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이탈리아 알프스 & 북부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신영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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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모양의 반도와 시칠리아, 사르데냐 두 섬으로 구성된 나라.

북쪽으로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접하고 있으며 지중해 중앙에 위치하여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지중해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 주고 있는 나라.

바로 '이탈리아'.

솔직히 '알프스'하면 스위스가 떠올랐는데...

이탈리아에서의 알프스는 어떨지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저에겐 생소한 이탈리아 알프스와 북부의 매력은 어떨지 방구석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해시태그 이탈리아 알프스 & 북부





중부나 남부와 단순히 지리적으로만 구분되지 않으며, 하나의 문화로 구분되기도 한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산맥을 북쪽과 서쪽 경계로, 아펜니노산맥을 남쪽 경계로 하여 타 지역과 지리적으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현대적인 도시 느낌과 오래된 느낌이 같이 공존하는, 중부의 토스카나 지방과는 색다른 매력을 지닌 이곳과 함께 스위스보다 더 장엄함을 뽐내는 이탈리아 알프스까지.

자연의 조각가가 만든 이탈리아 알프스와 북부지방의 개방적인 도시에서 새로운 이탈리아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 준비되셨나요?!

스위스의 알프스보다 접근하기가 쉽다는 이탈리아 알프스.

트레치메를 비롯해 넓게 펼쳐진 산맥들과 산 중턱의 아기자기한 마을인 코르티나 담페초,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비췻빛 호수 카레자 호수는 마음의 안정이 여행자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돌로미터'라 불리는 알프스 중에서도 독특한 자연경관으로 소문난 이곳.

영화 속의 풍경을 생각나게 하는 알페 디 시우시, 트레킹으로 다가가는 친퀘토리 암벽, 겨울에는 알프스를 배경으로 스키를 탈 수 있는 돌로미터만의 매력은 여행자들에게 평생의 기억으로 자리할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친퀘테레'.

그림 같은 고기잡이 항구와 반짝이는 지중해의 바닷물에서 눈을 돌리면,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파스텔 색의 중세 양식의 건물들을 계단식 포도원과 올리브나무 숲이 감싸고 있는 이곳, 이탈리아 리비에라 지방의 보석인 '친퀘테레'.

잠시 여행의 발걸음을 멈춰 그저 바라만 보는...

그런 힐링을 꿈꿔봅니다.

도시와 자연의 만남.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음미하며 색다른 이탈리아에서의 여행...

와인의 뒷맛이 주는 여운처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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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들
정해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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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스터리 소설 사상 가장 강렬한 반전을 선사한 장편소설 《홍학의 자리》 작가.

윤계상 주연의 ENZ 드라마 <유괴의 날>의 원작 소설 작가.

'스릴러의 장인'인 '정해연' 작가.

데뷔 이래 현재까지 끊임없이 창작 활동을 이어온 것은 물론이거니와, 흥미로운 설정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저 역시도 '믿고 읽는' 작가님이신데!

이번 역시도 일단 읽어보려 합니다.

제목에서 넌지시 알려준 용의자들...

과연 어떤 사건 전개가 그려질지 기대됩니다.

"내 인생을, 걔가 망쳤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5인의 진술 속 감춰진 진실들

가장 믿고 싶은 사람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용의자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은파 지역 외곽에 있는 부도난 타운 하우스 건설 부지의 폐건물로 인근에는 CCTV가 없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경찰은 A 양의 사망이 범죄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사망 원인과 범인 색출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종되었다가 결국엔 시신으로 발견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현유정'.

폐건물에서 목이 졸린 채 발견되었습니다.

CCTV도 없는 사건 현장 탓에 수사는 난항을 겪게 되는데...

수사가 잘 풀리지 않을수록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보여지는 '용의자'들을 바짝 쫓을 수밖에 없는 법.

은파경찰서의 박동규 형사는 유정의 주변인들을 중심으로 조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입학 당시부터 유정이와 가장 친하게 지냈다고 알려진 친구 '한수연'

'절대 말해선 안 돼. 둘만의 이야기야.'

