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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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의 머릿속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이야기를 담은 사이코 미스터리 소설이었던 『사형에 이르는 병』.

그때도 책을 읽으면서 꽤 충격을 받았었는데...

그가 다시 연쇄살인범의 무시무시한 심리를 파고드는 작품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범인의 광기 어린 면모를 어김없이 보여주며, 그와 대결하는 주인공 일행의 매력이나 활약상을 흥미롭게 그려낸다고 하니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할까!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누명을 쓴 자는 과연 선량하기만 한가

베스트셀러 저자가 선보이는 뼈대 있는 범죄 미스터리 작품!

TIGER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가메이도 사형수 도쿄 구치소에서 병사]

벌써 30년도 더 된 일이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1987년 초여름이었습니다.

도치기현 기타미노베군 이우미초에서 초등학교 3학년인 기노시타 리카가 하굣길에 홀연히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일찍이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부녀 가정의 외동딸이었던 리카.

리카의 아버지가 회사에서 돌아온 시간은 저녁 9시가 지나서였고 리카가 귀가한 흔적이 없어 수소문하지만 10시 반이 지나서야 경찰서에 신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25분이 지난 후 리카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사흘 후 오후 1시, 역 앞 공원 옆 전화 부스. 1천만 엔 준비해."

하지만 범인으로 보이는 이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실종으로부터 5일이 지난 이른 아침.

버섯을 따러 산으로 들어간 부부로부터 "족제비가 어린아이의 손목을 물고 있었다"는 신고로 수사관이 출동하였고 신체적 특징이나 혈액형 등으로 기노시타 리카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사인은 질식.

유괴당해 얼굴도 몰라 볼 정도로 구타당하고 강간당한 끝에 생매장당한 후, 들짐승에서 시신을 뜯어 먹힌, 너무나도 잔인했던 사건.

'이우미초 여아 유괴 살인·시체 유기 사건 특별 수사본부'를 설치해 수사를 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는데...

그러다 이듬해인 1988년 초가을, 또다시 하교 중인 소녀가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도치기현 기타미노베군의 아미바라마치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야나세 사나에.

양친은 이혼했으며 어머니와 공동주택에서 거주하던 사나에.

귀가한 어머니의 신고로 수사하였지만 나흘 뒤, 강변의 풀숲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지난번보다 심하게 훼손된 시신.

수법으로 보아 작년에 발생한 리카 살인사건과 동일범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에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으로 명하며 수사하였고 5개월 후, 경찰은 가메이도 겐과 이요 준이치를 체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위화감은 있었다.

세이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맛도 느껴지지 않아야 할 밍밍한 차가 이상하게 씁쓸했다.

진술에 일관성이 결여된 범인은 많다. 또한 사형을 피하기 위해 죽였으면서 '죽이지 않았다', 혹은 '사고였다'라고 우기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가메이도는 살의, 계획성 모두 인정했으면서 세부적인 사항만 바꿔댔다. 이래서야 답지를 펴놓고 정답을 맞춰보는 격이다. 유도한 것 같은 낌새가 농후했다. - page 16 ~ 17

당시 특별 수사본부에서 지장 및 지문 확인 통지서, 각 수사 보고서 및 진술 조서 등의 서류를 작성, 관리하고 정리하던 호시노 세이지.

범인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고, 구식 DNA 검사 결과가 일치하였기에 빠르게 종결되어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이 사건.

30년이 지나 은퇴한 지금,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싶어진 세이지는 손자와 손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재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인터넷을 활용해 여론을 움직이는 가운데, '호랑이'라는 인물로부터 진범만이 알 수 있는 의문의 택배가 도착하게 되는데...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 끝났다고 생각했나?

너희들은 내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진범은 누구일까...?!

하아...

그 어떤 사건들보다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사건은 마주하기가 어렵기만 합니다.

한창 자신의 도화지에 그려나갈 그들에게...

우리 어른들은 어떠했는가...

반성하게 됩니다.

이번 소설 역시도 범인의 광기 어린 면모를 어김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성범죄란 성욕보다 오히려 지배욕의 산물이었다. 먹잇감을 지배하고 싶다, 제어하고 싶다, 군림하고 싶다는 욕망이 앞선다. 성욕을 쉽게 해소할 수 있을 터인 기혼 성범죄자가 놀라우리만치 많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배우자한테는 그런 짓을 못하니까."

"돈을 내면 유사 행위가 가능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서야 의미가 없다."

...

단순히 성욕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들을 흥분케 하는 것은 '이쯤은 문제도 아니다', '나는 이런 짓까지 할 수 있는 남자다', '타인을 지배하고 조종할 수 있는 남자다'라는 왜곡된 자부심이다.

-범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리라. 이건 '내 사건이다'라고.

내 사건이며, 내 소녀들이다. - page 316

왜곡된 인식을 지닌 그들.

소설은 범죄자 뿐만 아니라 또 하나 우리에게 일러준 것이 있었으니...

"하다못해 공판 중에 한 번만 더 알리바이에 대해 말씀하셨더라면."

세이지는 말했다.

이요는 고개를 떨궜다.

"한 번두 아니고 두 번이나 겐을 배신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때 형사님이 무서워서 불어버린 걸 나중에 엄청 후회했거든요. 거기다."

"거기다?"

"...... 저한테는 알리바이인지 뭔지가 없었어요. 겐만 풀려났다간 저 혼자 저지른 짓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면 저만 사형당할 텐데. ...... 그럼 안되잖아요."

윽, 하고 세이지는 말문이 막혔다.

-죽으려면 같이 죽자, 그 말인가. - page 337

의도치 않았던 만큼 묵직한 악의.

'누명을 쓴 자는 선량하기만 한가'에 대해 질문을 건네었습니다.

그리고 더 무서운 진실이 있었으니...

범죄자를 잡기 위해 범인의 행적을 추적하고 그 과정을 SNS에, 방송에 노출이 되고 있는데...

이는' 칼날의 양면'이었습니다.

-내 영웅이야.

동경하는 존재였다.

다만 수사에 나선 전직 형사나 그 손자는 아니었다. 소년의 영웅은 범인이었다. - page 448

여러 문제를 제시해 주었던 이 소설.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제도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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