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편의점 - 전지적 홍보맨 시점 편의점 이야기
유철현 지음 / 돌베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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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일본 에세이 『편의점 30년째』를 읽고 나서 또다시 '편의점'에 꽂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편의점에 진심인 사람인데

어쩌다 편의점 회사에 입사하여

어쩌다 보니 '홍보맨'으로서 10여 년째 일해오며 편의점을 참사랑하게 된

'유철현' 씨 이야기.

너무나 궁금하였습니다.

세상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도화지 같은 공간

당신에게 편의점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쩌다 편의점



혹시 당신은 처음 편의점에 갔던 날을 기억하는가?

오래전 그때는 분명 미지의 그곳에 마음이 설렜지만,

지금은 숨을 쉬는 것만큼 자연스럽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차츰차츰 무뎌졌기에...

최초의 그 두근거림을 그리워하던 어느 날,

나의 첫 편의점이 내게 속삭였다.

그것이 바로 너와 내가 오늘을 좀더 특별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라고.

그리하여 시작된 편의점 이야기.

무척이나 공감되는 우리네 이야기였습니다.

읽으면서 그의 '일상의 로그'는 또 하나의 역사였고 편의점이라는 공간 속에 세대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이어졌었습니다.

정감 있는 이곳, 편의점.

다시 편의점으로의 발걸음이 설레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사 먹는 '삼각김밥'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1989년 우리나라 최초의 편의점이 문을 열었고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1992년 처음 등장한 '삼각김밥'.

제품을 알리기 위해 당시 TV 광고도 왕왕 했지만 그마저도 아는 사람만 아는 비주류 상품이었던 삼각김밥은 시간이 갈수록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과 바쁜 직장인들의 주린 배를 채워 주는 간식으로 인기를 끌었고, 1998년 IMF를 겪으며 싸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서민 음식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길거리 응원에 나선 사람들의 폭발적인 수요가 모멘텀이 되어 2000년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게 되지만 지금은 도시락에 밀려 과거의 영광이 조금 희미해진...

저도 돌아보니 오랜 시간 삼각김밥과 함께 소중한 추억들을 이어왔고 지금은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고 있으니 작지만 특별한 '삼각김밥'.

오늘은 아이들과 삼각김밥에 컵라면을 먹으며 식사 그 이상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나는 달랑 삼각김밥을 하나 먹고 있지만 그 한입에 누군가의 열정, 또 한입에 누군가의 정성, 또 한입엔 바로 우리의 인생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 page 38

'허니버터칩'

2014년 여름, 혜성처럼 등장한 이 감자칩은 SNS 등에서 '존맛탱'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출시된 지 약 한 달 만에 모든 편의점에서 과자 매출 1위를 찍고 장장 1년여에 걸친 전국적인 품귀 현상으로 이른바 허니버터칩 신드롬을 일으킨 이 과자.

저도 이 과자를 먹어보겠다고 매일 편의점에 출석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거의 눈길도 주지 않지만...

아무튼 편의점 회사에 다니는 그에게 지인들은 허니버터칩 좀 구할 수 없냐는 청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퇴근길에 집 앞 단골 편의점 점주님이 그를 불렀다고 합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인 점주님은 평소에 자주 안부도 묻던 사이여서인지

"저기, 허니버터칩 먹어 봤어?"

조심스레 가져온 허니버터칩은 봉지가 뜯어져 있었고 컵라면도 아닌데 웬 나무젓가락이 꽂혀 있었던 겁니다.

점주님은 나무젓가락으로 봉지에서 허니버터칩 두 조각을 살포시 꺼내며

"어서 먹어봐. 요즘 이게 그렇게 인기야. 내가 단골들한테만 맛이라도 보라고 이렇게 한 봉지 꿍쳐두고 조금씩 주는 거야. 물건도 잘 안 들어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있어야지 원. 오늘도 이거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스무 명은 왔다 갔어."

"실망하고 돌아서는 사람들 얼굴이 딱해 보이더라고. 우리 가게에 오는 사람들이 웃으면 얼마나 좋아?! 한 명이라도 더. 이심전심이지. 손님들이 좋아하면 나도 참 좋더라고."

점주님이 건넨 호의.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말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나무젓가락 한 벌로 실현한, 저도 편의점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누가 편의점을 삭막한 도시의 얼굴이라고 했나!

누가 편의점을 차가운 자본주의의 축소판이라고 했나!