알았지? 하고 유정이 몇 번이나 약속을 받았었다. - page 24

담임선생님 '민혜옥'

"제 휴대폰 사용 내역을 확인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확인 경과 그날 선생님 휴대폰이 댁 근처의 기지국 이외에서 사용된 기록은 없다고 나왔습니다."

분명 '선생님 휴대폰'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이 아니라. - page 48

위장 이혼 후 홀로 지내는 아빠 '현강수'

'제대로 자식도 안 돌본 주제에 죽은 다음에 왜 찾아와? 정말 보험금 노리는 건가 봐.'

'우와 핵소름. 혹시 아버지가 죽인 거 아님? 이거 성지 글 예약.'

'아버지에 대해서도 경찰이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네요. 부모라고 다 자식을 자기 목숨처럼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 page 67

유정의 남자친구인 '허승원'

"유정이의 사물함을 부순 것도 너지? 일기장을 찾으려고. 그렇지?"

...

"일기장 읽어봤으면 이미 아시잖아요." - page 167 ~ 168

허승원의 엄마 '김근미'

"유정이가 실종되던 날 하교 후, 유정이를 본 학생이 있었습니다. 인사를 하려는데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떤 아주머니가 나타나 함께 어딘가로 갔다고 하더군요. 누굴까 궁금했지만 인사는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은 자신의 목적지인 학원으로 가려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는데 거기 골목에서 다시 유정이를 봤다고 했습니다. 거기서 그 학생이 본 게 뭔지 혹시 아십니까?"

...

"만난 건 사실입니다." - page 113 ~ 114

이렇게 다섯 명이 말하는 '그날'의 기억 속에 유정을 살해한 자가 숨어 있는데...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

"걔 때문이에요. 내 인생을, 걔가 망쳤어요."

소설은 매 챕터마다 화자를 바꾸어가며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 챕터의 인물과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묘한 긴장감을 더했던 이 소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디테일하게 묘사하기 위해서 앞서 이야기했던 부분에 대한 부연 설명이 이어지고 이어지니 조금은 루즈했었다고 할까.

그럼에도 이 소설의 반전은 또다시 허점을 노리고 있었음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들에게서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때문에'

라는 것이었습니다.

내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

자기합리화...

그로 인해 시작된 비극...

그렇다고 마냥 그들의 태도를 비난할 순 없었습니다.

나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각자의 사정들 속에서 밝혀졌던 미묘하고도 어두웠던 진실.

추악했지만 마주해야 했던 우리의, 사회의 민낯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서도 찝찝함이, 씁쓸함이 맴돌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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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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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의 머릿속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이야기를 담은 사이코 미스터리 소설이었던 『사형에 이르는 병』.

그때도 책을 읽으면서 꽤 충격을 받았었는데...

그가 다시 연쇄살인범의 무시무시한 심리를 파고드는 작품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범인의 광기 어린 면모를 어김없이 보여주며, 그와 대결하는 주인공 일행의 매력이나 활약상을 흥미롭게 그려낸다고 하니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할까!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누명을 쓴 자는 과연 선량하기만 한가

베스트셀러 저자가 선보이는 뼈대 있는 범죄 미스터리 작품!

TIGER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가메이도 사형수 도쿄 구치소에서 병사]

벌써 30년도 더 된 일이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1987년 초여름이었습니다.

도치기현 기타미노베군 이우미초에서 초등학교 3학년인 기노시타 리카가 하굣길에 홀연히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일찍이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부녀 가정의 외동딸이었던 리카.

리카의 아버지가 회사에서 돌아온 시간은 저녁 9시가 지나서였고 리카가 귀가한 흔적이 없어 수소문하지만 10시 반이 지나서야 경찰서에 신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25분이 지난 후 리카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사흘 후 오후 1시, 역 앞 공원 옆 전화 부스. 1천만 엔 준비해."

하지만 범인으로 보이는 이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실종으로부터 5일이 지난 이른 아침.

