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 박열
손승휘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박열>이라는 영화가 개봉한다기에 알게 된 그 이름, 박열.

사실 그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또 한 명의 조국을 향한 뜨거운 마음을 가진 이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책 표지를 찬찬히 살펴보니 인상깊은 문구가 있습니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왠지모를 울부짖음을 느꼈습니다.

자신을 '개새끼'로 표현한 그의 처절함......

과연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책은 3부로 나누어져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1부 개새끼

2부 아나키스트

3부 나를 죽여라

영화의 예고 때문인지 소설의 도입부터 영화의 장면과 오버랩되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시 <개새끼>.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것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물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 page 20

그의 겉모습은 구질구질하다 못해 비루해 보이는 차림새,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동거지.

그런 그에게 다가간 여인, 가네코 후미코.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었고 그와 그녀 사이엔 그저 청춘남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의 진정한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가네코 후미코."

...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야. 사회주의 건 무정부주의 건 다 좋은데 어째서 불량한 조센징들 편을 드는 거냐?"

"내선일체라면서 그런 차별을 하나요?"

"그냥 조센징 말고 조센징들 중에서도 불량한 놈들 말이다."

"나에게는 그런 구분이 없습니다."

"선량하고 불량한 구분이 없다는 말이냐?"

"일본인과 조선인의 구분이 없다는 말입니다."

"너희 같은 족속들이 바로 나라를 좀먹는 반역자 놈들이다."

"천황이 아니고요?" - page 72


1부에선 이야기의 흐름을 가네코가 끌고 가고 있었고 2부는 박열이, 3부에선 일본인 변호사 '후세 다쓰지' 변호사였습니다.

그래서 책이 3부로 나뉘어져 있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아무래도 영화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더 실감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보다 박열이라는 인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일본천황을 폭탄테러하기 위해 준비만 하다가 검거된 그들.

하지만 박열은 자신이 그 짐을 짊어지고 가려고 합니다.

거짓인 걸 알지만, 아무리 진실을 외쳐보지만 되돌아오는 공허한 메아리.

그렇기에 더 안쓰러웠던 박열을 바라본 후세 변호사.

그의 뒤를 묵묵히 바라보며 응원했던 가네코.

그랬기에 그는 자신의 죽음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목숨을 버릴 만한 일이 어디 있나? 이 세상에 목숨보다 소중한게 어디 있어? 자네는 변호사를 앞에 놓고 도대체 무슨 궤변을 늘어놓는 것인가?"

"목숨보다 소중한 걸 지켜주십시오.

...

"선생님은 그냥 변호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내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내 명예를 지켜주십시오."

"반역이 자네 명예이던가?"

"반역이 아닙니다. 싸움입니다. 나는 조선인으로서, 자유를 원하는 아나키스트로서 거대한 권력의 상징인 천황과 싸우는 겁니다."

...

"그리고 천황과 싸워서 지면 당연히 죽는 겁니다. 살아남기를 바라는 혁명가가 어디 있습니까?"

...

"나는 죽어야 합니다." - page 216 ~ 217


책을 읽고나서는 왜 그동안 그를 알지 못했을까라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그동안의 독립운동가들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그만의 열정으로 애국하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그래서 '애국'이라는 것을 다시금 가슴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가네코의 자살 전 편지의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래 이 세상은 뭐든 밖을 보는 것보다는 안을 보는 게 훨씬 위험하잖아요.

그리고 이제야 깨달았어요. 이 세상을 구원하려면 자기 밖보다 자기 안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고요. 그게 인간이든 신이든 공통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를 아는 것이 곧 세상을 구하는 길 아닐까요? 자꾸만 생각하게 됩니다. - page 252

내 안엔 무엇이 남아있을지 한 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