따뜻하고도 뭉클한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를 통해 알게 된 사실.

편의점에서 일 년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 바로 '컵얼음'이라는 사실을.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컵얼음은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내며 조금씩 그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해 2013년 처음으로 소주, 맥주, 바나나맛우유 등 쟁쟁한 스테디셀러들을 제치고 편의점 상품 전체 판매량 1위에 오르는데...

밑바닥 조연에서부터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찬 컵얼음을 보며

나는 이때 보도자료를 내면서 '언젠가 네가 꼭 성공할 줄 알았어!'라고 전지적 오지랖 시점에서 내 일처럼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변함없는 열정으로 오롯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한 길만 걸어온 얼음은 그렇게 편의점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고 있었다. 가장 차가우면서 가장 뜨겁게. - page 177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바로 앞, 빛을 내며 반기는데...

행복이 뭐 별건가!

좋아하는 것 손에 들고 집으로 가 즐기는 것.

그렇게 오늘의 소소하지만 진한 행복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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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티처 -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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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월에 같이 읽어보게 된 이 책.

솔직히 이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이 책.

사실 책 표지로는 그저 말 그대로 선생님 이야기? 인가 했는데...

이렇게 물씬 맞을 줄이야...

읽고 나서 한참을 헤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점점 늘어가는 직업여성들.

그럼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일과 삶이 힘겨운 이들.

공감하기에 가슴 후벼졌던 이야기들.

이제 시작합니다.

"우리에게는 미래시제가 필요하다. 온전한 미래가"

코리안 티처



소설은 한국어학당에서 일하는 네 명의 한국어 선생님의 이야기였습니다.

학기마다 하나 명의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 이끌어갔던 이야기.

우선 봄 학기는 '선이'의 이야기였습니다.

석사를 마치고 7급 공무원을 준비하던 선이는 한국어 강사 국가고시로 방향을 틀어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합격합니다.

그리곤 H대 어학당 채용공고에 지원을 하였고 베트남 특별반에 합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반 학생인 꽌의 인스타그램에서 #KoreanHotGirl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보게 되는데...

여름 학기는 '미주'의 이야기였습니다.

H대 어학당 8년 차의 베테랑 강사인 그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수업을 할 만큼 관습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지만 결코 학생들을 봐주는 법이 없기에 강의평가에서 늘 하위권을 맡게 됩니다.

그러다 이번 학기에 2급을 맡게 된 미주는 세 번이나 유급을 한 벨라루스 국적의 학생 니카를 만나게 됩니다.

그를 꼭 3급으로 보내야겠다는 열의와 다르게 작은 오해로 인해 결국 고소를 당하고 마는데...

가을 학기는 '가은'의 이야기였습니다.

H대 어학당에서 단 두 명뿐인 지방대 출신이지만, 강의평가에서는 늘 1등을 하고, 학생에게 공개 고백을 받기도 하는 등 인기가 많은 2년 차 신입 강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하나의 문자가 전달됩니다.

바로

I saw your video

도대체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겨울 학기는 '한희'의 이야기였습니다.

2년 전 책임 강사로 H대 어학당에 들어왔고, 겨울 학기가 끝나면 재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계약 연장을 하면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는데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궂은일을 하면서도 일을 하는 그녀.

그리고는 그 후 모두의 이야기...

"다른 강사분들도 잘 들으시기 바랍니다. 교육도 서비스입니다. 학생들이 돈을 내고, 여러분은 그 돈으로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학생이 갑이고 여러분이 을입니다. 학생이 없으면 여러분은 여기서 일할 수도 없어요."

...

당신은 틀렸어. 우리는 정이야. 학생이 갑이고, 당신이 을이고, 바로 옆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책임 강사들이 병이고, 나와 같은 평강사들은 정이야. 그러니까 당신이 강평으로 우리를 자르겠다고 위협하면서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거고, 여기 있는 강사들은 위협당하면 위협당하는 대로 당신 비위에 맞춰 멍청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거야. 나 역시 마찬가지고. - page 120 ~ 121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 네 명의 이야기,

하지만 비정규직 여성들의 일하는 이야기,

아니, 여성들의 일하는 이야기

더 정확히 하자면 우리 현실 이야기였습니다.