버섯을 따러 산으로 들어간 부부로부터 "족제비가 어린아이의 손목을 물고 있었다"는 신고로 수사관이 출동하였고 신체적 특징이나 혈액형 등으로 기노시타 리카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사인은 질식.

유괴당해 얼굴도 몰라 볼 정도로 구타당하고 강간당한 끝에 생매장당한 후, 들짐승에서 시신을 뜯어 먹힌, 너무나도 잔인했던 사건.

'이우미초 여아 유괴 살인·시체 유기 사건 특별 수사본부'를 설치해 수사를 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는데...

그러다 이듬해인 1988년 초가을, 또다시 하교 중인 소녀가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도치기현 기타미노베군의 아미바라마치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야나세 사나에.

양친은 이혼했으며 어머니와 공동주택에서 거주하던 사나에.

귀가한 어머니의 신고로 수사하였지만 나흘 뒤, 강변의 풀숲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지난번보다 심하게 훼손된 시신.

수법으로 보아 작년에 발생한 리카 살인사건과 동일범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에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으로 명하며 수사하였고 5개월 후, 경찰은 가메이도 겐과 이요 준이치를 체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위화감은 있었다.

세이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맛도 느껴지지 않아야 할 밍밍한 차가 이상하게 씁쓸했다.

진술에 일관성이 결여된 범인은 많다. 또한 사형을 피하기 위해 죽였으면서 '죽이지 않았다', 혹은 '사고였다'라고 우기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가메이도는 살의, 계획성 모두 인정했으면서 세부적인 사항만 바꿔댔다. 이래서야 답지를 펴놓고 정답을 맞춰보는 격이다. 유도한 것 같은 낌새가 농후했다. - page 16 ~ 17

당시 특별 수사본부에서 지장 및 지문 확인 통지서, 각 수사 보고서 및 진술 조서 등의 서류를 작성, 관리하고 정리하던 호시노 세이지.

범인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고, 구식 DNA 검사 결과가 일치하였기에 빠르게 종결되어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이 사건.

30년이 지나 은퇴한 지금,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싶어진 세이지는 손자와 손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재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인터넷을 활용해 여론을 움직이는 가운데, '호랑이'라는 인물로부터 진범만이 알 수 있는 의문의 택배가 도착하게 되는데...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 끝났다고 생각했나?

너희들은 내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진범은 누구일까...?!

하아...

그 어떤 사건들보다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사건은 마주하기가 어렵기만 합니다.

한창 자신의 도화지에 그려나갈 그들에게...

우리 어른들은 어떠했는가...

반성하게 됩니다.

이번 소설 역시도 범인의 광기 어린 면모를 어김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성범죄란 성욕보다 오히려 지배욕의 산물이었다. 먹잇감을 지배하고 싶다, 제어하고 싶다, 군림하고 싶다는 욕망이 앞선다. 성욕을 쉽게 해소할 수 있을 터인 기혼 성범죄자가 놀라우리만치 많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배우자한테는 그런 짓을 못하니까."

"돈을 내면 유사 행위가 가능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서야 의미가 없다."

...

단순히 성욕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들을 흥분케 하는 것은 '이쯤은 문제도 아니다', '나는 이런 짓까지 할 수 있는 남자다', '타인을 지배하고 조종할 수 있는 남자다'라는 왜곡된 자부심이다.

-범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리라. 이건 '내 사건이다'라고.

내 사건이며, 내 소녀들이다. - page 316

왜곡된 인식을 지닌 그들.

소설은 범죄자 뿐만 아니라 또 하나 우리에게 일러준 것이 있었으니...

"하다못해 공판 중에 한 번만 더 알리바이에 대해 말씀하셨더라면."

세이지는 말했다.

이요는 고개를 떨궜다.

"한 번두 아니고 두 번이나 겐을 배신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때 형사님이 무서워서 불어버린 걸 나중에 엄청 후회했거든요. 거기다."

"거기다?"

"...... 저한테는 알리바이인지 뭔지가 없었어요. 겐만 풀려났다간 저 혼자 저지른 짓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면 저만 사형당할 텐데. ...... 그럼 안되잖아요."

