주'였습니다.

최근에 보았던 영화탓인지 자꾸만 뇌리에 남은 이, 윤동주.

순수했지만 조국을 향한 열정이 가득했던 청년.

그가 걸었다는 누상동 9번지 하숙집을 나와 인왕산 중턱, 수성동 계곡물에서의 세수하는 모습, 연희전문(지금의 연세대)으로 등교하는 길.

그동안은 무심코 걸었던 그 길이, 아스팔트로 변했지만 그 길이 그의 자취가 남아있었던 곳이라고하니 새삼스러웠습니다.

특히나 저자는 윤동주와 백석을 연관지어서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 둘의 소박하면서 순수한 삶이 투영된 작품들.

이렇게 연결고리가 하나 둘 생기면서 그 곳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었습니다.

다시 이 길을 걷는다면, 그가 하숙했던 곳을 찾는다면 그의 '순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동주는 젊어서 순수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순수를 향한 처절한 고투를 통하여 비로소 절대 순수를 간직한, 영원히 젊은, 젊어서 죽음으로써 영원에 도달한 시인이었던 것입니다. - page 85

그리고 그의 <서시>가 다시금 귓가에 맴돌 것 같았습니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서시> 중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문인, 이호철.

그는 '서울'을 배경으로 작품들을 출간하였습니다.

특히나 『서울은 만원이다』은 서울의 급격한 변화상을 주제로 하였다고 하니 서울 역사의 한 부분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저 역시도 이 책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생각되었습니다.

『서울은 만원이다』를 읽고 난 뒤의 종로에서, 저는 위태로운 걸음걸이로 종로를 걸어가는 여인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종삼의 구심점으로 휩쓸려가는 여인이 보이는가 하면, 종삼의 구심력에 저항한 여인의 뒷모습도 어른거립니다. 마치 전차가 오가는 거리를 걸어가는 한 젊은 여성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 page 332 ~ 333


이 책을 읽고나니 '서울'에 담겨있었던 이야기가 많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마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들도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을텐데......

그래서 이번을 계기로 다른 도시의 문학 기행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문인과 그의 작품과 하나의 도시.

이 3가지가 조화가 이리도 조화로울 줄 몰랐습니다.

왠지 그 곳을 찾아갈 때 그 곳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 곳에 살았던 문인들의 작품을 가지고 찾아간다면 지금의 모습이 아닌 문인이 보았을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과거와 현재의 공존 속 여행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어쩌면 이상, 어쩌면 동주를 이곳에서 만나다!

그 곳에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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