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까라면 까야지'라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오래 다니겠다고 결심하는 '선이'의 간절함도,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니?'라는 동료들의 시선에도 매번 학국어학당의 관습에 맞서는 '미주'의 정의로움도,

'착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운'으로 돌리지만 그래서 타인의 불행 또한 '운이 없어서'라고 생각해버리는 '가은'의 순진함도,

한국어의 미래시제를 의심하며 갑질을 당하는 것에도 갑질을 하는 것에도 익숙한 '한희'의 치열함

다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고 속상하고 분노가 치밀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사회에 살아가고 있고 치사하지만 살아가야 함, 버티고 있음에 우리라도 지속적인 관심과 목소리가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녀들의 '가르침'.

결국 우리 사회를 '가리켜' 목소리로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마치 선이가 학생들에게 했던 것처럼...

선이는 숨을 고르고 바로 수업에 돌입했다. 학생들에게 형용사를 가르쳐야 했다. '좋다'와 '나쁘다'를 가르치고, '많다'와 '적다'를 가르치고, '행복하다'와 '슬프다'를 가르치고, '많다'와 '적다'를 가르치고, '행복하다'와 '슬프다'를 가르쳐야 했다. 언젠가는 '정당하다'와 '부당하다'를, '감격스럽다'와 '모욕적이다'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선이는 학생들이 그런 단어를 배울 때 '부당하다'보다 '정당하다'가, '모욕적이다'보다 '감격스럽다'가 더 한국 생활에 유용한 단어라고 느끼기를 바랐다. - page 47

그리고 전한 메시지.

이제 한희에게는 미래시제가 필요했다. 온전한 미래가 필요했다. 의지에도, 추측에도 기대지 않는 하나의 완전한 사실로 존재하는 미래가 필요해졌다. - page 223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문법을 통해 우리에게 일침을 가했던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어는 왜 이유 문법이 많을까? 가은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유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가은은 생각했다. 왜? 도대체 왜? 왜 그렇게 된 거야? 이유가 뭐야? 이유가 있을 거 아냐? 결과가 있으니 원인이 있는 게 당연하잖아?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다 보니 이렇게나 많은 이유 표현이 생겨난 거 아닐까.

결과 표현은 '-(으)ㄴ 결과', '-(의)ㄴ 끝에', '-(으)ㄴ 나머지' 정도로 적은 걸 보면 정작 결과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겠다는 건가. 이미 벌어진 일에는 순응하면서도, 그 일의 이유는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언어.

가은이 이유 문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배우기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가은이 이유를 그다지 묻지 않으며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주 오랫동안 가은은 자신이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유를 물을 수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것은 가은에게 사람들이 이유 없이 베푸는 호의와 같았다. 어느 날 주어진 것.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 - page 173

'살아 남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것

버텨내는 것

끝내 살아남는 것

...

그냥 살아가는 것도 벅찬데 살아 남아야 한다는 사실에 더 힘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읽고 현시대를 되짚어봐야 할 책.

나뿐만 아니라 내 아이가 살아갈 이 사회를 향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책.

나의 목소리가 모두의 울림으로 되는 그날이 멀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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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상자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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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음식부터 건축 자재에 이르기까지.

택배로 못 받는 물건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택배 공화국'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보낸 이가 쓰여 있지 않지만 내 이름이 적힌 택배 상자가 놓여있다면...

뜯어보시겠습니까...?!

당연히 내 이름이 있기에 의심 없이 집안으로 들고 들어와 뜯어보기 마련일 텐데...

그로 인해 내 일상이 바뀐다면...?

벌써부터 소름이 끼치는 이 소설.

너무나 기대되었습니다.

붉은 상자가 도착하면 함부로 열지 마라.

물론,

열지 않아도 네 운명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붉은 상자



남자가 붉은 상자를 처음 받은 것은 의미 모를 가위바위보를 하는 꿈을 꾼 다음 날이었다. 보낸 사람은 적혀 있지 않고, 오직 받는 이의 주소와 이름만 쓰여 있는 작은 상자. 문 앞에 놓인 그것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그는 다른 이들이 그러했듯 늘 오는 택배쯤으로 여겼다. 그때 그 상자를 열어보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건 순진한 바람이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서 한낱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 page 12

경찰공무원 시험을 보러 가는 날 아침.

최도익은 송장 같은 건 붙어 있지 않았고, 보낸 사람의 주소나 이름도 적혀 있지 않은, 단지 최도익이라는 이름과 주소만 적힌 붉은 상자를.