윽, 하고 세이지는 말문이 막혔다.

-죽으려면 같이 죽자, 그 말인가. - page 337

의도치 않았던 만큼 묵직한 악의.

'누명을 쓴 자는 선량하기만 한가'에 대해 질문을 건네었습니다.

그리고 더 무서운 진실이 있었으니...

범죄자를 잡기 위해 범인의 행적을 추적하고 그 과정을 SNS에, 방송에 노출이 되고 있는데...

이는' 칼날의 양면'이었습니다.

-내 영웅이야.

동경하는 존재였다.

다만 수사에 나선 전직 형사나 그 손자는 아니었다. 소년의 영웅은 범인이었다. - page 448

여러 문제를 제시해 주었던 이 소설.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제도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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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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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최고 인기 서평가

시대의 가장 '핫'한 북 인플루언서

바로 '김미옥' 스타 서평가였습니다.

건강 문제로 조기 은퇴하고 평생의 소망이었던 책읽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는 그녀.

읽고 싶은 책들은 모조리 주문해 읽고 또 읽으며 페이스북에 독후감을 올렸더니 서평 포스팅이 곧 증쇄를 부르는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어 있었다는데...

미흡한 저로서는 그녀의 읽기·쓰기로부터 한수 배우고 싶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나를 지켜준 것은 읽기였고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쓰기였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국내 최고의 독서선동자 중 한 분인 그녀.

자신을 '활자중독자'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자신만을 위해 책을 읽었고

오직 자신을 위해서 글을 썼고

그렇게 책은 그녀의 여가였고 취향이었고 삶의 일부였습니다.

자신의 멘탈을 다독이기 위해 서평을 올렸다지만 그녀의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덕분에 제 머리와 가슴이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부 '그대가 읽지 않아 내가 읽는다'에서는 책들의 의인적 매력, 그리고 서재형 인간의 탄생과 그 일상에 대해

2부 '시대의 경계를 읽다'에서는 책으로 확장되는 인식의 지평을

3부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에서는 작가들이 묘사하는 삶의 조각들, 그리고 그것에서 추출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일상적 가치에 대한 사색을

4부 '우리는 아름다울 수 있을까'에서는 책에서 발견하는 미적인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서평집 겸 에세이와는 달랐습니다.

담담한 고백이, 사색이 묻어져 있어 공감을 끌어냈었고 '책'이란 단순한 물성이 아니었고 작가와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인생사였습니다.

그래서 책을 대하는 자세를, 그리고 나를 대하는 자세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서재를 정리할 때마다 적지 않은 책을 기부하는데, 기부 목록에 휩쓸리지 않고 오랜 세월 함께하는 책들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중에 천경자의 『』.

누렇게 변색되었는데도 사람처럼 운명이 있어 인연이 닿았는지, 아니 인연이었던 겁니다.

'인연'이라는 거...

세상이 거미줄 같다. 인연이란 강철보다 강하고 고무줄보다 유연하다. 잊었다고 잊힌 것이 아니고 버린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항상 내 곁에 있었다. 단지 모를 뿐. - page 58

수십 년이나 자리를 지켜왔다는, 책을 읽으면 글이 쓸쓸해 가끔 책갈피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는 천경자의 『한』.

그 책이 참 궁금하였습니다.

우리에게 『말괄량이 삐삐』로 알려진 작가, 스웨덴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1907년 스웨덴 남부 시골의 농가에서 태어나 명랑하고 상상력이 풍부했으며 독립적인 성격인 그녀.

글짓기를 잘해 13세가 되던 해 지역신문에 에세이가 실리게 되고 16세가 되던 해 사주이자 편집장이 그녀를 수습기자로 채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딸 또래인 이 수습기자를 노련한 솜씨로 유혹했고 린드그렌이 18세가 되던 해 임신하게 됩니다.

당시 스웨덴은 미혼모의 사회적 차별이 심했지만 그녀는 사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위탁모에 아기를 맡기고 비서일을 하게 됩니다.