호기심이 일었지만 동시에 찝찝한 기분도 함께 밀려왔습니다.

'시험 날 아침부터 참......'

그냥 두고 가면 내내 걸릴 것 같아서 그 자리에서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검은색 쪽지 한 장.

거기에는 흰색 펜으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와 절대로 대화하지 말 것>

자신의 절친인 영운이 녀석의 장난으로 여기며 시험 보러 출발했지만 이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자신에게 길을 묻는 중년에게 알려주고 난 뒤 왠지 모를 꺼림직함이...

그는 검은 양복을 입었었고 그 뒤 그와 또 다른 여성의 죽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전부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야, 그저 단순한 우연일 뿐이라고!'

하지만 도익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공간에서 붉은 상자를 받은 사람들이 하나둘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체대 준비생 민정희, 순댓국집 아줌마...

이들에게도 의문의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무슨 수를 쓰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붉은 상자 속 운명을 벗어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숙명적 운명 앞에 조금씩 이들끼리 접점이 생기고 얽히고설킨 이들의 이야기.

과연 붉은 상자는 누가 보낸 것일까...

그리고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난간에 올라섰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꿈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 후 남자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

이런......! 이것도 꿈이다...... 깨어나야 한다! - page 282 ~ 283

순식간에 몰입하면서 읽기 시작하였고 마지막 한 방은 순간 정신이 아찔하였습니다.

이는

무슨 수를 써도 운명은 운명적으로 작동한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것조차 운명이다.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 허덕이는, 그렇다고 제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소용없는 일일까...?

이런 혼란 속 저자는 우리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지 되묻고 있었습니다.

만약, 집 앞에 당신 이름이 적힌 붉은 상자가 놓여있다면......

당신은 그 상자를 열어 보겠습니까?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의 당신은 이미 이 상자를 열어보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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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인생 수업
장재형 지음 / 다산초당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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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니체, 쇼펜하우어 등 오늘날까지 변함없는 통찰을 주는 철학자들에게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모두 '플라톤'의 철학에서 출발한다는 것.

그래서 이번에 전작 『마흔에 읽는 니체』를 통해 '니체' 열풍을 일으키며 1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우리 시대의 인문학 멘토 장재형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플라톤 철학에서 그 답을 찾아 나간다고 하였습니다.

가장 오래된 질문에 대한 가장 지혜로운 답...

그 여정을 가보려 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제대로 살고 싶다면 플라톤을 읽어라!"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쇼펜하우어에게 영감을 준 서양 철학의 정수

플라톤의 인생 수업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떠밀려 가는 우리.

오로지 때때로 밀려드는 허무와 불안만이 이런 삶에 제동을 거는데...

'과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나는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앞으로도 이렇게 살면 되는 걸까?'

누구도 대신 답해주지 않는 질문들은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고 늘 주변을 맴돌게 됩니다.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은 자연에 관한 탐구였습니다.

하지만 플라톤은 탐구 대상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실재, 즉 존재 자체로 전환했습니다.

기존의 그리스 철학자들처럼 진리를 세계에서 찾지 않고 인간의 내면인 '지성'에서 찾은 것입니다.

"세계를 이루는 근본 원리는 무엇인가?" 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로의 전환.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통찰하는 그의 지혜.

그렇기에 그의 철학으로 우리는 온전히 나의 성장을 위해 살며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영혼을 치유하고 만족을 얻는 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책은 4장으로

1장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

2장 어떻게 더 인간다운 삶을 살 것인가

3장 어떻게 더 행복한 삶을 살 것인가

4장 어떻게 더 아름다운 삶을 살 것인가

에 대해 플라톤의 고전 작품에서 길어 올린 24개의 아포리즘을 통해 삶의 지혜를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플라톤은 삶 자체를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염세주의에 빠지는 데 경종을 울렸습니다.

비극은 인간이 얼마나 부질없고 덧없는 존재인지 말하며 그것을 본 사람들을 더 비참하게 만들기 때문에 당시 아테네 사람들이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와 같은 그리스 비극 작가들의 작품에 빠져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우리가 비관주의에 빠지지 않는다면 더 나은 인간이 되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삶은 살아가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증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으로 내 집 장만은 일찍이 포기하고 결혼과 출산마저 포기한 사람도 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플라톤은 부유하게 사는 것, 건강하고 아름답게 사는 것, 권력과 명예, 절제, 정의, 용기 그리고 지혜 등 행복하기 위한 여러 조건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행복을 위한 공식은 의외로 간단하였습니다.