24세가 되던 해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자녀들에게 창작동화를 들려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말괄량이 삐삐』였던 것이었습니다.

평생 어린이, 미혼모, 여성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던 린드그렌.

"그 누구도 혼자 남아 슬피 울면서 두려움에 떨어서는 안 된다"

는 그녀의 말은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이라는 한글판 제목 책과도 어울렸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최말자 할머니가 떠올랐다는 저자.

18세 때 성폭력에 저항하다 남자의 혀를 물어 유죄판결을 받은 그녀.

당시 판사는 그녀에게 가해자와 결혼할 것을 종용했고 여자가 유치장에 있는 동안 남자는 그녀의 집에서 행패를 부리고 합의금도 받아갔다는데...

56년이 지난 할머니가 된 그녀는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최말자 할머니의 의식화된 과정을 보면 사건 당시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었고 63세가 되어서야 중고등과정을 공부하고 다시 방통대에 진학, 75세의 나이에 논리적으로 무장하고 세상과 투쟁을 선포한 점이!

린드그렌과 최말자 할머니의 공통점은 자발적인 의식화였다. 최말자 할머니의 재심은 기각되었다.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할머니의 기사를 보았다. 린드그렌이 살아있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 page 88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을 읽으며 여전히 작고 외로운 존재들을 위하여 연대와 용기를 배워야겠습니다.

그리고 연속으로 두 번 읽었다는 최연호 교수의 『기억 안아주기』.

이 책은 뇌과학으로 출발해서 개인의 경험을 열거하고 사회적 현상과 사례를 들어 치유를 이끌어낸 나쁜 기억에 관한 치유서라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두 번이나 읽었다고 하니 어떤 매력일지, 읽어나가는 순간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고 하니 참 궁금하였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를, 그리고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새삼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내 삶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이었음을.

그래서 저는 오늘도 책을 읽어보겠습니다.

"바로 당신이 읽고 있는 책이다.

그것은 마법의 여권,

당신이 꿈꾸는 곳으로 어디든 데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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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쁨 -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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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라서 그런 걸까...

행사가 많아서였을까...

책이 손에서 조금씩 멀어짐을 느끼고 있는 요즘.

뭔가 자극이 필요했었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볼까...

이 책 제목을 보자마자 한동안 잊혔던 '읽는다'라는 행위에 대해, 그 '기쁨'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보고 싶었습니다.

놀듯이 책 읽는, 책 덕후 작가

편성준이 고른 51권의

'버릴 수 없는 책들'

읽는 기쁨



자타공인 책 덕후이자 '놀듯이' 책을 읽고 또 기록하는 편성준 작가가 자신의 독서 노트 속 수많은 책들 중 '읽는 기쁨'에 취하게 만든 책들을 고르고 골랐습니다.

사실 읽을 만한 책들은 시중에 나온 독서 관련 책만 잠깐 들춰봐도 부지기수로 나오지만 그런 독서 목록도 시간이 있을 때 천천히 읽어야 눈에 들어오는 법.

마음이 급할 땐 오히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처한 상황과 기분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이 달라지기 마련.

그래서 그는 '작가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구색을 갖추기 위해 어렵고 무겁고 우아한 책을 일부러 골라 넣는 수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소설이나 시, 에세이처럼 '거짓말을 통해 진실을 얘기하는' 스토리텔링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책들을 통해 누구에게나 몰입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진심으로 빠져들었던 책들 위주로 이야기하였습니다.

17개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각 카테고리 별로 3권의 책을 골라주었습니다.

카테고리만 엿보더라도

밤새워 읽은 책이 뭐였어

남의 리뷰를 너무 믿으면 안 되는 이유

필독서라는 이름을 붙이기 싫은 책

몇 번 읽어도 좋은 얇은 책

등 작가 특유의 위트, B급 감성과 자신감의 표현이 느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추천한 책들은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나 고전들도 있었지만 낯선 작가, 낯선 제목의 책들도 있어 저의 독서 위시리스트를 가득가득 채우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이 이런 느낌이었나?