바로 지혜, 즉 분별력을 갖추라는 것이었습니다.

제비 한 마리가 날아온다고 하루아침에 봄이 오지 않듯, 사람도 하루아침에 또는 단기간에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행복을 지속할 수 있다. 지혜는 행복에 다가가기 위한,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만의 도구다.

지혜는 우리를 노예의 삶이 아닌 주인의 삶으로 이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지혜는 상처를 치유하는 회복력이다. 지혜라는 나침반이 있다면 괴로움과 절망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 page 200 ~ 201

그리고 요즘처럼 넘쳐나는 자극들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지에 대해 플라톤으로부터 배울 수 있었는데...

플라톤은 절제 있는 삶이 방종한 삶보다 더 즐거운 법이라고 말한다. 절제는 우리가 최대한 행복한 삶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수단이며 자신을 욕망의 구렁텅이에서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정신적으로는 결핍과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헛된 욕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정신적으로 충만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해야 한다.

과잉과 결핍 사이에서 매 순간 흔들릴 때 가장 필요한 삶의 원칙은 절제다. 절제는 나의 하루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나와 내가 하는 일을 가치있게 만든다. 삶이 선사하는 모든 풍요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휘둘리지 말고,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도록 중용을 유지해야 한다. 몸과 영혼의 균형을 유지하라.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삶의 태도다. - page 272

플라톤이 말한 인간의 세 가지 소유물 -영혼과 몸과 부- 중에서 다른 무엇보다 영혼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보아야 나와 타인의 관계, 나와 세상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플라톤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삶이 괴로울 때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라!"

아마 이 말이 우리가 그토록 알고 싶었던 해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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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베트남 북부 & 하노이, 퐁냐케방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김경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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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이나 하노이의 고대 사원과 현대적인 고층 빌딩, 숲으로 뒤덮인 산과 아름다운 해변으로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동남아시아 국가 '베트남'.

이곳은 경제가 성장 중이고 지속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교통 인프라를 갖추어나가면서 여행 인프라가 해마다 달라지고 있는 새로운 동남아시아의 매력에 흠뻑 빠진 여행자가 늘어가는 국가였습니다.

까고 까도 매력적인 베트남.

또다시 여행을 시작하려 합니다.


해시태그 베트남 북부 & 하노이, 퐁냐케방



베트남 일주를 하려는 여행자는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베트남의 주요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해 온 북부 수도 하노이에서 여행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베크남 민속 박물관에서 많은 베트남 민족들의 문화와 역사를 살펴보고

B52 승리 박물관에서 베트남 전쟁을 바라보는 베트남인의 시각을 알아보고

호안끼엠 호수에서 푸른 잔디와 잔잔한 호수로 마음을 평화롭게 하며

낮에는 거주하고 있는 현지인들과 상점들을 구경하고 밤에는 맥주 거리, 야시장, 먹거리 포차를 거닐며 낮과 밤이 다른 모습의 베트남 체험 등.

그리고 발길을 하노이 북서쪽으로 돌려봅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위도가 높은 북부에 있고, 고산지대의 대륙성기후를 가지고 있는 '사파'.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눈이 오는 신기한 지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국적인 휴양지로 알려져 있고 지금 베트남에서 결혼을 하면 신혼여행으로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로 꼽히는 이곳.



그리고 육지의 하롱베이라 불리는 '닌빈'.

나룻배를 타고 여유롭게 뱃놀이를 하는 땀꼭과 베트남의 옛 수도인 호아르, 최초의 국립공원까지 곳곳에 아름다운 관광지가 많이 있다고 합니다.



당신이라면 어느 투어를 선택하겠습니까?

산악 트레킹 하는 것 같은 '사파 투어' vs 강가에서의 신선놀음을 하는 것 같은 '닌빈 투어'

사실 베트남 하노이 여행을 하면서 많은 관광객이 닌빈을 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낭만이 있는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닌빈 투어'를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눈길을 끈 곳이 있다면 바로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 남쪽으로 4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퐁냐케방 국립공원'.

200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이곳.

300개 이상으로 된 총 길이 70km의 동굴과 석굴로 유명한데 이곳에서 '동굴 투어'로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문화와 역사, 아름다운 풍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여행지 '베트남'.

나에게 시간만 주어진다면 꼭 베트남 곳곳을 떠나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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