같은 책이라도 또 다른 매력을 찾아볼 수 있기에 이런 독서 관련 책들을 찾아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소설을 왜 읽어야 하느냐...

어차피 꾸며낸 거짓말이거나 남의 이야기인데 그게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푸념이 있는데 이에 대해

박연준 시인은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기 때문에"라는 답을 내놓았고,

『스토리텔링 애니멀』을 쓴 작가 조너선 갓셜은 "픽션은 삶의 거대한 난제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강렬하고도 오래된 가상 현실"이라며 소설의 효용성을 현대적으로 옹호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김영탁의 판타지 소설 『곰탕』을 읽으며 깨달았다는데...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김영탁 감독은 마흔 살이라는 나이가 주는 중압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계약서 없이 순수하게 쓰는 기쁨에만 몰두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여기에 평소 곰탕을 좋아했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더해졌다. 개인적인 이유로 출발했지만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김영탁 감독에게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좀 흔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유행이든 뭐든 그런 생각 이전에 주변에서 찾은 소재를 얼마나 재미있게 만들까 고민할 뿐이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우문현답이 아닐 수 없다. - page 168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던 삶의 지혜나 진리까지 깨닫게 해주는 게 소설을 읽는 즐거움"

책의 목차를 보았을 때 유독 눈에 띄었던 <필독서라는 이름표를 붙이기 싫은 책 _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읽으면 좋은 것 아닐까?

필독서라 붙여야 사람들이 관심을 더 갖지 않을까?

라 생각했는데...

나는 책에 금서니 필독서니 하는 라벨을 붙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고 생각한다. 멀쩡한 책도 시험에 나온다고 하면 읽기 싫어지는 법인데 필독서라는 이름이 붙으면 얼마나 매력이 떨어지겠는가. SF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아이들에게 특정 서적에 대한 끝없는 증오를 심어주고 싶다면 그 책을 필독서에 배정하기만 하면 된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금서든 필독서든 관심 있는 사람은 다 찾아 읽는다. 다만 이 책은 당신도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 이상하고 매력적인 소설이니까. - page 183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호기심이 일었던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개인적으로 제목을 마주했을 때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법했지만 저자는 이 책을 두 번 샀다고 했습니다.

1) 나는 바보다.

2) 지하철에서 잃어버리고 다시 사면 한 권이지만 집에서 잃어버리고 다시 사면 두 권이 된다(앞의 예는 로런 그로프의 『운명과 분노』다.)

3) 이로써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얼마나 훌륭한 소설인지 아주 이상하고 주관적인 방법으로 증명되었다.

4) 사실은 세 번이나 샀던 책도 있다(황석영의 『손님』인데 그때는 내가 약간 미쳤던 것 같다).

5) 이 책은 '서촌그책방' 하영남 대표의 강력 추천으로 샀다.

'단편 소설을 이렇게 잘 쓸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소설집이 바로 이 책이라는데...

담담한 서술만으로도 신기하게 감동을 준다. 좋은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이 작가가 먼저 흥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리고 당신도 알다시피 세상엔 명쾌하지 않은 일투성이 아닌가. 우리 삶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미묘한 어긋남이 있고 누구의 인생도 심플하지 않다. 어쩌면 소설가들은 이 얘기를 쓰려고 소설가라는 직업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그 섬세하고 애매한 지점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앤드루 포터의 능력을 직접 경험해 보시라. 왜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그의 새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앤드루 포터는 작가가 되려고 하루 여섯 시간씩 글을 썼다고 한다. "읽다가 죽어도 창피하지 않은 책을 읽어라"라는 독서 격언이 있는데 내 생각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 page 196 ~ 197

책을 읽고 나니 또다시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해답을 <에필로그>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읽고 싶은 책부터 먼저 읽으십시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당신이 읽지 않는다면 세상에 없는 책이나 마찬가지니까요. - page 246

마음이 동하고 손에 닿은 바로 그 책.

이제 다시 읽는 기쁨을 느끼러 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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